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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남자의 노예가 되었다-31화 (31/158)

제31화

할리드는 이상하게 속이 아팠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으로 쿡쿡 찌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매서울 정도로 날이 선 표정으로 그를 대했다.

“아, 참.”

때마침 단장을 마친 황제가 할리드를 불렀다.

“그대가 출전할 때 말이야.”

“예.”

“그를 데리고 갈 것이 아니라면 잠시 내게 맡기지 그래.”

“…폐하께 말입니까?”

“그래, 제법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할리드는 서늘한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다가 이내 대답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게.”

“…….”

“하하. 그렇게 무서운 눈 하지 말고. 그래도 오늘 일로 많이 꺾였을 테니 말을 듣지 않는 일은 없을 거야. 사람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어렵지 않은 법이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황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종들과 함께 문밖으로 나섰다. 황제의 방은 그의 배려로 텅 비어 있었고 욕실에선 물소리가 들렸다. 할리드는 아직 기절해 누운 녹스를 한 번 돌아보더니 이내 홀로 일어서 옷을 걸쳤다. 그리고 방 밖으로 나가 대기해 있는 궁인을 불러 알렸다.

“노예가 일어나면 곧바로 내 저택으로 보내라.”

“알겠습니다.”

할리드는 어쩐지 지금, 녹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가 일어나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고 싶지 않았다.

할리드는 황제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궁을 나섰고 녹스가 눈을 뜬 건 거기서 네 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녹스는 눈을 뜬 채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허리 아래가 빠져 버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걸 전부 떠나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숨마다 사내들의 정액 냄새가 났다. 그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점점 잦아드는 숨만 겨우 내쉬었다.

숨 쉬기가 불편했다. 빌고 빌 때까지 자신을 붙잡았던 억센 손들이 떠올랐다. 녹스는 짧게 헐떡였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커튼을 쳐 놓아 황제의 방 안은 어두웠고 또 아무도 없었다.

커튼의 틈이 보였다. 커튼 사이로 길게 빛이 비쳤다. 틈으로 들어온 빛이 녹스의 눈동자 하나를 비췄다. 어두운 암녹색 눈동자는 빛을 받음에도 검게 빛났다. 아니 검게 가라앉은 것 같았다.

녹스는 한참을 그러고 앉아 빛을 바라보다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어딘가 부러져 버린 뱀처럼 느린 움직임이었다. 몸을 세우는 동안 척추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는 벗은 몸 그대로 욕실로 들어섰다. 다리 사이로 그들이 싸질러 놓은 정이 흘러내려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욕실엔 다 식어 버린 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녹스는 그 찬물에 거리낌 없이 발끝을 담갔다. 차가움이 온몸을 타고 올랐다. 그는 찬물이 가득 찬 욕조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잠시 그 자리에 서서 허공을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

숨소리와 작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녹스는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 그러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속으로 서서히 잠겨 들었다. 숨은 쉬어지지 않았고 온몸은 차게 식어 갔다.

녹스는 자신이 마땅히 이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분노한 아이가 있었다. 자신에게 버려진 그 아이가.

그때 매를 맞고 쫓겨난 아이가 아직도 녹스의 가슴속에 있었다. 녹스는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일 초, 이 초, 삼 초, 천천히 흘러갔다. 그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녹스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 가라앉고 싶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심해 저 아래로.

그때 손 하나가 물 안으로 쑥 밀고 들어왔다. 그 손은 녹스의 팔을 잡고 그를 단번에 물 밖으로 끌어냈다. 녹스는 마치 바늘에 꿰여 올라온 물고기처럼 숨을 토해 냈다. 그리고 물방울이 매달린 눈꺼풀을 들어 올려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무얼 하고 있나?”

황제, 펠티온. 손의 주인은 그였다. 그의 목소리엔 고저가 없었다. 그를 끄집어낸 펠티온은 어젯밤과 똑같이 웃고 있었다. 녹스는 그 웃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짧은 웃음을 흘릴 때마다 더욱 괴로웠던 기억이 몰려들었다. 녹스는 입술을 달싹이다 도로 입을 다물었다.

“내가 묻지 않나.”

펠티온은 옷을 입은 채였다. 그의 바지가 무릎까지 젖어 있었다. 물이 차가울 텐데. 녹스는 잠시 대답하지 않고 생각했다. 그리고 황제의 인내심이 다 하기 전에 겨우 답했다.

“목욕을….”

“뭐, 그래. 온몸이 끈적거릴 테니.”

황제는 손을 놓고 손끝으로 녹스의 젖은 속눈썹을 매만지더니 이내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 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두피를 스칠 때마다 녹스의 몸이 묘하게 굳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챈 황제는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떼어 냈다. 그리고 곧장 욕조 밖으로 나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녹스는 그가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옷을 벗는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뻔하지만 자신은 도망갈 길 없는 짐승 새끼니.

옷을 다 벗은 황제가 다시금 차디찬 물에 들어왔다. 녹스는 그가 다가옴에 따라 몸을 뒤로 물렸고 그러다 욕조 벽에 닿았다. 그 모습에 황제의 입매가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왜, 이제 두렵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도 아니다도 아니고 그저 모르겠다라.”

황제, 펠티온은 그가 기댄 벽에 손을 대고 녹스의 허벅지를 자연스럽게 벌려 잡았다. 녹스가 가볍게 숨을 삼켰다.

“할리드가 자기 없는 사이 손을 댔다고 무어라 할지도 모르겠군.”

황제는 웃음기 섞인 얼굴로 밤새 쑤셔 댔던 밀부로 다시금 손을 대었다. 녹스는 아랫입술을 깨무는 대신 눈을 감았다. 헉, 숨을 들이켰다. 제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손가락의 감각에 작게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펠티온은 조금의 반항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양 녹스의 몸을 당겨 안았다. 녹스는 제 몸과 황제의 몸이 밀착하자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찬물에서도 느껴지지 않던 소름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펠티온은 그런 녹스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으며 구멍 안으로 집어넣은 손가락 개수를 하나 더 늘렸다.

“읏….”

“그렇게 박아 댔는데도 길이 잘 나질 않으니 원.”

황제는 가위질하듯 손가락을 움직여 좁은 구멍을 벌려 냈다. 물이 밀려들어 오는 감각이 선명했다. 녹스가 결국 황제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펠티온은 웃는 낯으로 혀를 찼다.

“그게 아니지.”

그리고 친절하게 녹스의 팔을 제 목에 두르라는 듯 당겼다.

“이럴 땐 상대에게 매달려야지. 녹스.”

그의 입에서 발음되는 자신의 이름이 낯설었다. 마치 타인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다만 녹스 라이네리오가 아닌 노예 녹스를.

녹스는 어설프게 황제의 목에 팔을 둘렀다. 황제는 만족스럽게 목 안을 울리며 손가락으로 녹스의 안쪽을 진득하게 쑤셔 눌렀다. 녹스의 몸이 파르르 튀며 헉, 숨을 들이켰다.

“꽤 깊은 곳에 있어.”

황제가 그의 귓가에 입 맞추며 속삭였다.

“웬만한 사내놈은 자네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야.”

그는 다정스럽게 말하면서도 앞뒤로 흔드는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히윽, 아, 앗…. 흑!”

손가락이 어느 지점을 꾹 눌러 지나갈 때마다 몸이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황제의 목에 두른 팔에 절로 힘이 들어가자 황제는 마치 칭찬하듯 녹스가 느끼는 지점에 손끝을 세웠다. 그리고 이내 아프도록 눌러 비볐다.

“아흐흑-! 아, 폐, 하아…!”

“그래, 왜 부르나.”

벌어진 허벅지가 벌벌 떨렸다. 물이 스며드는 구멍을 손가락이 헤집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몇 시간 전까지 괴롭힘당해 내벽이 말랑하게 부어 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쌌다. 황제는 그 감촉이 좋다고 생각하며 내벽을 계속해서 비볐다.

“윽, 아, 자, 잠까, 안….”

녹스의 안쪽이 단번에 수축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펠티온이 손가락을 빼냈다. 직전에 멈추어 버린 절정이 몸 안을 표류했다. 녹스는 헐떡이며 벌어진 다리를 바르작댔다. 펠티온은 그 꼴을 잠시 보다가 곧 단단히 서 있던 좆대를 녹스의 구멍에 맞췄다.

“아으윽-!”

그리고 단번에, 가장 안쪽까지 꿰뚫었다. 새벽 내내 시달린 구멍은 막히는 것 없이 좆대를 삼키고 조여 댔다. 좆 모양대로 감싼 내벽 굽은 곳에서 꽉 조여지는 귀두의 감각에 황제는 느른하게 숨을 내쉬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윽, 아아…!”

녹스가 발버둥 쳤다. 절정 직전에 멈추어 버린 몸이 어찌나 예민한지. 펠티온은 차가운 물이 파도처럼 철썩이도록 허리를 움직였고 그때마다 물소리가 들렸다. 녹스는 피딱지가 앉은 입술을 꾹 깨문 채 발발 떨어 댔다. 가운데가 볼록한 황제의 좆이 내벽을 압박할 때마다 갈 것 같은 감각이 자꾸만 찾아왔다.

“자네, 어제부터 생각한 거지만 꽤 재능있어.”

황제가 그를 놀리듯 말했다. 그리고 안으로 좆을 꾹 눌러 붙였다. 녹스의 허리가 휘어지며 고개가 젖혀졌다. 헐떡이는 소리가 커졌다. 황제는 그의 목울대에 이를 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가 그의 유두를 물었다.

“흐윽…!”

가볍게 이를 세워 단단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물자 녹스가 어깨를 뒤틀었다. 하지만 펠티온은 문 것을 놓아주지 않고 이내 잘근거렸다. 연한 살이 이에 짓이겨지자 녹스는 어쩔 줄을 모르고 몸을 들썩였다. 그 덕에 안쪽 굽은 곳에 쿡 박힌 좆대가 안을 더 꾹꾹 눌러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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