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펠티온이 다정한 척 달래듯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 짓씹듯 말이 이어졌다.
“안 그러면 진짜 이 작은 구멍을 찢어 놓고 싶을 것 같으니까.”
목소리에서 욕망이 뚝뚝 떨어졌다. 할리드는 얼굴과 몸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두 남자에게 손가락으로 구멍을 범해지고 있는 녹스를 바라보았다. 유두는 발갛게 부어 손톱만 했으며 근육들이 보기 좋게 잡혀 있는 몸은 쾌락에 잠식되어 자꾸만 움찔거렸다. 하아. 할리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제 앞섶을 한 손으로 풀었다.
“씹….”
그리고 제 커다란 좆을 꺼내 한 손으로 문지르며 녹스의 안을 쑤셔 대기 시작했다. 제 손안의 좆대를 흔들면 흔들수록 녹스의 안을 쑤셔 대는 손가락도 빨라졌다. 찌걱, 찔걱, 찌걱. 이미 젖을 대로 젖은 할리드의 좆은 손아귀 안에서 요란히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이런 걸 눈앞에 두고 자위라니…. 할리드 자네도 참 고집이 세.”
결국 펠티온도 제 좆을 꺼내 들고 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녹스는 자신이 무엇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다리를 활짝 벌리고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손가락을 뒷구멍으로 받아 내었다. 하윽, 하아. 히익! 구멍을 계속해서 한계까지 벌려대는 두꺼운 손가락들이 자꾸만 부어 있는 내벽을 눌러 댔다.
“히끅! 아앗, 으으응…!”
손가락 두어 개가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전립선 위를 꾹 눌렀다. 녹스가 허리를 휘며 뒤통수를 황후의 침대 위로 비벼 댔다. 후드득, 녹스의 좆대에서 맑은 액이 쏟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남자는 부드럽게 손가락을 조여 대는 내벽을 쑤시고 흔들고 매만지며 제 좆을 쓰다듬기에 바빴다.
“하, 젠장….”
“흐아, 아으윽! 으응. 아! 아흐윽…! 더, 더 못, 못 가아…!”
결국 녹스의 눈이 뒤집히며 몸이 발발 떨렸다. 하지만 두 남자는 제 것을 흔들다가 이내 시트 위를 동시에 짚었다. 그리고 자신의 것들을 마구잡이로 흔들어 좆물을 녹스의 얼굴 위로 거하게 싸질렀다. 녹스의 얼굴, 위로 정액들이 쏟아졌다. 녹스는 제 얼굴 위로 쏟아지는 정액들의 냄새를 맡고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주인님께서 정액을 뱉어 내면 자신이 할 일이 있었다. 녹스는 흐윽, 흑 하고 올라오는 울음을 삼키며 두 손으로 양쪽으로 선 좆을 잡았다. 그리고 두 귀두를 입 안에 넣고 쭙, 쭙, 소리가 나게 빨았다. 두 남자는 헛웃음을 켜며 욕설을 지껄였다.
“창부 같은 게….”
“씨발, 이런 걸 놓고 산다는 말이지 혼자.”
녹스는 두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두 남자의 좆 머리를 쭉쭉 빨아 댔다. 요도 안에 남은 정액들이 입 안에 들어왔고 귀두를 빨리는 두 남자는 허리를 살짝 흔들며 남은 정액들을 녹스의 입 안에 쏟아 놓았다. 녹스는 코와 입 안에 가득 찬 정액 냄새를 맡고 삼키다 이내 툭 손을 떨궜다. 두 남자는 헐떡이다 미간을 와락 찡그렸다.
“기절했군.”
“미치겠네….”
두 남자는 이제 겨우 한 번 뺐을 뿐이다. 하지만 녹스는 지금까지 나무 좆에 범해지고 손가락으로 범해지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절정을 맞았다. 그렇게 결국 정신을 놓고 기절해 버린 녹스를 내려다보며 두 남자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이런 좆 같은 짓은 다시는 안 할 겁니다.”
“글쎄, 어떻게 되려나.”
할리드가 짓씹듯 말하자 펠티온이 능글맞게 대꾸했다. 펠티온은 기절한 녹스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아, 이거. 생각보다 조금 더 가지고 싶어졌다고. 그리고 그것을 알아챈 할리드가 녹스의 몸을 안아 들었다. 마치 제 것임을 강조하듯이.
“욕실을 빌리겠습니다.”
“…뭐, 그렇게 하게.”
두 남자의 시선이 잠시 서늘하게 오갔다.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둘은 이런 일로 틀어져선 안 되는 사이라고. 이성이 그렇게 외치고 있는 덕분에 둘은 시선을 물렸다. 할리드는 녹스를 안고 욕실로 들어갔으며 펠티온은 황제의 방으로 이어져 있는 황후의 벽 문을 통해 자신의 욕실로 사라졌다.
황후의 방엔 세 남자의 정액 냄새만이 지독하게 남았다.
* * *
황궁의 교류연 시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수많은 왕족이 황궁의 문턱을 밟았다. 그들은 본디 보았던 황궁보다 더 화려해진 황성을 보며 감탄을 입에 올렸다.
그리고 각자의 방을 배정받아 연회 날까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할리드는 각종 약속에 불려 다니느라 바빠졌고 녹스는 홀로 저택에 남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무래도 황제와 다른 왕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봤자 정식 교류연 때, 황제 폐하가 나를 데리고 오라고 할 텐데.’
이제 대충 황제의 행동 패턴이 눈에 보였다. 녹스는 오늘도 도서관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녹스는 그것들을 의미 없이 계속해서 읽었다.
그러다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건 아주 작은 발소리가 들려서였다. 타다닥, 하는 발소리는 아주 작고 가벼웠다. 그러니까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밖을 바라보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까, 저번에 그 꽃 도둑이다.
‘어딜 가는 거지….’
아이는 어쩐지 울상이었다. 안절부절못하며 저택 입구를 자꾸만 서성였다. 녹스는 책을 덮고 일어섰다. 그리고 아이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저택 입구로 향했다.
할리드에게 정원까지 나설 수 있다는 허락을 받은 지 좀 되었으니 문제 될 건 없겠지. 녹스가 정문 앞에 도착하자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녹스는 그 작은 하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문제가 있습니까?”
“아, 안녕하세요!”
아이는 저번과 똑같이 인사를 해 왔다. 녹스는 설핏 미소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이 저택에서 받을 수 없는 인사를 해 주는 아이. 그가 미소 짓자 어린 하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깜빡이다가 이내 웃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쁘십니까.”
“그, 그게….”
어린 하녀가 품에 꼭 안은 것을 내밀었다.
“어머니에게 빨리 전해 드려야 할 약초가 있는데 심부름꾼이 아, 안 와서요.”
“심부름꾼이?”
“예에, 점심마다 드시는 약제가 떨어져서 그, 급하게 봉급을 임시로 받았거든요.”
어린 하녀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얼굴이 발개졌다. 아무래도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내뱉은 게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녹스는 정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직접 갔다 오는 건 힘듭니까?”
“그, 그게 아직 하녀장님이 지시 한 일을 끝마치지 못해서요.”
“그게 무슨 일입니까.”
“그게, 본관 중앙 계단을 닦는 일이요….”
“빨래방 하녀가 아니었습니까?”
“그냥, 다 해요. 저는….”
녹스가 다시 정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역시 사람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녹스는 가만히 생각했다. 자신이 밖에 다녀오는 일은 안 될 일이다. 할리드가 어떻게 화를 낼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녹스가 결론 내린 것은 이거였다.
“중앙 현관은 제가 닦아 놓겠습니다.”
“예, 예?”
“아니면 제가 닦고 있을 테니 돌아와서 교대해도 되는 일이고.”
어린 하녀는 그럴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녹스로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어차피 평민보다 못한 노예가 바닥을 닦는다고 무슨 큰일이 날까.
“하, 하지만 그런 걸 부탁드릴 수는….”
“괜찮습니다.”
하녀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곧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앞섰는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얼른 돌아올게요.”
“알겠습니다.”
“그, 걸레랑 양동이는 중앙 계단에 이미 가져다 뒀어요!”
“예.”
“정말, 금방. 금방! 다녀올게요!”
녹스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했다. 아이는 곧 후다닥 정원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아이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본 녹스는 곧바로 중앙 계단으로 향했다. 양동이와 걸레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렸는데 천천히 돌아보니 계단 뒤에 물이 든 양동이와 걸레가 있었다.
녹스는 거무죽죽한 색깔의 걸레를 집어 들고 양동이를 들었다. 아직 어린아이가 들기엔 무거운 무게였다.
그는 인상을 조금 쓰다가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전부 끝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 곧 걸레를 물에 빨아 계단을 닦기 시작했다.
이런 걸 해 본 적이 없어 영 어설프긴 했지만 사용인들이 아침마다 계단을 닦는 모습을 본 적은 있었기에 허술하게나마 그 모습을 따라 할 수 있었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은 자세 탓에 허리와 무릎이 둘 다 뻐근했지만 영 하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할 일 없이 도서관에 앉아 있느니 이런 거라도 하는 게 시간이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1층부터 시작한 걸레질이 5층에 닿았을 무렵 생각보다 이르게 할리드가 돌아왔다.
“지금 뭘 하는 거지?”
녹스는 잠시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이 모습이 그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집이 멀었던 모양이다. 집이 멀면 마차를 타고 가라고 했을 텐데.
“지금 뭘 하고 있냐고 묻잖아.”
할리드의 얼굴은 화가 나 보였다. 녹스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무릎에서 작게 우득, 하는 소리가 났다. 아. 이건 좀 민망한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할리드가 녹스의 팔뚝을 강하게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