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끔찍할 만큼 심장이 뛰면서 온몸의 근육이 부들거렸다. 무엇보다 계속 이어지는 키스에 숨이 막혔다.
린델은 카시어스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나서야 다급히 숨을 들이쉬었다. 귀에는 이명이 울렸고, 열기 때문에 어지러웠고, 눈물이 번져 시야가 흐릿했다. 쿵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야한 얼굴이야.”
부드러운 입술이 눈가에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린델은 카시어스를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장렬하도록 아름다웠다. 당신께서도 예쁘다고 하려고 입술을 달싹거리는데 카시어스의 손이 배를 길게 쓸어내리는 바람에 헛숨을 삼켜야 했다.
그러고는 바지춤을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바지와 속옷, 그리고 양말까지 벗겨졌다. 하체를 가릴 것이 없다는 사실에 린델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카시어스가 살짝 입맞춤을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반쯤 상체를 일으킨 린델은 카시어스가 천천히 옷을 벗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겨진 셔츠를 벗자 훌륭한 상반신이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 음영이 드리워진 육신은 환한 태양 아래서 보는 것과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카시어스의 손이 불룩하게 솟은 앞섶을 내리자 묵직하게 곧추선 성기가 튀어나왔다.
린델은 카시어스의 허리 아래에 드러난 욕망을 확인하고는 굳어버렸다. 이렇게나 발기한 타인의 성기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크기도 큰 데다가 그림자가 져서 왠지 진짜 같지 않았다.
“도대체 뭘 보는 거야?”
“만져드릴까요?”
저렇게까지 흥분하면 아프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던 린델의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말을 하고서야 아차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게…… 아프실 것 같아서. 저도 만져드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아니, 못 들은 것으로 해주세요.”
말을 하면 할수록 수습이 되지 않았다. 못할 말은 아니지 않냐고, 만질 수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는 것도 한계였다. 카시어스를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데 웃음소리가 번졌다.
“아주 기대되지만, 그건 나중에.”
알몸으로 침대에 내려선 카시어스가 협탁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린델은 그것이 향유병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향유의 용도가 무엇인지 한 박자 늦게 알아차린 린델은 얼굴을 확 붉혔다.
“집중해야지.”
린델이 침대에 뒹구는 향유병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카시어스가 입을 맞추며 허벅지를 쓸어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집중하고 말 것도 없이 린델의 모든 신경이 카시어스를 향했다.
다시 애무가 퍼부어졌다. 뺨에, 턱에, 목에서 가슴을 이어 배꼽에 이르기까지 카시어스의 입술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부드럽고도 뜨거운 살결이 맞부딪히는 것에 소름이 돋아 쾌감이 되었다. 린델은 연신 터져 나오는 신음을 삼키느라 안간힘을 썼다.
벼락처럼 쏟아지는 쾌감은 여전히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들었다. 구석구석 물고 빨면서 어루만지는 손길에 발기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런데 카시어스가 성기를 만져주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면서 살짝살짝 스치는데도 그곳만큼은 손길이 비켜갔다.
뜨겁게 열이 고인 아랫도리가 움찔움찔 튀어 오르며 허리가 떨렸다. 참는 것도 한계였다.
“카, 카시어스 경.”
린델은 배꼽 부근을 핥는 카시어스의 어깨를 붙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살짝 들어 시선만 주었다. 눈으로 뭐냐고 묻는 남자를 향해 린델은 겨우겨우 속삭였다.
“못 참겠어요.”
달뜬 목소리로 애원하는 린델 때문에 카시어스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른한 쾌락이 아니라 무섭도록 집중된 감각이 린델을 향했다. 그를 유혹할 때부터 이 순간을 상상해 왔다. 열이 오른 매끄러운 피부와 달콤한 신음소리, 그리고 체향에 피가 들끓었다.
애원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은 안타까움과 희열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삽입을 하려면 아직 단계가 남았다.
카시어스는 몸을 일으키며 린델의 배를 쓸어 올렸다. 손안에서 린델이 떠는 감각은 특별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 더 참아봐.”
“?!!”
“아직 멀었어.”
아직 멀었다는 카시어스가 린델의 턱을 핥으며 몸을 겹쳐왔다.
“네 안에 들어가고 싶어.”
끔찍하게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바람에 린델은 홀린 듯이 카시어스를 쳐다보았다. 그의 뜨거운 성기가 허벅지를 찔러대고 있었다.
“허락한다고 해.”
“물론…….”
린델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기까지 생각하고 유혹에 응했다. 그러자 허리를 세운 카시어스가 린델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된 자스민 향유로 손을 적신 카시어스는 린델의 허벅지 안쪽을 잡고 들어 올렸다.
평소에 손이 닿을 일이 별로 없는 성기 아래 회음과 엉덩이 사이에 젖은 손이 미끄러져 들어오는 바람에 린델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카시어스를 바라보았다.
“조금 아플지도 몰라.”
카시어스의 경고는 어딘가 불길했다. 엉덩이 사이를 더듬던 손가락이 천천히 주름을 헤치고 파고들었다.
“아, 자, 잠깐……. 거기는……. 으…….”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손가락이 드나드는 감각은 괴상했다. 반사적으로 도망을 가려고 힘을 주는데 카시어스에게 다리가 붙잡힌 상태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풀어주지 않으면 다쳐.”
“이상해요…….”
린델은 눈을 감고는 손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래를 파고든 손가락이 하나씩 부피를 늘리는 게 느껴졌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빡빡했던 움직임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뭔가가 속살에서 움직이는 사실은 낯설고도 이상했다.
더운 숨결과 함께 진한 자스민 향기가 섞여들었다. 잔뜩 흥분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온통 아래를 휘젓는 감각에 집중되었다. 깊이 파고들었다가 얕게 빠져나가던 손가락이 알 수 없는 곳을 건드렸다. 영문 모를 열기가 아래에서 훅 하니 치솟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허리가 튀었다.
“흐읏. 으…….”
카시어스가 느끼는 곳만 계속 문질러댔다. 린델은 낯선 쾌감에 당황하면서도 손가락이 춤추는 대로 신음을 터트렸다. 다시금 열기가 머리에 치솟으면서 흥분하고 말았다. 질척이는 소리도, 오싹한 감각도, 모두 자극이었다. 더한 쾌락을 쫓아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드는데 카시어스의 손이 빠져나갔다.
“이제 한계야.”
잔뜩 으르렁거린 카시어스가 상체를 일으켜 린델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얼굴을 가리던 손을 치우고 겨우 눈을 뜬 린델은 카시어스를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음영이 진 그의 얼굴은 순수한 욕망에 휩싸여 있었다. 어딘가 사나운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다.
“원망해도 돼.”
“?”
원망하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던 린델은 카시어스의 손에 잡힌 성기가 사타구니에 밀려드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여태껏 카시어스의 손가락이 끈질기게 풀어놓은 곳에 뜨거운 것이 닿았다.
“팔을 둘러.”
카시어스가 상체를 숙여 목을 내어주었기 때문에 린델은 양팔 가득 그를 안았다. 그와 동시에 허리가 접히면서 카시어스의 성기가 밀려들었다. 손가락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크기였다. 아래가 벌어지는 느낌에 린델은 신음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몸을 채우는 이물감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해도 허리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카시어스가 진짜로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숨을 쉬어.”
“모, 못 하겠어요. 읏.”
“곧 괜찮아질 거야.”
카시어스는 다정하게 위로하면서도 린델의 몸속에 파고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 모든 것을 끝까지 집어삼키게 만들고 나서야 카시어스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린델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맞물린 감각은 뜨겁고도 황홀했다.
“린델.”
필사적으로 매달린 채 눈을 꼭 감고 있는 린델의 눈가에 입을 맞추자 혀끝에서 짠맛이 느껴졌다. 한 번 더 이름을 부르며 입술을 대었다. 린델이 어렵게 눈을 떴다.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하늘색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심장이 지끈거리면서 열이 퍼졌다. 평소라면 정사의 순간에도 언제나 머리 한쪽에서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온전히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데도 육신이 괴로움을 호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감각이 린델을 향해 집중했다. 뭔가 질 나쁜 장난에 걸린 것 같으면서도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탐욕스러운 희열이 사납게 차올랐다.
엉망진창으로 울려버리고 싶었다. 품에 갇혀 쾌락에 젖어 흐느끼는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러울 것이다.
“이 순간을 몇 번이고 상상했었지.”
나직이 탄성을 내뱉은 카시어스가 허리를 움직였다. 속살이 딸려나가는 감각에 린델은 진저리를 치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수축한 입구가 카시어스의 성기를 붙드는 것이 보이지 않아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잔뜩 벌어진 그곳으로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온갖 감각이 알려주었다.
성기를 거의 끝까지 빼낸 카시어스가 단숨에 치고 들어왔다. 마치 두들겨 맞는 것처럼 깊고 세차게 틀어박혔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아프고, 힘들고, 숨이 막히고, 뜨거웠다. 남자의 성기가 알 수 없는 곳에 닿았다가 긁을 때마다 몸에 불이 붙었다. 조금 전에 손가락이 닿아 허리가 떨렸던 그곳이었다.
열기는 순식간에 지독하고도 시린 쾌감으로 변했다. 머리끝에서 공중에 뜬 발끝까지 저릿한 감각이 내달렸다.
“하. 으, 아앗.”
린델은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소리를 제어할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쾌락은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이 제멋대로 뒤엉켰다. 눈물이 흐르는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지나친 열기에 얼굴도 뜨거웠고 머리도 뜨거웠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카시어스의 움직임에 동조하며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끝나기를 바랐다.
신음을 내뱉고 숨을 들이쉬기 바쁜 입술에 카시어스의 입술이 겹쳐졌다. 린델은 얽혀드는 혀를 빨아 당기며 참을 수 없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카시어스가 박아들 때마다 저릿함이 온몸을 강타했다. 파정은 순식간이었다. 눈을 꼭 감고 덜덜 떨리는 몸을 지탱하고 있는데 카시어스가 몇 번이고 거세게 치고 들어왔다. 곧 그 역시 탄식을 내뱉으며 절정에 이르렀다.
퍼부어지던 쾌락이 걷히자 가쁜 숨결과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가 세상을 채웠다. 질척하고 야한 냄새가 맡아졌다. 왠지 민망해진 린델은 카시어스를 끌어안았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숨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