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친근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형, 물이 엄청 나왔어.”
선영의 평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가 잔뜩 민감해진 점막 위를 스치자 선일의 허벅지 안쪽에 힘이 꽉 들어갔다. 매끈하게 갈라진 근육 위를 움켜쥔 선영의 손아귀에도 힘이 실리는 것이 느껴졌다.
“제발, 입 좀 다물어.”
선일이 애원하듯 중얼거렸음에도 들리지 않는지, 선영이 후,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도톰하게 부푼 클리토리스 위에 입을 맞췄다. 비좁은 구멍에서부터 줄줄 새어 나오는 점액을 혀로 핥아 올려 클리를 문지르자 선일이 겨우 벌리고 있던 다리를 반사적으로 좁혀 선영의 머리를 조였다.
“아…! 충분히, 젖었, 하윽, 다며…! 빨리, 악, 박아…!”
간을 보듯 민감한 곳을 혀로 살짝씩 건드리다가 세게 빨아들이자 선일의 잇새로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선일이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손을 이리저리 휘젓자 선영이 선일의 손을 자신의 어깨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안 돼. 여긴 처음이잖아. 손가락 하나 들어간 것만으로도 이렇게 뻑뻑한데… 상처라도 나면 어떡해.”
선영의 단호한 거절에 선일은 할 수만 있다면 어디로든 증발하듯 숨어버리고 싶었다. 아래에서는 지금껏 느껴왔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성감이 치고 올라와 자꾸 이성을 마비시키는데, 그 자극을 주는 이가 남도 아닌 친동생이라는 사실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선일이 이를 까득 갈며 발끝을 웅크리자 선영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잠시 보지에서 뗀 채 선일의 발끝에 짧게 입 맞췄다.
“야, 더럽게…! 아, 윽…!”
선일이 언성을 높여 항의했으나 선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두 손가락을 써 애액으로 흠뻑 젖은 점막을 벌리며 다시 선일의 중심에 얼굴을 묻었다. 양옆으로 벌려진 음순 안쪽으로 꼿꼿이 세운 혀가 파고들었다가 다시 넓게 편 채 빠져나와 돌기 끝까지 쭉 핥아 올렸다. 건장한 체격과 달리 날씬하게 자리 잡은 음순 위로 선일의 좆과 음낭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선영이 보지를 빨기 위해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그 이마며, 뺨 위로 선일의 빳빳이 선 자지가 덩달아 문질러졌다.
“형 몸은 하나도 안 더러워.”
선영이 찬양이라도 하듯 클리를 입 안 가득 빨아들이며 대답했다. 좁은 틈 사이로 주르륵, 미끈한 점액이 흘러나오며 선일의 다리가 파르르 떨렸다.
“읏, 하윽, 히익…!”
겨우 이 아찔한 감각에 익숙해질 만하면 선영의 까슬한 혀가 얇게 덮인 막을 벗겨내고 좁쌀만 한 돌기를 마구 자극해댔다. 귀두를 빨릴 때와는 또 다른, 안쪽과 강렬하게 이어지는 듯한 성감에 아래에서 물이 줄줄 터져 나오고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엄청 야하고, 너무 예뻐.”
선영의 끝 모르는 칭찬에 선일은 할 수만 있다면 혀를 콱 깨물고 싶었다. 그러나 선일이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보다 선영이 선일의 허벅지를 쥐고 있던 손을 빳빳이 선 선일의 좆으로 옮겨 그 기둥을 콱 움켜쥐는 것이 더 빨랐다.
“여기도, 만져줄게.”
선영의 손바닥이 부드럽게 선일의 선단을 감싸 쥐고 요도에서 쿨쩍쿨쩍 새어 나온 선액을 기둥에 골고루 발랐다. 자지부터 내벽에 클리까지. 어느 것 하나 선영에 의해 자극되지 않는 곳이 없어 선일은 소리를 죽이며 가까스로 신음을 삼켰다.
“아…! 으응, 아, 흐윽…!”
그대로 멎을 것만 같았던 숨이 다시 트인 순간, 선일의 잇새로 우는 듯한 신음이 마구 터져 나왔다.
“제발, 응…! 빨리, 읏, 빨리해줘…!”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리기 전에 빨리 이 상황을 끝내야 했다. 선일은 선영의 손가락이 하나 더 꽉 다물린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온몸을 경련하듯 떨었다. 선영의 몸이 바들바들 떨릴 때마다 같이 흔들리던 자지 끝에서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정액이 줄줄 흘렀다.
“하아…. 응, 흐읏….”
연이은 절정에 선일이 몸을 가누지 못하자 선영이 쪽, 허벅지 안쪽에 입 맞추며 선일을 달랬다.
“조금만 기다려. 세 개째 삼키고도 여유로우면 넣어줄 테니까.”
선일은 그런 선영을 원망의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의 형제가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일의 몸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에는 나름의 황당한 사연이 있었다.
***
발단은 선일의 자취방 보일러가 고장 난 데서부터였다. 나이 스물아홉, 군대는 만기 전역, 나름대로 괜찮은 인서울 4년제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한 지 일 년 차. 대학을 졸업하고부터는 줄곧 나가 살았으니 자취를 시작한 지는 삼 년 차였다. 한번 집을 나왔으면 나온 거라고. 명절 외에는 좀처럼 들르는 일이 없었건만 느닷없이 고장 난 보일러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본가로 들어와 지내게 되었다.
‘미안해, 총각. 요즘 보일러 고장이 잦아서 부르면 일주일 후에나 온다잖아. 조금만 참아주면 안 될까, 응?’
집주인의 간절한 부탁에 하릴없이 본가로 돌아온 선일을 맞이한 건 부모님과,
‘오랜만이야, 형! 한국에 들어와 있길 잘했다. 진짜 보고 싶었어!’
모처럼 스케줄이 비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잘나 빠진 동생이었다.
이름은 차선영. 나이는 스물둘, 선일과는 나이 터울이 일곱 살이나 났다.
선일을 수상쩍을 만큼 따르는 선영은 일 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는 프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메이저 콩쿠르를 휩쓴 것은 물론, 온갖 음악계에서 파가니니의 환생 따위의 극찬을 덧붙여 시대의 아티스트로 밀어주는 덕에 연예인을 넘어서는 아득한 인기를 몰고 다니는 녀석이었다.
선일은 그런 선영이 부담스러웠다. 애초에 바이올린은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 자신이 더 좋아했고 저 또한 전공으로 나가보는 게 어떻겠느냐 레슨 강사님으로부터 강력히 추천을 받을 만큼 재능이 있었다.
어쩌면 선영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최소한 선일을 따라 바이올린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선일은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프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걸 생각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선영은 TV만 틀면 광고 수십 편이 연달아 나오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 음악가고, 선일은 대기업 재직이 인생 최대의 업적인 흔해 빠진 회사원이었다. 물론 회사원 중에서도 제법 잘나가는 축에 속하기는 한다만. 아래로 넘사벽 수준의 성공을 거둔 동생이 자리 잡는 바람에 부모님의 자랑은 선영이 독차지한 지 오래였다.
계속 거실에 뭉개고 있다가는 선영이는 요즘 뭘 하고, CF 출연료로 얼마를 받았고 이런 얘기나 하며, ‘너 연봉은 언제 억대가 되니, 아니, 되기는 하는 거니?’ 하고 비교나 당하겠지.
“잘 먹었습니다.”
선일은 재빨리 식사를 끝내자마자 자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 선일을 부모님이 태연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벌써 들어가게? 선영이가 너 온다고 엄청 좋아했는데 좀 더 얘기하지 않구.”
저도 선영과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쩜 이렇게 모르실까. 아니. 다 아는데 나 같은 놈 기분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걸까. 선일은 자신의 자격지심이 사고를 치기 전에 일찌감치 잠이나 자고 싶었다.
“내일도 출근해야 해서 피곤해요. 먼저 일어날게요.”
선일의 꽉 막힌 대답에 어머니도 고개를 가로저은 그때, 선영이 선일을 따라 다 먹은 식기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선일이 손님용으로 쓰는, 자신이 독립하기 전까지 썼던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 더 빨랐다.
“형, 잠깐 시간 괜찮아?”
똑똑 짧은 노크 후에 이어지는 선영의 목소리에 선일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뭔데?”
선일의 굳은 표정에도 선영은 아랑곳없이 방 안으로 발을 들이며 대답했다.
“으응, 형이랑 얼굴 보는 거, 엄청 오랜만이니까…. 그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해서.”
보면 모르냐. 지금 너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엄청 짜증 난 상태잖아. 선일은 차마 독하게 쏘아붙이지 못하고 선영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누구 때문에 얼만큼의 절망감을 느꼈는지 이놈은 알기나 할까. 본가에서 지내게 된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계속 이렇게 시달리지 않으려면 확실히 말해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네가 정말 끔찍할 만큼 싫다고.
“나 피곤해. 직장인이잖아. 너처럼 일 있을 때만 일해도 되는 형편 좋은 처지가 아니거든.”
그러니 썩 꺼지라고 할까, 아니면 사실 너 따위 죽을 만큼 싫다고 할까. 애초에 귀찮게 굴지 않았으면 서로 편했을 텐데. 선일이 망설이며 대화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문을 닫은 순간.
“어?”
갑자기 문의 손잡이가 뿅,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사라졌다.
“왜? 무슨 일이야 형?”
당황한 선영이 주위를 둘러보자 방 안을 채우고 있던 가구들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팟, 당황한 두 사람의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떴다.
“뭐야, 이게?”
드론에 영사기나 홀로그램을 단 것도 아니고. 공중에 반투명하게 떠 있는 시스템 창에 선일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집이었는데…!?”
선일이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 않아 자기 볼을 꼬집어 보는 사이, 선영이 먼저 시스템 창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짙푸른 색의 메시지 창에 하얀 글씨로 적혀 있는 내용을 읽었다.
“…!?”
문장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의 선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게 맞다면,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선영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자 선일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뭔데?”
사이가 좋지 않은, 심지어 자신의 열등감을 잔뜩 자극하는, 차라리 없는 게 나았을 거라고 수백 번도 더 생각해 본 동생이지만 아무튼 눈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선일이 다가와 불쑥 고개를 내밀자 선영이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선일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이어 메시지를 확인한 선일은 이내 얼굴이 창백하게 식은 채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한 문장짜리 간결한 텍스트에 이토록 피가 식기는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