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그랑주 포인트 (51)화 (51/256)

47화

미친 새끼가 윤조를 능력으로 들어서 제 곁으로 옮겼다. 옆에 앉힐 줄 알았는데 미친놈이 윤조를 제 무릎 위에 앉혔다. 기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놈이 손목을 잡았다.

“왜 이러십니까? 요즘은 늙다리 변태도 안 이럽니다.”

“뭐 어때?”

강수혁이 윤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람.

“놓으십시오. 불편합니다.”

“할 거 다 했는데 무릎에 앉으면 어때?”

“제가 싫습니다.”

“나는 좋아.”

유치하기가 진짜 끝도 없다. 윤조는 허리에 들러붙은 강수혁을 밀어내지만, 완력으로 이길 리가 만무하다.

“같이 산다고 다 이럽니까?”

“어차피 장선욱이 나 달래 보라고 보낸 거잖아. 내 집에 들어올 때 각오했어야지.”

개새끼가 눈치는 빨라 가지고. 장선욱 중장 얘기에 윤조는 밀어내던 팔에서 힘을 뺐다. 그러자 상대가 작게 코웃음 쳤다. 작게 뭐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에스퍼가 아니라 제대로 듣진 못했으나 몇 단어와 뉘앙스를 조합해 보건대 동거 동기가 자원이 아닌 명령에 따른 것이라 불만인 듯했다. 당연히 명령이지. 그 외에 뭘 바란 건지 모르겠다.

불만을 품고도 강수혁은 윤조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까?”

“응.”

확답이 돌아왔다.

“왜요?”

“그냥.”

“그냥이 어딨어요?”

되묻는 말에 힘을 실진 않았다.

“그냥이 그냥이지. 가이드가 그런 거잖아. 그냥 같이 있으면 기분이 안정되고 좋은 거.”

“그렇긴 한데 제 의사는 없습니까?”

“없어. 넌 내 전용이니까. 나한테 맞춰.”

“소령님 전용 아닌데요.”

“아니야?”

쏘아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잡은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라고 계속 우기면 사달이 날 분위기였다. 윤조는 감금 폭행, 그리고 다른 후보 에스퍼는 의문의 사망 실종 등등.

기왕 긍정적 변화를 보이는 망나니를 굳이 자극할 필요 없다.

“농담입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개새끼.

말없이 후식처럼 윤조를 음미하던 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말 다 했으면 아까 하던 거 계속하자.”

“아까 하던 거 뭐요?”

미친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다.

의도를 알아채지 못해 멀뚱하게 선 윤조를 망나니가 돌려세웠다. 길쭉하고 넓은 문짝 같은 몸의 그림자가 윤조 위로 쏟아졌다.

“어?”

“내가 한 번으로 안 된다고 얘기했던가? 원래는 너 기절하고 더 했거든.”

“기절한 사람 겁탈하고…… 참 나라의 자랑이십니다.”

비꼬는 말에 강수혁은 그저 입꼬리만 말아 올렸다.

동시에 윤조의 티셔츠도 말려 올라갔다. 빌어먹을.

* * *

처음 우려하던 바와 달리 둘은 생각보다 죽이 잘 맞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얼굴을 마주하고 의식주를 나누고 몸을 겹치는 동안 얼렁뚱땅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말싸움은 여전히 이어졌다. 대신 힘이 한결 빠졌다. 죽일 듯이 짖어 대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솔직히 침대로 뛰어들기 전 괜히 서로를 자극하는 방편으로 전락해 버렸다.

강수혁은 툭하면 윤조의 입술을 빨고 젖꼭지를 만졌다. 그것이 긴 행위로 이어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어떤 때는 자꾸 만져지는 데 지친 윤조가 먼저 그를 침대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주로 벽이 뻥 뚫린 쪽 방을 썼다. 그곳의 새 침구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장선욱 중장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너 이제 키스만 해도 선다.”

별다른 예고도 없이 주둥이부터 붙이던 강수혁이 지적했다.

“익숙해져서 그런 겁니다.”

“더 익숙해지면 눈만 마주쳐도 세우겠는데?”

놀림에도 윤조는 반박하지 못했다. 실제로 강수혁이 진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어쩐지 찌릿찌릿하곤 했으니까.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떨어지십시오.”

“하자.”

강수혁이 윤조를 끌어안았다. 누구는 세운 정도지만 누구는 아예 옷을 뚫을 상황이었다.

‘눈만 마주쳐도 벌떡 세우는 게 누군데.’

진득한 키스를 이어 가며 윤조는 코웃음 쳤다.

원래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세우진 않았다. 빈도가 잦아진 대신에 행위의 폭력 정도는 현저히 낮아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강수혁 본인도 안정되어서 쓰는 완력의 수준도 그저 힘 좀 센 남자 정도에 머물렀다. 윤조가 온몸을 다 던져 강도 조절 능력을 키워 준 덕분이었다.

문제는 길들여진 건 강수혁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윤조 또한 강수혁의 존재에 점점 빠져들었다.

가이드 시스템으로 인한 뇌파 동조란 결국 상호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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