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8/137)

-58화-

입술이 겹쳐지고 혀가 얽혔다. 혀를 쓸고 빨면서 젖은 소리가 흘렀다.

린델은 키스에 빠져들며 카시어스의 얼굴을 손으로 붙잡았다. 손안에 매끄러운 뺨과 긴 머리카락이 감겨왔다. 허리를 안아 끌어당기는 힘에 균형을 잡으며 카시어스의 귀 뒤로 손을 옮겨 목을 감쌌다. 단단한 뒷목을 끌어안자 뜨거운 살덩이가 입안을 깊숙이 헤집어왔다. 키스만으로 숨을 헐떡이는 것은 금방이었다.

좁은 마차 안에서 반쯤 카시어스의 허벅지에 올라탄 채로 안겼다. 다리가 얽히자 카시어스가 길게 허벅지 안쪽을 쓸어 올렸다. 조금 전에 린델의 손짓이 어설펐다고, 유혹은 원래 이렇게 한다고 가르쳐 주려는 듯 깊고 노골적이었다.

“우응…….”

맞닿은 입술에서 린델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카시어스가 입술을 떼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마차가 좁아.”

4인 정원의 마차는 평범했다. 하지만 황제의 마차에 비하면 협소한 게 맞았다.

“입술이 달아서 이대로 삼켜버릴까 봐 걱정이야.”

카시어스가 린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속삭였다. 뺨에 닿는 뜨거운 숨결에 린델은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자신도 같은 생각이었다. 삼킬 수만 있다면 정말 삼켜버리고 싶었다. 린델은 카시어스와 입술을 맞댔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 둘 다 큰일이군.”

다시금 입술과 입술이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만큼 연결되었다.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 수 없는 흥분에 피가 뜨거워졌다. 좁은 마차 안에 점막 부딪히는 소리와, 헐떡거리는 소리, 몸을 부비며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가득 찼다.

음란한 소음은 몇 번이나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린델은 더욱 키스에 몰두했다. 그래서 마차가 멈춰 선 것도 카시어스의 부름을 듣고서야 알아차렸다.

“도착했어.”

“벌써요?”

키스의 여운에 빠져 있던 린델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구시가지에서 저택까지는 거리가 상당했다. 벌써 도착했나 싶어 상체를 일으키던 린델은 카시어스의 다음 행동에 당황하고 말았다.

카시어스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린델을 달랑 안아 올렸다. 지난번처럼 안긴 모양새에 린델은 다급히 외쳤다.

“카시어스 경.”

“왜?”

“내려주세요.”

10일 전과 달리 저택 앞에서는 마부와 시종이, 그리고 불을 훤히 밝혀 놓은 현관에는 애쉰 부인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이쪽을 향한 눈만 몇 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카시어스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내려주면 못 걸을걸?”

“걸을 수 있어요.”

키스 때문에 힘이 빠졌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걷지 못해도 걸어야 했다.

“부끄러우면 어깨에 얼굴을 묻어.”

카시어스의 팔은 단단하기 짝이 없었다. 린델은 정말로 부끄러웠기 때문에 카시어스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얼굴이 뜨거웠다. 저택의 사람들은 자신과 카시어스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었다. 진짜 연인 관계가 아닌 위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애쉰 부인조차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그냥 넘어가 주었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였다. 다 큰 어른이 안긴 채 움직이다니 말이다.

이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 오래된 관용구를 떠올린 린델은 차마 눈을 뜨지 못하고 카시어스의 목을 꽉 안았다. 시종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거벗으시는 자신의 애인께서는 부끄러움도 없으셨다.

“이런 거 좋아하시나 봐요.”

“뭘?”

“이렇게…… 안고 움직이는 거요.”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좋아하는 것 같긴 해. 그리고 지금 좀 급하기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한 번에 몇 개씩 뛰어오르다시피 한 카시어스가 즐거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카시어스의 침실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방 안은 수면등이 켜져 있었다. 카시어스는 린델을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입맞춤을 퍼부으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건 린델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라바트를 풀어 헤치며 카시어스의 턱에 입술을 대고는 헐떡이는 숨결을 내뱉었다.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도 어색했고,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머뭇거리지는 않았다. 카시어스가 그래도 좋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단추가 많은지 몰라.”

“그러게요.”

입술을 빨았다가 떨어진 카시어스가 린델의 셔츠를 찢어버릴 듯 잡아당기면서 진지하게 투덜거렸다. 키득거린 린델은 동의하며 카시어스의 셔츠를 바지에서 빼 올렸다. 수많은 단추와, 매듭을 풀면서 손끝에 와 닿는 온기와 감촉을 탐했다. 거칠 것 없는 손길로 셔츠를 벗어 던지고, 바지와 속옷, 양말을 침대 밑으로 떨어트렸다. 마지막으로 카시어스의 팔찌가 사라지자마자 서로를 껴안고 침대 위에 쓰러졌다.

다리가 얽히자 흥분한 성기가 서로에게 맞닿는 바람에 린델은 소리 없이 숨을 들이켰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사정할 것 같았다.

“오늘은 끝까지 할 거야.”

린델은 은근하게 허리를 밀어붙이며 무게를 실어오는 카시어스를 올려다봤다. 그날 이후 침대를 같이 쓴 것은 6번이었다. 그중에 2번은 손만 잡고 잤고, 나머지 4번은 서로를 만지고 애무했다. 서로를 만지고 파정하는 것도 좋았다. 삽입의 순간이 끔찍하게 아팠던 것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하지만 그와 삽입 이후에 이어지는 쾌락을 떠올리며 린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욕망 어린 카시어스의 얼굴에 미소가 맺혔다.

“진짜…….”

미치겠군. 카시어스의 나직한 중얼거림은 키스로 삼켜졌다.

그 이후로는 어떤 말도 없었다.

카시어스가 한 손으로는 린델의 뒷머리를 잡고 키스하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어깨를 쓸고, 등과 배를 쓸었다. 거침없는 애무에 린델은 몸을 떨었다. 커다란 손이 닿는 곳마다 불꽃이 붙었다.

곧이어 카시어스의 손이 흥분한 성기를 강렬하게 만져 올렸다.

“흣.”

목을 타고 흥분 어린 소리가 토해졌다. 린델은 반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카시어스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린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쩌지도 못하고 바르작거리는 것뿐이었다.

카시어스의 입술이 턱과 목으로 미끄러졌다. 어깨를, 가슴을 빨고 깨물던 입술이 배꼽 아래에 닿았다. 허리가 떨리는 감각에 움칫거리며 카시어스의 어깨를 붙잡으려는 린델은 뜨거운 숨결과 입술이 자신의 성기에 닿는 걸 보았다.

“뭐― 읏.”

뭘 하느냐는 질문 대신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카시어스의 잘생긴 입술 안으로 자신의 발기한 성기가 사라졌다. 눈에 보이는데도 그가 성기를 삼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카, 카시……. 으흣. 으. 그만.”

열기에 눈가가, 얼굴이, 가슴이 달아올랐다. 뜨겁고 매끄러운 입안이 강하게 빨아 당길 때마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졌다.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착각이 일었다.

민망해서 미칠 것 같은데 어지러운 시야를 돌릴 수가 없었다. 멋진 입술이 부풀어 오른 것에 입 맞추고, 혀로 감아올리고, 가끔씩 부들거리는 허벅지에 입을 맞추고 깨물었다. 그럴 때마다 사정감이 밀려들었다. 허리와 손이 덜덜 떨렸다.

왜 이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감당할 수 없는 신음이 아무렇게나 튀어나올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고 싶은 것도 버텼다. 하지만 그것도 곧 한계가 왔다.

“제, 제발……. 그만.”

더듬거리는 애원이 조각조각 흘러나왔다. 도저히 카시어스의 입에 사정할 수가 없어서 필사적으로 그를 불렀다. 허리를 뒤틀며 어깨를 밀쳐내다 못해 무엄하게도 머리카락을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 자극이 좀 더 강하게 주어졌다.

원망과 쾌감이 뒤섞여 머리가 녹았다. 더 이상 참고 말고 할 게 아니었다. 끝의 끝에 몰려서야 린델은 사정했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쾌감이 터졌다. 린델은 헐떡이며 숨을 쉬었다. 그럴 때마다 귀에서 심장 소리가 쿵쿵 들려왔다.

“조금 써.”

카시어스가 고개를 들어 손등으로 입술을 덤덤히 닦아냈다.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린델은 그의 머리카락을 놓다가 얼굴을 확 붉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도대체, 왜……?”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왜 그랬느냐고 물으려다가 말문이 막혔다. 카시어스가 자신의 성기를 빨고 정액을 삼켰다. 현실이 현실 같지 않았다. 달아오른 얼굴이 터질 것 같은데 카시어스가 붉은 입술 끝을 끌어 올리며 웃었다.

“그러고 싶어서.”

카시어스의 입술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니 그의 입술이 뺨에 닿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저도…… 저도 해드릴까요?”

린델은 시야에 가득 채운 멋진 어깨와 붉은 머리카락을 보며 우물거렸다. 권유가 아니라 하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는데 카시어스가 귓가에 입술을 대며 웃었다. 그의 손이 허벅지 안쪽을 쓸며 당겼다. 덕분에 방금 사정한 성기가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내가 왜 열흘이나 참았는지 알아?”

“?”

“자꾸 그렇게 부추기면 매일 허리를 펴지 못할 거야.”

흥겨운 목소리는 진심이었고 그래서 린델은 부끄러웠다. 열흘이나 참은 거였단다. 확실히 그날 오전 내내 허리를 펴지 못하기는 했다.

배려는 고마웠지만 그래도 조금 억울했다. 카시어스가 선사하는 쾌락은 더 없이 좋았다. 입을 맞추고, 살을 맞대면 언제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반대로 자신이 카시어스를 만지려고 하면 그는 언제나 거절했다. 첫날에 욕실에서 그의 성기를 만진 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만지려고 해도 허락하지 않았다.

“저도 만지고 싶은데.”

린델은 카시어스의 단단한 어깨와 팔뚝을 손으로 쓸면서 소곤거렸다. 살짝 입술을 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끔찍하게 야한 것을 해달라고 하실 거라면서요.”

“그랬지.”

“언제요?”

순진하고도 무모하게 도발하는 애인 때문에 카시어스는 속이 탔다. 언제나 욕심껏 제멋대로 박아버리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다. 잠자리 매너가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상관없지만, 아침에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있다가.”

나중을 기약한 카시어스는 린델의 눈가에, 뺨에, 그리고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입안으로 혀를 미끄러뜨리자 린델은 피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카시어스는 다시금 린델을 탐했다. 조금 전보다는 더 느긋했다.

야금야금 맛을 보는 것처럼 뺨을 핥고, 귀를 깨물고, 목덜미를 빨았다. 피부에 맺힌 땀이 혀에 닿자 짠맛이 느껴졌다.

지난 며칠 동안 린델과 밤을 보내면서 어디가 약한지, 어디를 만지면 어떻게 좋아하는지 알아냈다. 살이 연한 곳을 핥으면 자지러졌다. 그러면서도 신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입술을 깨물었다.

“흣.”

그래도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카시어스는 흥겨운 마음으로 목덜미의 여린 살에 이를 세웠다. 단단해진 유두를 빨자 린델이 어깨를 밀치면서 몸을 뒤틀었다. 손안에 쥔 허벅지가 긴장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린델이 부지런히 살아온 세월만큼 건강한 육신은 모양 좋게 날씬했다. 하얀 피부는 흥분하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를 품에 안고 쾌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마치 악기를 조율하는 것과 같았다. 제 손안에서 만지는 대로 솔직하게 반응하는 건, 정신적인 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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