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33)

32화

“…이번엔 꼭 기억해야 해. 중요한 말 할 거니까…. 너도 잘 들어.”

안 어울리게 진지하네.

풀린 눈과 찌푸린 눈썹, 잔뜩 힘 들어간 눈빛. 내 얼굴을 가까이서, 이토록 빤히 쳐다본

적은 손에 꼽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뺨이 새빨개져 고개를 숙인 게

평소 하진이의 모습이었다. 술에 취해 혀는 꼬일 대로 꼬인 상태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뭔가 중요한 얘길 한다고 하는 하진이가 내 눈엔 마냥 귀여워 보였다. 나는 터져 나오려던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그의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마주했다.

“듣고 있으니까… 말해.”

“야… 왜 기분 나쁘게 웃어? 나 안 취했다고.”

취한 사람 취급하는 게 기분 나빴는지, 하진은 몸을 뒤로 빼 침대 위로 도망쳤다.

나는 계속해서 삐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완전히 취하진 않았나보네. 더 마시게 할 걸 그랬나….

침대 헤드에 기댄 채 금방이라도 잘 것같이 나른한 표정을 짓던 하진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나는 답답함에 못 이겨 먼저 말을 꺼냈다.

“…아까 나가서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 있었지. 아주 큰 일….”

나는 그의 말에 무심한 척, 테이블 위에 놓인 남은 술을 따라 마시며 은근슬쩍 대답을

유도했다. 취한 탓인지, 하진이는 내가 물은 말에 아무렇지 않게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나… 대학 처음 왔을 때 진짜 힘들었거든? 진짜… 힘들었는데… 현우 형이 날 도와줬어….”

“…….”

이 말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될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지난번 장현우와

얘기를 한 후, 그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고, 내가 하진이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죄책감이 심하다. 과거의 잘못을 더듬어봤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까 겁이 나 하진이에게 고백도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지.

나는 잔에 담긴 술을 한 번에 들이켰고, 유리잔에 녹고 있는 얼음까지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단단한 얼음을 와그작 씹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취한 상태도

아니고, 맨정신으로 과거의 내 잘못을 듣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하진이를 시험한

어릴 적 내 안일함과 나 때문에 힘들었던 그를 끝까지 찾지 못해 방치했다는 것.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쩌면 난 장현우에게 큰 빚을 진 셈이었다.

“근데… 현우 형이… 날 이용했대. 날 좋아해서… 옆에 두고싶어서….”

“…하진아.”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내가 그 말을 듣고 다행이라 생각했다는 거야…. 나도 형을

이용했는데… 형 덕분에 대학 생활 여태 탈 없이 했고… 형이랑 있으면… 기분 좋으니까….”

듣고 싶지 않았던 말. 내 실수로 하진이를 혼자 뒀으면서, 외롭게 만든 거였으면서

이기적이게도 그의 입에서 장현우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건 미치도록 싫었다.

장현우와 하진이가 함께 있는 걸 볼 때마다 질투심과 소유욕이라는 감정을 참아내야

했다.

나는 테이블 옆 바닥에 놓여있던 물로 목을 축였고, 힘겹게 한 자씩 말을 잇고 있는

하진이를 빤히 바라봤다. 그는 이미 술기운에 취해 잠꼬대마냥 반쯤 졸며 말하고 있었다.

“근데… 너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형이랑 있으면 계속… 다른 생각만 하고…. 말로는

잊었다고 했는데… 형이랑… 계속… 너랑 겹쳐 보이고….”

“……하진아?”

하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나는 그의 마지막 말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짚어보며

뜻을 해석하기 바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눈이 감겨있는 하진이의 어깨를 붙잡고

세게 흔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시 말해봐. 응? 유하진.”

게슴츠레 뜬 하진이의 눈빛은 잠과 술에 취해 몽롱해 보였다. 그를 단잠에서 깨운 건

미안했지만, 지금 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저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는 무거운 눈꺼풀에 겨우 힘을 주며 내 얼굴을 바라봤고,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현우 형한테 강이태를 잊기 싫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난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널 좋아해.

“…….”

나는 그를 똑바로 마주한 채, 한동안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생각도 못 한 전개였다.

그가 날 좋아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내가 먼저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이런 식으로

하진이가 먼저 고백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가까스로 대답을 이었다.

“내가 먼저 말했어야 됐는데. 한발 늦었네….”

“…언제부터야?”

옅은 미소를 띠던 하진은,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냈다.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멀쩡한 얼굴로 술기운에 뜨거워진 뺨을 만지작거렸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게 아까보다 술이 깬 거 같았다. 나는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글쎄. 처음엔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게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너가 없어지고

나니까 미치겠더라….”

“…그럼 내가 먼저 좋아한 거네.”

하진이의 유치하면서도 귀여운 질투에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버렸다. 술에 취하면

이렇게도 솔직해지면서 오랜 시간 이 말을 듣기 위해 너무 길게 돌아온 것 같았다.

한편으론 허탈하면서도 용기 내 먼저 말해준 하진이가 고마울 뿐이었다. 왜 웃냐고

퉁명스럽게 묻는 하진이의 말에 나는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는 평소처럼 고개를

돌려버렸고, 나는 억지로 시선을 마주하며 비죽 튀어나온 그의 입술을 빤히 바라봤다.

“그게 중요한 거야?”

“…나한텐 중요해.”

“하진아…. 유하진.”

두 달…. 아니, 세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하진이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새빨간 그의 뺨보다 어쩌면 지금 내 얼굴이 더 붉어져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들뜬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려 했지만, 입가에 맴도는 옅은 미소를 숨기긴 힘들었다. 그의 입에서

‘왜?’라는 말이 나오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키스해도 돼?”

오늘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그도 놀랐는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손에 닿지 않아도 그의 체온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빠르게 뛰는 맥박과 흔들리는 시선, 조용히 끄덕이는 고개. 나는

그의 입술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맞춤했다. 가벼운 입맞춤은 어느새 딥키스로

이어졌고, 생각보다 그의 체온은 더 심하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혀가 뒤섞임과 동시에

가빠진 그의 숨소리가 나를 더 자극시켰고, 나는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아야 했다. 나름

열심히 혀를 섞으며 그 틈으로 숨을 내뱉던 하진이는, 참다못해 먼저 입술을 떼버렸다.

턱선을 타고 흐르는 타액이 부끄러웠는지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내며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나는 그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 좀 더 가까이 얼굴을 마주했고,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불 끌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전체의 스위치를 꺼버렸다. 파란빛을 내고 있던 빔프로젝터까지

꺼버리자, 방 안은 낯설 정도로 조용해졌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하진이의

숨소리와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소리.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침대까지, 딱 3걸음이면 되는

거리였던 것 같은데, 깜깜한 탓에 눈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팔을 펼쳐 벽면을

더듬으며 침대까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하진이도 안보이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창문을 뒤덮고 있던 암막 커튼을 확 걷어버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보인다….”

바깥의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방 안을 환하게 비췄다. 이목구비의 실루엣이 보이는

정도였지만, 우리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하진이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한껏 들뜬 표정이면서도 최대한 숨기는 것처럼 입가에 옅은 미소만

맴돌았다. 나는 그 미소에 다시 한번 키스를 했고, 그에게 허락이라도 맡듯 천천히 윗옷을

벗겼다. 내 손끝이 차가운 건지 하진이의 체온이 높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내 손이 그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조차 화나지만, 장현우가 키스 마크를 유독 눈에 띄는 곳에 남겼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하진이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목덜미에 키스했다. 혀끝으로 몸을 탐하며 곳곳에

자국을 남겼다. 입술이 그의 살갗에 닿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조용했던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굳게 닫혀있던 바지

버클을 한 손으로 풀었다.

달칵, 다소 경쾌한 소리를 내며 풀린 바지버클에 나는 얼굴을 가까이하며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회색 드로즈가 왠지 하진이와 안 어울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왜 웃냐며

투덜거리는 하진이를 나는 달래주기라도 하듯, 혀끝으로 그의 페니스 부근을 할짝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마지못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신음

한번 안 내겠다고 악착같이 버티는 것 같아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묘하게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위험한데….

흘끗 곁눈질로 그의 표정을 살피던 나는, 하진이의 한껏 상기된 얼굴에 나까지 휘둘리는

것 같았다.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한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최대한 격해지려던 감정을

추스르려 했지만,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후였다. 어떻게 하면 이 굳게

다물고 있는 입에서 신음 소리를 뱉게 할 수 있을까, 키스를 하면서 등을 쓸어내리면 어떤

반응을 할까. 쓸데없는 생각이면서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마냥

행복한 일이었다.

드로즈 안에서 답답해하고 있는 페니스를 손끝으로 톡 건드리자, 참다못한 하진이가 내

어깨를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좀…. 장난치지 말고….”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있는 게 꽤 오랫동안 참고 있던 것 같았다.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의 말대로 살짝 조여 보이는 드로즈를 손가락 끝으로 잡아 늘였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잔뜩 달아오른 성기가 드로즈 위로 봉곳 솟아올랐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혀끝으로 그의 성기 끝을 할짝였고, 신음을 삼키려는 하진이의 모습에 오히려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혀끝으로 천천히, 누구보다도 집요하게 핥아댔고, 한 손으로는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허리를 받쳐줬다. 손에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과 점점 커지는 그의 페니스가 어느 정도

반응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걸로 오기가 생기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입 안 가득 성기를 애무했고 한

손으로 허벅지를 감싸며 그를 올려봤다. 물론 일부러 시선까지 마주하면서. 그 굳게 닫힌

입에서 소리 한번 들어보겠다고 성기의 기둥 부분부터 귀두 끝 부분까지 끈질기게

괴롭혔다. 하진이는 몸을 옆으로 돌려 허리를 비틀려고 했지만, 내 손에 못 이겨 다리만

움찔거릴 뿐이었다.

“하아… 아… 으응….”

입을 막고 있던 손가락 사이로 그의 옅은 신음 소리가 흘렀다. 어두운 공간에서 지금이 몇

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꽤 긴 시간 동안 그의 몸 곳곳을 탐색한 것 같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페니스에서 입을 떼어냈고, 턱선을 타고 흐르는 타액을

손 등으로 대충 닦아내며 말했다.

“…소리 참지 마. 목소리 듣고 싶어.”

창밖의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있던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지금쯤 귀 끝까지

빨개졌을 거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쾌감에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그의

페니스가 내 눈엔 마냥 귀엽게 느껴졌다. 나는 말아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며 페니스를

손으로 감싸 쥐었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그의 허리선을 타고 내려가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하얗고 진한 액체와 타액으로 젖어있던 성기를 잡고 흔들자, 민망할 정도로

질척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소리를 참지 말라던 내 말에 입술을

오물거리던 그는, 이내 고개를 젖히며 가쁜 숨이 섞인 신음 소리를 내보냈다. 상기된 볼

만큼이나 숨소리도 한껏 달아오른 것 같았다.

나는 흥분하지 않은 척, 다소 여유로운 얼굴을 띠고는 손가락을 세워 다리 사이에 감춰져

있던 그의 음부 주변을 맴돌았다.

“하… 으… 아, 아플 것 같은데….”

겁에 질린 듯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얼핏 물체의 실루엣

정도만 보이는 어두운 방 안을 슥 훑어보고는 팔을 뻗어 책상 위를 더듬거렸다. 책상 위,

맨 오른쪽 끝에 세워둔 보디로션을 손바닥에 두어 번 펌프질한 후 의미심장한 미소로

하진을 바라봤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 눈치를 보던 하진이는, 헝클어져 있던 이불

안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미끌거릴 만큼 꽤 많은 양의 로션을 양손에 발랐고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그의

성기를 뒤로한 채, 곧바로 다리 사이를 노렸다. 마치 내 손가락이 들어와주길 기다렸다는

듯, 스스럼없이 삼키는 음부가 자극적이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넣고싶어.

이미 난 그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배덕감 드는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그의 다리가 내

허리를 와락 감쌌고, 하진이는 꽤 지쳐 보이는 얼굴로 힘겹게 신음을 냈다. 방금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척 미소를 띠고 있던 내 표정은 어느새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음부 안에 넣었던 손가락 하나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손가락은 빨려 들어가 듯 별 무리 없이 들어갔고, 어느새 손가락은 세 개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하…읏….”

하진이의 허리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휘었다. 나는 손으로 그 얇은 허리를

받쳐주며 그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하진이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민망했는지,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아랫입술을 다시 꽉 깨물어버렸다.

“…깨물지 마.”

나는 다른쪽 손으로 그 말랑거리는 아랫입술을 만지며 계속해서 깊은 곳을 자극했다.

그러자 꽤 다급한 목소리로.

“아…! 그… 그만… 잠깐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하진이가 양손으로 내 팔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평소대로였다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당장 손을 뗐겠지만, 오늘만큼은,

지금만큼은 그의 말을 들어주기 힘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던 그의 페니스 끝에선 진한 정액이 흘렀다. 가쁜 숨을 내뱉으며 내 팔을 꽉 붙잡고 있던

하진이의 손은 이미 힘이 풀려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세운 채 힘없이

누워있는 그를 내려다봤고, 바지 버클을 한 손으로 가볍게 풀며 입을 열었다.

“괜찮겠어?”

“…안 괜찮다 해도 할 거잖아.”

하진이는 느슨한 미소를 지으며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뻗었다. 나는 뻗은 두 팔을 내 목에

걸친 채,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안으로 들어갔다.

“하진아… 유하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쾌감에 하진이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젖혀진 고개를

받쳐주며 쪽 소리가 나도록 몇 번이고 키스를 했고, 그가 익숙해질 때쯤 조심스레

허리짓을 시작했다. 별로 오래되지도 않은 침대 매트리스의 삐걱이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상황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거칠어지는 숨을 삼키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고, 그때마다 하진이는 억눌린 신음을 내보냈다. 어두운 곳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건지, 울긋불긋한 키스 마크들이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를 만족감에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어느새 단단해진 그의 페니스를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페니스는 툭 치면 금방이라도 하얗고 불투명한 액체를 뱉어낼 것처럼 잔뜩 성나 보였다.

“…엄청 건강하네. 하루에 세번까지도 거뜬할 것 같은데?”

“아… 으… 장난… 치지 마….”

쾌감 때문인지, 버퍼링 걸린 영상 마냥 뚝뚝 끊기는 그의 목소리가 나에겐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가학성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간 꽤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아까 건드렸던, 그가 사정했던 곳을

되짚었다. 음부 깊숙한 곳까지 성기를 밀어 넣어 하진이가 쾌감을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흥분시키고 싶었다.

허리짓이 빨라지자, 그의 입에선 교성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빠진 숨소리와 신음 소리,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까지. 점점 절정에 치닫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그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남기며 막고 있던 그의 페니스 끝을 손끝으로

살살 문질러 사정을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보다 묽고 투명한 정액이 침대 시트를

적셨다. 나는 가까스로 성기를 빼 그의 음부 부근에 사정했다. 다리 사이에 진득하고 진한

액체가 묻은 그의 모습이 의도치 않게 야해 보였다.

“하아… 너 진짜 침대에선 무식하구나….”

나는 그제서야 몰려오는 미안함에 그의 허리를 주물거리며 끌어안았다. 그 후로

좋아한다는 말을 몇 번 했는지, 하진이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 돌아온 만큼 절대 손에서 놓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했다.

이젠 솔직해질게. 널 좋아한다고 몇 번이든 말할 수 있어.

<이어서 외전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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