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기, 분…! 좋, 흐윽! 좋아아―!”
두 남자는 소리 내어 웃으며 곧 허리를 흔드는 녹스의 안으로 퍽, 퍽 소리가 나도록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격렬한 허리 짓에 녹스는 다시 비명인지 울음인지 모를 신음을 내기 시작했고 두 남자는 저들이 만족할 때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녹스가 기절하면 다시 깰 때까지 처박고 또 쑤셔 넣으며 아랫배가 볼록 튀어나올 때까지 안쪽에 좆물을 싸질러 댔다. 녹스는 이제 자신의 눈에 무엇이 비치는 지도 자각하지 못했다. 오로지 흔들리는 잔상만이 눈앞에 부옇게 자리했다.
그렇게 이름 모를 검은 감정은 저 구석에 처박혔다. 강제적인 쾌락이라는 것에 덮여 잊혔다.
* * *
녹스는 눈을 떴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아마 잠든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시달렸는데도 눈이 떠지다니. 녹스는 자신의 신체에 감탄인지 찬사인지를 모를 무언가를 보내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몸에 얽혀 있던 두 팔이 툭 떨어졌다. 아, 아직 펠티온과 할리드가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 몸을 섞은 날에는 녹스가 한참을 기절해 있는데 오늘따라 그의 눈이 먼저 떠진 건 이유 모를 일이다. 녹스는 조심스럽게 두 팔을 치웠다. 할리드가 미간을 찡그리며 짧게 으르렁거리긴 했지만 잠투정인 듯 곧 가라앉았다.
녹스는 그 둘보다 먼저 씻을까 생각하다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게 있어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셋이 덮고 있던 요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요가 두껍지는 않아 크게 답답하진 않았지만 펠티온의 다리 사이에 자리했을 때는 잠시 숨이 턱 하니 막혔다. 배운 것이 있으니 실행하긴 해야 하나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언제였던가, 노예가 해야 할 일이라며 알려 주었던 것을 오늘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먼저 눈을 떠서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녹스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아는 충실한 노예였다. 그렇기에 아침이라 힘을 받아 있는 펠티온의 것을 툭 건드렸다. 그만큼 했는데도 아침 발기가 되어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녹스는 입 안에 황제의 좆대를 죽 밀어 넣었다. 그리고 쭙쭙 소리가 나게 빨다가 이내 입 밖으로 꺼내 핥다가를 반복하며 자극을 주었다. 목구멍 안쪽까지 성기를 밀어 넣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이제 슬슬 목구멍 여는 것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녹스가 다시 목구멍 안쪽으로 황제의 것을 밀어 넣어 혀를 움직였다. 혀에 느껴지는 핏줄 하나하나를 훑고 핥고 있자니 곧 요가 걷혔다. 황제가 헛웃음을 치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르쳐 주는 걸 곧잘 하는군.”
그러니까, 그가 가르쳐 준 성노예의 기본 소양 같은 것 말이다. 주인이 일어나기 전 주인의 것을 빨아 아침에 힘 받은 성기를 해결해 주는 그런 것.
녹스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옆으로 틀어 좆대를 뺨 안쪽에 붙이고 머리를 가볍게 움직였다.
황제가 움찔거리며 허벅지를 벌리고 녹스의 머리채를 잡았다. 할리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깼는지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황제 다리 사이의 녹스를 보고 있었다.
그는 꽤, 불만스러워 보였는데 녹스는 저걸 풀어 주기 위해 또 이 짓거리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
찌걱이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황제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녹스의 입 안에 파정했다. 녹스가 고개를 들고 입 안에 들어 있는 정액을 황제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황제는 손가락으로 정액이 담긴 혀를 문지르다가 만족스럽게 손가락을 빼냈고 녹스는 그제야 입 안에 담긴 것을 삼켰다.
황제는 느른하게 일어나 녹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녹스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곧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몸을 비켰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심통이 난 자신의 주인이었다. 녹스는 천천히 침대를 기어 할리드의 몸 위로 올라갔다.
“아침부터 입 안에 싸 주니 기분이 아주 좋은가 보지?”
“흐음….”
단단히 심사가 뒤틀리셨군. 녹스는 그의 위에 올라앉아 허리를 가볍게 들었다. 그리고 녹스가 펠티온의 것을 빠는 걸 보느라 선 건지 아니면 아침이라 선 건지 모를 성기를 구멍의 입구에 대고 천천히 내려앉았다.
“하, 흐으….”
녹스가 느릿하게 숨을 내뱉자 안이 빠듯하게 조였다 풀어져 할리드의 미간이 잠시 좁혀졌다.
녹스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리드가 그의 골반을 꽉 쥐었다. 그렇게 황제는 두 사람이 붙어먹는 것을 보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먼저 씻지, 내가 나오기 전엔 안 끝나겠군.”
황제가 욕실로 들어섰고 두 사람의 신음 소리는 황제의 목욕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황제가 씻고 나올 때까지 몸을 섞던 두 사람은 기어코 욕실에서 한 번 더 일을 치렀다. 황제는 혀를 쯧쯧 차며 옷시중을 받았다.
“적당히 해, 적당히.”
“글쎄요. 폐하께서 그런 소리 할 처지는 못 되시는 것 같은데.”
할리드도 태연히 대꾸하며 제 하인들의 옷시중을 받고 있었다. 녹스만이 그 사이에서 스스로 제 옷을 입고 있었다. 녹스는 느린 손짓으로 단추를 하나하나 잠가 나갔다. 어제의 약 기운이 남아 있는지 아직 손발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 막 옷을 다 입은 할리드가 뒤로 다가와 단추를 대신 잠가 주기 시작했다.
“…….”
녹스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돌아보자 할리드가 말했다.
“아직 약 기운이 다 빠지지 않은 것 같으니 오늘은 저택에 돌아가 있어.”
“괜찮습니다.”
“넌 늘 괜찮다는 말만 하는군.”
“괜찮으니까요.”
할리드는 찡그리듯 웃으며 그의 단추를 마저 채워 주었다. 녹스는 그 위에 조끼와 재킷을 걸쳤고 할리드는 그 단추 또한 손수 잠가 주었다. 옷시중을 다 받아 스스로 커프스를 정리하고 있던 황제가 웃었다.
“이렇게 보면 이런 팔불출이 따로 없는데 말이야.”
녹스는 자신이 잠시 팔불출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사람을 일주일간 지하 방에 가둬 놓는 팔불출이라. 그건 그것 나름대로 신선했다. 녹스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래, 노예에게 그 정도면 다정한 주인이다. 뭐, 그렇지.
녹스는 조금 피곤했지만 할리드를 혼자 연회 홀에 남겨 놓기엔 불안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쉽게 흥분하는 타입이었고 아직 사교계의 언어에도 익숙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했다.
녹스는 문득 자기 자신이 그의 보호자가 될 수 있나 고민했다가 곧 집어치웠다. 녹스의 눈엔 종종 할리드가 어린아이처럼 보일 때가 있었는데 그건 자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좀 주책맞은 부분이었다. 녹스가 그런 생각을 할 때쯤 할리드가 허공을 보고 멍하니 선 녹스에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지?”
녹스는 네가 아직도 애 같다는 말을 하기보단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아무것도.”
“그래?”
그렇게 옷을 다 갖춰 입은 세 사람은 나란히 같은 방에서 나왔고 모든 시종과 궁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직 제국에 머무르고 있는 왕족들 사이로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 많은 노예를 진상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또 공작의 노예를 불러들였다는 소문이.
녹스는 총애받는 노예로서 대륙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뭐, 하나도 반갑지는 않지만 어쨌든 말이 그렇다는 소리다.
황제와 할리드는 선약이 있기에 황제궁의 응접실로 향했고 노예인 녹스는 그다지 할 일이 없었기에 당연하다는 듯 황제의 도서관에 집어넣어졌다.
“사고 치지 말고 여기 있어.”
“저녁 다섯 시부터 다시 연회가 있으니 그때 데리러 오지.”
녹스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보통 사고는 내가 아니라 그들이 더 많이 치지 않나. 하지만 주인에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할 수는 없었기에 녹스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고개나 끄덕였다. 할리드와 황제는 별다른 의사 표현도,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녹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제는 그렇게 천박하게 굴며 박아 달라고 울더니만 해가 뜨니 무심하고 덤덤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일단 그들은 선약을 해치우기 위해 녹스를 남겨두고 걸음을 옮겼다.
“…….”
홀로 남은 녹스는 거대한 크기의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접하지 않은 책도 여기엔 분명히 있겠지. 그는 책장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햇볕이 잘 들어오는 창가 대신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책장을 하나 둘 넘기기 시작했다. 그는 그림자인 양 소리가 없었고 또한 존재하지 않는 듯 고요했다. 녹스도 스스로가 그러기를 바랐다.
책과 자신만 있는 곳. 누군가 읽어 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 수 있는 활자들처럼 그렇게 존재하길 바랐다.
하지만 평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누군가 달칵,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녹스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는 대신 덤덤히 책장을 넘겼다. 어차피 구석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안다는 듯 똑바로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 녹스가 있는 테이블로 와 섰다. 녹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올렸다. 거기에는 발티아스 데론이 서 있었다. 녹스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여상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제게는 또 무슨 볼일이십니까.”
또 뺨을 맞고 싶으신 건 아니실 테고. 덤덤한 그의 목소리가 건방지게 들릴 법도 하건만 발티아스 데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녹스를 조용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녹스로서도 발티아스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