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선 넘기 게임]
[Mission. 03]
[★★안면 사정]
[수행]/[패스(버리기)]
“……”
선일의 침묵에 선영이 극도로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 질렀다.
“못 해, 시발!”
거침없이 패스 버튼을 누르기 직전, 겨우 정신을 차린 선영이 선일의 손목을 틀어쥐었다.
“뭐 하는 거야!”
선일이 징그럽다는 듯 잡힌 손목을 빼내려 날뛰자 선영이 서둘러 변명을 했다.
“잠깐만 생각을 해보자. 저걸 꼭 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 지금 이게 세 번째 미션이면, 앞으로 열일곱 개가 남았다는 거잖아…?”
씩씩거리던 선일이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아까, 설명에서 그랬잖아. 남은 미션 개수랑 아직 안 까본 미션 수가 같아지면 더는 폐기할 수 없고 남은 거 그대로 해야, 한다고…….”
선영이 쭈뼛거리며 쥐어짜는 말에 선일이 버럭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그래서 뭐 어떡하지는 거야? 네 얼굴에 싸달라고?”
노골적인 문장에 당황한 선영이 버벅거렸다.
“아냐! 내, 내 말은… 남은 개수를… 조금 신중히 생각하면서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뜻이었어.”
말을 한 번에 후딱 끝내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선영을 보고 있으려니 울화가 치밀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선영에게 열등감을 가진 자신은 윽박이나 지르고 멋대로 구는 안하무인 무능한 형이고, 선영은 착하고 능력 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데 형에게만 구박받는 신데렐라가 된다.
다른 데서는 자신만만하게 말 한번 더듬는 법 없고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한, 모두가 바라는 스타면서 왜 내 앞에서만 이렇게 어려워하는 걸까. 선일은 그게 꼭 선영이 못난 형을 봐주고 있다 으스대기라도 하는 것 같아서 불쾌했다.
“그런 건 나도 생각하고 있거든?”
아주 저만 잘났지. 선일은 눈살을 찌푸리며 패스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선일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갈무리할 새도 없이 또 다른 폭탄이 떨어졌다.
[아슬아슬♡선 넘기 게임]
[Mission. 04]
[★★★벽고]
[수행]/[패스(버리기)]
“…?”
이게 대체 무슨 단어인가. 갓반인의 시선에서 뭔지 감도 안 오는 단어의 등장에 선일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벽고가 뭐야? 넌 알아?”
그러자 선영 또한 처음 접한 단어인 듯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도 모르겠어. 처음 보는 단어야….”
그 순간 시스템 창이 반짝이며 마네킹 모형으로 된 예시와 함께 부연 설명이 나타났다.
[벽고(벽에 고정) : 한쪽이 벽을 반만 통과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 벽 너머에서 하반신으로만 삽입 후 사정하기]
“으아아아악!”
이게 무슨 씹덕 같은 뭔…! 선일이 설명을 확인하자마자 다시금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못 해!”
선영도 동의하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런 건 넘기자.”
그리고 겨우 다섯 번째 시도 만에 그나마 정상적인 미션이 등장했다.
[아슬아슬♡선 넘기 게임]
[Mission. 05]
[★60초 동안 눈 마주치기]
[수행]/[패스(버리기)]
“이건 할 수 있어!”
선일이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수행 버튼을 누르고는 선영을 쏘아보았다.
“빨리 나 봐.”
이까짓 거 한 번에 통과 가능하지. 그러나 선일이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것과 달리,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 몇 년간 선일으로부터 이토록 이글거리는 눈빛을 받아본 적 없는 선영이 면역이 없는 사람처럼 계속 30초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댄 탓이었다.
“너 한 번만 더 눈 피하면 진짜 벽에다 박아버린다.”
참다못한 선일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자 선영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자꾸 부끄러워서…. 흑….”
“누군 지금 너랑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울음 안 그쳐?”
선일의 윽박지르는 말에 선영이 훌쩍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이 자식 이대로 두면 또 고개 돌릴 것 같은데. 선일은 아예 양손으로 선영의 두 뺨을 감싸 쥔 채 이마를 대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고개 돌릴 생각도 하지 마.”
딸꾹. 선영이 딸꾹질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그레하게 물든 뺨이 선일은 무척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지적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네가 얼굴 붉힐 게 뭐가 있냐고 먼저 말을 꺼냈다가는, 자신도 의식하게 될 것만 같았다.
이쪽은 뭐 좋아서 이러는 줄 아나. 나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34]
[33]
[32]…
[4]
[3]
[2]
[1]…!
긴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수행 인정 판정과 함께 시스템 창의 내용이 갱신되었다. 이제 열다섯 개 중에 세 개만 하면 되니까 완전 껌이겠지? 희망찬 미래를 그려본 것과 달리. 그 후로 무슨 저급한 성인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온갖 마니악하고 추잡한 미션들이 줄줄 이어졌다. 선일이 비명을 지르며 못 한다고 난리를 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이것도 패스하면… 열 개 중에 세 개를 해야 하는 거네.”
선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선일이 애써 무시하며 패스 버튼을 눌렀다. 아무렴 그래도 그렇지. 아까 죽어도 친동생이랑 섹스는 안 하겠다고 차선책을 골라놓고 섹스보다 더한 걸 하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질질 짜던 주제에. 연이어 튀어나온 수위 높은 미션에 매번 바락바락 기겁하는 자신과 달리 제가 원하면 임하겠다는 선영을 보고 있자니 혼란스러웠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선영에게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유난을 떠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됐다.
선일이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다음 미션을 확인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정말 섹스보다 아주 약간 더 나은 것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슬아슬♡선 넘기 게임]
[Mission. 11]
[★수음]
[수행]/[패스(버리기)]
이게… 정말 별 하나짜리라고 생각하는 거냐. 선일은 지적하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앞선 것들에 비하면 그나마 미약하게 낮아진 수위에 긴 한숨을 쉬었다.
“이게 선녀처럼 보이는 상황이 맞는 거냐.”
선일이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쥐고 괴로워하자 선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할 거야?”
선일은 뭘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 되물었다.
“그럼 안 하고 다른 거 할래? 더 시간 끌기 싫으니까 빨리 바지 내려.”
“어…?”
선영은 순간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그러니까 지금 형이… 설마 자신에게 해주겠다는 건가? 선영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벅거리자 선일의 눈썹이 험악하게 비틀어졌다.
“…!? 형이 해주는 거야?”
“그럼 네가 할래?”
선일의 톡 쏘는 말에 선영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나,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선일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난 너한테 세울 자신 없어. 헛수고하기 싫으니까 빨리 내려.”
선영이 부끄러운 듯 선일의 시선을 피하며 손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알았어.”
잘그락, 청바지의 여밈을 꽉 물고 있던 버클이 풀어 헤쳐지고 선영의 속옷이 바지와 함께 끌어 내려졌다. 살면서 동생이 바지 내린 꼴을 두 번 다시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다만. 인생사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네.
선일은 속으로 한숨을 백 번쯤 삼키며 손을 뻗었다. 이 자식 쓸데없이 다리가 너무 길어서 불편한데 어디 앉거나 기대면…까지 생각한 그 순간.
“앗.”
텅 비어 있던 방 안에 심플한 프레임에 하얀 시트가 덮인 침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