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녹스는 이를 악물었다. 어제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진 폭력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녹스는 책상의 모서리를 꽉 쥐고 가볍게 떨었다. 그리고 할리드가 원하는 대로 다리를 벌렸다. 발끝에 걸린 하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할리드는 그 꼴을 보며 또 헛웃음을 켰다.
“이제 창부가 다 됐군.”
짜악!
“아윽-!”
이미 붉은 둔부를 내려치는 손이 매서웠다. 할리드는 곧 녹스의 엉덩이를 벌려 잡으며 이제 완전히 힘을 받은 좆대를 녹스의 구멍 안으로 퍽, 밀어 넣었다. 녹스의 허리가 퍼득 튀었다. 괴로운 듯 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발끝이 괴롭다는 듯 곱아들고 구멍이 좆대를 꽉 조여 댔다. 하지만 녹스의 사정 따위, 할리드가 알아줄 리 없었다.
그는 조금의 예고도 없이 허리를 치받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커다랗게 울리기 시작했다. 녹스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딱지가 진 입술에서 다시금 피가 나기 시작했다.
녹스가 신음을 참자 할리드는 이를 아득 물었다. 눈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자신이 없는 사이 황제에게 다리를 벌린 그는 어떤 소리를 냈을지, 어떻게 몸부림을 쳤을지 원치 않아도 상상되었다. 할리드는 녹스의 골반을 잡고 길게 허리를 빼었다가 안으로 콱! 들이박았다. 결장까지 단번에 틀어박힌 감각에 녹스가 비명처럼 소리 질렀다. 할리드는 그 짓거리를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 갔다.
“하으! 아-! 아윽-!”
녹스의 벌어진 다리가 괴롭다는 듯 버둥거렸다. 할리드는 녹스의 다리가 거슬린 듯 곧 그의 양쪽 무릎 뒤를 잡고 가슴까지 접어 올렸다. 배가 꽉 눌리자 들어 온 좆대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미 사내의 좆으로 쑤실 대로 쑤셔진 구멍은 부드럽게 할리드의 좆을 받아먹었다. 입구가 마치 성기를 훑듯 조여 내기도 했다. 할리드는 마른 입술을 축였다. 마치 그의 몸은 사내의 좆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폭력적으로 전립선을 짓누르는 감각에 녹스의 것은 강제로 반쯤 서 있었다. 할리드의 눈엔 이런 짓을 당하는데도 세우는 창부 새끼처럼 보였다. 그는 비웃음을 머금으며 안으로 깊게 처박은 채 허리를 돌렸다.
“아으으…!”
녹스의 허리가 들썩이며 괴로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 순간 녹스의 성기 끝에서 사정 직전의 탁액이 뱉어졌다. 할리드는 그것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허리를 뒤로 길게 뺐다.
“아주, 사내 좆이, 좋아, 죽지.”
퍽, 퍽, 퍽, 퍽. 그가 좆대를 처박을 때마다 말이 끊겼다. 녹스는 그때마다 자지러질 수밖에 없었다. 비명 같은 신음을 참고 싶어도 벌어진 입술은 다시 다물리지 않았다. 할리드가 쑤신 좆대에 쓸려 대는 내벽이 화끈거렸다.
녹스의 척추 끝부터 난폭한 쾌락이 타고 흘렀다. 자신이 원하지 않음에도 절정에 다다르는 감각. 녹스는 결국 자신의 뱃가죽 위로 사정액을 토해 냈다. 할리드가 입술을 뒤틀며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쥐었다.
“컥!”
짜악-!
그리고 뺨을 후려갈겼다.
“누구 마음대로 가라고 했지?”
“죄, 죄송, 하, 합… 니다.”
이미 한 번 간 몸에 좆질을 하며 묻자 녹스는 어떻게든 그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 혀를 움직였다. 할리드는 후끈거리는 자신의 손바닥을 한 번 쥐었다 펴며 녹스를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번 허락 없이 가면 재미 없을 줄 알아.”
녹스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붉어진 뺨은 이제 완전히 부어 있었고 두 사내가 밤새 억세게 쥐었던 자국들 역시 고스란히 몸에 남아 있었다. 할리드는 녹스의 두 팔을 잡아 쥐었다.
그리고 다시 콰득, 안쪽으로 연달아 빠르게 처박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아아. 짐승 같은 울음이 녹스의 입 안에서 터져 나왔다. 방금 사정해 버린 예민한 몸에 좆대를 콱 콱 박아 댈 때마다 녹스는 찌릿하게 올라오는 폭력적인 쾌감을 느끼며 몸부림쳤다.
느끼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의 쾌감을 받아 내고 싶지 않았다. 내장을 꿰뚫리는 듯한 이 감각을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녹스의 마음을 그가, 할리드가 알아줄 리 없었다.
“히끅, 아, 흐아…!”
발끝이 벌벌 떨렸다. 몇 번이고 결장을 꿰뚫는 감각에 녹스의 눈이 반쯤 뒤집어졌다. 짐승처럼 헐떡이는 녹스를 내려다보며 할리드는 점점 차가운 눈빛을 했다. 이대로 길들이면 그를 영원히 제 손안에서 굴릴 수 있을까. 그런 뒤틀린 소유욕이 뱃속에서 꾸역꾸역 올라와 뇌를 지배했다.
“…후우, 녹스.”
할리드가 녹스를 한 번 불렀다. 녹스는 정신 없이 흔들리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히윽, 끅, 예, 예에…!”
“넌 내 거야.”
“예에, 네, 네…!”
녹스의 눈에서 질금질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녹스의 성기 끝에서 방울방울 액체가 스며 나왔다. 할리드는 안을 쑤셔 대며 일그러져 우는 녹스의 얼굴을 구경했다. 사정감이 찾아오는지 녹스가 뒷구멍을 한껏 조였다. 할리드는 그 틈을 억지로 비집고 파고들어 계속해서 좆질을 이어 갔다.
“흐으, 아아…. 주인, 주인, 니임….”
울음기 섞인 녹스의 음성이 그를 불렀다. 할리드는 잠시 속도를 늦춰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내벽을 쓸고 나갔다가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안을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녹스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가, 갈 것, 가알, 것 같…!”
“참아.”
“히으, 흐윽-!”
녹스의 몸이 발발 떨렸다. 할리드의 입술에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곧바로 속도를 올렸다. 좆질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녹스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흐아아, 아아. 제발. 더는. 녹스의 애원이 가득 찼지만 할리드는 봐주는 법이 없었다.
“아아아…!”
결국 절정으로 내몰린 녹스가 다시 한번 사정했다. 할리드는 비스듬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녹스는 그림자 진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잘못했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녹스는 그것을 삼켜 냈다.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아니면 그가 의미 없이 비는 것을 싫어할까 걱정한 걸까.
할리드는 바들바들 떨며 절정에 정신 차리지 못하는 그에게 싸늘하게 내뱉었다.
“한 번만 하고 보내 줄까 했는데.”
발갛게 부어 버린 내벽 안으로 할리드의 것이 다시 콰득, 처박혔다.
“이리 말을 안 들어서야….”
그가 짓씹듯 말했다.
* * *
거친 정사가 끝난 뒤 책상은 엉망이었다. 서류들과 집기들은 전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맨몸의 녹스는 책상 위에 엎드려 간헐적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녹스의 다리 사이에선 할리드가 싸질러 놓은 정이 흐르고 있었다. 할리드는 쯧, 혀를 차며 녹스의 팔을 당겼다. 움찔, 그의 몸이 튀는 것이 느껴졌다. 할리드는 미간을 구기며 녹스에게 명령했다.
“옷 입고 꺼져.”
“……예.”
녹스의 목소리는 전부 갈라져 있었다. 녹스는 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하나둘 주워 입기 시작했다. 버티고 선 다리가 떨렸다. 안쪽에 싸질러진 정은 지금 여기서 정리할 수 없었다.
구겨지고 너저분해진 옷을 다 입고 나자 할리드가 하인들을 불러 자리를 정리케 했다. 하인들이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있는 녹스를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그들이 눈으로 수군거리는 내용은 전부 똑같았다. 주인에게 꽤 사랑받는 창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녹스는 그 시선을 뒤로하고 조용히 할리드의 방을 나왔다. 할리드도 더 이상 녹스에게 볼일이 없다는 듯 팔짱을 낀 채 자리를 정리하는 하인들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녹스는 계단을 내려가 자신의 방에 닿았다.
아무도 없는, 혼자 조용히 잠겨 있을 수 있는 그런 방. 그는 방문을 열었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달칵, 문을 닫자마자 그대로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허리는 빠질 듯 아팠고 두 다리는 걷는 것이 힘들 만큼 후들거렸다.
몸을 씻어야 하는데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 그는 그렇게 주저앉은 채 허공을 보고 있었다. 떠다니는 먼지들만이 존재했고 그 먼지와 같은 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리고, 또.
그는 흘러 다니는 생각들을 방치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녹스는 몸을 일으키며 정신을 다잡으려 애썼다. 일단 욕실로 가 더러워진 몸을 씻었다. 자신의 몸에선 사내의 정액 냄새가 너무나 진하게 났다.
할리드가 화가 난 것을 이해하려 애썼다. 자신의 것이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자를 따라간다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자신은 아무나 따라간 자이다. 이름이 찍힌 노예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 것. 그것은 주인에게 호되게 혼이 나야 할 일이라며 스스로에게 속삭이고 또 속삭였다.
미지근한 물 속에서 녹스는 자신의 자아를 씻어 내렸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내세울 것은 없었다. 자존심도 무엇도.
“…아무것도.”
녹스는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주인에게 ‘사용당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어차피 죽을 뻔한 목숨. 어차피, 미움받을 운명.
자신을 미워하는 아이가 언젠간 완벽하게 행복해질 수 있도록.
그는 욕조에서 일어났다. 촤악, 몸을 따라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녹스는 마른 천으로 몸을 닦고 새로 준비된 옷을 걸쳤다.
나는 녹스다. 라이네리오가 아닌 그냥 녹스, 그저 노예에 불과한 자.
그렇게 자신의 자아를 닦고 닦아 내며 그는 그날 밤을 지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