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하지만 딱 달라붙은 두 남자를 떼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녹스는 구멍을 내어 준 채 쩍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두 좆대가 제 아랫구멍을 쑤셔 대는 걸 견뎌 낼 수밖에 없었다.
찌극, 찌극, 철퍽, 처덕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그의 구멍에서 났다. 녹스는 눈이 뒤집힐 것 같아 어떻게든 입술을 깨물었지만 잘되지 않았다. 형편없는 신음만 쏟아졌다. 배 속이 너무나 아팠고 머리는 좋아서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아, 아, 아파. 기분 좋아. 아파. 기분 좋아. 아파. 죽어 버릴 것 같아.
“녹스.”
그때 누군가 자신을 불러왔다. 녹스는 어떻게든 눈을 제대로 뜨려 노력했다.
“좋아?”
“아….”
녹스는 겨우 음성을 짜냈다. 그리고 자신에겐 답이 하나뿐임을 알아 말했다.
“좋, 아…!”
“자지가?”
“자지, 좋, 아…! 아아, 아흐흑! 아악!”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래에서 위로 처박던 두 개의 좆대가 미친 듯이 좆질을 해 대기 시작했다. 녹스는 말 그대로 비명을 내지르며 그 둘 사이 틈에서 바르작거렸다. 한계치로 벌어질 만큼 벌어진 구멍에선 싸질러진 정액들이 뚝뚝 흘러내렸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내지 못하는 녹스는 마른 절정에 계속해서 몸을 경련했다.
그리고 그것에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않은 두 남자는 자신의 좆대를 더욱더 그 안에 밀어 넣다가.
“하…!”
가장 깊은 곳에서 동시에 파정을 맞았다. 허억, 헉. 두 남자의 숨소리와 한 명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녹스는 둘 사이에 끼어 축 늘어진 채 다 쉬어 버린 목소리로 색색 숨을 겨우 내쉬고 있었다.
“녹스.”
“…….”
“잠시 맛이 간 것 같은데 잠시 쉬는 건 어떻겠는가?”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펠티온이 녹스의 몸을 안아 정액투성이의 침대에 눕혔다. 녹스는 기절을 한 건지 아닌 건지 모를 반쯤 뜬 눈으로 가맣게 가라앉은 눈을 하고 있었다. 숨은 색색 잘 내쉬기는 하는데 영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황제가 그런 그를 관찰할 때쯤, 할리드는 녹스의 허벅지를 벌려 보며 잔뜩 헤벌어져 잘 닫히지도 못하는 구멍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렇게 데리고 놀다간 금방 고장 나겠군요.”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야. 그러니까, 좀 아껴 쓰란 말이다.”
그 말에 할리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소모품이니까. 할리드, 그 사실 잊지 말고.”
그 말에 할리드가 얼굴을 더욱 구겼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 아껴 줘. 적당히.”
“생각해 보도록 하죠.”
* * *
그 뒤 녹스는 할리드의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지도 못 하고 옷 한 장 걸치지도 못한 채 할리드의 방 침대에서 오로지 그만을 기다리는 일상.
녹스는 까맣게 가라앉은 눈으로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그렇게 며칠을 지냈다. 그저 해가 뜨는 것만으로 낮이구나 혹은 밤이구나를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녹스는 침대에 구겨져 누운 채 오로지 숨만을 내뱉은 며칠을 보냈다.
할리드는 이제 자신의 행선지를 녹스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저 섹스를 하다 기절한 뒤 눈을 떠보면 어느샌가 그는 사라져 있었고 억지로 잠을 청하다 다리를 벌리는 손길에 퍼득, 눈을 뜨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녹스 눈 떴으면 다리 벌려.”
녹스는 순순히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그에게 박힐 때마다 용서를 빌었다.
“주인, 님, 잘못…! 히윽, 잘못 했…! 아으-!”
하지만 할리드는 그런 녹스의 애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저 냉한 그 푸른 눈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녹스는 그럴 때마다 숨이 막혔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도망치려 했다고 스스로 믿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내가 도망치려 해서.
“죄송, 죄송 합, 니, 으응…! 힉!”
할리드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쑤셔 대 이제 부드럽게 벌어지는 구멍에 제 좆을 빠르게 처박는 것을 좋아했다. 녹스는 턱턱 올라가는 자신의 몸을 감당하지 못한 채 그가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울며 빌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날들이 얼마나 지났을까. 할리드 외에는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것은 예전과 같았으나 그 할리드마저 저와 제대로 대화해 주지 않으니 언어를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녹스는 오늘도 침대에 구겨져 누워 색색거리며 숨만 내쉬고 있었다. 눈이 떠졌지만 어둠 속에선 완전히 검을 뿐이었다.
“녹스?”
그런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던 녹스가 목소리에 반응했다. 아, 설마.
녹스는 시트를 몸에 감고 천천히 일어나 문가로 향했다. 문을 열 수는 없었지만 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응답할 수는 있었다.
“…에나?”
“아, 녹스 무사했구나. 요 며칠 안 보여서 너무 놀랐어요.”
녹스는 다 쉬어 버린 목소리를 정돈하려 애썼다. 문이 특별히 잠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렇게까지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진 않았다.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어서 돌아가십시오.”
“하지만, 녹스. 공작님께서 오실 때까지 계속 혼자 있는 거잖아요.”
“…….”
“외롭지 않아요?”
녹스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외롭냐는 단어가 너무나 낯설어서. 괜찮다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녹스는 천천히 바닥으로 웅크렸다.
“……조금.”
“나, 나 오늘 할 일 다 했어요. 여기에 잠깐만 있는 건 괜찮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에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짧은 웃음소리는 척 들어도 억지로 낸 소리였다. 목이 눌린 듯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녹스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도 그냥 가라고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무어라도 좋으니 온기가 필요했다. 자신을 탐하려 드는 뜨거운 것 말고, 미적지근하게. 동정이라도 좋으니 저를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했다.
아이는 무슨 생각에선지 할리드와 관련된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젠 녹스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 버린 걸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녹스는 아이에게 더 고마웠다.
“어제는 오빠가 괜찮은 고기를 사 온 거 있죠? 가게 문 닫기 직전에 싸게 샀다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엄청 바보 같았어요.”
“…그렇습니까.”
“예, 어차피 요리는 조금도 할 줄 몰라서 나한테 시킬 거면서 어찌나 으스대는지 너무 꼴 보기 싫었어요. 그래서 오빠 고기에 후추를 잔뜩 뿌렸죠.”
“……으음.”
일상적인 이야기를 재잘재잘 이어 가는 아이의 목소리에는 미적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게 한 줌의 동정일지라도 녹스는 그게 필요했다. 녹스는 문에 기대어 아이가 이어 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툭하면 어디 가서 잘리더니 요즘은 좀 오래 다니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렇구나.”
“그렇지 않아도 엄마 약값이 더…. 아니다. 이런 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이제야 나잇값을 한다니까요? 그전에는 어찌나 쓸모가 없던지.”
“이런 이야기, 프랭크에게도 다 합니까?”
“제가 하는 이야기는 전부 오빠 얼굴 앞에서 다 한 이야기인걸요!”
“대단하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녹스는 설핏 웃었다. 웃고 싶었기에 웃었다기보단 이런 상황에선 웃어야 한다는 걸 알아 웃었다. 녹스의 숨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아이의 귀에 들렸는지 아이는 한결 편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우리 오빠는 정말 바보 같은걸요. 저번에 약초 심부름을 시켰더니 글쎄 전혀 다른 걸 사 왔지 뭐예요? 제가 바꾸러 가야 해서 일만 두 배로 생겼어요.”
“그건, 으음.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쵸? 우리 오빠는 나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어요. 좋은 여자라도 만나야 되는데 좋은 여자가 우리 오빠 같은 사람을 왜 만나겠어요?”
“…굉장히 냉정한 판단.”
“우리 오빠가 바보라고 해서 내가 바보인 건 아니라고요.”
에나는 의기양양한 투로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 갔다. 에나는 어떻게 해서든 녹스를 즐겁게 해 주고 싶은 건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제가 자주 찾아올게요. 심심할 거 아니에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정말 하루에 한 번씩 그를 찾아왔다. 녹스가 이 상황에서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에나의 정성 덕분이었다.
하루에 한 번씩, 꾸준히 자신을 찾아와 주는 어린 음성에 녹스는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에나는 녹스의 목소리가 점차 나아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조금씩 더 쾌활하게 웃곤 했다.
“아, 오늘은 이만 가 볼게요. 엄마가…. 아니지. 내일은 더 빨리 올게요.”
“너무 무리하진 마십시오.”
“에이, 무리 아니에요. 그럼 내일 봐요.”
아이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탁탁탁, 가벼운 발소리. 녹스는 그 발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그렇게 몇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누워 있으면 할리드가 돌아왔다. 느릿하게 침대 위로 올라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할리드가.
* * *
할리드는 황궁의 알현실에 앉아 있었다. 반대편 의자엔 황제인 펠티온이 앉아 있었고 그는 꽤 졸린 표정으로 하품을 쩍 했다. 할리드는 한숨을 내쉬며 입에 맞지는 않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진 차로 목을 축였다.
“그래, 요즘 녹스와는 잘 지내고 있나?”
“문제없습니다.”
“그래?”
펠티온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문제없다는 것은 아마 녹스가 고분고분하게 그의 말을 잘 따른다는 뜻일 테다.
펠티온은 손가락으로 제 뺨을 툭툭 건드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말이다. 할리드는 그저 입에 맞지 않는 차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퍽 웃겼다.
“일단.”
펠티온이 할리드의 주의를 끌었다.
“더 이상은 그 백작이 날뛰는 꼴을 볼 수 없으니 슬슬 때가 되지 않았나?”
“…동의하는 바입니다.”
늦은 답에 펠티온이 물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나?”
그러자 할리드가 곧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녹스를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왜, 네가 없는 사이 도망이라도 갈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