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쫀득한 내벽에 빈틈없이 닿아버린 성기가 대담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크하듯이 두드리던 예민한 부분을 힘으로 눌러 터뜨릴 것처럼 밀어붙였다. 그렇게 누르다가 쑥 밀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엉덩이까지 살짝 틀어서 그 부위를 정확하게 머리로 찌르고 또 찔렀다.
“학! 아, 앗-! 히윽…!”
다 넣지도 않고 귀두로 전립선만 집요하게 때려대니, 안에서 찌릿하면서도 뜨거운 쾌감이 연달아 폭죽처럼 터지기 바빴다. 가만히 있고 싶어도 몸 전체가 펄떡거리며 반응하는 탓에, 준성은 마치 간헐적인 전기충격을 연달아 받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기충격의 고통은 몰라도, 스턴건에 맞으면 몸이 어떻게 펄떡이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꿈속에서 남기혁의 부하들은 그가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 기나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준성에게 ‘스턴건 놀이’를 행했다. 몇 초간 대고 있으면 화상 자국이 남을 게 뻔하니, 보스에게 들켜서 죽지 않으려면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을 짧게 톡톡 건드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때마다 준성은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몸이 반사적으로 깜짝 놀라며 펄떡이는 걸 경험해야 했다.
조직의 말단이던 그들이 훨씬 밑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자신을 한껏 비웃고 조롱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걸 안다. 갑자기 툭 건드려진 벌레처럼 흠칫거리면서도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는 산산조각 난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더 밑으로 떨어뜨리고 싶은 악독한 본성이 여과 없이 나온 것뿐이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육체가 느끼는 육체적 충격과 찌릿함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한 행위.
진통제가 없었어도 고통을 못 느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육체에 아득한 쾌감과 전율이 쏟아졌다.
“좋아? 여기 좋지? 벌써 물 흘리는 거 봐.”
“아읏! 응…-!”
“주인님이 좋아하는 건 내가 다 해줄게. 또 어디가 좋아?”
눈앞의 짐승은 숨 가쁘게 으르렁거리면서도 흉폭한 본성을 꽉꽉 누르며 복종의 말을 뱉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 아래에 깔린 나약한 인간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안쪽까지 엉망진창으로 헤집을 수 있는 주제에,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며 명령받길 원했다.
“주인님한테 더 예쁨받으려면 내가 뭐해야 하냐고.”
흥분감에 절어 씩씩거리면서도 절대 허락된 것 외엔 하지 않았다. 언제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먹음직스럽게 팽팽해진 성기를 자꾸 탐나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지만, 명령이 없기에 손대지 않았다.
‘내 명령….’
반 정도밖에 들어오지 못한 성기가 오로지 주인의 쾌감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성미대로 우악스럽게 모조리 집어넣고 내장을 터뜨릴 것처럼 박아대야 만족할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제 목줄을 포함한 온갖 주도권을 쥔 강준성의 ‘명령’이 없기에 필사적으로 자제 중이다.
준성은 달아오른 얼굴로 잔뜩 안달이 난 도한서를 올려다보며, 몸이 느끼는 쾌감과는 또 다른 희열을 느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맹수.
지옥 같은 이 꿈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백신 그 자체.
그런 사람이 자신보다 더 아래에 있길 원했다. 발끝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뿐만 아니라 발가락 사이사이를 핥고 발바닥을 애무하며 부디 자신을 마음껏 휘두르고 조련해 달라 말한다.
끝도 없는 심해에 삼켜져 있던 정신과 부서진 자존감이 강제로 뭍까지 끌려 올라오고 있었다. 모든 걸 내어주듯이 제 목을 휘감은 줄을 굳게 쥐여줬는데도 어느새 이쪽이 상대의 목줄을 쥐고 있다.
사랑스러운 미친놈.
나의 개새끼.
준성은 눈앞의 헐떡이는 검은 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키, 스….”
정신 못 차리고 질러대는 신음 사이에서 명확한 명령이 들렸다.
“흑, 나한테 키스… 해….”
폭발할 것처럼 안달 나 있던 한서의 얼굴에 준성의 떨리는 손끝이 닿았다. 그러자 손끝이 있는 볼 한가운데까지 닿는 진한 미소가 걸렸다.
그게 어찌나 예쁜지, 막상 명령을 내린 준성 본인이 완전히 홀린 것처럼 넋을 빼버리고 말았다.
일말의 여유도 없던 한서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입술을 박았다. 뜯어먹을 것처럼 입을 벌려 내리누르고는 혀를 뻗어 강제로 입술을 열어 침범했다.
“읍-!”
숨이 단숨에 막혀버릴 정도로 완전히 맞닿아버린 입술 사이로, 본성을 그대로 담은 뜨거운 혀가 준성의 입 안을 이리저리 유린했다. 열띤 혀를 휘감아 쭉 당기다가, 얼얼해졌을 혓바닥 깊은 곳을 좌우로 빠르게 쓱쓱 쓸며 치댔다. 목구멍 앞까지 돌진해서 미끄러운 표면을 혀끝으로 빙글빙글 긁어대니, 품 안의 준성이 크게 움찔하며 막힌 신음을 연이어 터뜨렸다.
거칠고 흉폭한 키스에 호흡이 부족해져서인지, 준성의 머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지극히 단순하고도 본능적인 것뿐이었다.
‘기분 좋아….’
한서의 뜨거운 혀가 입 안을 긁고 비비고 치댈 때마다 아래쪽을 찔리는 것과 엇비슷한 지독한 쾌감이 느껴졌다. 분명 예전에 키스할 때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서와 혀가 비벼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간질거렸다.
그 간질거림은 안쪽을 찔리며 발기하고 있던 그의 성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흐읏, 으읍…!”
키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준성의 성기가 막을 새도 없이 정액을 토했다. 제법 높게 튀어버린 정액이 준성과 한서의 배에 녹진하게 묻어났다.
그러는 동안에도 한서는 준성이 좋아하는 부분을 찌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절정에 다다른 탓에 내벽이 정말 성기를 잘라버릴 기세로 조여들고 마구 꿈틀대고 있음에도 한서는 오히려 속도를 냈다.
“읏, 응! 흐으으-!”
사정의 후희에 파들거리던 준성은 멈추지 않고 닥쳐오는 쾌감에 몸을 비틀었다. 자극이 너무 강해서 자연스레 이를 무서워하고 회피하려는 육체적 본능이었지만, 한서에게 꽉 안긴 채로 내리눌려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제대로 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준성이 어렵사리 입술을 떼며 고개를 저었다.
“프하…! 그만-! 아, 이제 느낌 이, 이상…해!”
“질질 싸게 해준다고 했잖아. 이대로 다 지려버리자.”
“흡, 으, 아아…!”
“하아…, 난 주인님이 개처럼 싸줄 때가 너무 예쁘더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한서의 눈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 참았던 탓인지, 박아대는 속도도 준성이 사정하기 직전보다 더 빨라지고 부피도 한계까지 커져 버렸다.
준성은 아래에 몰리는 새로운 절정과 사정감에 다리를 벌벌 떨었다. 진통제 덕분에 마구 벌어져서 박히고 있어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안쪽이 전율하며 절정에 도취되어 있는 게 너무 잘 느껴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성기 안쪽으로 삽시간에 가득 모여든 열기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처럼 휘몰아쳤다.
“흑, 도한…서, 이 미친, 미친놈…! 아흣!”
“더 말해줘. 하아…, 더 불러줘요, 주인님.”
미친놈이라고 더 말해 달라는 건지, 이름을 불러 달라는 건지 모를 뜨거운 음성이 준성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새빨갛게 부은 입술을 아플 정도로 빨아당기고, 그 너머에 숨어있는 혀를 뽑아버릴 것처럼 끄집어내어 이빨로 잘근 깨물어버렸다.
그게 스위치라도 되는 것처럼 준성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흐, 으으읏-!”
식을 줄 모르던 준성의 성기가 기어코 맑은 물을 쏟았다.
정액과는 다른 끈기 없는 액체가 두 사람의 배를 적셨다. 기세 좋게 안쪽을 찌를 때마다 픽픽 물총처럼 지려버리니, 그게 재밌어서라도 한서의 성기가 도통 멈출 줄 몰랐다.
“하아, 씹, 더 싸봐. 더 싸줘, 주인님.”
“하, 윽! 그만…, 아!”
“찔러줄 때마다 싸는 거 봐, 씨발.”
배에 묻은 흥건한 액체를 훔쳐낸 한서가 그 액을 혀끝으로 맛있게 핥아 먹었다. 정액을 싼 직후라서인지 약간의 비린 맛이 나긴 했지만 한서에게 있어 이는 꿀맛이나 다름없었다.
도한서는 보는 사람이 민망해질 정도로 손가락 사이사이의 액마저 야릇하게 핥아대고 있었다.
“하…. 교육 안 된 개새끼도 이렇게는 안 지리겠어요, 예?”
어느새 배에 쏟아낸 맑은 액이 매트를 축축하게 적셔가고 있었다.
“개새끼, 는… 흑! 너잖아…! 그만하라고 했는데, 읏-!”
어느 순간부터 평소처럼 돌아온 준성이 한서를 탓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누군 지리고 싶어서 지리는 줄 아나.
원망스러운 눈으로 도한서를 올려다보다가 순간 그의 일그러진 미간과 성난 눈동자 때문에 움찔해버렸다.
말투가 평소처럼 돌아왔다고는 해도 사람이 한 번 깊숙이 품어버린 불안감이란 게 그리 쉽게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한서가 제 말에 기분 나빠하거나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해서 다시금 겁먹기 시작한 준성의 몸이 다시금 굳어버리려 했다.
그런 준성의 불안감을 날려버린 건 한서의 단 한 마디였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무나 투명한 순종의 사인이었다.
안을 찔러대던 걸 멈추고 준성의 얼굴에 급하지 않게 입을 맞췄다. 아래에서 싸던 것만큼이나 줄줄 흘려버린 눈물을 꼼꼼히 핥아주고 부드럽게 입술을 비벼서 달랬다. 상냥하기 그지없는 애교와 진심 어린 굴복이 준성의 불안을 삽시간에 잠재웠다.
“우리 주인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어. 씹,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가만두냐고.”
투정 부리듯이 준성을 탓한 한서가 그를 마주 보았다.
준성은 한서의 눈만 보아도 알 것 같았다. 혹시나 자신이 부서질까 봐, 필사적으로 욕구와 충동을 억누르는 눈이다.
자신과는 또 다른 불안감을 가진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하자, 준성은 오히려 그 속에서 기이한 희열을 느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