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흐윽, 흐아. 녹스의 괴로워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하지만 할리드는 조금도 들리지 않는 척하며 손가락 두 개를 가볍게 흔들어 댔다. 위로 더 늘어나는 감각에 녹스가 좀 더 바짝 발끝을 세웠다. 벌벌 떨리는 허리께를 바라보며 할리드가 삐딱하게 입술을 올렸다.
“주인님의 모든 것을 받아먹을 수 있다면 응당 그리해야지.”
“히끅, 히익….”
손가락 두 개가 이내 방향을 바꾸어 갈고리처럼 구멍 입구를 손가락에 걸었다. 그리고 위로 죽 늘리기 시작했다. 녹스는 발발 떨어 대며 애원했다. 그만 하세요, 하지 마세요. 찢어져요. 제발. 제발.
하지만 할리드는 그런 녹스가 지칠 때까지 구멍을 쑤시듯 가지고 놀다가 녹스가 다 쉰 목소리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자 이내 손가락을 빼냈다.
“익숙해져야 할 거야.”
녹스는 눈이 거의 다 풀려 있었다. 헤벌어진 입술에선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내렸다. 유리 벽에 희미하게 비치는 그 형편없는 얼굴을 보며 할리드는 이내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한계까지 벌어졌던 구멍이 다시금 조여들며 좆을 쪽쪽 빨아 댔다.
“재능은 확실히 재능이야….”
할리드는 허리를 흔들며 계속해서 그를 모욕했다. 하지만 그 모욕에도 녹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발끝이 곱아든다. 자지가 내벽을 긁어 댈 때마다 바짝 선 성기가 유리 벽에 마구잡이로 문대졌다. 표피가 밀렸다 돌아오는 감각에 무언가를 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녹스가 허리를 뒤틀었다.
“가, 갈 것 같….”
“가.”
할리드가 무심하게 말하며 더 안, 결장 쪽으로 좆대를 쑤셔 박았고 그와 동시에 녹스가 무언가를 쏟아 냈다. 그건 소변도 정액도 아니었으며 그저 투명한 물에 불과했다. 그것을 테이블에 앉아 보고 있던 황제가 웃음소리를 냈다.
“정말 말 그대로 질질 싸지르는군.”
황제의 조롱과 할리드의 무자비한 허리 짓에 녹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히윽, 히끅. 신음을 내었다. 눈은 반쯤 뒤집혀 있었으며 할리드의 좆대에 꿰인 몸은 계속해서 퍽, 퍽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후….”
이렇게 죽을 것 같이 시달리는 녹스와 다르게 할리드는 느긋하게 사정감을 맞고 가장 굽은 곳 안쪽에 진하게 파정했다. 그리고 정액이 잘 배게끔 허리를 잘잘 흔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할리드가 좆대를 빼내자마자 녹스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유리 벽에 기댔다. 허억, 헉. 녹스의 숨이 가빴다. 하지만 그런 그를 가만히 둘 두 남자가 아니었다.
“녹스, 정신 잃지 마.”
펠티온이 다정스럽게 그를 안아 다시 테이블에 눕혔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는 녹스의 입 안에 제 좆을 들이밀었다.
“읍, 컥….”
목구멍까지 파고든 좆에 녹스의 숨이 엉켰다. 그리고 할리드는 다시금 녹스의 다리를 벌려 잡고 이미 한 번 사정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단히 서 있는 자지를 새빨갛게 부어 있는 구멍에 맞춰 밀어 넣었다.
“흐으…!”
녹스의 눈에서 눈꺼풀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두 남자는 녹스의 배 속에 한참을 더 좆물을 싸지른 후에야 만족스럽게 숨을 내뱉었다.
* * *
찔꺽, 찌걱. 물소리와 함께 끈적이는 소리가 함께 났다. 녹스는 욕조 위에 앉아 다리를 벌려 구멍을 내보이고 있었고 할리드는 욕조 안에서 녹스의 구멍에 싸질렀던 정액들을 끄집어내는 척, 내벽을 들쑤시고 있었다,
“읏…. 힉…!”
구멍을 쑤실 때마다 울컥울컥 정액들이 덩어리져 나왔다. 녹스의 온몸에서 사내의 정액 냄새가 났다. 할리드는 그것을 창부 같다고 말했다.
“조금만 쑤셔 줘도 다리가 벌어지는군.”
“아, 히윽…! 앗…!”
정액이 거의 다 빠져나왔음에도 구멍을 쑤시던 할리드의 손가락이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녹스의 전립선을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녹스가 파르르 떨며 성기 끝에서 선액을 찔끔 냈다.
“아까 그렇게 박혀 놓고선.”
아직도 이런단 말이지. 할리드는 녹스의 발목을 잡아 그의 몸을 욕조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빈 구멍 안으로 제 좆을 욱여넣었다.
순간 결장까지 훅 쑤시듯 들어오는 좆대에 녹스가 고개를 휙 젖혔다. 벌어진 입술에선 쉰 소리가 났다.
할리드는 굵은 핏줄이 선 좆대로 안을 빠듯하게 긁어 대며 허리를 흔들었다. 녹스의 쉰 목소리가 자꾸만 욕실 안을 울렸다.
펠티온은 온실에서 녹스를 마음껏 유린한 후,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그들에게 욕실을 내어 주었다. 할리드는 두 남자가 녹스의 구멍에 한껏 싸지른 정액을 빼어 준다는 핑계로 멋대로 뒷구멍을 들쑤시고 이어 다시 좆대까지 들이밀었다.
“히윽! 아앗, 앗. 흐아!”
퍽, 퍽 찌극, 쩍,
철썩이는 물소리와 함께 구멍이 좆대를 오물오물 씹으며 조여대 쩍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사내의 좆을 맘껏 삼켜 낸 구멍은 좆만 들어오면 그것을 반기며 쭙쭙 빨아 댔다. 할리드는 그것을 느끼며 코웃음을 친 후 몸을 떨어 대는 녹스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멋대로 안을 들쑤셨다.
아랫배를 꾹 누르며 좆대를 들어 올리기도 하고 빠듯하게 벌어지는 구멍에 겁을 먹어 떠는 녹스의 얼굴을 구경하기도 했다.
“후우….”
할리드는 마지막에 제 좆대를 쑥 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녹스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제 것을 찔꺽찔꺽 흔들어 그의 얼굴에 정액을 싸질렀다. 녹스가 입을 벌렸다. 얼굴에 엉망으로 싸질러진 정액을 할리드가 손가락으로 훑어 녹스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녹스는 할리드의 손가락을 쪽쪽 빨며 그의 정액을 다 받아 마셨다, 할리드는 설핏 웃었다.
“걸레같이….”
녹스는 그저 그의 손가락을 빠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온실에서 너무나 많이 시달린 탓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벌어진 구멍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괴롭힌 유두는 새빨갛게 부풀어 건드리기만 해도 자지러졌다.
녹스는 할리드가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생각했고 할리드는 실제로 그 일 뒤 좀 더 차가워져 있었다. 할리드는 녹스에게서 한 번 더 좆물을 뺀 뒤 먼저 욕실을 나가 버렸다. 녹스 따윈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녹스는 슬금슬금 몸을 씻고 그를 따라나섰다. 욕실이 딸린 방엔 아무도 없었으나 녹스가 새로 입을 옷은 곱게 놓여 있었다.
녹스는 옷을 갈아입고 할리드를 찾아 나섰다. 몸에 오한이 들고 머리가 빙빙 돌았지만 자신의 주인을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녹스는 화려한 황궁의 복도를 걸었다. 다행히 복도엔 아무도 없었고 녹스 혼자 조용히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었다. 그를 보며 수군대는 자도 없고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자도 없었다. 그저 홀로 조용히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의 녹스로선 다행인 일이었다.
그리고 문득 저 멀리 할리드가 보였다. 햇빛이 찬란한 황궁의 정원에 그가 서 있었다. 회색빛이 도는 금색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난다. 녹스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할리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큰 키와 넓은 어깨, 제가 알 때보다 조금 짧아진 머리는 이제 그가 아이가 아닌 완벽하게 큰 성인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하지만 녹스에겐, 어째서 아직도 그가 아이 같은지. 그는 천천히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할리드, 그에게 가야지. 자신의 주인에게. 그에게 혼이 나고 외면받더라도 끝까지 쫓아가야 하는 노예니까. 하지만 그 걸음은 다시 한번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할리드의 앞에 누군가 있었다. 녹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얼굴을 알고 있는 자였다. 어느 백작가의 여식. 밤송이 같은 부드러운 갈색 머리에 푸르른 잔디 같은 녹색 눈을 한 여인. 보드랍고 따뜻한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그의 앞에서 웃고 있었다.
녹스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자신이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스듬하게 보이는 할리드의 얼굴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손을 조심스럽게 내밀어 백작 영애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영애의 귀 끝이 붉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오자 녹스는 어쩐지 속이 뒤틀렸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게워 내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어여쁜 여인은 조각한 듯한 할리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비틀거렸다. 그 순간 할리드의 단단한 팔뚝이 소중한 것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허리를 받쳐 안았다.
여인의 얼굴은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고 마치 신세를 졌다는 듯 몇 발자국 황급히 물러서며 발그레해진 얼굴을 감추었다.
녹스는 그 모든 것을 바라보다가 잠시 입을 막았다. 알고 있었다. 저 조심스러운 손짓을. 아주 오래전에 알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대할 때 그리했던 것들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 그렇기에 뼈저리게 그릴 수 있었다. 과거의 그 손짓을. 녹스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지금에 와서 과거를 그릴 수 있는 잔해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천천히 뒷걸음질 쳐 할리드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이젠 닿지 못하는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목을 조르던 손으로 다른 자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피부를 물어뜯던 이를 숨긴 채 손등에 입 맞추는 것 따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녹스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걷다 말고 갑자기 멈추어 섰다.
여기가 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