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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남자의 노예가 되었다-147화 (147/158)

제147화

덜컥, 녹스의 몸이 움직였다.

녹스는 아직 눈앞이 어지러웠다. 천장이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래를 헤집는 감각만큼은 너무나도 선연해 바르작거리며 두 다리로 그를 밀어냈다.

펠티온은 그런 그의 행동이 못마땅스러운지 잡고 있던 팔을 당겨 제게 몸을 더 바짝당겼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 세 개가 녹스의 안쪽, 그가 견디지 못하는 곳을 꽉 눌렀다.

“흐윽…!”

녹스가 이를 악물며 젖힌 턱 줄기로 힘줄이 섰다. 그를 밀어내던 두 다리가 발발 떨렸다.

녹스는 헐떡이며 몸을 채운 알 수 없는 열감에 혼란스러워했다. 제대로 시야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쾌감은 녹스를 계속해서 흔들어 댔다.

허윽, 숨을 잘못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펠티온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제대로 숨 쉬라는 듯 젖혀진 목울대 위로 입을 맞췄다. 하지만 아래쪽을 집요하게 쑤셔 올리는 손짓은 멈추지 않은 탓에 녹스는 형편없이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

두 팔을 펠티온의 한 손에 잡힌 채 아래로는 그의 손가락을 삼키고 있는 이 기분은 유쾌하지 않음이 분명했으나 녹스에게 지금 그런 건 중요한 것이 되지 못했다.

발산되지 못한 열이 아랫배 가득 고여 있었다. 성기 끝에선 맑은 액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이, 이게….”

“쉬, 괜찮아. 가만히 있어.”

녹스가 겨우 눈을 제대로 뜨고 입을 벌렸다. 펠티온은 그 입술 위로 제 입술을 맞추곤 미소 지었다. 그리고 세 개나 넣고 있던 손가락을 빼내었다.

쯔극, 젖은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는 감각에 녹스는 허리를 떨었다. 꽉 차 있던 것이 나가자 자연스럽게 뒷구멍이 꽉 다물렸다. 허전함이 아랫구멍을 간질여 댔다.

녹스는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르는 방이었다. 하지만 창문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곤 여기가 어딘지 단번에 알아챘다. 이곳이 바로 그가 만든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그 지하 방이라는 걸.

“아, 싫…!”

그리고 제 위에 누가 올라앉아 있는지 뒤늦게 인식이 되었다. 녹스는 자신의 옷이 다 벗겨져 있는 것과 그에게 이미 다리를 벌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선 숨이 콱 막히는 걸 느꼈다.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손목을 비틀었다. 하지만 약 기운 탓인지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 젓자 핑하니 눈앞이 돌았다.

“알았어. 보채지 말고.”

펠티온은 아직도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녹스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이내 안을 쑤시던 손으로 녹스의 허벅지 뒤쪽을 잡아 올렸다. 부피감 있는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젖은 구멍에 닿았다. 그 압박감에 녹스가 눈을 크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 싫습, 폐하. 싫…!”

녹스가 순간 이를 악물었다. 천천히 귀두부터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고개를 내렸던 것도 잠시, 다시 시트에 뒤통수를 비볐다.

“아, 흐아, 악…!”

아랫배가 시큰거렸다. 녹스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느껴지는 것은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열감이 온몸을 맴돌며 억지로 몸을 가르고 들어오는 성기를 반기고 있었다. 아, 아니야. 녹스가 허리를 뒤틀었다. 물론 그래 봤자 안을 꾹 조이며 들어오는 성기를 씹어 대는 모습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하…. 자네….”

펠티온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에스테리온 론더와 자지 않았나 보지?”

다른 남자를 주기적으로 받은 사람의 뒤가 이렇게 조일 리가 없었다. 펠티온은 허리를 더 깊게 들이밀며 녹스의 턱 아래에 입술을 묻었다. 녹스가 바르작거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허억, 헉. 숨이 자꾸만 엉켰다.

머리가 어지럽다. 몸속에 고인 열 때문에 바짝 세운 성기가 진한 액체를 주욱 뱉어 냈다. 녹스는 순간 도망가고 싶었다. 차라리 고통만 느껴졌다면 이리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깊게 치고 들어오는 성기에 제 것이 반응하고 있었다. 척추를 따라 올라오는 쾌감을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안 돼. 녹스가 그렇게 숨도 쉬지 못한 채 현실을 부정하고 있을 때, 황제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속삭였다.

“씹, 다 넣으, 려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그냥 잠깐 참자?”

올라가는 입꼬리가 불안했다. 녹스가 다시 한번 싫다는 말을 내놓기도 전에 퍽, 소리가 나게 허리가 둔부에 부딪혀 왔다.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가장 안쪽까지 억지로 파고든 성기가 굽은 곳을 꾹 눌렀고 그와 동시에 귀두를 바짝 조이는 그 감각에 펠티온은 짧게 숨을 들이켜다 후, 호흡을 뱉어 냈다.

“후우, 녹스?”

그가 미소를 지우지 못한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녹스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꺽꺽대고 있었다. 눈이 반쯤 뒤집혀 타액도 삼키지 못한 채 헐떡이는 모습은 그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천천히 움직일 테니까.”

녹스가 발버둥 쳤다. 펠티온은 그것을 내리눌렀다. 억지로 들이닥치는 쾌감, 시선을 돌려 위를 올려다보자 그림자가 져 검게 보이는 그의 얼굴이 눈에 가득 찼다.

그의 눈동자가 흉흉하게 녹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녹스는 몇 번이고 벗어나고 싶다는 듯 바르작거렸지만 억지로 열을 내는 몸과 자신을 꽉 누르고 있는 그의 몸 그리고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발 탓에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펠티온이 천천히 허리를 뺐다. 전에 약속했던 대로 한다고 해야 할지. 녹스가 다급히 도리질을 쳤다.

“하, 하지, 하지 마십…!”

퍽 소리가 났다. 천천히 빼냈지만 한 번에 콱 들이박는 행동에 녹스가 허리를 뒤틀었다. 헐떡이지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벌벌 떠는 몸만이 그의 아래에 있었다. 녹스의 성기가 끝내 탁액을 뱉어 냈다. 억지로 달한 절정은 그의 정신을 한계로 몰아붙였다.

“왜, 몸은 솔직한 것 같은데.”

“아, 아아….”

녹스의 두 검은 눈에서 절망과 고통이 비쳤다. 펠티온은 녹스의 눈에 비친 감정을 강제로 바꾸기 위해 허리를 움직였다. 쾌락이란 이름의 폭력으로.

“싫, 아…! 아윽! 흐으…!”

찌걱거리는 소리와 살갗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녹스의 비명은 점점 높아졌지만 깊은 지하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를 억지로 범하고 있는 펠티온과 묶인 채 강제로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할리드 외에는 그 누구도.

“펠티온…!”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할리드가 으르렁거리며 그를 잡아 찢을 듯 불렀다. 사슬에 얽힌 팔을 몇 번이고 억지로 빼려 해서 그의 살갗은 이리저리 쓸려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었다. 녹스처럼, 할리드, 그도. 할리드의 눈에 서서히 절망이 차올랐다.

“그만, 하지 마. 펠티온!”

언제까지 그에게 흉터를 남길 작정이야. 할리드의 두 눈이 충혈되었다. 붉은 핏줄이 터져 흰 눈알이 붉게 물들어 갔다.

찌걱, 찌걱, 퍽. 쯔읍. 젖은 피부끼리 붙었다 떨어지고, 좁은 구멍을 억지로 쑤신 성기가 안쪽으로 쑥 들어갔다가 천천히 내벽을 긁고 나오기를 반복했다. 녹스의 신음은 강제적인 쾌감에 절어 있었고 그의 두 눈에선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 눈 안에 가득 고인 눈물과 함께 악물어 짓이겨진 입술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펠티온은 절망과 쾌감이 섞여 드는 녹스의 눈을 허리 숙여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녹스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자 펠티온이 그의 턱을 붙잡고 명령했다.

“눈 떠.”

“……흐윽, 헉.”

“보기 좋으니까 눈 감지 말라고.”

허리를 꾹 눌러 가장 안쪽을 후비듯 움직였다. 녹스가 그의 어깨를 붙들고 손톱을 세워 긁었다. 저도 모르게 자지러지고 말았다. 녹스는 이 몸뚱이가 싫었다. 아니, 이 모든 것이 싫었다.

그만, 그만.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몇 번이고 그렇게 소리친 것 같으나 찌릿하고 올라오는 쾌감은 그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녹스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시트를 쥐었다. 녹스가 바둥거리며 발꿈치로 시트를 밀어내면 펠티온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잠시간 기다려 주었다. 그게 또 싫어 녹스는 몸을 어떻게든 물렸다. 그러자 펠티온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침대 위에서 하는 술래잡기는 그다지 즐기질 않아.”

그의 발목을 콱 붙들어 다시 단번에 끌어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안쪽으로 제 것을 욱여넣고 콱 찔러 박았다. 녹스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타 버릴 정도로 올라온 쾌감에 눈앞이 하얘졌다.

그것이 너무나도 저주스러웠다.

녹스는 울고 또 울며 끅끅거렸다. 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이러고 싶지 않다. 아, 그만, 하지 마. 머릿속엔 애원이 가득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낼 틈이 없었다.

펠티온은 느긋하게, 박힌 성기를 안으로 꾹 밀어 넣은 채 허리를 가볍게 치댔다. 허리를 치댈 때마다 녹스가 파드득 떠는 게 느껴졌다. 약효 때문에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녹스는 새카맣게 뜬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난.”

펠티온이 그의 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네 악몽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어.”

검은 시선이 그를 따랐다. 절망, 증오, 살의와 강제적인 쾌감, 흐리멍덩하게 모든 것이 섞인 녹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펠티온은 그것이 기꺼워서 웃었다.

녹스는 자신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그의 손에 놀아난다는 자괴감이 떠나질 않았다.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도 믿질 말았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학대적인 생각만이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것을 부추기듯 펠티온의 허리 짓이 그를 짓뭉갰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펠티온은 한없이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흐악, 아…! 그마, 안…!”

녹스는 그의 미소가 증오스러웠다.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머리가 점점 뒤죽박죽 뒤엉켰다.

녹스는 결국 그만하라는 애원 대신 다른 것을 내뱉었다. 달싹이는 입술을 읽은 펠티온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글쎄.”

이럴 바엔 차라리.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차라리 날 죽여 줘.

녹스의 애원은 결국 그의 아가리에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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