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으아, 으아악! 으악!”
장렬한 실패가 이어졌다.
수환은 요리에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갈비찜을 할 고기를 씻어서 물에 담그는 것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칼질을 못 해서 야채를 너무 엉망으로 잘랐고, 양념은 설탕 대신 소금을 넣었는지 짠맛이 났다. 그래도 일단 다 때려 부어서 어떻게든 끓였는데, 불을 세게 켜고 방치한 바람에 다 타버리고 말았다.
잡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갈비찜을 끓이는 사이 잡채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건 갈비찜보다 훨씬 더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다. 불을 켜기만 하면 재료를 몽땅 태워버려서 도저히 뭘 진행할 수가 없었다.
“끄응.”
결국 수환은 미역국에 온 신경을 퍼부었다. 미역국이라도 온전히 끓여서 승현에게 먹이는 게 최종 목표가 되고 말았다. 울상을 지은 수환이 끓기 시작한 미역국을 열심히 휘저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모양이나 색이…… 자신이 봐도 전혀 먹음직스럽지가 않았다. 그걸 보니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초토화된 부엌의 풍경이 수환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 레시피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거치대 위에 올려 둔 태블릿을 보며 수환이 다시금 울먹거렸다.
그리고 그때,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선배.”
“어?”
뒤를 돌아보니 승현이 숨을 몰아쉬며 수환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 온 거지, 대체. 요리에 집중하느라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수환이 당황한 얼굴로 승현을 쳐다봤다.
요리하는 수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승현이 가까이 다가왔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놀라서 묻는 수환을 보던 승현이 끓고 있는 미역국을 흘끗 쳐다봤다. 역시 미역국이 맞다. 수환이 자신을 위해 끓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을 했음에도 승현은 부러 수환에게 물었다.
“저거, 저 때문에 끓인 거예요?”
“응? 아, 미역국?”
수환이 뻘쭘한 얼굴로 국자를 내려놓았다.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기에 좀 아쉬웠다. 그리고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게 엉망인 모습을 보여줘 버렸으니 말이다.
“맞아. 근데 이거 맛없을 거 같은데…….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미역국은 자신이 봐도 녹조가 낀 강물처럼 색이 이상했다. 미역도 채 다 불리지 못해서 씹으면 질기고 딱딱할 것 같았다. 새삼 이런 걸 승현에게 먹으라고 주기가 민망했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인스턴트 미역국이라도 사 올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승현이 꽉 막힌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에요. 먹을게요.”
“정말?”
“네.”
진짜 맛없을 거 같은데……. 설마 이거 먹고 탈 나는 건 아니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수환이 머뭇거리는데, 승현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수환을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
“한 입만 맛볼게요.”
순간 키스라도 하는 줄 알고 수환은 놀랐다. 괜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국자로 미역국을 조금 떠서 숟가락에 담았다. 뜨거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입으로 후후 불고 조심스럽게 승현의 입가에 대주었다.
근데 이거 좀, 신혼부부가 할 만한 행동 아닌가?
순간 든 생각에 수환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런 수환의 생각도 모르고 승현이 입술을 벌려 미역국을 후룩 마셨다. 미역국을 먹은 승현의 목울대가 짧게 울렁대는 걸 수환이 긴장한 눈으로 쳐다봤다.
“어때?”
소심하게 묻긴 했으나, 곧 괜한 물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보나 마나 맛이 없었을 게 뻔한데. 곧 미역국을 먹은 승현의 아름다운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질 거라고 생각했다.
“맛있네요.”
“뭐?”
그러나 승현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빙긋 웃었다. 그 얼굴이 너무 멀쩡해서 수환은 순간 속아 넘어갈 뻔했다.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요.”
“이게 그렇게 맛있을 리가…….”
“못 믿겠으면 선배도 먹어 볼래요?”
“응?”
수환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승현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순식간의 일이라 밀어내지도 못했다.
말캉한 입술이 먼저 수환의 입술에 닿았다. 멍하니 입술을 벌리고 있던 수환은 그대로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오는 승현의 혀를 느껴야 했다.
“읏……!”
승현의 혀가 한차례 수환의 입안을 휩쓸었다. 거칠지 않은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서로의 혀가 얽히고설켜 질척질척한 소리를 냈다.
먹어 보라는 게 이런 거였나? 수환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한 숟가락의 미역국 맛이 느껴지기는커녕 승현의 타액이 너무 달달해서 입안이 온통 설탕물에 절여진 것 같았다.
“흐으.”
수환이 신음을 뱉으며 승현의 어깨를 잡았다. 자극은 입안이 받고 있는데, 열이 몰리는 건 아래쪽이었다. 배 속이 꽉 조이는 느낌에 수환이 허리를 비틀었다.
“하… 제 말 맞죠?”
“모, 모르겠어.”
“그럼 한 번 더…….”
“흐읏.”
입안과 혀를 쪽쪽 빠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수환은 그에게 또 입술을 내어 준 채 신음만 흘렸다. 깨닫지도 못한 사이 승현의 팔이 수환의 허리와 목덜미를 단단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하체가 맞닿아 뜨거운 열기가 중심부를 중심으로 확 퍼졌다. 도망치고 싶어도 옴짝달싹할 수가 없어서 꼼짝없이 승현에게 붙잡혀 있어야 했다.
“흐… 아, 잠, 잠깐…….”
“하, 하아.”
승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밖으로 흘러나와 넘치기 시작한 감정을 쏟아붓듯이 수환의 입술을 집요하게 빨았다. 다정한 키스를 나눈다기보다는, 마치 상대방의 타액을 갈취해 갈증을 해소하려는 사람의 행동 같았다.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자신의 생일이라며 서툰 손으로 미역국을 끓인 수환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를 정도였다. 이대로 자신의 것이 되어 준다면 좋을 텐데.
승현이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진득한 페로몬이 뿜어져 나와 수환의 몸을 덮었다. 명백한 유혹의 의미를 담은 페로몬이었다. 동시에 수환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흐읏!”
뜨거운 열기가 수환의 안에서부터 확 치솟아 올랐다. 참기 힘들 정도로 몸을 덮쳐오는 감각에 수환이 몸부림치듯이 팔을 움직여 승현을 밀쳐냈다.
“헉……!”
“선배?”
“읏.”
“수환 선배.”
승현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뇌를 울렸다. 그가 풍기는 페로몬이 계속해서 수환을 충동질했다. 덜덜 떨리는 팔로 수환이 제 몸을 막듯이 꽉 껴안았다.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하, 안 돼…….”
“네?”
그러나 곧 승현도 수환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엔 잘 맡아지지 않는 수환의 페로몬 향이 코끝을 찔렀기 때문이다. 코를 마비시키는 향에 승현이 눈을 크게 떴다.
러트다. 수환에게 러트가 온 것이다.
“선배!”
수환이 놀라운 힘으로 승현을 확 밀치고 뛰어갔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성이 눈앞에 있는 오메가에게서 멀어지라고 소리쳤다. 수환은 미친 듯이 뛰어가서 방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철컥.
“하아, 하…….”
방 안에 들어간 수환이 곧바로 책상을 뒤졌다. 수환의 손이 부산스럽게 억제제를 찾았다. 서랍에 들어가 있던 알파용 억제제를 찾아 물도 없이 입안에 넣고 와그작 씹어 목 안으로 넘겼다.
“우욱, 윽.”
역한 쓴 물이 올라오며 토기가 확 치밀어 올랐다. 꾹 참으며 약 효과가 돌기를 기다렸다. 어차피 열성인 몸이니 억제제를 먹으면 금방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수환의 기대와 달리 열이 오른 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다. 눈앞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느낌에 수환이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어째서…….”
분명 빙의하자마자 겪었던 러트 때는 이렇지 않았다. 감기처럼 작은 미열이 느껴졌고, 페로몬이 아주 약하게 새어 나왔다. 하지만 진수환이 가지고 다니던 억제제를 먹으니까 곧 씻은 듯이 나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이상했다. 흥분한 몸이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다.
점점 더 아득해지는 느낌에 수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곧 날카로운 송곳니에 찢긴 입술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어쩌지. 이제 어떡하면 좋지. 이대로 가다간, 이대로 가다간 분명 저 문을 열고…….
수환이 흐릿한 눈으로 굳게 걸어 잠근 문을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의 기척이 문 앞에서 느껴졌다.
“선배.”
“하아.”
승현이었다. 꿀에 젖은 레몬처럼 머릿속을 잠식하는 향긋한 향이 문 너머에서부터 흘러왔다. 수환이 더욱 괴로워하며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선배, 문 열어요.”
“안 돼, 안…….”
도리질을 친 수환이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 문을 열면 분명, 승현을 짐승처럼 덮치고 말 것이다. 그것만은 싫었다.
“싫어, 싫어…….”
“괜찮으니까 문 열어요. 약속도 다 없던 일로 할 테니까.”
“읏.”
약속……?
수환의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승현과 나누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승현은 한 달 동안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파혼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수환이 그 약속 때문에 방 안에 스스로를 가뒀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수환은 방금까지 그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승현이 말하지 않았으면 떠올리지도 않았을 정도로 말이다. 수환이 주저하는 건 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아냐…. 그런 게…, 읏, 아냐.”
“그럼요?”
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초조한 듯이 들렸다. 수환이 제멋대로 튀어 나가려는 몸을 억지로 누르며 힘겹게 말했다.
“나, 너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
“하아, 하.”
문밖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멈췄다. 승현이 드디어 물러난 모양이었다. 수환은 조금 안심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환을 미칠 듯이 괴롭히는 열기가 가라앉는 건 아니었다. 이대로 가면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폭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신을 잃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선배.”
“……!”
사라진 줄 알았던 승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수환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감당할 수 없는 열기로 인해 나온 생리적인 눈물이 그의 눈에서 후드득 떨어졌다.
이젠 정말, 정말 참지 못할 것 같은데…….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문을 바라보는 수환의 귀에 조금 경직된 목소리가 꽂혔다.
“문 열어요.”
“…….”
“선배가 힘들지 않게, 원치 않는 일 하지 않게 내가 도와줄게요.”
조용하면서도 나긋한 음성이 계속해서 수환의 귓가를 맴돌았다. 안개가 잔뜩 낀 것 같은 머릿속에 승현의 말이 느릿하게 박혔다.
“흐읏.”
이제 어찌 되든 다 좋으니까 편해지고 싶었다. 수환이 일어나 비척거리며 문으로 다가갔다.
달칵,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동시에 평소보다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시트러스 향이 파도처럼 수환을 덮쳤다.
“흐윽.”
“수환 선배.”
아름다운 금갈색 눈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승현이 두 팔을 뻗어 비틀거리는 수환의 몸을 꽉 붙잡았다.
“승현아…….”
눈앞이 점차 흐릿해졌다. 가까이 다가오는 승현의 얼굴을 바라보던 수환이 두 눈을 감았다.
그게 정신을 잃기 전 수환이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
“윽.”
미약한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고통을 참는 듯한 목소리에 수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지?
고개를 내린 수환이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벌거벗은 남자가 침대에 묶여 있었다. 그런데 모습이 상당히 기괴했다.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구속구가 남자의 팔을 옥죄고 있었다. 뒤를 돌아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남자의 양쪽 팔을 검은 가죽 벨트가 촘촘히 옭아매고 있었다. 마치 19금 영화에서나 보던 BDSM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남자의 하얀 등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선명하게 눈에 박히는 새빨간 피와 상처에 수환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헉……!”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왜, 모르는 사람이 이런 모습으로…….
그러나 수환은 곧 묘한 의문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 그렇다고 하기에는 피투성이가 된 남자에게서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저기…….”
“으윽.”
겁을 먹으며 다가가자, 남자에게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딘가 잔뜩 억눌린 듯한 목소리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남자의 눈과 입에 안대와 입마개가 채워져 있었다. 소름이 쫙 끼쳤다.
그리고 수환은 분명 언젠가 이 장면을 봤었다. 어렴풋한 기억을 겨우 떠올렸다.
수갑. 집에 다시 오고 승현에 의해 갑작스럽게 양손에 수갑이 채워졌을 때였다. 그때 갑자기 소설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원래 수갑을 찼던 승현의 모습이 이미지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졌었다.
하지만 그 기억 속의 승현은 좀 더 멀쩡한 상태였다. 이렇게 피투성이가 된 모습은 아니었다. 진수환에게 이렇게 가혹할 정도로 당하지는…….
“……!”
그러나 곧 침대 위에 흩어진 밝은 금갈색의 머리카락을 본 수환의 눈이 커졌다.
설마, 그럴 리가……. 이게 승현이라고?
수환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흠칫하며 뻗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내려다본 수환의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새빨간 색의 진득한 액체가 눈에 강렬하게 박혔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내가 어떻게 승현이를…….
“우욱……!”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허리를 접은 수환이 헛구역질을 했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역한 느낌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꿈이야, 이런 건. 진짜일 리가 없어.
수환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승현을 보며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없었다.
[정말?]
“……!”
[정말로 없어?]
허스키한 음성이 수환의 머릿속에 울렸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목소리였다.
수환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목소리의 주인이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끔찍이도 싫었다. 본능적인 거부감으로 수환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너는 나잖아. 진수환.]
“……!”
경악하며 고개를 들자, 벽에 달린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거울 속의 수환은 얼굴에 피를 묻힌 채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흣……!”
번쩍, 눈을 뜬 수환이 숨을 몰아쉬었다.
최악의 꿈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온몸을 납덩이가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에 수환이 눈을 굴렸다.
“흐읍.”
그리고 아까부터 입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수환의 입을 꽉 막고 있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왜인지 눈앞이 흐릿하고 머릿속이 곤죽이 된 것처럼 멍해서 상황 파악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멍청하게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나른한 음성이 들렸다.
“선배?”
“읍?”
“혹시 정신이 좀 들어요?”
“으읍, 읍.”
수환이 필사적으로 몸을 바동대며 소리를 쳤다. 그러나 무언가로 입이 막힌 탓에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곧 목 뒤에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지고, 입안을 차지한 무언가가 주륵 빠져나갔다.
“하아, 하, 윽.”
입에서 빠져나간 검고 동그란 물건이 수환의 얼굴 옆에서 뒹굴었다. 입안에 잔뜩 고였던 투명한 침이 흘러내려 입가가 엉망이 되었다. 눈살을 찌푸린 수환이 고개를 돌리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승현의 얼굴이 보였다.
“승현아, 이게…….”
“죄송해요. 선배가 자꾸 물어뜯으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말한 승현이 자신의 손을 수환에게 보여 주었다. 그의 손등이 정말로 짐승에게 물린 것처럼 이빨 자국이 나 있고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수환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내가… 그랬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수환은 아무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내일이 승현의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고, 그러다가 승현이 와서 먹어 주었는데. 그리고 그 후에…….
“아…….”
혼란스러운 머리로 겨우 자신에게 러트가 왔었다는 걸 떠올렸다. 분명 미열처럼 조용히 지나갔던 러트가 유독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했다는 것도.
‘혹시 내가 승현이를…….’
순간 꿈속의 모습이 떠올라 수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걸 본 승현이 얼른 자기 손을 감추며 말했다.
“괜찮아요. 별로 아프지 않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내가…….”
울먹거리는 수환을 내려다보던 승현이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자기 모습을 보면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텐데. 일부러 한 건 아니지만 수환이 정신을 차려서 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승현이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
“몸은 이제 괜찮아요?”
“어…….”
“사정은 많이 하긴 했는데.”
뭘 해?
승현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수환은 그제야 주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기이할 정도로 번들거리는 승현의 입술을 쳐다봤다. 언젠가 저런 입술을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수환이 고개를 비틀어 제 몸을 내려다봤다. 두 손은 등 뒤에, 두 다리는 딱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아서 고개를 한껏 틀어서 쳐다봐야 했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무슨…….”
생각지도 못한 음란한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몸에 말이다. 건장한 알파의 몸 곳곳에 울긋불긋한 상처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게 단순한 상처 자국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환도 이제 순진하진 않았다. 게다가 배와 시트를 적신 이 하얀 액체는…….
“선배?”
“흣.”
그 순간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며 꽉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나 정액을 쏟아 내고도 중심에 다시 열이 몰렸다. 수환이 당황하며 승현을 쳐다봤다.
“러트가, 아직…….”
“음.”
승현은 헐떡이는 수환을 난감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갑작스럽게 러트가 찾아온 수환이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나서, 승현은 초조함을 느꼈다. 알파의 러트는 오메가의 히트 사이클 못지않게 참기 어렵다고 들었다. 승현은 다행히 억제제가 잘 듣는 몸이라 그다지 힘들게 보내지 않았지만, 수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약이 잘 듣지 않으면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알파의 본능이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되는 것이다.
고민하던 승현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선배, 차라리 저를…….”
“싫어, 절대 싫어.”
정신없어 보이면서도 수환은 승현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고 칼같이 고개를 저었다. 대체 왜 이렇게 완강하게 거부하는 건지. 오메가로서의 자존심이 조금 상할 정도였다.
승현은 눈으로 수환의 몸을 훑었다. 적당한 근육이 잡힌 알파의 몸을 검은 가죽끈이 빈틈없이 옥죄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게다가 자신이 남긴 흔적과 하얀 체액이 어울려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말 자신이 어딘가 이상해진 건지. 처음에는 러트가 온 수환을 돕기 위해 한, 어디까지나 순수한 호의의 행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명백히 그보다 욕망이 앞서고 있었다. 승현이 고개를 숙였다.
“선배, 나 믿죠?”
“응?”
헐떡이던 수환이 눈물 고인 눈으로 승현을 쳐다봤다. 머릿속이 혼탁해진 탓에 수환은 이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했다. 그는 승현의 물음에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요.”
고개를 숙인 승현이 수환에게 입을 맞췄다. 붉은 혀가 조금 거칠게 수환의 입안을 헤집었다. 평소와 달리 조급한 키스에 수환이 절로 앓는 소리를 냈다.
“읏, 으응.”
몸 안에서 불씨가 확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기운이 다시금 온몸을 뒤덮고, 거센 충동이 느껴졌다. 눈앞이 빨갛게 물든 수환이 호응하듯 입을 맞추다 참지 못하고 승현의 혀를 잘근 깨물고 말았다.
“윽.”
“헉……!”
승현의 입에서 붉은 핏줄기가 주륵 흘러나왔다. 뒤늦게 기겁한 수환이 피를 흘리는 승현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 모습에서 묘한 배덕감이 느껴졌다.
무슨 피를 보며 흥분하는 짐승도 아니고. 수환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역시 입마개를 다시 채워야 할까 봐요.”
“스, 승현…….”
손가락으로 수환의 입술을 누르며 승현이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했다. 화가 난 기색은 아니지만 어딘지 분위기가 거칠어졌다. 밝은색으로 빛나던 승현의 눈동자가 유독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흐읏!”
고개를 숙인 승현이 수환의 목 근처를 깨물었다. 제법 강한 힘에 수환의 입에서 아픈 신음이 튀어나왔다.
“흐, 아…….”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야릇한 느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다.
승현은 혀를 내밀어 느릿하게 깨문 자국을 핥았다. 축축하고 뜨거운 혀가 깨문 자국에 닿을 때마다 수환의 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아프기만 해야 하는데, 혀가 상처 난 곳을 살살 달래듯이 핥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곧 수환은 이 이상한 느낌이 기분 좋은 감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짐승처럼 깨물리면서 기분이 좋다니. 술김에 승현과 잤을 때도 느껴 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어쩌면 러트가 와서 그때보다 몸이 배는 더 예민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수환은 금방이라도 또 이성을 잃을 것 같아 이를 악물었다.
“으, 흣…, 거기, 싫어.”
목 부근을 핥던 승현이 손을 내려 수환의 가슴을 더듬었다. 적당하게 근육이 있는 가슴은 승현의 손안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다. 마사지하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던 손길이 어느 순간 거세지며 봉긋한 가슴을 꽉 쥐자 수환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파, 승현아, 승…, 으응.”
자극이 너무 강해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한참 전부터 이상했다. 머릿속이 활화산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정말 아프기만 해요?”
“흐, 으응.”
수환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내젓기만 했다. 그러나 숨길 수 없이 흥분한 기색이 느껴졌다. 수환의 페로몬 향이 아까보다 한층 더 진해졌기 때문이었다.
달짝지근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승현의 코를 자극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수환의 가슴 한쪽에 입술을 댔다. 하얀 피부에 흔적을 새기는 붉은 입술이 더없이 색정적으로 보였다.
“흐읏, 앗……!”
툭 튀어나온 돌기를 아기처럼 쭉쭉 빨던 승현이 이를 세워 유두를 콱 깨물었다. 수환의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목이 깨물렸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정말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사정으로 축 늘어졌던 성기에 다시 열이 몰렸다.
“흣, 거긴 안…, 하읏.”
“씨발.”
수환의 젖꼭지를 사탕 먹듯이 쪽쪽 빨고 깨물어대던 승현이 작게 욕설을 짓씹었다. 알파가 뭐 이렇게 몸이 야해. 마치 온몸이 성감대라도 되는 듯 반응해대는 수환을 보니 미칠 것 같았다. 분명 러트가 온 수환의 욕정을 해소해 주기만 하려고 했는데.
그러나 공교롭게도 승현의 아랫도리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부풀어 오른 성기가 아플 정도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수환의 상냥함에 보답하고 싶었던 마음이 혼탁하게 더럽혀지고 있었다.
그건 시각적으로도 자극이 심한 수환의 모습 탓도 있었다. 발버둥 치는 그를 막기 위해 침실의 물건을 좀 썼는데, 이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목 뒤에서부터 이어진 긴 가죽 벨트가 수환의 두 팔을 뒤에서 묶고 있었다. 구속구가 제법 여러 개 있었지만, 수환의 몸에 맞는 게 공교롭게도 이것밖에 없었다. 아마 자기 자신에게 쓰이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걸로 웬 오메가와 밤새도록 즐겼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승현은 순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수려한 눈썹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 하응, 그, 그만…….”
“여긴 그만해 달라고 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딱딱해진 수환의 성기에서는 묽고 하얀 쿠퍼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승현은 명백하게 기분이 나빠진 티를 내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수환의 성기를 잡고 요도 주변을 손톱으로 살살 긁었다. 그러자 수환이 자지러지듯이 펄쩍 뛰며 구속된 몸으로 발버둥 쳤다.
“흐읏!”
“하아, 선배.”
두 사람의 페로몬이 허공에서 진득하게 뒤엉켰다. 동시에 승현의 손이 수환의 성기를 집요하게 문질렀다.
“흐아아, 싫어, 싫……!”
“거짓말하지 마요.”
“하으, 아아……!”
사정감을 참을 수 없어진 수환이 코끝을 시트에 묻으며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승현은 일부러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멈추지 않았다. 기어코 그의 손안에 하얀 정액이 쏟아졌다. 벌써 몇 번이나 했는지 알 수 없는 사정이었다.
“하으으, 읏.”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수환의 몸이 연신 부르르 떨렸다. 이걸로 조금은 러트가 해소되었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보인 양상을 생각하면 기대하기 힘들었다. 수환의 모습을 담담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승현이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이젠 이게 수환을 도와주기 위해 하는 건지, 아니면 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는 행위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승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손이 뒤로 묶여 있는 수환은 옆으로 길게 누워 있었다. 그래서 벌름거리는 뒤를 어렵지 않게 잡아 벌릴 수 있었다. 승현의 섬세한 손가락이 습기를 머금은 애널을 더듬었다.
“흐읏, 흣.”
아직 사정하고 난 뒤에 느낀 오르가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환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축 늘어진 채 느리게 눈을 깜박이는 수환의 귀에 승현이 입술을 바싹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선배, 수환 선배.”
“흐… 응……?”
“저도 기분 좋아지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으응.”
귀를 간질이는 낮은 목소리에 수환이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무슨 허락을 구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기분이 좋아진 듯 승현이 고개를 숙여 수환의 입술에 짧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
“흡.”
“하아, 선배.”
가라앉은 갈색 눈은 이제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수환의 애널 입구 주변을 문지르던 손을 치우고 얼굴을 밑으로 내렸다. 지난번에 수환이 아파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그의 입술이 붉은빛을 띠는 구멍에 닿았다. 그리고 수환의 애널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흐읏!”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던 수환이 깜짝 놀라며 바둥거렸다. 무언가 느껴져서는 안 되는 곳에서 기이하고 강렬한 감각이 퍼지고 있었다. 번쩍 정신이 든 수환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흣, 아, 안 돼, 아……!”
충격이 수환의 온몸을 휩쓸었다. 메인수가 그의 아랫구멍을 핥고 있었다. 주름진 곳에 혀를 대고, 안쪽까지 붉은 혀를 밀어 넣어 젖어 들게 만들고 있었다. 수환은 이 행위가 어떤 건지 지난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승현, 아…, 안 돼, 그만……!”
눈물 섞인 호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혀 놀림이 더욱 격해지기만 했다. 쾌감을 참지 못한 수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나왔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또다시 메인수랑 이런 짓을……. 근데 기분이 좋다. 정말 너무 좋았다. 그래서 수환은 더 미칠 것 같았다.
“흐으, 안… 되는데, 하으…….”
발버둥 치며 시트를 잔뜩 구기던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방금 사정한 성기가 다시 단단해지고 있었다. 수환은 쾌감을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며 계속 발버둥을 쳐 봤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처음 알게 된 쾌락은 수환을 속절없이 무너트렸다.
“아아, 더는 안… 안 돼에, 아……!”
수환의 애널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주름진 구멍을 미끈한 혀가 계속해서 핥았다. 그리고 그대로 내벽 안까지 들어가 뜨거운 안쪽을 자극했다. 구멍에 빈틈없이 입술을 붙이고 쭉쭉 빨기까지 했다.
고작 두 번째 경험에서 감당하기엔 쾌감이 지나치게 컸다. 수환은 미친 듯이 신음을 터트렸다. 결국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와 수환이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너무 느껴서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흐윽, 흐으…….”
“하아, 수환 선배.”
입술을 뗀 승현이 나직하게 수환을 불렀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울고 있는 수환을 내려다봤다. 극심한 쾌감에 몸을 떨며 울고 있는 수환을 보자 승현은 측은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욕망이 들끓었다.
승현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수환에게 허리를 바싹 붙였다. 그리고 수환의 다리를 묶고 있던 구속구를 풀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다음 노골적으로 귀두 끝을 애널에 문질렀다.
“선배, 이제 안에 들어가도 돼요? 응?”
“아…….”
“나 봐 봐요, 선배.”
흐리멍덩한 눈이 승현을 향했다. 방금 울음을 터트렸던 수환은 아직까지 눈앞이 흐릿했다. 하지만 욕정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 같은 승현의 두 눈은 어쩐지 선명하게 보였다.
승현이 두려웠다. 수환은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에게 심한 짓을 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흉흉한 성기가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듯 축축하게 젖은 애널 입구를 쿡쿡 쑤셨다. 찔꺽대는 소리가 음란하게 들려왔다. 승현이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저 이제 못 참겠어요.”
“흐, 안, 안…, 아……!”
촘촘한 구멍을 가르며 승현의 좆이 수환의 안을 파고들었다. 길고 큰 성기가 좁은 내벽을 갈랐다. 두 번째인데도 여전히 괴로웠다. 그렇게 커다란 것이 안으로 반쯤 들어왔을 땐, 수환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신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입술을 벙긋거리기만 했다.
“읏.”
“하아… 숨, 쉬어요, 선배.”
“흐읏, 흐…….”
괴로워하는 수환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승현이 고개를 숙여 가슴을 애무했다. 하얀 가슴을 핥고 여린 살결을 빨아들였다. 자신이 남긴 자국을 다시금 빨면서 러트가 온 수환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갈무리했던 페로몬을 풀어냈다. 곧 오메가의 페로몬이 수환의 몸을 감쌌다.
“하읏, 아.”
우습게도 오메가의 페로몬에 수환의 몸은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팍 시들었던 성기에 힘이 들어가고, 내벽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아까처럼 난폭한 기분이 들진 않았다. 수환은 안쪽을 퍽퍽 짓이기는 흉악한 물건에 꺽꺽대며 울어댔다.
“흐아, 아, 이상, 이상해, 앗……!”
“읏, 선배, 수환… 하, 선배……!”
또다. 승현의 것이 어딘가를 짓누르자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알파인데, 자신은 알파인데도, 뒤가 쑤셔지니 참을 수 없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건 이상하다. 분명 이상하다. 그러나 수환은 울면서 온몸이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기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흐으, 아, 아앙, 아……!”
점차 허리가 들리고, 승현의 것이 좁은 구멍 안을 쾅쾅 박아댔다. 승현의 움직임은 전보다 더 자비가 없었고, 그만큼 쾌락은 더 커졌다. 수환의 입에서 연신 커다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으, 하, 아아……!”
아래에서는 커다란 성기가 들쑤시고, 머릿속은 쾌락과 페로몬의 향에 취해 녹진녹진했다.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을 수 있는 건가. 넋이 나간 수환은 고장 난 로봇처럼 그저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했다.
“읏, 선배, 선배.”
“흐아앗……!”
그때, 수환의 성기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쾌락이 극에 달해 알파의 성기가 노팅을 하려는 것이다. 열성 알파는 노팅도 힘들어 한다던데. 그러나 쾌감이 너무 큰 데다 러트까지 왔기 때문인지 수환의 페니스는 제법 커져 갔다.
승현이 팔을 뻗어 기이하게 몸집을 키운 수환의 좆을 잡았다. 본래는 오메가의 자궁을 마개처럼 막으며 사정하기 위해 커진 귀두 부분이었다. 승현의 손이 노팅 중인 알파의 좆을 꽉 잡고 흔들었다.
“흐으으, 안 돼, 안, 아……!”
“큭……!”
승현의 손길을 받은 수환은 단번에 자지러졌다. 노팅 중인 페니스는 조금의 자극에도 분수처럼 정액을 싸질렀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벽이 꽉 조여들어 승현의 것을 자극했다. 이미 수환의 러트를 해소하려고 그에게 펠라를 했을 때부터 참아왔던 승현은 그만 사정을 참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공교롭게도 둘은 동시에 절정에 달하며 사정했다. 승현은 페니스를 미처 빼내지 못하고 수환의 안에 박은 채 정액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노팅한 수환의 페니스는 승현의 손안에서 긴 사정을 이어 갔다. 너무 많이 사정해서 묽게 된 정액이 오줌처럼 계속 요도에서 흘러나왔다.
“흐아, 아, 아아…….”
수환의 눈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극도의 쾌감으로 사고가 완전히 멈추었고, 멍하니 뜬 눈에서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만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계속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승현이 고개를 숙여 수환의 눈가를 핥았다.
“기분 좋았어요? 선배.”
“흐…….”
“좋은가 보네.”
아직도 정액이 흘러나오는 좆을 꽉 잡으며 입을 맞췄다. 벌린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으며 승현이 제멋대로 수환의 입안을 헤집어댔다.
열성 알파의 노팅은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다. 게다가 진짜로 오메가의 안에 노팅한 것도 아니라서 그런지 금방 시들었다. 어쩌면 이전에 사정을 너무 많이 한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노팅까지 하니, 확실히 러트가 많이 가라앉았다. 수환은 그저 무서울 정도로 휘몰아친 쾌락에 심할 정도로 기분 좋아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문제는 승현이었다. 그는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 한 번으로 끝내는 건 너무 가혹했다. 수환의 뺨에 쪽쪽 입을 맞추며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 한 번 더 하면 안 돼요?”
“한 번 더……?”
나른하게 중얼거린 수환이 느리게 두 눈을 깜박였다. 얼떨결에 말을 따라 하긴 했지만 승현의 말을 이해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수환의 안에서 아직 좆을 빼지도 않았으면서, 승현은 인심 쓰듯이 말했다.
“네, 그러면 팔도 풀어 줄게요.”
“으응, 팔… 아파.”
옆으로 누워 있긴 하지만 억지로 뒤로 젖힌 팔이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동안은 다른 쪽이 먼저라서 고통이 덜 느껴진 것이었다. 그러나 한바탕 끝나고 나니 뒤늦게 팔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수환이 칭얼거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럼 해도 되는 거죠?”
“으응.”
승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수환의 팔을 풀어 줬다. 오랜 시간 동안 그를 구속한 매니악하기 짝이 없는 도구가 순식간에 풀려 땅바닥을 뒹굴었다. 사실 승현도 자세가 불편해서 불만스러웠던 참이었다.
“하, 선배… 좋아, 정말 좋아해요.”
“흐… 응?”
얼굴 곳곳에 키스 세례를 받던 수환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그제야 눈치챘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부피를 키운 승현의 좆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뒤였다.
“흐, 잠깐, 나 이제, 흣!”
“전 아직 아니에요, 선배.”
“하읏……!”
구속구를 전부 풀어낸 승현은 수환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승현의 성기가 반쯤 빠지자, 방금까지 오메가의 정액을 받아들였던 알파의 구멍에서 정액이 주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승현은 더욱 흥분하고 말았다.
결국 수환은 구속구를 전부 풀고도 밤새도록 쾅쾅 들이박는 페니스에 엉엉 울어야 했다.
***
수환이 다시 눈을 뜬 건 이른 아침이었다. 그러나 너무 울어서 짓무른 눈은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다.
“선배, 수환 선배.”
“……응?”
누군가가 수환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겨우 실눈을 뜬 수환은 가물가물한 시선 너머 누군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괜찮아요?”
“응, 괜찮아.”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해 봤자 설득력이 없었다. 승현의 눈에 죄책감이 서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간밤에 너무 무리를 시킨 모양이었다.
그래도 수환의 페로몬은 제법 안정적으로 가라앉았다. 알파의 러트는 짧고 굵게 온다더니. 하지만 러트가 끝난 대신 수환에겐 피로와 근육통이 남은 것 같았다.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쉬어요.”
“으응.”
대충 돌아온 대답은 미덥지 못했으나, 힘들어하는 수환의 모습에 더는 뭐라고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쪽, 하고 수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승현이 입술 끝을 올려 웃었다.
“미역국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미역국?”
“네, 저 이제 가요.”
“자, 잠깐.”
자꾸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뜬 수환이 손을 뻗어 승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생각해 보니 오늘은 승현의 생일이었다. 다급해진 수환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승현아.”
“……!”
승현이 놀란 눈으로 수환을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제법 많은 사람에게 생일을 축하하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특히 남다른 울림이 느껴졌다. 승현은 잠시 가슴을 술렁이게 만드는 낯선 느낌을 곱씹었다.
“네, 정말 고마워요.”
“조심해서… 음…….”
조심해서 가라는 인사를 마저 전하려던 수환은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승현이 진하게 입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얼떨결에 입안을 침범한 혀를 받아들이며 수환이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흐읏, 음.”
“하… 선배.”
입 맞추는 중간중간 입술을 떼면 코를 찌르는 달콤한 향이 맡아졌다. 오메가인 승현은 타액도 달고, 숨결도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수환의 머릿속은 금방 녹진녹진하게 녹아내렸다.
좋다. 정말… 너무 좋은데…….
승현의 키스가 너무 끈질겨서 수환은 금방 숨이 찼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승현의 등을 탁탁 쳤다.
“승현, 아… 숨 차…….”
“코로 숨 쉬어야죠.”
“그게 안… 흐응.”
대답도 듣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집요한 입술에 수환이 끙끙거렸다. 겨우 승현을 떼어 놓은 수환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학교, 하… 학교 가야지.”
불만스럽다는 듯 눈을 치켜뜬 승현이 흘끗 시계를 쳐다봤다. 확실히 아슬아슬했다. 지금 바로 뛰어가도 강의실에 제시간에 도착할까 말까였다.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일말의 이성은 남아 있었기에, 승현은 겨우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일찍 올게요.”
“으응.”
호흡 곤란 때문인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환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승현이 아쉬운 마음에 수환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다가, 한 번 더 재촉하자 그제야 입을 비죽이며 몸을 돌렸다.
“후…….”
드디어 다시 잘 수 있겠구나. 수환이 길게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수환은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으윽.”
한창 잠을 자던 수환은 깨질 듯한 두통에 다시 일어났다.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킨 수환이 쿵쾅대는 머리를 손으로 꾹 누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승현은…, 아, 승현은 학교에 갔지, 참.
멍하니 그를 떠올리던 수환은 의식적으로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어차피 머리가 너무 아파서 딴생각도 못 할 정도였다.
“으으, 머리야.”
이제 확실히 러트는 지나간 것 같은데,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기운 없는 몸을 일으킨 수환이 물을 마시려 부엌 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갔다.
아직도 안쪽 깊숙한 곳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이물감이 느껴졌다. 걸을 때마다 찌릿한 느낌이 들어 이를 악문 수환이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하아.”
그나마 물을 마시니까 좀 살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쉰 수환이 부엌을 흘끗 둘러보았다.
분명 어제 요리를 한답시고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마 승현이 치운 것이리라.
그 맛도 없는 미역국 하나 만든다고 온갖 민폐를 끼친 격이었다. 생각할수록 승현에게 미안해졌다. 그래도 예의상 미역국이 맛있다고 말한 승현의 마음 씀씀이가 참 고왔다.
돌아오면 꼭 미안하다고 해야지. 그리고 너무 폐를 끼쳐서 제대로 된 선물을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수환은 승현이 뭘 좋아하는지 몰랐다.
“…돌아오면 말해 볼까.”
지금은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런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이마를 짚은 수환이 다시 침실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다 복도 한가운데에 우뚝 멈춰 섰다. 익숙한 향이 그의 코끝을 스쳤다. 옆을 돌아보자 굳게 닫혀 있는 방문이 보였다.
“음.”
왜인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밤새 이 향을 맡았기 때문일까. 그냥 지나치려니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밀려왔다.
조금만, 조금만 맡고 가자. 침실은 이미 향이 옅어졌으니까, 아주 조금만…….
그렇게 생각한 수환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시트러스 향을 가진 페로몬이 수환에게로 훅 풍겨왔다.
수환은 홀린 듯이 걸음을 옮겼다. 승현의 방 안으로 들어간 수환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향이 더 짙은 쪽으로 다가갔다.
“으음.”
옷장이었다. 그곳에서 꽤 많은 페로몬이 느껴졌다. 당연했다. 옷은 승현의 페로몬이 가장 진하게 묻는 곳이니까.
망설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손을 뻗은 수환이 옷장을 열어 승현의 옷가지를 꺼냈다. 어떤 옷에 페로몬이 더 많이 묻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땅바닥에 옷가지를 깔고, 특히 페로몬이 많이 묻은 옷을 몸에 둘렀다. 수환은 그 상태로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웠다. 정말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하아…….”
안정감을 찾은 수환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승현의 옷가지에 얼굴을 파묻었다. 달콤한 감귤 향이 폐부까지 들이찼다. 만족한 수환은 곧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들었다.
***
“승현아.”
“……?”
서둘러 복도를 걸어가던 승현은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의외의 인물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건율?”
“오랜만이다.”
“어, 그래.”
떨떠름한 얼굴로 승현이 건율을 쳐다봤다. 승현의 앞에 선 건율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잘 지냈어?”
“응, 너는?”
“나도 잘 지냈지.”
승현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이 떨떠름한 기색이 나타나 있었다. 건율과는 같은 동아리이긴 하지만, 과가 달라서 잘 어울리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서 살갑게 말을 거는 건율을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네 친구들이 방학 때 걱정 많이 하더라.”
“아, 그랬지.”
건율의 말에 승현은 이제 제법 오래된 것 같은 일을 떠올렸다. 진수환의 집착에 두려움을 느낀 승현은 방학 때 동기들은 물론 가족들과 지인들의 연락을 모두 끊고 살았었다. 결국 그의 횡포에 억지로 동거까지 시작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개강 첫날 가현이 건율에 대해 했던 말이 있었다. 그걸 떠올린 승현이 건율을 보며 어색하게 말을 이었다.
“별일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걱정 많이 했더라고. 너도 걱정했었다며?”
“아, 응.”
“괜찮아. 정말 별일 없었거든.”
느긋하게 웃는 얼굴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건율의 눈은 집요하게 승현의 얼굴을 훑었다. 조금이라도 그늘진 곳을 발견하기 위해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런 건율의 집요한 눈길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승현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미안한데,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앗.”
복도 한가운데에 서서 얘기해서 그런지, 몸을 돌리던 승현이 지나가던 누군가와 부딪칠 뻔했다. 승현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러면서 뒤에 있던 건율과 조금 가까워졌다. 생각지 못한 일에 당황한 승현에게서 그를 덮고 있던 페로몬 향이 훅 끼쳤다.
“아,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부딪칠 뻔한 학생에게 사과한 승현이 고개를 돌렸다. 건율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나 갈게.”
“…그래.”
“……?”
순식간에 안색이 안 좋아진 건율이 좀 의아했으나, 승현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애초에 사사롭게 대화할 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건율은 점점 사라지는 승현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분명 방금 느껴진 페로몬은 알파의 것이었다. 아주 희미해서 보통은 잘 맡아지지 않을 향이지만, 건율은 우성이기 때문에 특히나 향에 민감해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의도한 대로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러나 왜인지 찝찝했다. 승현이 지금쯤이면 무척 힘들어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멀쩡하지 않은가.
“조금 더 지켜볼까.”
확신을 가지지 못한 건율이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에서 잔뜩 억눌리고 비틀린 광포한 빛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
***
쾅!
“으음?”
지축을 울리는 소리에 수환이 의아해하며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수환이 당황하며 얼떨결에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문 너머로 부산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반대편 문을 열어 보는 것 같은 거친 소음이 귀를 울렸다. 이윽고 문을 다시 쾅, 닫는 소리가 들렸고, 다급한 기색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
뭐였지? 고개를 갸웃하던 수환이 소리가 멀어지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자도 자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았다. 병든 닭처럼 수환이 다시 꾸벅꾸벅 졸고 있었을 때였다.
벌컥!
“……!”
수환이 있던 방의 문이 거세게 열렸다.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자, 막 방 안에 들어온 승현과 눈이 마주쳤다.
“선배, 여기 있었어요?”
“응? 응.”
여기? 그러고 보니 여기가 어디지…….
수환이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침실도 아니고, 수환의 방도 아니었다. 정갈한 방 안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안정감도 들었다.
게다가 왜 남의 옷을 둘둘 두르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한껏 당황하던 수환은 겨우 이 방 안에 들어온 경위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복도를 지나가다가 페로몬 향에 이끌리듯 들어와서, 멋대로 옷가지를…….
설마 여기 승현의 방인가?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수환이 얼른 입을 열었다.
“미안. 내가 멋대로…….”
“괜찮아요. 그냥, 침실에 없어서 걱정한 것뿐이에요.”
“그렇, 구나.”
괜히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보는 승현의 눈길이 왠지 뿌듯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붉힌 수환이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승현의 티셔츠를 끌어 내렸다.
“이거 다 구겨졌겠다. 어떡하지?”
“괜찮다니까요.”
고개를 저으며 다가온 승현이 수환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높이가 비슷해지자 더 민망했다. 수환이 슬쩍 시선을 피하자, 승현이 두 손을 뻗었다.
“……?”
“근데 제가 왔으니, 그것들은 이제 필요 없겠다. 그렇죠?”
“뭐?”
“자요. 저한테 오세요.”
승현의 조곤조곤한 말에 수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자기에게 안기라는 건가?
수환이 어쩌지도 못하고 머뭇거리자, 승현이 천천히 페로몬을 풀어냈다. 옷가지 사이에 파묻혀 있을 때보다 강렬한 향이 수환의 코를 찔렀다.
“하아.”
한숨을 내쉰 수환이 승현의 품에 파고 들어가 그를 껴안았다. 그리고 페로몬 향이 가장 진하게 나오는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확실히 미약한 향이 풍기는 옷가지에 둘러싸여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았다. 배부른 강아지처럼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 수환을 마주 끌어안으며 승현이 그의 등을 살살 문질렀다.
“밥은 먹었어요?”
“밥……?”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뒤늦게 떠올리니 몹시 배가 고파졌다. 수환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안 먹었어.”
“왜 안 먹었어요. 속상하게.”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환의 귓가에 상냥하게 내려앉았다. 승현이 말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숨결이 수환의 귀를 간질였다. 어쩐지 온몸이 설탕으로 만든 과자처럼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었다.
“어서 일어나요. 밥 먹게.”
“으응.”
승현이 등을 두드리며 재촉했다. 아쉬웠지만 배가 고픈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수환이 비척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승현과 눈이 딱 마주쳤다.
“…….”
“…….”
수환은 그저 멍하니 승현의 속눈썹이 참 길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하필 그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당연한 순서처럼 승현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수환이 엉겁결에 눈을 감았다.
쪽.
“……?”
그런 수환을 놀리듯이 뺨에 부드럽고 짧은 감촉만 느껴졌다. 그 짧은 뽀뽀를 끝으로 작은 웃음소리가 뒤이어 들렸다. 수환이 당황하며 눈을 떴다.
“밥 먹어야죠. 어서 일어나요.”
“……!”
이러면 마치 자신이 키스를 바란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민망해진 수환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러나 쑥스러워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수환은 승현이 잡아끄는 대로 방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잠시만요. 음식이 식어서 데워야 할 것 같아요.”
“이거 다 사 왔어?”
“네.”
식탁 위에 올려놓은 봉지에서 승현이 여러 음식을 꺼냈다. 수환이 아침에 피곤해하는 걸 보고 닭백숙과 떡갈비를 사 온 참이었다.
승현은 능숙하게 포장을 뜯어 그릇에 옮겨 데우고 상을 차렸다. 수환이 도우려고 하니 칼같이 거절하고 자리에 앉혔다. 수환은 의자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뻘쭘하게 기다렸다.
“많이 먹어요.”
“고마워.”
솔직하게 배가 많이 고팠기에, 수환은 넙죽 감사를 표하고 바로 숟가락을 들었다. 뽀얀 국물을 먼저 후룩 마시고 정신없이 닭백숙과 떡갈비를 먹었다.
“……?”
그러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올리자, 자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승현과 눈이 마주쳤다. 수환이 떡갈비를 들고 있던 젓가락을 살며시 내려놓으며 승현의 눈치를 보았다.
“넌 안 먹어?”
“전 먹고 왔어요.”
“아….”
근데 왜 앞에 앉아 있는 걸까. 수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승현을 마주 보았다.
“정말 안 먹어도 돼?”
“네, 선배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고 좋네요.”
“어… 그래?”
그 정도로 너무 환장하면서 먹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고민하던 수환은 그냥 남은 떡갈비를 마저 입으로 가져갔다. 이것저것 생각하기에는 너무 배가 고프고 떡갈비가 맛있었다.
알파의 왕성한 식욕은 닭 한 마리를 먹어 치우고도 모자라 떡갈비까지 흡입하고 나서야 충족되었다. 조금 남기긴 했지만, 혼자서 이 정도 먹은 거면 정말 많이 먹은 거였다.
수환은 배가 부르니 다시 승현의 눈치를 보았다. 다 먹자마자 그가 치우려는 걸 간신히 말리고, 자신이 뒷정리를 했다.
“선배, 이리 와 봐요.”
“……?”
거실로 나가자 승현이 살살 손짓을 하며 수환을 불렀다. 의아해하며 수환이 소파로 다가갔다.
“왜?”
“이거요.”
뭔가를 부스럭거리며 꺼낸 승현이 수환의 입속에 작고 딱딱한 걸 쏙 밀어 넣었다. 얼떨결에 받아먹은 수환이 입안에 있는 걸 혀로 데룩 굴렀다. 그러자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초콜릿이었다.
“맛있어요?”
“응.”
고개를 끄덕인 수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맛이 진하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초콜릿은 딱 수환의 취향이었다.
“더 있어?”
“더 줄까요?”
“응.”
승현의 손가락이 초콜릿 포장지를 뜯었다. 수환은 그가 또 자신에게 초콜릿을 주는 걸 기대하다가 멈칫했다.
아무래도 또 아까처럼 받아먹는 건 좀 민망한 것 같은데. 이번엔 손바닥 위에 올려 달라는 뜻으로 승현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였다.
“어?”
그러나 초콜릿을 꺼낸 승현은 제 입속으로 휙 집어넣었다. 그리고 웃으며 수환을 바라보았다.
뭐야. 자기가 먹으려면 말을 하지. 혹시 놀리려고 한 건가? 승현답지 않다는 생각에 수환이 고개를 기울이자, 무언가가 그의 뒷머리를 확 잡아당겼다.
“흣……!”
앞으로 고꾸라진 수환은 승현을 덮치듯이 엎드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가온 승현에게 입술을 빨렸다. 넘어지면서 입술이 부딪치는 바람에 얼얼한데, 그 사이로 승현의 혀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응… 읏.”
끈적거리는 혀가 진득하게 입안을 훑었다. 그러자 진한 초콜릿이 타액과 섞여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수환도 방금 초콜릿을 먹었기에, 입안에 남아 있던 초콜릿이 승현의 것과 섞여 질척거리며 뒤엉켰다.
그러나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초콜릿과 섞인 승현의 타액이 너무 달콤하고, 초콜릿보다 더 진한 향을 풍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채 넘어가지 못한 타액이 수환의 입에서 질질 흘러내렸다. 초콜릿이 섞여 색이 탁해진 타액은 이미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있었다.
“흐으…, 읏.”
“하… 맛있네요. 그죠?”
“읏, 으응.”
질문한 승현은 정작 대답은 듣지도 않고 수환의 입술을 삼키며 맛있다는 듯이 쭉쭉 빨았다. 입안에 고인 침이 모두 빨리고, 초콜릿의 맛은커녕 얼얼한 통증만을 느낄 때쯤 수환은 겨우 승현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앗.”
그러나 깨닫고 보니 수환의 몸이 뒤로 넘어가 있었다. 어느새 소파에 누운 채 승현에게 키스 받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수환이 또다시 다가오는 승현을 손으로 밀어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잠깐, 잠깐만.”
“…왜요?”
가라앉은 목소리가 조금 위험하게 들렸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승현의 시선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 수환은 이제 그 시선을 모를 정도로 순수하지 않았다. 그저 승현이 갑자기 이렇게 흥분하니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그 나름대로 아까부터 참고 있었다. 수환이 자신의 옷가지에 둘러싸여 자고 있는 걸 발견했었을 때부터 말이다. 하루 종일 굶은 사람을 거기서 찍어누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은 것뿐이다. 승현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우리, 이러는 거 좀 아닌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자꾸 키, 키스하고 섹…, 흠, 하는 거.”
할 거 다 해 놓고,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승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수환이 정말 싫어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붉어진 수환의 얼굴을 아무리 살펴봐도 싫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 점이 승현은 의아했다.
“저랑 하는 거, 싫어요?”
“싫은 게 아니라……!”
“그럼 뭐가 문젠데요?”
솔직한 말로, 싫지 않아서 더 문제였다. 수환은 지금까지 한 번도 승현을 제대로 밀어낸 적이 없었다.
물론 각각 다 이유는 있었다. 한 번은 술에 취해 있었고, 그다음엔 러트가 왔다. 핑곗거리로는 상당히 그럴듯했다.
하지만 두 번 다, 중간에라도 얼마든지 그를 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승현은 오메가고, 수환은 알파였다. 체격 차이도 조금이지만 있었다. 아마 힘도 수환이 훨씬 더 셀 것이다.
그런데도 수환은 끝까지 승현을 밀어내지 못했다. 지금도 주체하지 못하고 쿵쿵 뛰는 심장이 수환을 혼란스럽게 했다.
“우리… 곧 파혼할 거잖아.”
결국 꺼낸 말이 그거였다. 승현과 자신은 이미 끝이 정해진 사이였다. 파혼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악역인 자신은 그렇다 치고, 당연히 주연은 다른 주연을 만나 행복해져야 하는 것이다. 파혼은 단순히 수환이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수환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주연이자 이 세계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메인수는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그거 말인데요.”
수환을 내려다보는 승현의 얼굴이 살짝 기울여졌다. 비스듬한 시선이 수환에게 꽂혔다.
“왜 제가 선배랑 파혼해야 해요?”
“뭐?”
“파혼은 서로 싫을 때 하는 건데, 하지만 우린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
승현의 물음에 수환이 당황하는 사이, 그가 제 가슴을 밀어내고 있는 수환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수환은 승현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며 기겁했다.
“내, 내가 언제 너 좋다고 했어?”
“선배, 지금 저 먹고 버리는 거예요?”
“뭐… 뭐라고?”
먹고 버리다니. 수환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먹기는 무슨, 실컷 먹히기만 했는데.
붉은 입술 사이로, 그보다 더 붉은 혀가 꿈틀거리며 수환의 손가락을 핥았다. 마치 불에 덴 듯한 뜨거운 느낌에 수환이 흠칫 떨었다.
도대체 왜 뿌리치지를 못하는 건지. 손가락을 살짝 문 것뿐인데 맹수에게 목뒤를 물린 것처럼 온몸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잖아요. 선배도 그렇게나 기분 좋아했는데, 이제 와서 싫다 그러면 먹버하는 거지. 저 가지고 놀았어요?”
“가지고 놀긴 누가… 읏.”
항변하려던 수환은 손가락이 제법 강하게 깨물리자 신음하며 몸을 움츠렸다. 분명 잇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아팠다. 수환이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고 하자, 승현이 체중을 실어 하체를 꾹 눌렀다.
“러트도 같이 보낸 오메가 버리는 게 갖고 노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게… 흐읏.”
개소리였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다. 하지만 남이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기도 했다.
수환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항변할 수가 없었다. 맞물린 하체에서 점점 열이 오르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승현의 페로몬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선배.”
“흣…….”
“어쨌든 저랑 하는 건 기분 좋잖아요. 그렇죠?”
“하아.”
고개를 숙인 승현이 한숨을 토하는 수환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수환은 숨결마저도 달았다. 학교에서도 어찌나 안달이 났던지. 열성이라 그런지 몹시 흥분해야 겨우 흘러나오는 미약한 페로몬이 항상 승현을 성마르게 만들었다. 이렇게 금방 흩어져 버리는 달콤한 숨 한 가닥도 아까울 정도였다.
그 조급함을 애써 감추려 노력하며 승현이 수환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부드러운 입술은 거부감 없이 열리며 승현의 혀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방금 초콜릿을 먹을 때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기까지 했다.
“하아, 선배.”
“하읏.”
아직도 지난밤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는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승현은 붉은 자국이 남아 있는 쇄골 부근에 입술을 댔다. 그리고 한껏 빨아올렸다. 왜 이런 곳에서도 단맛이 느껴지는 건지. 마치 수환의 몸 전체가 사탕 같았다.
“침대로 갈까요? 아니면…….”
승현의 손이 수환의 옷자락을 들췄다. 조금 차가운 손가락이 수환의 몸을 더듬었다. 야릇하게 속살을 매만지는 손길에 수환은 아랫배가 찌르르 울렸다.
“난 여기서 해도 상관없는데.”
“하읏, 아…….”
침묵이 곧 긍정이라는 말이 있듯, 대답 없이 내뱉는 신음도 수긍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제멋대로 생각한 승현이 울긋불긋한 피부에 이를 박았다. 이제 수환의 몸에서 자신의 흔적이 없어지는 일 따윈 없을 것이다.
승현이 달콤하게 웃으며 수환의 몸 곳곳에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