제11화
“아흑! 아…!”
후드득, 녹스의 것에서 프리컴도 사정액도 아닌 희멀건 액체가 쏟아졌다. 전립선을 꽉 눌려 그저 질질 흐르기만 할 뿐인 액체가 녹스의 아랫배를 더럽혔다. 할리드는 그것을 시선으로 느리게 훑고 그의 턱을 놓아주었다.
애매한 사정감이 녹스의 아랫배를 계속해서 맴돌았다. 녹스는 제대로 가지 못한 채 헐떡이며 시트를 쥐어뜯었다. 할리드는 제 것을 깊게 박아 넣은 채로 슬슬 느리게 허리를 치댔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녹스는 다리를 덜덜 떨며 이제 잔뜩 해진 제 입술을 깨물었다.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명령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 꼴을 보며 할리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허리를 빼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끝낼 생각이 없다는 듯 차갑게 명령했다.
“엎드려.”
“그만, 그만….”
할리드의 손이 녹스의 턱 아래를 쥐고 강제로 들어 올렸다. 턱이 빠질 것 같은 감각에 녹스는 할리드의 팔을 붙잡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까이서 본 할리드의 눈은 훨씬 더 차가웠다.
“네가 날 거절할 권리 따윈 없어. 내가 다리 벌리라고 할 때 벌린다.”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의 할리드는 그 안에 날카로운 검을 품고서 녹스를 바라보았다.
“옷시중이든 뭐든 네가 할 일은 없어. 침대 위에서 내게 다리를 벌리는 것 외에는.”
“…….”
녹스의 눈이 울 것처럼 일그러졌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달싹이는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지만 차마 내뱉지 못할 말을 품었기에 곧 닫혀 버렸다. 할리드는 강조하듯 다시 말했다.
“엎드려서 허리 올려.”
녹스는 그가 들어찼던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마치 내장을 뒤집는 듯한 감각, 어디까지 밀고 들어올지 모를 공포심. 하지만 할리드의 말대로 그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고 녹스는 천천히 침대를 짚고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할리드는 엎드린 그의 골반을 붙잡고 제게 바짝 당겼다. 그러자 식은땀에 젖은 녹스의 등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가 긴장으로 바싹 굳은 것을 느끼면서도 할리드는 조금의 달램도 없이 자신이 파고들었던 자리 그대로 좆대를 밀어 넣었다.
“흐윽…!”
녹스가 다급히 숨을 들이켜며 다시 이를 악물었다. 할리드는 그의 골반을 콱 틀어쥔 채 다시 파고든 그 순간부터 퍽, 퍽 소리가 나도록 세게 그의 안으로 좆대를 치받았다. 녹스는 바들바들 떨리는 팔로 어떻게든 시트를 붙잡고 버텼다.
“길을 들이려면 꽤 오래 걸리겠는데….”
쯧, 혀를 차는 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녹스는 제 안을 더 깊게 파고드는 감각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할리드, 그는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은 채 자신의 쾌락만을 좇아 녹스의 안으로 좆대를 콱 눌러 박았다가 주욱 빼내었다. 내벽이 좆대를 물고 늘어지는 감각에 녹스는 몸서리를 쳤고 할리드는 빠듯하게 조여 내는 감각에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찌극, 쩌억, 쯥. 향유에 젖은 소리가 빠르게 이어졌다. 녹스는 헐떡이며 시트를 쥐었다. 고통뿐인 관계였다. 아니, 녹스에게 벌을 주는 듯한 행위였다.
할리드는 천천히 녹스의 뒷덜미부터 꼬리뼈까지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오소소, 흰 피부 위로 소름이 돋는 것이 보였다. 할리드는 그것을 몇 번 성의 없이 쓰다듬다가 이내 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윽…!”
“버텨.”
그렇게 명령한 할리드는 이내 그의 머리채를 쥐고 연달아 그의 안으로 좆질을 하기 시작했다. 퍽, 퍽 하고 몸체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요란했고 향유는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허윽, 아! 흐으…!”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녹스의 신음이 연달아 터졌지만 할리드는 그걸 벌할 생각은 없는지 자를 듯 조이는 구멍 안으로 좆대를 콱 밀어 넣었다. 아, 흐윽, 아. 신음이 되지 못한 소리가 녹스의 목 안에서 들끓다 그대로 삼켜졌다.
“아…!”
아랫배가 뻐근하다 못해 아팠고 열이 나도록 문질러지는 내벽은 연달아 꿈틀거리며 좆대를 모양 그대로 조여 냈다. 녹스는 순간 시트를 쥐어뜯으며 움찔, 뛰었다.
흰 시트 위로 다시 한번 애매한 색의 탁액이 뱉어지고 녹스는 이를 악문 채 바들바들 떨며 시트를 찢을 듯 쥐었다. 할리드는 아직 뒤로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녹스가 애매하게 절정감을 맞은 것을 알면서도 제 욕심껏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흑! 흣…, 흐…!”
애매한 사정을 마치고 바르르 떨리는 내벽이 할리드의 좆대를 더욱 오물거리며 꽉 조여 냈다. 할리드는 그것에 콧잔등을 찡그리며 허리를 뒤로 크게 빼냈다가 안으로 퍽 쑤셔 박았다. 귀두가 가장 깊은 곳, 굽은 곳에 콱 하니 처박히는 걸 고스란히 느낀 녹스는 결국 헛구역질하며 팔이 꺾였다.
“그거 하나를….”
할리드는 그런 그를 타박하며 엉덩이만 치켜든 녹스를 내려다보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의 등을 덮은 채로 가장 깊은 곳에다 좆질을 해 댔다. 녹스의 몸이 치받는 허리 짓에 따라 조금씩 위로, 위로 올라갔다. 앓는 듯한 신음이 길게 이어졌으나 할리드는 멈추지 않았다. 퍽, 퍽. 찌극. 마치 제 것을 전부 제대로 삼킬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로 좆질을 하던 할리드는 이내 느른한 절정을 맞았다.
“후우….”
녹스는 할리드가 제 안에 사정한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벌벌 떨었고 할리드는 그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 받다가 그의 뒷덜미를 콱 물었다.
“흐윽…!”
“고작 버티라는 명령 하나를 지키질 못하는군.”
녹스는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헐떡이고 있었다. 할리드는 그런 그의 안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채 뭉근하게 허리를 돌렸다. 좆대를 우물거리며 슬슬 침입자에 익숙해진 내벽이 좆대를 거의 쭙쭙 빨다시피 조여 대고 있었다. 할리드는 이제 겨우 남자의 좆을 받는 법을 조금 알게 된 구멍 안쪽으로 제 것을 슬슬 문지르며 가장 깊은 곳을 꾸욱, 눌렀다.
녹스는 바들바들 떨며 도리질을 쳤고 할리드는 그 애처로운 모습을 냉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허리를 바로 세우고 제 좆을 품고 있는 녹스의 둔부를 강하게 내리쳤다.
짜악-!
“아흑-!”
“허리 바짝, 제대로 올려.”
성기를 품은 채로 엉덩이를 맞자 안쪽이 지잉 울려왔다. 녹스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허리를 들었고 할리드는 마땅찮다는 듯 혀를 차며 단단한 엉덩이를 꽉 쥐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끝나려면 멀었으니까. 그 말이 뒤에 들리는 듯했다. 녹스는 이미 반쯤 기절할 것 같은 감각에도 어떻게든 눈을 뜨고 있기 위해 애썼다. 무릎을 대고 선 허벅지의 근육이 잘게 경련했다. 빠듯하게 늘어난 구멍이 움찔거리며 좆대를 꾹 조였고 할리드는 이 구멍이 제대로 된 정액받이 노릇을 할 때까지 쑤셔 박을 생각이었다.
할리드의 시선이 식은땀에 번들거리는 녹스의 등을 찬찬히 훑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시트 위로 고개를 처박은 녹스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속절없이 제 아래서 떨고 있는 이 모습 하나만으로도 좆대에 피가 몰렸다. 자신이 꿈꾸던 것, 그 무엇보다도 바랐던 것이 드디어 실현됐으니까. 드디어 녹스를 손에 넣은 할리드는 첫날밤을 부족하게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폭력적으로 그의 몸을 탐해 제 것이라는 낙인을 찍고 싶었다.
할리드는 느른하게 숨을 내뱉었다. 아마도, 그에게는 기나긴 밤이 될 것 같았다.
* * *
어린 할리드는 눈을 떴다. 눈을 뜨면 낡은 천장이 먼저 보였다. 아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낡은 침대와 낡은 테이블 그리고 다리 하나가 나간 의자가 보였다. 마에타, 그녀가 구해 준 방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 안타깝구나. 아직 몸이 낫질 못했으니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치료하도록 해.’
마에타는 공작령 안에 있는 작은 여관방 하나를 빌려주었다. 사실 녹스의 뜻이었지만 진실을 모르는 할리드에겐 마에타가 자신에게 적선을 베풀어 준 것이라 여겼다.
할리드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이 상황이 꿈인 것만 같았다. 자신은 좁디좁은 하인 방에서 일어나 씻고 곧바로 도련님을 뵈러 가야 했다. 그러면 도련님은 미소가 어색한 얼굴로 제게 가볍게 웃어 주며 이름을 불러 줄 것이다.
‘할리드.’
그 환청이 며칠이고 할리드를 괴롭혔다. 할리드의 등에 난 상처는 이제 거의 다 아물어 있었다. 그 시간 동안에도 그는 녹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부정하고 또 부정하면서도 꿈속에서조차 그를 찾았다.
“도련님….”
할리드는 이제 불러도 대답이 없을 그를 한 번 불렀다. 낡은 방 안에 공허하게 그의 이름이 울렸다.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된 할리드는 사실 몇 번이고 라이네리오 저택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문지기 노릇을 하는 기사들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한, 한 번만, 부탁이니 한 번만 도련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제발…!’
기사들은 마님의 보석에 손을 대 쫓겨난 어린 하인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줄 몰랐다며 혀를 찼다. 그리고 아직은 작은 그의 허리를 걷어차며 쏘아붙이듯 말했다.
‘너 같은 도둑놈은 그 누구도 뵐 수 없다!’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내뱉어지진 않았다. 만약 도련님께 피해가 가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리를 지배했다. 그리고 문지기 노릇을 하는 기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를 비웃으며 맞고 쓰러진 그의 머리를 발끝으로 툭툭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