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히끅…! 아흑! 아아…!”
찔꺽거리며 몸을 치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녹스는 그때마다 비명처럼 신음하며 허리를 떨었다.
펠티온이 억지로 녹스의 허리를 잡아 세웠다. 엎드린 녹스는 무릎을 꿇고 엉덩이만 치켜든 자세로 펠티온에게 끊임없이 범해졌다. 우욱, 억지로 파고드는 감각에 헛구역질이 절로 났다. 힘이 빠져 자꾸만 내려가는 하반신을 펠티온이 억지로 쥐어 올렸다. 골반 부근이 뻐근하게 아파 왔다.
녹스는 어떻게든 도망가려 시트를 잡고 늘어졌지만 쥐는 게 고작이었다.
상체를 들 힘조차 없었다. 팔다리 역시 저릿하여 반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녹스의 두 뺨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고, 입가엔 몇 줄기의 피가 흘러 있었다.
할리드의 목은 쉬지 않고 욕설을 내뱉다 쉬어 버렸으며 녹스는 펠티온이 몇 번이고 그의 깊숙한 곳에 성기를 처박아 넣고 정액을 싸지르는 바람에 아랫배가 무거웠다.
아, 아아. 아. 이제 지쳐 입술도 짓씹지 못하는 잇새 사이로 신음이 연달아 새어 나왔다. 녹스는 너무나도 많이 절정에 달해 눈앞이 희미했다.
끅, 흐윽. 녹스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헐떡여도 펠티온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아니, 일부러 그를 몰아붙였다. 그의 가장 안쪽에 다시는 아물지 못할 것을 새겨 넣고 싶었으니까.
펠티온은 제대로 몸도 세우지 못하는 녹스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돌려 할리드를 바라보았다. 할리드의 시선은 그와 녹스가 몸을 섞는 침대에 못 박힌 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뻘겋게 물든 눈알이 보였다. 펠티온은 그 얼굴에 설핏 웃었다. 마치 녹스에게 선택이라도 받은 듯 손을 뻗었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런 그의 앞에서 녹스를 안고 있다는 사실은 기괴한 우월감을 불러일으켰다.
주륵.
할리드의 입술 아래로 한 줄기의 핏물이 흘렀다. 입술을 얼마나 씹어 댔는지 아랫입술이 너덜거렸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황제를 죽일 듯 바라보고 있었다.
펠티온은 녹스의 골반을 받치고 있던 손을 놓고 팔을 뻗어 그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뒤로 젖혔다. 흐리멍덩한 검은 눈이 보였다. 약과 충격에 절어 있는 눈은 탁하기 그지없었다. 펠티온은 이를 악물고 웃었다. 어차피 전부 다 가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강제로 그를 취하기로 마음먹은 후, 욕심은 다 버렸다. 오직 몸뿐일지라도 그게 무엇이든 그의 일부분이 제 것이 되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펠티온은 녹스에게 속삭였다.
“녹스, 그렇게 찾던 할리드를 봐야지.”
“펠, 티온…!”
할리드가 짓씹는 소리를 내자 펠티온은 유쾌하지 않음에도 미소를 유지했다. 녹스가 헐떡이며 질끈 눈을 감았다. 황제는 녹스의 턱을 받친 채로 허리를 뒤로 주욱 빼었다가 콱 들이박았다. 컥, 숨이 막힌다는 듯 숨이 목에 걸리는 소리가 났다.
펠티온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 이내 헤벌어진 입술에 입을 맞췄다. 억지로 좆을 밀어 넣은 것처럼 혀를 밀어 넣고 그의 입 안을 마음껏 유린했다. 그러다 으득, 작은 소리와 함께 통증이 올라왔다.
“…녹스 라이네리오.”
“흐….”
녹스는 펠티온의 혀를 깨물어 넘어온 피에 숨소리를 냈다. 펠티온은 어쩐지 그것이 비웃음으로 느껴져서 이를 악문 채 그의 뒷머리채를 잡아 침대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리고 천천히 들락거리던 좆을 안에 콱 처박고 그가 제 인형이라도 되는 양 멋대로 쥐어흔들기 시작했다.
“아흑, 악! 아으으…! 힉!”
갈라진 목소리가 비명처럼 공기와 엉켜 들었다. 히끅, 끅. 그러다 곧 파드득 떨어 댔다. 다시 한번 강제적인 절정에 다다른 녹스는 짐승처럼 길게 울었다. 펠티온은 그것에 더러운 만족감이 아랫배를 채우는 걸 느꼈다.
녹스는 하얗게 번지는 시야에 결국 눈을 감았다. 축 늘어지는 몸에 펠티온은 그 안에 제 것을 꽉 눌러놓고 절정에 닿았다. 안에 제 것을 전부 싸지른 그가 허억, 숨을 내쉬며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얼마나 많은 양을 싸지른 건지 구멍 밖으로 왈칵 넘쳐흐른 정액에는 거품이 가득했다. 펠티온은 다시 정신을 잃은 듯한 녹스를 내려다보며 헛웃음을 쳤다. 결국 끝까지 거부할 것이 맞았으니 자신은 옳은 선택을 한 것이다.
펠티온은 잔인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하 방 한편에 준비되어 있던 자신의 가운을 걸쳤다.
터벅터벅, 그가 방 밖으로 나가려 하자 다 쉰 목소리의 할리드가 말했다.
“뒷일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펠티온이 잠시 멈추어 섰다.
“내가 무얼 두려워해야 하지?”
황제가 실실 웃었다.
“녹스 라이네리오는 어차피 못 죽어. 피붙이가 하나 남아 있거든.”
“……이런 짓을 하고도.”
“어차피 이건 공식적으론 없는 일이 될 텐데.”
펠티온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할리드는 식은땀에 잔뜩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를 노려보았다. 펠티온은 그 푸른 눈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켰다.
“그게 녹스 라이네리오에게도 좋지 않겠나.”
“…….”
“녹스는 똑똑하니까. 아마 잘 알 거야.”
펠티온이 그렇게 말하며 지하 방을 벗어났다. 방 밖에서 기다리던 궁인들이 다급히 그를 따랐다. 차가운 지하 방 안엔 기절한 녹스와 사슬에 묶인 할리드만이 남았다.
할리드는 헐떡이는 제 숨을 느꼈다. 양팔은 핏물로 젖어 있었고 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엉망이었다. 할리드가 다 갈라져 쉬어 버린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녹스….”
온몸이 벌벌 떨렸다. 정신을 차린 그가 어떤 눈을 할지 차마 알 수가 없어서.
“도련님. 제가….”
제가 당신을 지키지 못했어요. 도련님. 녹스. 할리드가 숨을 제대로 내뱉지 못한 채 헐떡였다. 기척은 없었다.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을 꺼낸 걸 보면 황제가 녹스와 자신을 이곳에 영원히 가두려는 건 아닐 테다.
할리드는 입 안이 바싹 말라 침도 삼켜지지 않았지만 입술을 몇 번이고 달싹였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했다. 이곳에 오고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루가 흐르진 않았으리라.
뚜벅, 뚜벅.
그때 누군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이었다. 그들은 궁인의 옷을 입고 있었다. 뭔가를 하려는 건가. 할리드가 고개를 들어 단박에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손수건을 꺼내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적셨다.
“폐하께서 최대한 빨리 정리하라고 하셨으니….”
손수건이 곧 코와 입을 덮었다. 사슬에 묶인 할리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뒤트는 것뿐이었다.
덜컹! 큰 소리가 나며 고정되어 있던 의자가 움직였다. 미간을 찡그린 궁인들이 그의 몸을 붙잡았다. 할리드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정신을 잃을 수는 없었다.
약에 취하지 않기 위해 고개를 휙 틀었다. 손수건을 쥔 궁인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코와 입을 막은 손수건을 더 세게 눌렀다.
반항이 무색하게도 얼마 가지 않아 툭, 할리드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약물에 정신을 잃은 할리드를 확인한 궁인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런 일도 없던 것처럼 만들어야 하니까.
* * *
덜컹, 덜컹.
할리드는 느리게 눈을 떴다. 시야가 달라졌음을 확인하고는 퍼뜩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마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윽, 그는 짧은 침음을 내며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이곳은 마차 안이었다.
그것도 비아 가문의 마차 안이었다. 할리드는 고개를 휙 돌려 마부를 확인했다. 마부 역시, 자신의 마부가 맞았다.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몸은 깨끗이 씻겨져 있었고 옷도 새것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상처는 치유하지 않았는지 팔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지금 할리드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마차, 마차를 돌려라!”
마차 안엔 그 혼자였다. 황궁에서 자신을 돌려보냈다. 그렇다면 녹스 라이네리오는? 녹스는! 할리드가 다급히 말하자 마부가 방향을 돌렸다.
마차는 어렵지 않게 라이네리오의 저택에 닿았다. 그 앞으로 마침 저택에 도착한 듯한 라이네리오의 마차가 보였다.
할리드가 다급히 마차에서 내려 라이네리오 가문의 마차로 뛰었다. 마차의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비아 공작님,”
그 안에서 녹스를 안아 든 에스테리온 론더가 내리는 게 보였다. 그의 눈엔 짙은 분노가 깔려 있었다. 녹스는 마차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여전히 축 늘어진 채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묻지 않겠습니다.”
“…….”
“그러니 그냥 돌아가 주십시오.”
그의 말에 할리드가 답했다.
“안 돼.”
“…….”
“용서를, 용서를 빌어야 해.”
할리드의 창백한 얼굴, 크게 벌어진 눈꺼풀. 빛을 잃고 조여든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무슨 용서를.”
“지키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내가….”
내가 그를, 제대로 지켜 내지 못했어.
그의 쉰 목소리가 처참하게 갈라졌다. 에스테리온 론더는 미간을 찡그렸다. 녹스는 깨끗하게 씻겨졌는지 가벼운 비누 냄새가 풍겼고 옷은 입고 간 옷이 아닌 누군가의 새 옷이었다. 하지만 희미하게 몸에서 피 냄새가 났다. 그리고 드러난 목덜미엔 짐승이 문 것 같은 자국이 가득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에스테리온은 녹스를 안아 든 채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뒷모습을 보며 할리드는 멍청히 서 있었다. 지키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자신 따위가 녹스에게 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는 머리가 텅 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녹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모든 건 네 방심이 아닌 내 어리석음이 불러온 것이라며 빌어야 했다. 할리드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다시 눈 뜬 녹스 라이네리오를 홀로 둬선 안 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