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침대 위에서는 경칭을 붙이지 않고 이름만 부르게 하려고 얼마나 실랑이를 벌였는지 몰랐다. 절대로 안 된다는 녀석을 어르고, 달래고, 회유해서 얻어낸 결과물이 이렇게나 훌륭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린델뿐이었다. 그 사실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글쎄. 뭘 할까?”
“뭐든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카시어스는 무엇을 할지 확답하지 않고 린델의 셔츠 자락을 잡았다. 잠옷 대용으로 입은 단추 없는 셔츠는 품이 넓었고, 린델이 팔을 들어주는 것으로 쉽게 벗겨졌다. 벗긴 셔츠를 침대 밑으로 집어 던진 카시어스는 린델을 보았다.
게으름을 모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녀석의 몸은 군살 없이 선이 예뻤다.
“빨아드릴게요.”
볼을 은은히 붉힌 린델이 용감하게 말했다. 의욕이 넘치는 것은 좋았지만, 사실 린델은 구음을 잘하지 못했다. 지금껏 구음을 한 것도 세 번밖에 되지 않았다. 카시어스가 열에 아홉은 막았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즐기고는 싶은데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첫 번째는 괜찮았는데, 두 번째는 반쯤 이성이 날아간 상태에서 제 욕심껏 굴고 말았다. 린델이 기침을 해대며 괴로워했다. 목젖이 부어서 다음 날에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린델은 싫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신음 소리를 듣는 게 좋다며 덤벼들었다.
카시어스 역시 적극적인 린델도 좋았다. 야한 얼굴도, 축축한 감촉도, 고양이처럼 핥는 혀도 모두 자극적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적당히 자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보통 이런 예감은 잘 들어맞았다.
“다른 걸 해.”
“어떤 거요?”
카시어스는 대답 대신에 오른손으로 린델의 얼굴을 넉넉하게 잡고는 엄지로 아랫입술을 살짝 눌렀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엄지를 밀어 넣었다. 뾰족하게 솟은 송곳니를 누르고 안쪽 치열을 더듬다가 혀 위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린델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리지 않고 손가락을 살짝 빨아대는 린델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서슴없이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부끄러움을 숨기지는 못했다.
엄지를 혀뿌리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가 빼낸 카시어스는 린델의 가슴에 모양 좋게 자리한 유두를 꾹 눌렀다. 억눌린 신음과 함께 린델의 몸이 가볍게 튀었다. 평소에 부지런히 만져준 덕분에 민감해진 곳이었다. 젖은 손끝으로 가볍게 긁고 문지르자 린델이 드디어 눈을 꽉 감아버렸다. 입술을 깨물며 신음도 참는다.
고집쟁이 녀석은 어지간해서는 교성을 들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게 성격이었다. 특히 전쟁이 시작되자 방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경계하면서 그 정도가 심해졌다. 그렇기에 더 괴롭히고 몰아붙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느끼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면, 속이 화끈하게 달달해진다.
“이제, 읏. 이제 그만이요.”
계속된 자극에 린델이 항복을 외치며 카시어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습기를 머금은 눈동자가 애절했다.
“조금밖에 안 만졌어.”
“그럼 저도, 웃. 으……. 그럼 저도 조금만 만질게요. 그래도 되죠?”
린델이 지지 않고 대꾸하는 바람에 카시어스는 웃었다. 호기심이 넘치는 녀석은 경험한 것을 그대로 되돌려 주려고 했다. 구음에 적극적인 것도 그런 이유였다. 기회가 된다면, 혹은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카시어스를 물고, 빨고, 핥으려고 시도했다. 그나마 안아보겠다고 덤벼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감히 황제께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없다고 했지만 아예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 성기가 카시어스의 것에 비해 못하니, 아무래도 만족시켜 줄 수 없을 것 같다고 얼굴을 붉히며 고백을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카시어스는 그것만큼은 부추기지 않았다.
“조금만 만질 거야?”
“조금 많이. 흐읍.”
카시어스는 유두에서 손을 떼고는 린델의 납작한 배를 쓸었다. 린델이 다급하게 숨을 들이키며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손이 닿는 대로 반응하는 게 흥겨웠다. 카시어스는 만족감을 느끼며 린델의 바지 끈을 풀고는 앞섶을 헤치고 속옷을 끌어 내렸다. 그러자 반쯤 발기한 성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폐하.”
“이름을 불러야지.”
“카시어스.”
“스스로 만져봐.”
카시어스는 린델의 손을 끌어 스스로 성기를 잡게 만들었다. 둥그렇게 눈을 뜬 린델이 아래쪽을 향했다가 카시어스를 바라보았다. 민망함은 붉은색이 되어 얼굴에 번졌다.
“제가요?”
“뭐든지 해준다며.”
“그야 폐하께, 카시어스 당신에게 해준다는 거였어요.”
“난 괜찮아. 보고 싶어.”
달콤하게 속삭인 카시어스는 성기를 쥔 린델의 손을 감싼 채 힘을 주고는 흔들었다. 린델은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제일 부끄러워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 앞에서 자위를 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뭐든 해준다는 오늘이 기회였다.
카시어스는 난감해하는 린델을 자극하기 위해 계속 움직이다가 손을 놓았다. 린델의 성기는 완전히 발기했다.
“응?”
한 번 더 재촉하자 잠시 망설이던 린델이 눈을 꼭 감고는 손을 움직였다. 입술을 깨물다가 인상을 썼다. 어쩌면 속으로 욕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더 귀여웠다.
카시어스는 홀린 듯이 오른손을 뻗어 린델의 머리칼과, 귀, 뺨, 입술을 쓸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지분거렸던 유두를 은근하게 꼬집었다.
“흐읏.”
린델의 몸이 파드득 튀었다. 동시에 원망과 정욕이 담긴 눈빛이 닿았다. 심장이 심각하게 뛰었다.
“예뻐.”
“손을, 손을……. 흐읏. 읏. 놓아. 아응.”
린델이 다시 유두를 자극하는 카시어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밀치는 힘이 형편없었다. 애원하는 목소리는 놓아달라는 게 아니라 더 자극을 달라는 것처럼 들렸다. 유두를 짓누를 때마다 린델이 가쁘게 숨을 쉬었다.
몸이 이어져 쾌락을 느낄 때와 같은 표정에 가느다란 신음은 야하기 짝이 없었다. 그 열이 전염이라도 된 듯 카시어스 역시 몸이 더워졌다. 다리를 벌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직 멀었다. 린델의 손이 점점 속도를 붙였다. 억눌린 한숨 끝에 린델이 몸을 길게 떨었다. 절정이었다.
린델의 숨이 거칠었다. 카시어스는 정액으로 흠뻑 젖은 린델의 손을 잡고는 입에 물었다.
“자, 잠시만요.”
깜짝 놀란 린델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카시어스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정액은 쓰고도 달았다.
카시어스는 흥겨웠지만 린델은 아니었다.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위를 한 것도 부끄러워 죽을 지경인데, 정액이 묻은 손이 카시어스의 입술 사이로 사라지는 광경에는 혼이 나갈 것 같았다.
“그러지 마세요.”
“괜찮아.”
“그냥 닦으세요. 진짜…….”
울상은 지은 린델은 자유로운 왼손으로 베개 옆에 준비한 수건을 찾아 들려고 했다. 그러나 카시어스가 빨랐다. 길게 손바닥을 핥은 남자가 재빠르게 뒷머리를 잡아 왔다. 입술이 닿고 혀가 얽혔다. 이번에도 키스는 깊었다. 카시어스가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고 밀었다.
린델의 등이 침대에 닿았을 때, 팔은 카시어스의 목을 감은 상태였다. 카시어스의 혀가 달고 야해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어깨를 안은 뜨거운 손이 허리를 쓰다듬더니 한순간에 바지를 벗겨버렸다. 그러고는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손이 빠른 애인 때문에 몸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뭐든 해주겠다고 했더니 자위를 하라고 한 남자를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약속을 지키는 것과 수치스러움은 별개였다. 그런데도 키스 한 번에, 야한 손짓에 마음이 풀렸다. 이런 게 섹스였다.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어요.”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린델은 한숨처럼 토해냈다.
“허락하지. 때려도 돼.”
주먹을 쥐어도 된다고 중얼거린 카시어스는 린델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린델의 뺨을 핥고 모양 좋은 귀를 물고 빨았다. 귓바퀴에 혀를 집어넣자 린델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카시어스는 린델의 한쪽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감게 했다. 그리고는 린델의 한쪽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흣.”
크게 숨을 들이쉰 린델은 카시어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달콤하게 미소 짓는 카시어스의 손가락이 입구에 닿았다. 메마른 손가락이 안을 살짝 파고들었다가 빠져나갔다. 린델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이 순간만큼은 맨정신으로 카시어스를 볼 수 없었다.
“향유가…… 향유가 있어요.”
린델은 손으로 베개 옆을 더듬었다. 편의를 위해 베개 옆에 향유와 수건 등을 준비해 두었다. 그간의 지혜였다.
“그건 나중에.”
나중이라고 속삭인 카시어스의 손가락이 꾸욱 밀고 들어왔다. 린델은 눈을 감으면서 숨을 크게 머금었다. 맨살끼리 부대끼는 감각은 또 달랐다. 매끄러운 기름과 달리 이쪽이 더 생생하게 느껴져서 견디기 힘들었다.
“안이 뜨거워. 손가락을 집어 삼키고 있다는 거 알아?”
카시어스가 마치 밀어를 속삭이는 것처럼 야한 말을 아무렇게나 했다. 동시에 손가락이 안을 강하게 들쑤셨다. 린델은 붉어진 얼굴을 손등으로 가렸다. 아픔과 쾌감이 뒤섞이면서 저절로 배에 힘이 들어갔다. 좁은 내벽을 가르는 느낌은 언제나 낯설었다. 그런데도 손가락이 어딘가를 건드릴 때마다 안이 움찔거렸다. 그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안달하는 것을 카시어스 역시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부끄럽고 창피했다.
게다가 자신의 애인은 조용히 두고 볼 성격이 아니었다.
“아직 멀었어.”
“뭐가 멀었다고…….”
“아직 하나뿐이잖아. 세 개는 들어가야 해. 재촉하지 마.”
“안 했어요.”
“했어. 이렇게 움찔거리잖아.”
재촉 같은 건 안 했다. 린델은 카시어스를 노려봤다가 억울함과 민망함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카시어스의 왼손과 혀가 가슴에 닿았다. 그가 주는 애무는 모두 쾌감이 되었다. 열이 오른 머리로 이상한 신음을 내뱉을 것 같아서 이를 물었다.
“다리를 벌려봐.”
귀가 깨물렸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조차 자극이었다. 린델이 움직이기도 전에 카시어스가 먼저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빠져나갔던 손가락이 굵기를 더해서 침범했다. 그런데도 들쑤시지 않고 안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손길에 감질났다.
마지막으로 몸을 섞은 것은 6일 전이었다. 오래 기다린 게 아닌데도 이상하게 조급해졌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거리면서 안을 조였다. 카시어스가 소리 없이 웃는 것이 맞닿은 몸으로 전해지면서 민망해질 정도였다.
“다시 섰어.”
린델의 성기는 다시금 힘을 받고 발기했다. 카시어스가 안을 크게 휘젓는 바람에 린델은 몸을 뒤틀었다. 안을 헤집는 이 순간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