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보채지 마.”
“하, 하지만….”
녹스의 거칠어진 목소리에 할리드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녹스는 배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물의 감각에 몸을 한 차례 떨었다. 배가 꽉 차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른 것이 밀고 들어오면 얼마나 제 배 속이 빠듯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녹스는 허리를 일부러 움직여 할리드의 손가락을 뿌리까지 집어삼켰다. 할리드가 마치 벌이라도 주듯 세 개의 손가락을 내벽 안쪽에서 굽혀 관절로 말랑한 구멍 안쪽을 밀어 올렸다.
“흐윽-!”
녹스가 허리를 뒤로 휘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볍게 뜬 몸을 바라보며 할리드는 물에 젖어 은은하게 광택이 나는 녹스의 유두를 입 안에 넣고 굴렸다. 하아, 으. 녹스의 신음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할리드는 유두를 자근자근 씹으며 구멍 안쪽에 손가락을 빠르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 주인니, 임. 흐윽, 아!”
입 안의 유두는 곧 단단하게 섰다가 이내 타액에 젖어 말랑말랑해졌다. 할리드는 그것을 마음껏 빨아들이며 이를 세우고 젖꼭지 끝을 깨물어 댔다. 움찔거리는 몸이 결국 견딜 수 없다는 듯 잔뜩 부푼 유두를 할리드의 입술에 비비며 보챘다.
“너, 넣어 주, 넣어 주세요.”
할리드가 느른하게 물었다.
“뭘?”
“주인, 님의 자지가…. 힉!”
할리드는 이를 으득 악물고 손가락을 훅 빼냈다. 그리고 곧장 핏줄이 울퉁불퉁하게 선 좆대를 그의 안으로 콱 밀어 넣었다. 녹스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할리드는 그런 그의 허리를 붙잡아 제 몸에 꽉 붙였다. 녹스는 그의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며 아직 반도 삼키지 못한 좆대의 존재감에 헐떡였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터라 또 안쪽부터 아득바득 조여 대는 감각이 들었다.
할리드는 느긋하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녹스의 허리를 두드렸다. 겨우겨우 눈을 뜬 녹스가 초점 없는 눈으로 할리드를 올려다보자 그가 말했다.
“허리 천천히 움직여.”
“네, 에….”
할리드의 보챔에 녹스가 천천히 그의 어깨를 짚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리드의 좆이 한참이나 남았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았기 때문에 아래로 꾹꾹 눌러 가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다물려 있던 안쪽이 억지로 입을 벌리는 게 느껴졌다. 그 감각에 몸서리치면서도 녹스는 착실히 명령에 따라 아래로, 아래로 허리를 움직이며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찰박찰박, 물소리가 들렸다. 이게 욕조에 담긴 물소리인지 아니면 녹스의 구멍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할리드는 생각했다. 녹스는 힉, 흐으. 헉. 하고 엉킨 숨을 내쉬었다 들이켜며 천천히 할리드의 좆을 삼켜 냈다. 할리드는 좆대를 그의 안에 길게 밀어 넣고 싶었다.
그래서 녹스의 느린 움직임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할리드는 천천히 위아래로 엉덩이를 흔드는 녹스의 골반을 잡았다. 녹스가 흠칫거리며 잠시 허리를 멈추자 그대로 꾹 눌러 자신의 것을 억지로 욱여넣었다.
“아, 아아-!”
녹스가 비명처럼 신음을 내질렀다. 할리드는 가득 조이는 가장 안쪽에다 제 좆을 밀어 넣고 뺄 생각이 없었다. 녹스는 할리드를 꾹 끌어안고 어떻게든 버티려고 어깨에 이마를 비벼 댔으며 할리드는 칭찬하듯 그의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가장 굽은 곳, 결장을 억지로 펴며 들어간 감각은 할리드가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감각이었다. 귀두가 꽉 조여드는 감각. 녹스가 확실히 자신을 다 삼켰을 때 드는 이 느낌을 그는 가장 좋아했다.
“자, 다시 천천히.”
“흐으….”
녹스가 천천히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찰박찰박 다시금 물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녹스의 납작한 근육질의 배 위로 좆대의 모양이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할리드는 그 모습을 보며 녹스의 엉덩이를 더욱 잡아 벌렸다. 더 깊게 제 것을 물 수 있게.
“허억, 흑, 아흑. 아!”
콱 콱, 자신의 가장 깊은 곳까지 할리드의 것을 억지로 쑤셔 박히며 녹스는 숨을 헐떡였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머리가 하얘지는 듯한 감각도 들었다. 안쪽 가장 굽은 곳이 억지로 펴지는 감각에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아, 아, 아파. 아파. 기분 좋아. 그 상반된 기분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두꺼운 살덩어리의 핏줄이 내벽을 득득 긁고 있었다.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전립선 위를 마구잡이로 긁어 댔다. 녹스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쾌감에 덜덜 떨면서도 발정이 나, 안달이 난 개처럼 허리를 흔들어 댔다. 할리드는 그런 녹스의 추태를 보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윽, 학…. 히익. 아아!”
꾹꾹 눌러 대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흐를 때마다 미친 듯한 고통과 쾌락이 동시에 뇌를 타고 흘렀다. 녹스는 히끅거리며 어떻게든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아아. 입 안에서 어쩔 수 없는 신음이 흘렀다. 녹스는 그렇게 몇 번 허리를 흔들다가 이내 콱 하고 결장을 펴듯 좆대가 강하게 처박혔을 때 화득 몸을 튀며 절정에 달했다. 할리드는 절정에 달한 녹스를 달래려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쾌락을 쫓으려는 건지 모를 의미로 허리를 잘잘 흔들어 댔다. 잔류한 쾌감을 건드려 대는 움직임에 녹스가 흐으으, 울음소리 같은 것을 흘렸다. 할리드는 이제 되었다는 듯 녹스의 몸에서 제 것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녹스의 손에 제 것을 쥐여 주었다. 녹스는 손안에 잡힌 할리드의 좆대가 뜨거웠다. 그 마른 뼈대가 보이는 손 위로 할리드의 큰 손이 겹쳐졌다. 그리고 천천히 제 것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후….”
할리드는 느슨한 숨을 내뱉으며 철벅거리는 물소리를 들었다. 녹스의 손이 자신의 것을 가득 쥐고 흔들고 있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볍게 떨리고 있는 손끝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흔들어 댔을까. 조금씩 몰려오는 사정감에 할리드는 느긋한 사정감을 맞았고 곧 물 위로 뿌연 탁액이 흘러 번졌다. 녹스는 자신이 그를 사정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흘끔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할리드는 괜찮다는 듯 그의 뺨을 문질렀다.
녹스가 손바닥 안쪽에 뺨을 비벼 온다. 큰 만족감이 할리드의 마음속을 채웠다. 그는 젖은 녹스를 안아 들고 그대로 욕실 밖으로 나갔다. 잘 조각된 몸뚱이 아래로 물방울이 타고 흐르는 모양조차도 할리드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녹스를 시트 위에 눕히고선 천천히 젖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러면 되는 거야, 녹스. 이러면….”
할리드의 얼굴이 묘하게 온화했다. 새벽은 조금씩 깊어 갔다. 평화로운 밤이었다. 오직 단 한 사람에게만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 * *
“으응, 앗…!”
공작님의 집무실 안에선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을 돕기 위해 함께 있던 부관들도 쫓겨난 지 오래였다. 할리드는 한동안 녹스를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침실에 붙어 노예와 붙어먹다가 결국 밀린 일을 하러 나온 지금도 노예의 몸을 놓지 못했다.
물론 저러다가도 할 일이 밀리면 새벽녘에라도 나와 해치우는 사람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노예에게 너무 푹 빠져있을까 봐. 그래, 아무 가치 없는 노예에게.
똑똑-
“공작님.”
부관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음이 딱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끝에 말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부관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공작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깔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공작님과는 다르게 노예의 옷은 거의 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공작님의 몸 양옆으로는 벌어진 다리가 보였다. 노예의 모습은 공작님의 등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부관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손에 든 서류를 들어 보였다.
“영지에서 급한 서류가….”
“알았다. 놓고 나가.”
“…예.”
부관은 가까운 책상 위로 서류 뭉치를 올려 두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노예가 누워 있는 책상을 흘끗거렸다. 지방 없이 단단하게 붙은 근육들이 모인 뱃가죽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따라붙었다.
공작님의 심기를 건든 것을 안 부관은 급하게 집무실에서 뛰어나왔다. 그가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용인들이 물었다.
“오늘은 금방 끝날 것 같습니까?”
“다행히 그래 보이는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금 방 안에서 짧은 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노예의 신음은 항상 절벽에 매달린 사람의 것처럼 짧고 애타게 들리곤 했다. 처음 노예가 공작을 유혹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인식은 바뀐 지 오래였다. 공작이 노예를 놓아주질 않는다. 항상 눈 밑이 가맣게 변해 있는 노예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마주친 자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급한 건 항상 빨리 처리해 주시니 기다리는 수밖에.”
“알겠습니다.”
“처리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집무실로 가지고 오게.”
“예.”
공작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관들을 내쫓은 대신 다른 집무실을 마련해 주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부관은 오늘도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노예가 비틀거리며 방 안에서 나왔다. 아침에 보았던 단정한 머리카락은 어딜 가고 한창 흐트러진 모양새로 나온 그는 하인과 눈이 마주치자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단추가 뜯긴 셔츠를 한 손으로 그러모은 채 방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