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황제가 바뀌면서 궁의 모든 중요 세력이 바뀌었다. 그래서 황제의 뜻을 반하는 자들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황후가 존재하지도 않으니 황후 궁의 시녀장조차도 입을 열지 못했다.
‘황제가 귀족 출신의 노예를 위해 황후 궁을 열었다.’
사교계에 그런 소문이 퍼질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지만 황제의 평판은 본인이 알아서 챙길 거라고 생각했다. 녹스가 신경 써야 하는 건 자신의 주인인 할리드의 평판뿐이다.
‘아무래도 연회 기간 동안에는 최대한 조용히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할리드 또한 정치적인 반려를 맞아야 했다. 거기에 남 노예 따위에게 홀려 있다는 소문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 최대한….’
녹스는 머리를 굴렸다. 연회 전까지 최대한 욕구를 풀어 주면 중요한 연회 기간 동안에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하지만 녹스는 몰랐다.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할지.
그리고 두 남자의 정욕이 얼마나 불같은지를. 그들이 가진 성욕은 녹스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아득하게 넘어서 있다는 것도.
황제의 궁이 금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황후의 궁은 온통 백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복도와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커다란 그림들.
초대 황후가 예술을 사랑하여 온갖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으로 치장했다는 궁은 마치 예술의 신이 기거하는 성 같았다.
그리고 그런 복도를 세 남자가 걸었다. 초대 황제가 가장 사랑했다는 여인의 방을 더럽히기 위해서. 황제는 그것을 제법 즐겁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의 걸음이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이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전 황후, 아. 이젠 그저 반역자지. 여하튼 그 여자도 이 궁을 아주 좋아했지.”
황제는 손수 황후의 방문을 두 팔로 활짝 열었다.
세 사람이 방 안에 들자 시종과 궁인들은 황후의 방문을 닫고 사라졌다. 미리 언질 된 것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애초에 식사 자리는 이것 때문에 준비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녹스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황후의 방엔 가장 값비싼 나무를 깎아 만든 가구들과 희게 칠해진 침대가 있었고 그 모든 건 백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커튼은 마치 보석을 뿌린 듯 희미하게 반짝였으며 침대 위로 늘어진 캐노피 또한 그러했다. 마치 한낮에 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거대하고 화려한 방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나 녹스는 곧바로 그 방에 서 있는 이질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녹스가 그것을 발견하자 황제가 웃는 낯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할리드의 온도 높은 시선이 녹스의 몸에 닿았다. 녹스는 숨기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한숨처럼 내뱉었다.
“저런 건 어디서 나셨습니까.”
“어디서 났기는. 직접 장인을 불러다 깎았지.”
“…….”
녹스의 눈에 보이는 건 실제 말과 흡사한 목마였다. 정확히는 앉는 자리에 흉흉한 모형 성기가 솟아 있는, 아주 흉물스러운 목마. 실제 말보다는 조금 작은 편이었고 무언가를 발라 처리된 겉면은 마치 실제 말의 털처럼 매끄러워 보였다.
그리고 네 다리는 거꾸로 된 아치처럼 둥글고 긴 나무 발 받침에 앞뒤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삼각형 모양의 나무 조각이 받쳐져 있었다.
말 옆엔 밟고 올라갈 수 있는 상자가 있었다.
“…….”
녹스는 할 말을 잃고 목마를 바라보았다. 둘이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보기만’ 하겠다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자신은 지금 두 사람 앞에서 일종의 쇼를 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제가….”
녹스는 잠시 목이 메었다. 어이가 없는 건지 아니면 화가 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화가 날 이유가 없지. 화를 낼 자격도 없고. 녹스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천천히 목마로 다가갔다.
어차피 앉아야 할 것, 자세히 살피겠다는 생각이 컸다. 겉면을 쓰다듬어 보니 눈에 보이는 것처럼 걸리는 것 없이 매끄러웠다. 무엇을 발랐는지 살짝 물기가 묻어나는 것 같기도 했다.
녹스는 말의 등을 쓰다듬다가 아무리 보아도 흉물스럽기만 한 모조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할리드의 손과 비교하자면 작지만 평균적으로는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는 녹스의 손안에 그것이 꽉 차게 잡혔다.
녹스는 자연히 할리드의 것을 떠올렸다. 그것보다는 조금 작고 짧나. 다만 앞쪽 면이 일부러 모양을 낸 듯 곡선으로 올록볼록했다.
손아귀 안에 찬 것을 천천히 쓸어 올렸다. 황제나 할리드의 것보단 작지만 그래도 좀 버거울지도. 녹스가 미간을 좁히며 손을 떼어 내곤 두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멈칫했다.
“…….”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 두 남자의 눈에 일렁거리는 것은 열이었다. 자신을 데게 만들 열.
녹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들에게서 뒤돌았다. 뒤에서 누군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큼직한 두 손이 허리를 끌어안고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아, 할리드. 제 주인이다.
그는 미간을 찡그린 채 조급한 손길로 녹스가 입은 옷의 끈을 풀었다. 하지만 끈은 풀리기는커녕 얼기설기 얽혀 더욱 조여지기만 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목덜미 근처에서 울렸다.
“그건 그렇게 푸는 게 아니야.”
펠티온이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며 녹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할리드의 손을 치우고 엉킨 끈을 풀었다. 그의 손도 급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중간중간 끈이 다시 엉키기도 했다. 황제가 신경질을 냈다.
“대체 이런 옷을 왜 입혔지?”
“왜 입혔겠습니까.”
“고얀 놈.”
황제가 씹듯 중얼거렸다.
“내가 손대기 힘들게 하려고.”
“맞습니다.”
두 남자의 숨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결국 녹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의 손을 모두 치워 냈다. 두 남자가 동시에 녹스를 바라보았다. 녹스는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허리를 조이는 끈을 풀어내며 한 꺼풀 한 꺼풀 벗어 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는 맨살에 두 남자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때 할리드가 경고하듯 말했다.
“……보기만 한다고 하셨습니다.”
“알아, 알겠다고.”
펠티온이 녹스의 턱 아래에 깊게 입술을 묻고는 입을 벌려 얇은 피부를 물었다. 할리드가 곧바로 으르렁거렸다. 그러면 황제의 목 안에서도 들끓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녹스가 맨몸이 된 것을 확인한 후, 마치 합의라도 한 듯 그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녹스는 발끝에 거치적거리는 하의를 발끝으로 대충 밀쳤다. 이제 두 사람 앞에서 맨몸이 되는 건 익숙해진 듯 아무런 감각도 절 지배하진 못했다.
“…혼자 차지해서 잘도 씹어 댔나 보군.”
녹스의 몸에 얼룩덜룩하게 남은 할리드의 자국을 보고 황제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그러면 할리드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 것이니까요.”
녹스는 느긋하게 들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닥에 놓여 있는 나무 상자를 밟았다. 그리고 다리 한쪽을 반대로 넘겨 일단 말의 등에 앉았다. 목마는 제법 컸다. 발 받침에 겨우 발끝이 닿을 정도였고 바닥엔 조금도 닿지 않았다.
황제는 목마에 앉은 녹스를 비틀린 시선으로 바라보다 곧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냈다. 손가락 두 개만 한 작은 병은 녹스가 저번에 보았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아무런 냄새도 색도 없었던 향유.
황제는 목마 위에 앉아 있는 녹스를 시선으로 핥았다. 시선에 감촉이 있는 것만 같아 녹스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의 눈에 정욕이 강해진다. 커다란 손이 허리 근처로 다가왔다가 곧 닿지 않고 꾹 쥐며 떨어진다. 할리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겠지.
“허리 살짝 들어.”
녹스가 발끝으로 발판을 딛고서 허리를 앞으로 살짝 기울여 엉덩이를 들었다. 그러면 체온보다 살짝 차가운 온도의 향유가 곧 천천히 둔부 위쪽에서부터 엉덩이골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녹스는 그 감각에 몸을 살짝 움츠렸다.
“하아….”
발끝에 잔뜩 힘을 주고 녹스는 천천히 몸을 물렸다. 그러자 툭, 막히는 부분이 있었다. 단단한 가짜 좆은 향유로 미끈하게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쏟은 뒤 남은 것으로 적신 듯싶었다.
녹스는 발꿈치를 최대한 들어 엉덩이를 들었다. 그리고 그 나무로 만들어진 단단한 가짜 좆을 엉덩이골에 끼워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었다. 닿는 부피감이 조금, 버거울 것 같았다. 녹스는 입구에 살짝 넣는다는 느낌으로 허리를 내려 찔꺽, 하고 벌어지는 구멍 안으로 가짜 좆의 귀두를 밀어 넣었다.
“흐으….”
진짜 성기와는 그 감각이 달랐다. 축축했지만 단단하기만 해서 억지로 여는 느낌이 너무나 선명했다. 하지만 어젯밤까지도 할리드에게 시달렸던 구멍 안쪽은 온기라곤 조금도 없는 가짜 좆이라도 좋다며 반겼다.
녹스는 뒤에 힘을 풀며 최대한 천천히 나무로 된 좆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흐으, 아. 짧은 침음들이 녹스의 입 안에서 흘러나왔다. 입술을 꾹 깨문 녹스가 좆의 반 정도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말랑한 내벽들이 짓이겨지며 억지로 벌어졌다. 녹스는 그 감각이 너무나도 싫었다. 특히.
“흐윽, 아…!”
앞면이 곡선으로 올록볼록하게 조각된 탓에 밀고 들어갈수록 전립선 안을 꾹 압박했다가 매끄럽게 밀고 들어가는 감각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디딘 발의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그렇게 천천히 겨우 반쯤 삼켰을 무렵이었다.
녹스가 숨을 헐떡이며 목마의 앞을 두 손으로 꾹 짚었다. 발끝이 파르르 떨렸다. 녹스가 그렇게 더운 숨을 겨우겨우 내뱉고 있을 때. 두 남자는 오히려 숨을 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