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버린 남자의 노예가 되었다-84화 (84/158)

제84화

평생을 노예로 살아온 두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 겉옷을 한 장 벗었다. 눈치가 여간 빠른 게 아니었다. 녹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사이 황제의 손이 녹스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폐하.”

“왜.”

“손대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널 내 침대에 끌어들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황제는 뻔뻔했다. 노예들은 침대 위에서 자신들의 몸을 맞붙이고 입을 맞췄다. 곧이어 삼켜지지 않은 타액들이 섞이며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녹스는 노골적인 그 소리에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곧 황제가 단호히 명령했다.

“똑바로 봐.”

녹스는 그 명령에 결국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서로의 몸을 애무하며 입맞춤을 이어 나갔다. 사락, 사라락. 옷들이 하나둘씩 벗겨지는 모양이 보는 사람의 시각을 자극했다. 황제는 녹스의 허벅지 안쪽, 즉 녹스의 성기가 있을 법한 부근을 슬슬 문지르며 자극을 주다가 이내 꾹 쥐어 잡았다.

흠칫.

녹스의 몸이 떨렸다. 황제는 그 반응에 만족스럽게 목울음을 냈다. 황제는 자신이 꾹 쥐었던 부분을 다시 살살 움직이며 녹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손을 빌려줄 수 있네.”

“…괜찮, 습니다.”

“고집은.”

황제는 침대 위의 두 노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들은 옷을 거의 다 풀어 벗어 던졌고 이내 바짝 선 성기 두 개를 맞비비며 신음을 흘려 냈다.

“으응, 하앗…!”

“아앗, 후….”

바짝 선 성기들은 색깔이 연해 부드러워 보였다. 황제는 머릿속으로 녹스의 성기를 떠올렸다. 휘어짐 없이 바짝 솟은 성기는 가볍게 핏줄이 비쳤고 한 손아귀에 가득 찰 만큼 부피감도 있었다. 모양은 누군가 잘 깎아 만든 듯하고 윗면을 문지르면 자지러졌었지. 황제는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녹스의 성기 모양에 입맛을 다셨다. 그것을 입에 넣고 빨면 녹스가 제 머리를 쥐며 고개를 저을 것 같았다.

‘아, 그 꼴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황제의 성기에 피가 몰렸다. 녹스는 엉덩이 아래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것을 피하려는 듯 엉덩이를 들썩였지만 그것은 도리어 황제의 좆을 문지르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황제가 짧게 침음을 흘리며 녹스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안아 제 쪽으로 바짝 붙였다.

“왜, 좆이 탐나나?”

“아, 아닙….”

“어여뻐서는 늘 마음에 들지 않는 말만 하지.”

황제는 실실 웃으며 그의 목덜미에 깊게 코를 묻었다. 옷깃이 그의 코에 닿았고 그는 그것이 거슬렸다. 그래서 입술을 묻은 채 그에게 명령했다.

“녹스, 셔츠 풀어.”

“하, 하지만….”

“끝까지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지금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게 자네에게 이로울걸. 지금 들어주면 이것으로 끝날 테지만…. 더 쌓이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거든. 그리고….”

황제가 눈매를 휘어 속삭였다.

“네 핏줄을 지켜야지.”

“…….”

그 말에 녹스가 흠칫 굳었다. 그리고 그의 명령대로 볼로 타이를 아래로 내리고 셔츠와 조끼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셔츠를 젖히자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황제는 만족스럽게 맨살에 입술과 콧대를 붙이고 숨을 잔뜩 들이마셨다. 그리고 입술을 벌려 피부 위를 쪽쪽 빨고 오물대며 자국을 남겼다, 녹스는 피부 위를 간질이다 이내 깨무는 감각에 몸을 흠칫 굳혔다. 허리가 바짝 세워진다. 황제는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척추 하나하나를 세 듯 쓰다듬다가 곧 물고 있던 피부를 놓고 다시 명령했다.

“침대를 보라니까.”

녹스가 다시금 침대로 시선을 옮겼다. 이미 엉켜 있을 대로 엉켜 있는 노예들이 보였다. 그들은 헐떡대며 자신들의 몸을 비비고 문지르며 쾌락을 좇아 움직였다. 그 본능적인 몸짓들이 녹스에게도 열감을 불러일으켰다. 펠티온은 바싹 붙어 있어 점점 높아지는 녹스의 체온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미소지으며 녹스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녹스.”

“…예.”

“녹스. 지금 기분이 어떻지?”

“…하, 하고 싶지 않, 않습니다.”

“그렇겠지. 주인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그러니까 녹스.”

황제가 실실 웃으며 녹스를 바라보았다. 녹스 엉덩이 아래 깔려 있는 것은 이미 윤곽이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단해진 상태였다. 황제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는 양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입만 벌리고 있어. 그럼 더 이상 요구하지 않지.”

녹스는 결국 황제의 명령에 따라 입술을 작게 벌렸다. 그리고 그 작게 벌려진 입술을 순식간에 황제가 덮어 물었다. 혀가 입 안에 꽉 찰 때까지 밀려들어 온다. 녹스가 입술을 더 벌리고 숨을 몰아 내쉬었다. 황제는 그 숨마저 모조리 삼켜 버리고 제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녹스라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침대 위의 노예들은 이제 한 명이 다리를 벌리고 남은 한 명이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아 성기를 밀부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흐으응…!”

“아앗, 흐…!”

“아앙, 앗! 하아…!”

찔걱, 찔걱. 허리를 움직이는 그 소리가 제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리고 녹스가 아양 섞인 신음을 흘리며 제게 다리를 벌리고 있다고 그려 보았다. 녹스는 저리 천박스러운 신음을 내지 않지만 그가 어느 날 그리 한다면 저는 눈이 뒤집혀 달려들겠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제게 입을 벌리고 혀를 내어 주고 있는 녹스를 테이블에 엎어 다리를 벌려 내고 싶었다. 하지만 황제는 그러지 않았다. 약속이 있기도 하고.

‘그가 나를 직접 원하는 꼴이 보고 싶기도 하고.’

미약을 먹이면야 볼 수 있겠지. 하지만 펠티온은 어느샌가 녹스 스스로가 자신을 바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녹스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남노들을 사용해서, 행여 그것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협박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고 싶지만 만약 안 된다면 사용할 수도 있겠지. 그것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다를 것이다. 변덕이라고 볼 수도 있고. 황제는 제가 당겨 넘어온 녹스의 혀를 쪽쪽 빨았다. 녹스는 혀뿌리가 뽑힐 것 같은 감각에 어깨를 잘게 떨었다.

황제의 손이 녹스의 어깨를 찬찬히 쓸어내렸다. 녹스의 턱은 삼키지 못한 타액으로 얼룩졌고 황제는 곧 입술을 떼어 내고 그 타액을 핥아 삼켰다. 그리고 눈을 맞추고 싱긋 웃는다.

“저들이 끝날 때까지 입 다물 생각하지 마.”

“……예.”

“자, 다시 입 벌려.”

녹스는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다시 열었고 황제는 침략자처럼 그의 입 안을 침범했다. 젖은 두 개의 소리가 맞물려 방 안을 울렸다. 녹스는 턱이 아릴 정도로 혀를 물리고 빨리다 노예들의 정사가 싱겁게 끝났을 때 즈음 황제의 무릎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가 빨아 놓은 아랫입술이 지독하게도 붉게 부어 있었다.

* * *

그렇게 기사단과 노예들의 궁전까지 돌아보자 늦은 밤이 되어 있었다. 녹스는 얼얼할 때까지 빨린 입술과 혀뿌리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졌다고 느꼈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혀의 위치가 신경 쓰일 정도로.

황제는 자신의 궁으로 돌아와 침소에 들었고 녹스도 일단 옆에 딸린 임시 방으로 돌아왔다. 방은 황실의 궁인들과 별다를 바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갈아입을 옷은 옷장 안에 있었고 침대와 테이블이 방 한편에 비치되어 있었으며 커다란 창문도 나 있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 녹스의 방문을 노크했다. 녹스가 문을 열자 그곳엔 황제의 시종이 서 있었다. 시종은 녹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네가 할 일은 3시간마다 황제 폐하의 침실 창문을 점검하는 일이다.”

“침실 창문을 말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시종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녹스가 이유를 묻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녹스는 더 할 말이 있냐는 듯 그를 올려다보았고 시종은 곧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곳에서 쓸데없는 호기심은 화를 부르니 이런 태도가 옳기는 했다.

“그 외 폐하께서 명령하시는 게 있다면 따르면 된다.”

“…들어드리기 곤란한 부탁이라면.”

“황제 폐하의 명령에 네 곤란 따윈 없다.”

“그렇군요.”

그 말은 노골적으로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녹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종은 곧 몸을 돌려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녹스는 조용히 문을 닫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밤 11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방금 황제가 목욕을 위해 욕실로 들어간 듯하니 지금 창문 점검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 조용히 황제의 방으로 들어섰다.

욕실에선 물소리가 났다. 녹스는 황제의 방에 있는 십수 개의 창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알 것 같았다.

‘현 황제는 황후에게 살해당한 황비의 소생이었지.’

그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볼 법한 흔해 빠진 얘기였다. 황후가 황비를 살해할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그걸 막을 사람은 없었다. 황비의 아들조차도. 그의 어미는 그런 살얼음판 위에서 반평생을 살다 생을 마감했고 펠티온 또한 수많은 암살 시도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자꾸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도, 세 시간마다 창문을 점검하라는 강박적인 명령도 전부 그것에 기인한 것이 분명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