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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168/216)

168화

입술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작게 마찰음이 생겼다. 그 소리가 오싹오싹한 전율을 느끼게 해, 코이는 온몸을 작게 떨었다. 밑에서 조금씩 바르작거리는 코이를 애슐리가 자신의 몸으로 내리눌렀다. 매트리스와 애슐리 사이에 꼭 낀 코이가 그나마 꿈틀대던 것조차 못 하게 되자 그제야 애슐리는 만족스러운 듯 엷은 미소를 띠었다.

“코이.”

입술을 떼고 코이의 입술을 문질렀던 애슐리가 속삭였다.

“입 더 크게 벌려 봐. 핥아 줄게.”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가 이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코이는 사정없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애슐리를 바라보며 머뭇머뭇 시키는 대로 따랐다. 주저하며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애슐리가 혀를 밀어 넣었다. 단단한 입천장을 쓰다듬은 혀가 더 깊이 질러와 이어진 연한 살을 더듬었다. 그런 곳을 다른 사람이 핥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코이는 그만 숨이 넘어갈 것처럼 놀랐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애슐리가 입술을 밀어붙이더니 깊이 빨아들였다. 볼이 움푹 팰 정도로 강하게 숨을 빼앗아 간 그는 곧이어 혀로 코이의 혀를 감아 문질렀다.

뒤섞인 타액이 목구멍으로 넘어오고 입가로 샜다. 아래쪽은 자꾸만 피가 몰려 미칠 것 같았다. 잔뜩 흥분해 딱딱하게 굳은 코이의 성기를 애슐리 또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코이는 부끄러움과 흥분이 뒤섞여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지만 스스로 어떻게 할 방법도 찾지 못했다.

“저, 전에는.”

간신히 입술이 떨어진 틈을 타 코이가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키스 안 했…….”

“코이.”

애슐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이제 내가 널 얼마나 봐주고 있었던 건지 알겠어?”

대답할 틈도 없이 키스가 이어졌다. 가차없이 입 안에 질러온 혀가 코이의 혀를 들어 올려 아래쪽 무른 살을 문지르자 저절로 타액이 넘쳐났다.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키스를 거듭하는 사이 애슐리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

커다란 손이 성기를 움켜쥔 순간 놀라 비명을 질렀으나 그것은 애슐리의 입 안으로 기괴한 숨소리가 되어 사라졌다. 그런 코이의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애슐리가 계속해서 아래를 주무르며 작게 웃었다.

“위가 좋아, 아래가 좋아?”

무슨 말인지 몰라 그냥 숨만 헐떡이고 있는데, 애슐리가 입술을 떼고 몸을 숙였다.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바짝 일어선 유두가 그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히…… 히익!”

이번엔 제대로 된 비명이 터져나왔으나 애슐리는 계속해서 이로 코이의 젖꼭지를 지근거리며 손으로는 성기를 만지작댔다.

“응? 코이.”

자신의 타액으로 젖은 코이의 젖꼭지를 입술로 문지르면서 애슐리가 속삭였다.

“위? 아래?”

그제야 코이는 질문의 의미를 파악했지만 여전히 답을 말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를 떠올린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했다. 그가 말할 때마다 민감해진 유두에 차가운 숨결이 닿아 오싹거리며 소름이 돋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애슐리의 크고도 단단한 손가락이 능숙하게 성기를 훑을 때마다 코이는 그만 자지러지며 눈물을 글썽거리게 되었다.

“코이, 대답해 봐.”

애슐리가 재촉했다. 어느 쪽인지 감별해 보라는 듯 유두를 핥으며 성기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감각에, 코이는 결국 비명처럼 내뱉고 말았다.

“그걸…… 어떻게 해…….”

또다시 애슐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코이는 그를 때리고 싶어졌지만 주먹을 쥐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애슐리가 코이에게 어떤 짓을 한다고 해도 때리는 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애슐리가 아니라면 코이가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겠지만.

대신 코이는 애슐리의 뺨을 붙잡아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애슐리는 순순히 끌려와 그가 원하는 대로 입술에 키스해 주었다. 그제야 코이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쪽, 쪽, 새가 모이를 쪼듯 가벼운 키스를 계속했다. 코이가 하는 대로 잠자코 내버려 두던 애슐리가 피식 웃었다.

“고작 이게 다야?”

코이는 순간 덜컹했으나 애슐리에게 실망스러워하거나 그를 비난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저 재밌어하는 듯한 반응에 조금은 안심하는데, 애슐리가 말했다.

“무리하지 마. 말했잖아, 끝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고.”

왜?

그나마 제자리를 찾았던 심장이 다시금 내려앉았다. 불현듯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애슐리는 이전에도 끝까지 하려 하지 않았다. 코이가 괜찮다고 말했는데도.

〈넌 베타잖아.〉

그때도 지금도 애슐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종이 다르다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 걸까? 내가 발현하지 않아서 안 되는 거야? 나하고 끝까지 하지 않는다면 그럼.

다른 사람하고는 끝까지 해?

맞닿은 몸으로 상대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건 애슐리만이 아니었다. 온몸으로 그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있는 코이는 애슐리보다 더 적나라하게 그의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뜨겁게 달아올라 거칠게 뛰어 대는 성기의 맥박마저도.

그때였다. 정말 우연히 코이의 시야에 애슐리의 손목이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에 남아있는 선명한 흉터도.

그 상처가 어떻게 남겨진 것인지 코이는 알았다. 바로 그의 눈앞에서 애슐리가 자해를 했으니까. 코이를 강간하지 않으려 스스로 물어뜯었던 흔적. 그걸 보자 코이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베타인 나와는 자지 않아.

그럼 누구와 자?

누구와 페로몬을 빼?

“애쉬.”

키스를 하려던 애슐리에게서 급히 고개를 저어 피한 코이가 물었다.

“네가 나와 끝까지 하지 않는 건, 내가 서투르다고 생각해서야, 아니면 베타라서야?”

애슐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걸 굳이 이런 상황에서 물어야겠냐는 듯이. 하지만 코이에게는 꼭 지금 들어야 할 대답이었다. 그걸로 자신도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

후, 한숨을 내쉰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둘 다야.”

코이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적은 확률일 거라고 여겼는데.

“그럼.”

코이는 떨리는 음성을 억누르며 겨우 물었다.

“나라서 안 되는 거야?”

〈너랑 사귄 게 햇수로는 1년이 넘었다면서? 그동안 너희가 한 게 고작 키스야?〉

에리얼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애슐리가 자신을 좋아했던 건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과 성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어쩌면 애쉬는 내게 그런 쪽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건 아냐.

곧바로 코이는 부정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애슐리는 분명히 흥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코이.”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애슐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잖아, 넌 베타야. 오메가도 아닌데 나와 끝까지 했다가는 크게 다치게 될걸.”

“아냐, 괜찮아.”

코이는 즉시 그의 말에 반박했다.

“알파나 오메가가 아니라도 동성끼리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어.”

“베타끼리잖아.”

애슐리가 말을 이었다.

“넌 알파나 오메가가 어떤 섹스를 하는지 몰라서 그래. 네 배 속이 엉망이 되어 버릴 거라고, 모르겠어?”

물론 알지 못한다. 코이의 모든 경험은 애슐리와 한 게 다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슐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지는 걸 그냥 마음 편히 볼 수도 없었다. 코이와 끝까지 하지 않는 건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일 테니.

애슐리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이렇게 침대에 누워 있는 상상이 떠오르자 코이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알아.”

마치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이질감을 느끼며 코이가 말을 이었다.

“나도 알아. 나도, 자 봤어. ……알파랑.”

코이를 응시하던 애슐리의 얼굴이 점차 차갑게 변해 갔다.

“……뭐라고?”

애슐리는 입을 열었으나 소리를 낸 것은 몇 초가 지난 뒤였다.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진 그의 얼굴을 보며 코이는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알파랑 자 봤다고. 그러니까 괜찮아, 할 수 있어.”

애슐리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렇게 얼빠진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코이는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애타게 빌었다. 부디 애슐리가 넘어가 주기를.

“……거짓말.”

한참 만에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네가 알파와 잤을 리 없어.”

“어째서?”

코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애슐리는 이번에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뜻밖의 타격으로 지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베타는 이성을 사귀는 게 당연해.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 왔고, 코이 또한 그랬을 거라고 믿었다. 누군가를 사귀었다면 당연히 여자이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그것도 알파와?

동성과 섹스를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이 있는 베타라면 알파를 만나는 게 섹스를 하기엔 쉽다. 알파나 오메가는 성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하지만 코이가 알파와 잤다고?

나의 코이가?

머릿속에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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