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33)

7화

수업시간 내내 반쯤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강의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전공수업

강의실치고는 책상이나 의자나 비교적 작았고 삐거덕거릴 정도로 낡아 있었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는 바람이 불어 블라인드가 흔들렸고, 그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봄 분위기에

취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내 옆자리에 조용히 폰만 보고 있는 현우 형이

앉아있었다.

맞아… 이 사람이랑 같은 수업이었지.

형은 시선을 폰에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깼어? 엄청 잘 자더라. 코까지 골고.”

“…저 코 골았어요?”

“어어… 뒤에 애들이 쳐다보더라. 잠깐만 한판만 하고 일어나자.”

그는 나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한껏 집중한 표정을 지었다. 형의 핸드폰에서는

게임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동안 쌓인 피로로 무거워진 몸을 의자에 기댔다.

똑같은 크기의 타일들이 일렬로 나열된 천장을 쳐다보며 기억을 되짚었다.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타일들 사이로 켜진 형광등이 눈을 따갑게 하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던 중, 문득 형이 나에게 했던 말 중 하나가 떠올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도와줄까….”

“뭐?”

“아뇨… 그냥 형이랑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서요.”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옆에 앉아있는 현우 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형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형은 나에게 첫사랑을 잊게 해주겠다고 말했었다. 처음엔

어떻게 잊게 해주겠다는 건지 감이 안 왔지만, 형이 데려간 게이바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난생처음 접해본 그 풍경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형의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평범한

클럽도 제대로 못 가본 내가 게이바에 가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때….

형은 나에게 자기 친구를 소개해줬고, 나는 인사만 하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었다.

그게 꿈이 아니었다면….

내 기억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도망친 나는 나중에 밀려온 창피함과 미안함에 형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형은 날

이해한다며 지금 어디냐고 물었고, 그날 밤 내 자취방에서 현우 형과 처음으로….

나에게 흑역사라면 흑역사가 되어버린 ‘게이바의 도망’ 사건은 현우 형과 나를 엔조이

관계까지 이끌었다. 사실 형과의 첫 만남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 중 하나인데,

가끔 멍하니 천장을 쳐다볼 때면 그때의 기억이 하나씩 떠오른다.

***

텅 빈 강의실엔 게임 배경음악만 울릴 뿐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에 아무 말 없는 형을 힐끗

쳐다보며 눈치 보던 나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은 핸드폰을 덮어버리고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에 기댄 채 날 쳐다봤다.

“방금 무슨 생각했어?”

“…뭘요?”

“아까부터 계속 나 쳐다보면서 멍 때렸잖아. 무슨 생각한 거 아냐?”

“…딱히 아무 생각 없었어요.”

“아아… 그래?”

거짓말한 게 괜히 양심에 찔려 시선을 피했다. 형은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나에게 말하며

혼자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난 혼자 가방을 챙겨 든 채 자리에 앉아있는 형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나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 카페 안 가요?”

형?

강의실 왼쪽 벽에 달린 시계를 보던 형은 조용히 내 얼굴을 쳐다봤다. 한 손으론 테이블을

톡톡 치며 턱을 괸 채로 날 올려다보는 게 왠지 불안한 조짐이 들었다. 살짝 미소 짓던 형은

가볍게 몸을 일으켜 손을 뻗었고, 이내 강의실 문은 찰칵 소리를 내며 잠겨버렸다.

“책상 위에 앉아봐.”

“…형!”

이럴 줄 알았어라는 표정을 지으며 현우 형을 쳐다보던 나는 못 이긴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형을 곁눈질로 몇 번 보던 나는 테이블 위에 걸터앉았다. 형은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나랑 마주 보도록 의자에 앉아 올려다봤다. 마치 게임 속

화면의 캐릭터를 보듯 내 모습을 훑어보던 형은 나에게 명령하듯 입을 열었다.

“하진아. 혼자 해봐.”

“형?! 여기 강의실인데? 아니…. 그 전에 학교잖아요!”

“알아.”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던 나는 방금 나에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분석하고 있었다. 물론

해석이 되는 짧은 문장의 말이었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문장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현우 형은 가끔 내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난 항상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엔 그의 고집에 꺾여 옷을 벗고 있었다.

이번엔 절대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곧 다음 수업 애들 올 텐데?”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형 진짜 변태 같아요.”

그가 막 나가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 몰랐는데.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망설이던 나는 강의실 안을 쭉 훑어봤다.

12시 10분. 한창 점심시간인 시간대라 강의실 밖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봄 분위기의

노래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행히 3층이라 창밖에서 누가 내다볼 순 없는 위치였고,

복도 쪽에 있는 강의실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져 있어 약간은 안심이 됐다.

현우 형에겐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하고 말아야 한다는 고집이 있다. 그 고집을 꺾기 위해

나는 항상 그랬듯 나름 단호한 표정을 짓고 거절을 한다.

“안 돼요. 할 거면 집에 가서 해요….”

“응? 한 번만….”

형은 내 말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 같았다. ‘한 번만’이라는 말로 지금까지 이런 무모한

요구를 몇 번 들어줬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완강하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현우 형은 어리광부리는 어린 애처럼 내 목덜미에 짧은 키스를 몇 번이고 퍼부으며

귓가에 나직이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부턴 집에서만 할게.”

“형 진짜….”

강의실에서 혼자 자위한다는 거? 그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나는 봄에 입기엔 살짝 두꺼운 후드 안으로 천천히 손을 밀어 넣었다. 낯선 풍경과 강의실

밖에서 옅게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몸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한 손으로는 가슴 부근을 스치듯 만졌고, 천천히 바지 버클을 풀어 손끝으로 사타구니

사이를 쓸었다.

확실히 자기 손으로 만지는 것보단 남의 손으로 만져지는 게 더 좋았던 터라 말없이 형을

쳐다봤다. 내 앞에 가만히 앉아 내 몸 곳곳을 눈길로만 쓸던 형은 팔짱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있을 뿐이었다. 원망스럽게 쳐다보던 나는 똑똑히 보라는 듯 다리를 살짝 벌려 브리프

사이로 성기를 꺼냈다.

“하아….”

낮은 신음이 조용한 강의실 안을 울렸다. 투박하면서도 차가운 손끝이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에 닿자 고개가 살짝 젖혀졌다. 입술 끝을 깨물며 신음을 참던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페니스 앞부분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나머지 손으로 기둥 부분을 감싸듯

쥐어 천천히 흔들기 시작하자 꾹 다물고 있던 입술 사이로 옅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입술을 꽉 깨물었던 건지 빨갛게 부어올라 얼얼하기까지 했다.

꽉 쥔 채 흔들던 손을 점점 빠르게 움직이자 가쁜 숨을 내쉬며 허리를 세웠다. 다른

강의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된 곳이라 그런지 낡은 테이블이 삐걱거렸다.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 앞을 보자, 의자 뒤에 기댄 채 흡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런 걸 시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현우 형은

그때그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었고, 흔히들 말하는 조증 환자마냥 항상 업

되어 있었다. 그런 탓에 그가 나한테 어떤 걸 요구해도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라고

납득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의실에서 자위를 시키는 건 존나 변태새끼잖아.

“혀엉… 형….”

몸집에 비해 큰 옷이 걸리적거려 이 끝으로 후드의 밑부분을 깨물었다. 진득한 액체가

페니스 끝에 맺히자 잔뜩 상기된 얼굴로 허리를 움직였다. 사정을 하고 싶었지만 2%

부족한 자극 탓에 몸을 덜덜 떨 뿐이었다. 원망스러운 눈으로 형을 쳐다보며 다리를 더

벌렸다. 당연히 처음 해본 일도 아니었고, 낯선 자극도 아니었다. 그저 내 자위 과정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것도 평범한 장소가 아닌, 당장

누가 문을 두들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과 장소. 그런 자극을 형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았다.

12시 30분.

“애들 곧 오겠다.”

형은 턱을 괸 채 내 다리 사이를 빤히 쳐다봤다. 그 말에 어찌할 줄 몰라 하던 나는 손끝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숨을 천천히 고르며 한 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최대한 안쪽 공간을

넓혔다. 손가락 하나를 세워 천천히 안쪽 깊숙한 곳에 넣자, 기다렸다는 듯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 소리를 누군가 듣고 있다는 사실에 귀 끝까지 빨개졌다.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다리를 오므렸지만, 형은 팔짱을 풀어 두 손으로 내 다리를 벌려

고정했다.

내 주변은 왜 다 제멋대로야.

나는 잔뜩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숙였고, 손가락 마디 끝까지 넣어 움직였다. 손가락이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다리 사이에선 꽤나 부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저릿한 쾌감이 한참을 맛본 자극임에도 아직 익숙해지진 않은 것 같았다.

삐걱거리는 책상 위엔 불투명한 액체들이 묻혀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상태였다. 입은

아까부터 윗옷을 물고 있던 터라, 아래턱이 끊어질 것처럼 얼얼해졌다. 타액이 턱선을

타고 그대로 흘러 회색 후드에 물들었다.

더 이상 못 참겠어….

물고 있던 윗옷을 내뱉자 교성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깊은 곳을 탐하고 있던

손가락은 어느새 세 개까지 들어가 있었다. 손가락 세 개가 맞물려 내벽을 깊게 눌렀고, 한

손으론 이미 단단해진 페니스를 흔들고 있었다.

달뜬 숨소리와 기침 소리가 더 이상 장소는 신경 쓰지 않게 된 것 같았다. 손끝으로

페니스의 앞부분을 살살 문질러 사정을 하려던 순간, 크고 거친 손이 내 페니스를

덮쳐왔다.

“형… 저… 갈 것 같….”

나는 페니스 끝을 꽉 쥐어 막아버린 형의 손에 무방비상태로 드라이 오르가슴을

느껴버렸다. 꼿꼿이 세워졌던 허리는 크게 휘어 움찔거렸고, 머리끝까지 저릿하게 올라온

쾌감에 당황한 나는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분명 사정한 것보다 더 큰 쾌감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쾌감이 올라왔다. 뜨거운 손길에 버티다 못 한 나는 몸을

숙여 형의 어깨에 기댔다.

“기분 좋아? 아직 안 가라앉았네.”

“다 알고… 막은 거잖아요….”

입술을 꾹 깨문 채 시계를 힐끗 봤다.

강의 시작 10분 전.

아직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곧 누군가 올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양손을 뻗어 형의 목 뒤에 둘렀다. 손가락으로 채워졌던 다리 사이는 허전함을

느끼는지 계속 움찔거리고 있었다. 형은 마치 날 달래주듯 등을 두어 번 쓸어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날 안아 들었다. 다리가 붕 떠 온몸에 긴장을 해야만 했다. 그의 목 뒤에

손을 두른 채 매달린 내 꼴이 스스로가 생각해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형이 바지 지퍼를 내리자 이미 단단해진 페니스가 드로즈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른 침을 삼키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음을 지었다. 한 손을 뻗어

답답한 드로즈 안에 채워져 있던 페니스를 살짝 꺼내자 굳게 닫혀있던 그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형의 입술에 키스를 했고, 혀는 그 신음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아… 읍….”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들어와 치아를 하나하나 훑었고, 타액을 넘겼다. 이미

흥분한 상태에선 키스 하나도 큰 자극이 될 수 있었다. 나는 형의 옷깃을 꽉 쥔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강의실 안의 공기는 아까보다 좀 더 달뜬 상태였고, 뜨겁게 느껴졌다.

“형. 저 못 참아요. 빨리….”

오래된 강의실 책상 끝에 겨우 엉덩이를 걸친 채 말했다. 그리고 목에 감싸고 있던 한쪽

손을 풀어 단단해진 형의 페니스를 한번 훑어 잡았다. 뜨겁고 단단한 그의 페니스를

만지자 마음이 더 다급해진 건지 나는 서둘러 그의 페니스를 다리 사이에 문질렀다.

형도 이 정도면 많이 참았겠지.

그는 나의 목덜미에 짧은 키스를 남기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몸 깊숙이 들어온

굵직한 페니스로 한 번에 사정까지 가기는 쉬운 상태였다. 온몸을 떨며 신음하고 있는 내

꼴이 불쌍하긴 했는지 형은 등을 토닥여줬다. 형의 손은 이미 한번 가버린 정액으로 젖어

있었다. 쾌감이 가라앉기도 전에 허리를 흔들어대는 형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심한

쾌감이 내 모든 신경을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형의 입술에

다시 한 번 키스를 했다. 혀가 엉긴 채 달뜬 숨을 내쉬는 것만큼 야한 행위는 없었다. 마치

서로를 갈구하듯 매달리는 꼴이 둘 다 급한 것처럼 보였다.

귓가에 퍼지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더 자극적이게 들려왔다. 조용했던 강의실은 살갗이

부딪히는 소리와 넘어갈 듯 겨우 뱉어대는 신음 소리로 가득 찼다. 이미 안에서 커질 대로

커져 있던 페니스는 가장 깊은 곳까지 눌렀고, 나는 한 손으로 페니스를 잡아 세게

흔들었다.

“하아… 한번 뺀 걸로 부족했어?”

여유로우면서도 느슨한 미소를 짓던 형은 나를 책상 위에 앉혔다. 허벅지를 잡아 다리를

벌리도록 고정한 채, 책상이 흔들릴 정도로 허리 짓을 반복했다. 그는 느릿하면서도 깊게

허리를 흔들었고,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줬다.

***

한껏 구겨진 셔츠를 대충 털어 단추를 잠갔다. 한쪽 벽면에 달린 시계를 힐끗 본 나는

의아하단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수업 시간 한참 넘었는데 왜 아무도 안 오지?”

“아까 그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었으니까 그렇지. 바보 아냐?”

뭐? 그걸 왜 지금 말해?!

현우 형은 책상 위에 묻은 희멀건 액체들을 닦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댔다. 내가

셔츠를 끝까지 다 잠그고 빽 소리를 치자 눈물까지 고이도록 웃어 재끼던 그는

미안하다며 성의 없는 사과를 할 뿐이었다.

나는 잔뜩 표정을 구긴 채 형에게 투덜거리며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 문제의 강의실을

나오자, 복도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곳에서 그런 짓들을 했다니….

이미 지난 일이었지만 얼굴이 다시 화끈해지는 것 같았다. 형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탕하게 웃으며 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아직도 엉덩이 안쪽과 허리에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두 팔로 그에게 매달렸으니 온몸이 쑤시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쑤시는 듯한 근육통에 주먹으로 어깨를 치며 그를 따라 학교 정문 부근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갔다.

적당히 쾌적한 카페 안의 공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어제 강이태와 갔던 자취방 주변의

작은 카페와는 테이블 수부터가 달랐다.

확실히 프렌차이즈 카페답게 손님도 줄을 이어 들어왔다. 일제히 노트북을 펼친 채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이 나에겐 괜히 낯설게 느껴졌다.

“형. 제가 자리 맡아놓을게요.”

“어… 너 자바칩 그란데 사이즈?”

“네네. 휘핑크림 많이요.”

온몸에 긴장한 상태로 관계를 해서 그런 것인지 나른해지고 힘들다는 생각뿐이었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형을 보자, 왠지 아까 일들이 떠올라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는 적당히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 아까의 기억을 되돌려봤다.

일부러 의도한 행동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긋하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내 이름을

되뇌었고, 그 누구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잘 알아 집요하면서도 흥분하도록 만져주는

손길이 좋았다.

사람 많은 카페까지 와서 이런 생각하는 거 완전 변태 같잖아….

갑자기 찾아온 현자 타임에 나는 머리를 헝클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 차가운 얼음

덩어리 위로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음료가 내 앞에 놓였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있는 현우 형을 쳐다봤다.

“고마워요. 제가 집에 가서 커피값 보내드릴게요.”

“아니 뭐. 그냥 내가 살게.”

나는 빨간색 빨대를 폭신해 보이는 휘핑크림 위에 꽂았다.

5분 동안 아무 말 없이 핸드폰만 보던 내가 텅 빈 테이블에 죄책감을 느껴 먼저 노트를

꺼내 들었다. 이번 학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장학금을 받아야만 했다. 1학년 때는 어떻게

그 점수를 유지했었는지 내 자신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마 고등학생 때 기억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공부에만 전념했던 것 같다.

시험 기간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개강한 지 10일밖에 안 지났음에도 과제를 내주시는

교수님들이 여러모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노트에 빼곡히 적힌 과제 설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의 반쯤 졸다시피 적어놓은 글들이 해석하는데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노트를 펼친 지

정확히 3분 만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덮어버렸고, 빨대를 느슨히 쥔 채 음료를

휘적거렸다. 그리고는 한껏 지루한 표정으로 턱을 괸 채 창밖을 쳐다봤다.

“…강이태?”

강이태는 과 후배 남자애들 몇 명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와 나 사이에 뭔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주 마주치는 것 같았다. 나는 죄지은 사람마냥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눈치 빠른 현우 형은 하고 있던 핸드폰 게임을 중단하고 앞에 앉은 날 쳐다봤다.

“갑자기 왜 그래?”

“…아뇨. 그냥.”

“뭔데?”

“….”

“너 쟤한테 죄지은 거 있어?”

“아뇨.”

죄라면 죄겠지? 나름 절친한 사이였는데, 아무 얘기 없이 연락 두절했던 거니까.

마음속으로는 이 과거가 생각보다 큰 죄로 인식되고 있던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시작 된 형의 심문에 괜히 기죽은 표정을 지었다. 형은 나에게 따지거나,

나무랄 생각은 딱히 없어 보였지만, 그 똑 부러진 말투로 나에게 말을 할 때 무서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와 형이 말다툼 아닌 말을 주고받고 있던 그때, 카페 밖에선 강이태와 후배들이 무리를

지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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