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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남자의 노예가 되었다-75화 (75/158)

제75화

녹스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다 못해 뜀박질로 바뀌었다. 한참을 뛰었다. 헉헉거리는 소리가 목 끝까지 올라왔다.

황제가 준 마정석으로 만든 통신구는 가격 하나하나가 천문학적이었다. 결코 노예를 미행하는 자 따위에게 쥐여 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만에 하나. 할리드가 그에게 그것을 쥐여 주었다면….

“어딜 그렇게 뛰어가지?”

덜컥, 하고 녹스의 몸이 멈췄다. 녹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매서운 눈의 할리드가 자신의 기사들과 함께 거리에 서 있었다. 그는 성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는 듯 반대 방향으로 달리던 녹스와 딱 맞닥뜨렸다.

“응? 녹스.”

그의 음성이 시렸다.

“…….”

“도망가려 했나?”

그의 눈이 녹스를 잡아먹을 듯 바라보고 있었다.

* * *

하인들이 황급히 저택 문을 열었다. 할리드가 저택의 홀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왼손엔 녹스의 머리채가 잡혀 있었다. 녹스는 빠른 할리드의 걸음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중간 휘청거렸다. 할리드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며 그 어떤 때보다도 여실히 분노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시종들이 그의 뒤로 급히 따라붙었다.

“앞으로 일주일간의 모든 일정을 취소해라.”

“예,”

“그리고 내 방에 아무도 들이지 말고.”

“예.”

“부르지 않았음에도 찾아오는 자는 목을 치겠다.”

“알겠습니다.”

“주인, 님. 제발. 제 말을…!”

녹스가 저택에 도착하기까지 몇 번이고 빌 듯이 했던 말에 할리드는 우뚝 멈추어 서 그의 머리채를 더욱 세게 잡아 뒤로 당겼다. 얼굴을 가까이하자 고통에 일그러진 녹스의 얼굴이 보였다.

“왜, 무언가 변명할 말이라도 있나?”

“저는, 절대 도망을….”

“치려 하지 않았다? 그럼 성문엔 무얼 하러 갔지?”

“…그건.”

녹스는 입술을 달싹였다. 자신이 성문으로 간 이유에 대해서 말하려면 제메일에 관한 것도 말해야 했다. 하지만 그걸 사실대로 말했다간 제메일이 다시 붙잡혀 올지도 모르는 상황. 녹스의 입이 딱 다물리자 할리드는 같잖다는 듯 비소를 날렸다.

“할 말이 없나? 없겠지.”

“주인님, 제발….”

자비를 애원하는 음성에도 할리드는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놓지 않고 그를 질질 끌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녹스의 고통 어린 음성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녹스의 손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음을 인식했다. 그 어떤 아침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다녀오겠다는 인사에 다녀오라는 답도 받았다. 그리 해 놓고, 감히, 도망을 치려 들어?

목 안으로 끓는 듯한 으르렁거림이 흘렀다.

쾅!

할리드는 자신의 방문을 발로 차 열었다. 그리고 녹스를 질질 끌고 침대로 향했다. 녹스를 침대로 집어 던지자 침대가 강하게 요동쳤다. 녹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바라보며 더 변명하려 했지만, 곧장 할리드가 그런 그의 몸을 눌러 왔다.

“입 닥쳐.”

“주인님….”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한 짓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후드득.

그의 손에 녹스의 옷들이 힘없이 뜯겨 나갔다. 녹스는 다시 한번 입을 열려 하였다. 비록 그 이유를 말할 순 없지만 오해라고. 제발, 제가 도망가려 하지 않았다는 걸 믿어 달라고. 하지만 입을 열려 한 녹스에게 돌아온 것은.

짜악-!

얼얼할 정도의 따귀였다. 녹스의 고개가 돌아가고 입 안이 터진 듯 비릿한 맛이 났다. 녹스는 어렴풋이 억지로 그에게 겁탈당했던 첫날을 떠올렸다. 그때와 비슷한 감각이 드는 그 순간부터 더욱 두려움이 일었다. 불이 켜지지 않은 방엔 커튼이 쳐 있어 한낮임에도 어두웠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 보였다. 그의 시리도록 푸른 눈만이 짐승처럼 빛날 뿐이었다.

“네가 놀릴 수 있는 건 아래 입밖에 없어.”

“…….”

녹스가 느리게 헐떡였다. 할리드는 그의 목을 눌러 잡고 녹스의 옷을 마저 찢었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노예의 증표가 툭 하니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할리드는 그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네가 수도에서 도망가면 노예가 아니게 될 줄 알았나?”

할리드의 낮은 음성이 긁히듯 들렸다.

“아니, 네가 어딜 가든 상관없어.”

그가 씹어 먹듯 발음했다.

“내가 그 어디든 끝까지 쫓아갈 테니.”

하인들이 조용히 할리드의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동안, 그 닫힌 문을 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 * *

할리드가 저택의 문을 닫고 나오지 않은 지 벌써 나흘째였다. 황제 펠티온은 흥미가 동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대체 무얼 한다기에 나와의 약속도 취소하고 소식이 없단 말인가.”

“그게….”

황제의 시종이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의 노예가 도망을 가려 했다는 소문이….”

소문이라기보단 황제가 궁금해할 것을 알아 왔다는 것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그는 그 말에 더 흥미가 동했다. 녹스 라이네리오가 도망이라. 썩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취급을 생각해 봤을 때 못 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할리드는 어릴 때부터 삐딱하게 자라서 행동도 꽤 거칠고 옛 사정 때문에 딱히 다정하지도 않으니까.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나갈 준비를 해라.”

“어디로 갈까요?”

“비아 공작의 저택으로.”

“알겠습니다.”

“조용히 준비해.”

황제가 가지 못할 곳은 없었다. 그건 문을 닫은 공작의 저택이라도 마찬가지였다. 황제의 시종들은 최소한의 채비를 마치고 공작저로 갈 준비를 했다. 황제의 명령이었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준비해야 했다. 최소한으로 조용히.

그렇게 펠티온은 황제의 마차가 아닌 시종의 마차를 타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황궁을 나오고 얼마 후, 비아 공작 저택의 정문 앞에 섰다. 황제는 서둘러 나오는 저택의 하인들을 보며 웃었다.

“천천히들 하게.”

“폐, 폐하.”

“조용히, 소문 다 나겠네.”

“예에…. 그… 하지만 지금 공작님께서.”

“며칠째 처박혀 나오질 않는다기에 찾아와 봤네.”

“그, 그것이.”

“됐네. 내 알아서 찾아가 볼 생각이니.”

“하, 하지만.”

집사는 그를 감히 막아서지 못한 채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황제의 시종들이 그를 떼어 놓았다. 황제는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할리드의 방이 있을 최상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 층에 닿았을 때, 저 멀리서부터 작게 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흐아…! 아아…!”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는 분명 사내의 신음이었다. 펠티온은 절로 지어지는 웃음을 갈무리하며 방으로 걸었다. 방에 가까워질수록 신음은 짙어져만 갔다. 거의 울음에 가까웠다. 펠티온은 할리드의 방으로 다가가 노크하는 대신 문부터 열었다. 그리고 뒤늦게 똑똑,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날세.”

방에선 짙은 정사의 향이 났다. 황제는 웃으며 문을 닫고 문가에 기대섰다. 활짝 벌어진 두 다리와 그 사이를 가린 친우의 등이 보였다.

“노예가 도망을 가려 했다지…. 그 뒤 며칠을 보이질 않아 찾아왔는데.”

황제가 손으로 미소 지어진 입가를 가볍게 가렸다.

“이런 상황일 줄이야.”

“폐하.”

“그래, 꽤 화가 많이 났겠어.”

펠티온은 그대로 침대 가까이로 다가섰다. 녹스의 두 손은 결박당해 위로 묶여 있었고 다리는 활짝 벌어져 있었다. 허벅지 아래를 묶어 침대 위쪽 기둥과 연결해 다리를 모으고 싶어도 모으지 못하게 만들어 둔 것 같았다. 눈은 가려져 있었고 입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집요하게 벌을 주기 위해 해 놓은 꼴 같았다. 할리드는 펠티온을 보며 물었다.

“무언가 급한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 그냥. 무슨 꼴일지 궁금해서.”

그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 옆 테이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하던 거 계속하게. 구경을 좀 하고 싶으니.”

“…취미하고는.”

“지금 자네의 노예 꼴을 보면 내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펠티온이 미소 짓자 할리드는 콧방귀를 낀 채 다시 녹스의 몸을 쓰다듬었다. 녹스의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볍게 튀어 올랐다. 나흘 밤낮을 거의 쉬지 않고 했다. 그의 온몸에 분노를 쏟아부었다. 녹스는 사흘간 쑤셔진 구멍을 조이며 신음했다.

“흐으으….”

할리드는 잠시 멈추었던 허리를 툭 쳐올렸다. 그러자 녹스의 발이 파득 떨리며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몇 번이고 쑤셔지고 안에 싸 놓아 구멍은 낙낙하게 풀려 있었지만, 황제의 말대로 길이 잘 나지 않아 매번 꽉 빨 듯 조여 댔다. 할리드는 허리를 설렁설렁 움직이며 다시 안을 쑤셔 대기 시작했다.

“아, 아. 흐아…!”

그리고 천천히 이어지던 허리 짓은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녹스의 신음도 더 빠르게 가빠졌다. 재갈을 문 터라 신음을 삼키지도 못하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할리드는 그의 아랫배를 꾹 누른 채로 안으로 마음껏 좆질을 해 댔다.

녹스가 버둥거리며 괴롭다는 듯 허리를 뒤틀었지만 온몸을 꽉 묶은 줄 탓에 도망가지도 못한 채 제 안을 괴롭히는 자지를 고스란히 받아 내고 있어야 했다.

“하으으…! 흐윽, 아-!”

퍽, 퍽, 퍽, 찌걱. 쯔윽.

정액으로 절어 버린 내벽이 좆대에 들러붙어 쭙쭙 빠는 게 느껴졌다. 펠티온은 그 모습을 다리를 꼰 채로 보다가 금세 자신의 것이 발기하는 것을 느꼈다. 대단한 치태였고 대단한 광경이었다. 녹빛이 도는 검은 머리카락은 땀에 절어 있었으며 아랫도리는 온통 정액투성이라. 펠티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녹스의 재갈을 풀었다.

“자못-, 잘못, 했 히윽! 아아, 했, 습니다…!”

“또 그 소리군.”

할리드가 듣기 싫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콱 들이박았다. 녹스가 비명처럼 신음을 내지르며 빌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제발, 잘못했어요. 온몸이 발발 떨릴 정도로 한 상태였다. 구멍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고 온 피부엔 피딱지가 붙은 잇자국이 가득했다. 펠티온은 웃으며 땀으로 젖은 녹스의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넘겨 주었다.

“그러게, 왜 도망갈 생각을 해서는. 응?”

“다시, 다신, 안 그럴…!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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