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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미 업 이프 유 캔-185화 (185/216)

185화

집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도어맨이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애슐리가 그에게 팁을 주며 가벼운 말을 나누는 동안 코이는 다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훔쳐보았다.

전용 엘리베이터는 당연하지만 그들이 내렸던 1층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전전긍긍하는 코이와는 달리 애슐리는 도어맨과 잡담을 하고 가벼운 농담에 웃기까지 하며 그저 여유롭기만 했다.

“편안한 저녁 보내십시오, 밀러 씨.”

코이에게도 짧게 묵례를 한 도어맨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단둘이 남게 되자 갑자기 코이의 심장이 마치 바로 귓가에서 뛰듯 요란하게 울려 대기 시작했다. 흘끔 시선을 돌리자 엘리베이터 벽의 거울에 비친 자신이 시야에 들어왔다. 뺨엔 홍조가 올라 있고 두 눈은 불안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수상한 낌새가 역력했다. 도어맨이 혹시나 의심하지 않았을까 불안해졌지만 가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괜찮아, 겉으로는 잘 티 나지 않으니까.

……아마도.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작은 벨 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곧바로 넓은 거실이 시야에 들어왔다.

애슐리는 먼저 들어가라는 듯 한쪽으로 비켜 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먼저 걸음을 뗀 코이가 유리로 만들어진 양문을 열자 넓은 거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던 코이의 뒤로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코이는 서둘러 거실로 들어가 뒤를 돌아보았다. 애슐리가 중문을 닫고 그를 향해 돌아섰다.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저, 저기.”

코이는 간신히 마른 성대를 쥐어짜 말을 꺼냈다.

“오…… 오늘, 즐거웠어. 그럼 저기, 좋은 꿈 꾸고…… 자, 잘 자고…….”

슬금 슬금 뒷걸음치며 어물거리다 급히 몸을 돌렸다. 그대로 달아날 생각이었으나 물론 애슐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거기 서, 코이.”

조용한 음성이 들리자 자신도 모르게 멈춰 버리고 말았다.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평소처럼 여유있는 발걸음이었으나 그것은 가까워질수록 코이의 심장을 난폭하게 두드려 댔다.

“앗……!”

다음에 있을 일을 상상하지 못한 채 잔뜩 긴장해 있던 코이를 별안간 애슐리가 안아 들었다. 갑자기 허공에 뜬 몸에 코이는 놀라 다급하게 팔을 허우적거리다 본능적으로 애슐리의 목을 끌어안고 말았다. 휘둥그레진 두 눈에 미소를 짓는 애슐리의 얼굴이 들어왔다.

“잘했어.”

단숨에 머리끝까지 피가 올라왔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코이를 안은 채 애슐리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당연하다는 듯이 계단을 올라가는 발걸음에 코이는 불안해하며 눈을 깜박였다. 그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코이는 더 이상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애, 애쉬.”

마침내 애슐리의 방 앞에 다다르자 막 문을 열려는 애슐리에게 코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간신히 문이 열리기 직전에 멈춰 세운 코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기,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감없는 음성에 애슐리는 웃음을 지었다. 왠지 나른하게 느껴지는 말투로 그가 입을 열었다.

“보여 주기로 했잖아, 코이.”

그리고 흔들리는 코이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애슐리는 어깨로 문을 밀어 열었다. 침실은 감탄이 나올 만큼 넓었으나 침대까지 가는 길은 현관에서 여기까지 도달한 거리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았다.

“자, 코이.”

그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애슐리가 미소를 지으며 코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보여 줘.”

애슐리가 몸을 일으키고, 그의 목을 안고 있던 코이의 팔에서 힘이 풀렸다. 똑바로 서서 그를 내려다보는 시선에 코이는 더는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문득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애슐리와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게 언제였지?

코이는 날짜를 세 보려다 곧 포기했다. 어떻게든 현실 도피를 하려는 머리를 억지로 붙잡고 그는 결국 눈앞에 서 있는 애슐리에게 집중했다. 그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렸을 것이다. 코이가 이걸 입고 그에게 보여 줄 날을.

“코이.”

“어?”

떨리는 손으로 바지춤을 잡는데, 애슐리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 무심코 손을 멈추고 올려다보자 한 손을 허리에 대고 다른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윗옷을 먼저 벗어야지.”

“……어?”

아래만 보여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코이는 의아해졌지만 애슐리는 어서 하라는 듯이 턱짓을 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코이는 마른침을 삼키고 어렵게 손을 움직였다. 떨리는 손이 주섬주섬 버튼을 열고 셔츠를 벗는 모습을 애슐리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용도를 다한 화이트 셔츠를 벗자 곧 벗은 몸이 드러났다. 부끄러웠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셔츠를 벗는 것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작업이 아직 기다리고 있었고, 애슐리가 원하는 이벤트는 지금부터나 다름없었다.

코이는 주저하는 손을 움직여 바지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특별한 이유로 다리에 불편하게 달라붙는 면바지를 코이는 허리춤에 손을 대고 조금씩 아래로 내렸다.

하아…….

나직한 숨소리가 애슐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허리를 감고 있는 검은 밴드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는 벌써 흥분해 있었다.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고, 줄곧 꿈꾸던 그것이 점차 현실로 드러났다. 마침내 코이가 완전히 바지를 벗었을 때, 애슐리는 턱에 멈춰 있던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완벽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직 검은 팬티스타킹 하나만 입고 있는 코이가 그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부끄러운 듯 무릎을 세우고 잔뜩 움츠러져 눈치를 보는 얼굴은 새빨갛다 못해 완전히 익은 채였다. 애슐리는 말을 하려다 멈추고 입을 막은 채 급히 헛기침을 해 목을 가다듬었다.

“코이.”

한층 가라앉은 음성으로 이름을 부르자 코이가 흠칫 놀랐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애슐리가 말을 이었다.

“다리를 내려, 제대로 볼 수가 없잖아.”

물론 코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끄러워 도저히 할 수 없었고 내심 애슐리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었다. 물론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애슐리는 코이가 머뭇거리며 무릎을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긴 다리가 서서히 내려오고, 꿈에 그리던 우아한 선이 드러나자 애슐리는 탄식하다 못해 그만 숨을 멈춰 버렸다.

애슐리의 침대 위에 두 손을 짚고 옆으로 비껴 앉은 코이가 두 다리를 길게 뻗은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얇은 스타킹 너머로 그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둥근 엉덩이도, 작게 움츠러든 성기까지.

“팬티, 입지 않았구나.”

애슐리는 쉰 목소리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코이는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 네가 입지 말라고 했잖아…….”

동봉되어 있던 메모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걸 그대로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한참 걸렸다. 결국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승리했지만 아무리 화장실 개인 칸에서라도 바지에 속옷까지 벗고 여자들이 입는 팬티스타킹을 입다니, 자신이 너무 변태 같아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수치심에 잔뜩 일그러진 코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그랬지.”

코이의 다리를 따라 옮겨 갔던 시선이 다시 얼굴로 돌아왔다. 애슐리의 뺨에 희미한 홍조가 떠올랐다.

“네가 내 말에 따라 줘서 기뻐.”

당연하잖아, 약속했으니까.

코이는 생각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애슐리가 침대 위로 무릎을 올렸다. 그가 짐승처럼 몸을 숙이고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코이는 그저 보기만 했다. 여전히 코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애슐리가 손을 들었다.

얇은 스타킹을 신은 발을 슬며시 쓰다듬는 손길에 코이는 화들짝 놀라 온몸을 긴장시켰다. 애슐리가 엷은 웃음을 짓더니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발을 어루만지던 손이 복사뼈를 천천히 매만지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발목을 감싸쥐었다.

“아!”

갑자기 애슐리가 그의 발목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코이는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 위에 누운 채였다. 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에 들어온 애슐리가 양쪽 발목을 각기 하나씩 쥐고 무릎을 세운 채 반쯤 일어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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