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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포인트 (48)화 (48/256)

44화

눈물로 호소하는 중에도 강수혁은 무지막지한 성기를 쑤셔 박은 채로 빼지 않았다. 안 할 마음은 없다는 얘기였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부드러운 키스에 살짝 생기려던 호의가 아주 자취를 감췄다. 호의가 자리 잡으려고 했던 감성의 구석 어딘가는 뻥 뚫려서 내핵까지 내려갈 기세였다.

“시발. 빌어먹을 가이드 따위, 위대하신 에스퍼님 정액받이지 뭐. 아프고 뭐고 무슨 상관이겠어. 망가뜨려도 고쳐 쓰면 되는 그냥 도구인데. 리모컨이지, 리모컨.”

윤조는 들으라고 한 말에 강수혁이 바로 사과했다.

“미안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변화긴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조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도리어 열이 더 받았다.

“말로만 미안하면 뭐 합니까.”

“이번엔 말로 그치지 않도록 할게.”

“잘도…….”

잘도 그러겠다는 빈정거림이 중간에 뚝 잘려 상대에게 먹혔다.

부드러운 키스가 이어졌다.

아니 주둥이 놀림은 이렇게 나날이 발전하는데 거지 같은 가랑이는 왜 학습 부진인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달래듯 입 안을 꼼꼼히 누비는 혓바닥을 콱 깨물어 줄까도 싶지만.

잘못은 망나니 가랑이에 달린 흉물이 저질렀지, 혀가 저지른 건 아니니. 잘잘못을 명확하게 따져, 키스는 잘 받아 주었다.

“흐음.”

키스 실력이 늘었다. 확실히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입천장을 긁다가 입술을 빨고, 다시 혀를 얽으면서 깊숙이 들어온다. 매끄러운 살덩이가 분노를 슬금슬금 갉아먹었다. 빌어먹을.

망나니의 지랄 맞은 성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랫도리가 돌연 예의를 차리기 시작했다. 산에서 인가로 내려온 멧돼지처럼 마구잡이로 돌진할 때는 언제고 동작이 한결 느긋해졌다.

대형견이 누울 자리를 가늠하듯 제자리를 다지던 기둥이 이내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리고 천천히 원위치로 복귀했다.

다시 뒤로 빠진 기둥 덕분에 쇠망치 같은 귀두가 입구 주름에 턱 걸렸다. 뒤이어 느긋한 속도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느린 마찰이 이어졌다.

“이 속도는 괜찮아?”

“으응…… 흣.”

상대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윤조는 늘어뜨렸던 다리를 들어 상대의 허리에 가볍게 감았다. 어깨를 내려치던 주먹이 풀고 팔을 다시 강수혁의 목에 둘렀다.

잔잔한 파도처럼 강수혁은 가만히 밀려났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강렬한 충격에 시달리던 몸의 감각이 서서히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내장에는 감각 기관이 없을 텐데. 이상하게 야릇했다.

드디어 망나니가 정신을 차렸다.

“하! 흐! 엇!”

강수혁의 움직임은 여유를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짙었다. 폭주하던 대형 덤프트럭이 갑자기 섬세한 드리프트를 하는 느낌이랄까. 존재감이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 도리어 기능 상실 직전으로 몰렸던 윤조의 성감을 착실히 도닥였다.

“김윤조, 이제 살 만해?”

강수혁은 윤조의 뺨에 입술을 댄 채로 속삭였다. 달아오른 뺨을 간지럽히는 입술도, 인접한 귀속으로 바로 꽂히는 허스키한 목소리도 썩 나쁘지 않았다.

“하……흐, 아까보다는 훨씬! 으, 낫습니다.”

“그래? 이번엔?”

움직임이 살짝 더 세졌다.

“그럭……저럭…… 헉.”

“살짝 빨라도 되겠어?”

“약간이라면…… 아!”

정박으로 움직이던 상대의 템포가 살짝 더 빨라졌다. 조기 교육받은 엘리트 군인 아니랄까 봐서 이상한 부분에서 정밀하다.

찢어질 듯 벌어진 입구에 가해지는 마찰이 한층 더 강해졌다. 사람은 저마다 서로 다른 성감대를 가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같은 종(種)으로서의 공통점도 있다. 성기와 살이 얇아서 혈관까지 쉽게 닿을 수 있는 부위가 바로 그렇다.

거대한 음경이 들락이는 입구 주름 근육도 바로 살이 얇은 곳이었다. 근육 사이사이 빼곡하게 퍼진 모세혈관이 금세 확장했다. 부풀 대로 부푼 주름 근육이 쓰라리면서 동시에 가려웠다. 그리고 가려움은 점차 커져서 이내 쓰림을 눌러 버렸다.

“아……으읏!”

가려움을 덜어내려고 반사적으로 힘을 주었다. 우람한 성기 위로 툭툭 불거진 혈관에 가려운 부위를 긁고 싶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좀처럼 얻을 수 없었다.

“너, 여기 조여.”

윤조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파악한 강수혁이 낮게 속삭였다. 가라지는 음성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마구잡이로 박을 것만 같았는데. 그는 계속해서 이성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

“조…… 좀……더 세게 해요.”

“이보다 세면 아플 텐데.”

우려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제 속마음을 알아챈 윤조는 제가 미친 줄 알았다.

살살하라고 울면서 지랄할 때는 언제고 다시 세게 할 걸 요구하다니. 본인이 강수혁이라면 뚜껑이 열려도 제대로 열릴 사안이었다.

되도록 참으려고 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엉덩이에 바짝 힘을 주었다. 돌덩이 같은 성기가 입구를 제대로 긁어 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한계까지 벌어진 주름 근육에 도통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강수혁도 한마디 거들었다.

“자꾸 자극하지 마. 빌어먹을…… 못 참겠잖아.”

“구멍이…… 간지러워 미치겠어요. 어떻게 좀…… 으.”

윤조는 고개를 바로 두지 못하고 뒤틀었다. 허리마저 꿈틀거리자, 영향을 받은 강수혁 또한 자세가 살짝 흐트러졌다.

“하여간. 말 바꾸기 선수지. 김윤조.”

“죄…… 죄송합…….”

예의상 하는 혹은 조롱이었던 사과를, 윤조는 끝맺지 못했다. 강수혁의 몸짓이 맹렬해졌기 때문이었다.

철퍽. 철퍽.

“아! 흣! 아흐!”

과격한 움직임은 금방 또 큰 충격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까처럼 배려 없는 난폭함은 아니어서 죽을 것처럼 아프진 않았다.

‘아프진 않은데…… 그런데.’

정신이 쏙 빠지도록 강하고 빠르게 흔들리는 윤조는 예상하지 못한 감각에 휩싸였다.

입구에 전해지는 가려움은 여전했다. 다만 가려움이 가려움에 그치지 않고 점점 강도를 더하더니 이내 하복부 전체에 뻐근한 열기를 생성했다.

아까부터 건드리지 않았던 윤조의 음경이 저절로 기세를 더했다. 음경이 토해 낸 선액으로 윤조의 아랫배가 흥건했다. 거기다가 격렬한 움직임 덕분에 퉁퉁 튕긴 음경은 강수혁의 탄소 합금 같은 강도를 자랑하는 복근에 세게 부딪혔다.

“하……흐.”

미칠 것 같았다. 전신에 스파크가 일었다.

혈관과 신경을 전깃줄 삼아 전신으로 퍼진 스파크는 이내 윤조의 개조된 뇌에도 여파를 미쳤다. 약한 전류는 뇌 곳곳에 박은 섬세한 칩을 건드렸다. 가이드 시스템이 윤조의 명령도 없이 각종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기 시작했다.

정도를 넘어선 흥분에 새로운 신체 자극이 발견되었다면서 무슨 상황이냐고 AI가 자료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는 중에도 강수혁은 윤조를 낯선 세계로 몰고 갔다.

-새로운 감각 패턴이 감지 되었습니다. 코드 00357 – 내용을 추가하십시오.

-새 흥분 패턴이 감지 되었습니다. 코드 0019 – 내용을 추가하십시오.

‘안 그래도 돌 것 같은데 AI는 왜 또 정신 사납게 하고 지랄이야.’

AI에 실시간 알림을 끄라는, 아주 간단한 명령을 하려 했다. 버릇처럼 시선을 위로 두고 집중할 때였다.

철퍽! 철퍽!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던 행위에 강한 스타카토가 실렸다.

“아흑! 억!”

골이 흔들렸다.

귓가에 화난 음성이 들렸다.

“김윤조, 나한테 집중 안 하지?”

딴생각하는 건 또 어떻게 귀신 같이 알아챘다. 가이드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이심전심이라는 고전적인 특수 능력이 강화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사양이다.

“지금…… AI 새끼가 갑자기…….”

설명을 채 마치기도 전에 망나니 새끼가 상황을 오해했다.

“AI? 시발…… 넌 이 상황에 내 뇌파 딸 생각이 들어? 이 일에 미친 놈아.”

“그게 아니라…… 아! 하윽!”

강수혁이 속도와 강도를 다시 올렸다. 골이 쿵쿵 울렸다. 간단한 명령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윤조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깊은 곳을 파고드는 무지막지한 몽둥이가 내장을 완전히 갈아 버릴 기세였다. 입구 주름에서 마찰열이 나다 못해 발화 지경에 이르렀다. 전신이 활활 불탔다. 웃긴 건 가려움은 확실히 가셨다는 점이었다.

“어……흑.”

윤조는 상대에게 온전히 매달렸다. 빨리 행위가 끝나길 빌었다.

몸을 찢을 듯이 거칠게 움직이던 강수혁이 다시금 짧게 끊어치기 시작했다. 강한 충격에 덜그럭거리면서 윤조가 한계에 닿았다.

처음에는 힘이 빠져나가나 싶더니 이내 불 위에 올라간 건조 오징어처럼 전신의 관절이 굽기 시작했다.

“으……아.”

거친 몸짓에 덜렁거리던 윤조의 음경이 흰 점액질을 토했다. 해방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거대한 프레스기와 절벽 사이에서 찌부러져 착즙될 뿐이었다.

“크윽.”

상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거친 중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던 강수혁의 안면에 짙은 낭패감이 떠올랐다. 구겨진 미간이 꿈틀거렸다. 힘을 준 바람에 결을 따라 굵은 굴곡이 푹푹 파인 하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곧이어 윤조의 경련하는 내부에 뜨거운 것이 울컥 터졌다.

“흐. 하.”

거대한 몸덩이가 서서히 무너졌다.

일말의 양심이 남았는지 온전히 포개지는 대신 강수혁은 옆으로 위를 비스듬하게 포개졌다. 그래도 거대한 몸뚱이의 무게 대부분은 윤조에게 전가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꿈틀거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덕분에 상대의 한쪽 어깨가 윤조의 턱을 치켜올렸다.

결합 부위에 미끈한 감각이 이어졌다. 들어찼던 부피가 빠져나갔다. 벌어진 입구를 타고 뭔가 주르륵 흘러 침대 시트를 적셨다.

드디어 행위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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