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물질은 이물질에서 벗어난다 3화 (16/29)

3.

‘어…….’

어둠 속에 서 있던 수환은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자신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방금까지 자신은 분명…….

‘승현이.’

히트가 와서 쓰러졌던 승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이 급해진 수환이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저 멀리 밝은 빛과 함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형.’

‘승현아!’

소리쳤으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아 입만 벙긋거렸다. 초조해진 수환이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턱 막힌 듯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수환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가지 마.’

‘누, 누구.’

밝은 빛이 흐르는 반대쪽과 다르게 수환의 뒤는 짙은 어둠뿐이었다. 그곳에서 새하얗고 작은 손만 불쑥 튀어나와 수환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가지 마, 제발.’

‘어…….’

‘나를 두고 가지 마.’

난감한 얼굴로 어둠 속에 가려진 누군가를 쳐다봤다. 뿌리치고 갈 수 있는 작은 힘이었지만, 어쩐지 그럴 수가 없었다.

‘수환아, 제발.’

‘너, 나를 알아?’

‘수환아.’

누구길래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걸까.

수환이 당황한 얼굴로 어두운 곳을 바라보다가, 그쪽으로 한 걸음 내디디려고 했을 때였다.

‘형, 수환이 형.’

‘……!’

승현의 목소리에 수환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을 붙잡은 팔을 향해 다가가려던 발을 멈추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아… 미안해.’

‘…….’

‘나는 승현이한테 가야 해.’

누군지는 몰라도, 자신은 그쪽으로 갈 수 없었다. 자신의 팔을 잡은 손마디가 가냘파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으나, 수환은 곧 단호한 손길로 팔을 떼어 내려 했다.

‘윽……!’

하지만 그전에 손의 주인이 엄청난 힘으로 수환의 팔을 꽉 붙들었다. 생각보다 강한 힘에 수환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 아파.’

‘……가지 말라고 했잖아.’

‘잠깐.’

‘내 곁에 있어 준다고 했잖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손가락질해도 너만은, 너만은 나를…….’

작은 목소리가 점점 광기에 젖어갔다. 소름이 돋은 수환은 참지 못하고 잡힌 팔을 뿌리쳤다. 그러자 나뭇가지 같은 가느다란 팔이 맥없이 휙 떨어져 나갔다.

‘미, 미안해.’

수환이 당혹해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분명 힘이 없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아무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웠다.

스스로도 왜 이렇게 벌벌 떠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환을 지켜보는 어둠 속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상관없어.’

‘뭐?’

‘어차피 넌 절대로 나에게서 못 벗어나.’

‘……!’

그 대사는…….

어디선가 들었던 말에 수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원작 속 진수환이 승현에게 했던 말이었다.

‘넌 절대로 나에게서 못 벗어나. 이승현.’

그런 말을 하면서 승현을 가두고 시도 때도 없이 폭력적으로 굴던 진수환. 그가 했던 짓들이 또다시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었다.

‘넌… 윽, 대체 누구…….’

‘넌 절대로…….’

‘으윽.’

밀려드는 목소리와 기억에 수환이 괴로워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자 따뜻한 무언가가 수환을 감쌌다.

‘형……!’

‘승현…….’

밝은 빛에 휩싸인 수환이 안도하며 눈을 감았다.

***

“아앗……!”

울컥, 하고 무언가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하얀 시트 위에 뿌려진, 그보다 더 새하얀 액체를 수환은 멍한 눈으로 응시했다.

“아으읏!”

퍽, 하고 무언가가 수환의 치골을 거세게 때렸다. 몸이 크게 뒤흔들리고 무릎이 푹 꺾였다. 침대 위에 쓰러진 수환이 숨을 헐떡이며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흐…….”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머릿속은 마치 안개가 낀 듯 뿌옇기만 했다. 망가진 인형처럼 널브러진 수환의 몸을 누군가가 끌어당겼다.

“아… 싫어.”

무의식적으로 도리질 친 수환이 도망가기 위해 침대 위에서 바르작거렸다. 시트를 꽉 쥐고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줘 앞으로 기어갔다.

제발, 이제 더는 못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누군가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끌려 내려갔다. 수환의 발목을 잡고 끌어당긴 이가 이를 드러내며 목 뒤를 세게 깨물었다.

“아……!”

눈앞이 핑핑 돌았다. 방 안에 자욱하게 깔린 페로몬이 흉흉하게 수환의 몸을 짓눌렀다.

“흐… 안 돼. 더는 못 해.”

벌써 몇 번이나 이어진 애원이지만, 수환은 그걸 다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수환의 뒤에 있는 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형.”

현관 앞에서 수환이 정신을 잃은 직후, 본격적으로 히트가 온 승현은 곧바로 찢어발기듯이 수환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그를 미친 듯이 탐했다.

몇 번이나 수환의 안에 삽입하고 욕망을 분출했으나, 불길은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승현은 거의 욕망의 화신이 되어 수환에게 들러붙었다.

조금 더 만지고 싶다. 더 입 맞추고 싶다. 벌름거리는 애널 안에 자신의 것을 집어넣고 싶다. 더, 더, 더,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

끝도 없는 욕망이 승현을 집어삼켰다. 그가 집착 어린 눈으로 엎드리고 있는 수환의 등을 노려보았다.

“어디 가요, 형.”

“아으… 이제, 그만…….”

“아… 그건 안 되겠는데.”

좆이 터질 것 같아요, 형.

작게 속삭이며 그대로 다시 수환의 안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이미 몇 번이나 안에 싸질러 놓은 정액이 주륵, 빠져나오다 밀려드는 성기와 마찰해서 찌걱이는 소리를 냈다.

“아으응……!”

무릎에 힘이 풀려 엎어져 있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승현은 계속해서 성기를 퍽, 퍽 박았다. 그야말로 이성이 없는 짐승 같았다.

“아응, 앗, 아아……!”

몸이 계속 뒤흔들리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오메가의 히트를 따라 발정한 페니스는 계속해서 묽은 정액을 토해냈다. 더 이상 느끼면 죽을 것 같은데, 아래에 박히는 성기는 좀처럼 시드는 일이 없었다.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걸까. 수환은 까마득한 기분을 느꼈다. 차라리 다시 기절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튼튼한 알파의 몸은 좀처럼 정신을 잃지도 않았다.

“아, 형. 수환이 형…….”

“승현, 승… 아, 아……!”

골반을 틀어쥔 손에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등에 달라붙은 승현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뜨거운 물줄기가 배 속을 가득 채웠다.

아아, 아……. 크게 뜬 눈이 흔들렸다. 수환이 입을 벌리며 투명한 침을 질질 흘렸다. 이제 방 안은 공기가 희박해서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흐읏.”

그래도 이제 드디어 끝났구나. 수환이 겨우 안도했을 참이었다. 골반을 틀어잡은 손에 다시금 힘이 들어갔다. 수환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겨우 승현을 돌아보았다.

“왜, 왜.”

“아직… 아직 부족해요.”

“흐… 안 돼. 제발.”

다시 앞으로 기어가려고 하자, 아랫구멍에 박힌 승현의 성기가 살짝 빠졌다. 어두운 눈으로 그걸 내려다보던 승현이 틀어쥔 골반을 거세게 끌어당겼다.

“아……!”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흥분한 성기가 다시 안으로 박혔다. 수환은 눈앞에서 별이 반짝이는 걸 보았다. 도망가려는 걸 멈추고 엎드려서 개처럼 숨을 헐떡였다.

“하으, 하, 아아…….”

“아직도 부족해요.”

“스, 승현아.”

“사랑해요, 형.”

달콤하게 속삭이는 말과는 다르게 골반을 부러트릴 듯이 쥔 손은 전혀 자비가 없었다.

“아앙……!”

시트에 얼굴을 처박은 수환은 그 후로 한참이나 더 울부짖었다.

***

“……아.”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이 몸에 빙의한 후로 제법 익숙해진 풍경이었다. 항상 눈을 뜨면 침실의 천장이 보였으니까.

아침인가……?

수환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깜박이다가, 창밖이 묘하게 어둡다는 걸 알아챘다.

“지금 몇 시…, 읏…….”

몸을 일으키려던 수환은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찌푸렸다. 게다가 허리 아래쪽으로는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놀란 얼굴로 수환이 제 몸을 내려다봤다. 방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듯 수환의 몸에는 물어뜯긴 자국과 말라붙은 정액이 잔뜩 묻어 있었다. 기가 막힌 눈으로 그것들을 훑던 수환은 자신의 허리를 꽉 안고 있는 하얀 두 팔을 발견했다.

“아.”

그제야 승현에게 히트 사이클이 왔던 걸 기억해 냈다. 그가 마지막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건, 승현과 현관문 앞에서 입맞춤했던 기억이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끊긴 기억들도 천천히 머릿속에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정확하게 기억나는 게 아니었다. 현관에서 어찌어찌 침실까지는 온 것 같은데, 이후의 기억은 잘 떠오르질 않았다.

그 후에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자신이 승현이를…….

“아읏.”

그러나 아래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통증에 걱정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둘 다 하다가 정신을 잃었는지, 아직도 안에는 승현의 것이 박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승현이 깔끔하게 뒤처리한 채로 깨어나서 그런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승현도 지금은 히트로 인해 정신을 차리기 힘든 것 같았다. 뒤에 누워 있는 승현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수환은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려 조심스럽게 승현을 불렀다.

“승현아?”

“…….”

뒤에서는 대답 없이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안도해야 할지, 아니면 난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난처한 상황임은 틀림없었다. 수환은 깨어난 김에 샤워라도 할 겸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꽉 붙들고 있는 두 팔과 아직도 이어져 있는 부분 때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실을 간 지 오래되어서 오줌도 마려웠다. 수환은 눈썹을 찌푸리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승현을 불렀다.

“승현아. 그, 팔을 좀…….”

“…….”

“흐읏.”

수환은 말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아래를 조였다. 동시에 승현의 것이 박힌 곳에서부터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움직임을 멈춘 채 숨을 몰아쉬며 수환이 울상을 지었다.

승현이 히트가 와도 이런 식으로 자신을 원한 게 기쁘긴 한데, 지금은 좀 난감했다.

그냥 모르는 척 다시 자고 싶었지만 화장실을 가고 싶은 게 문제였다. 잠시 눈썹을 찌푸린 채 고민하던 수환이 다시 한번 몸을 움직였다.

“으으.”

승현의 팔이 어찌나 자신의 허리를 꽉 붙들고 있는지, 두 팔을 떼어내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겨우 팔을 치우고 나자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하읏.”

분명 잠을 자고 있어 흥분하지 않았을 텐데. 안에 박혀 있는 페니스를 빼내는 게 쉽지 않았다. 아직 속에 정액이 남아 있어 움직일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민망하게 들렸다.

“아, 조금만 더.”

그래도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수환이 이를 악물며 승현의 성기를 절반 정도 빼냈을 때였다.

“……형.”

“흐앗!”

졸린 듯한 나른한 음성과 함께 떼어냈던 두 팔이 수환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다시 밑으로 확 끌어 내렸다.

“흐… 흐읏.”

“어디 가려고요?”

“스, 승현아, 팔 좀.”

“……?”

덜덜 떨며 수환이 말하는 걸 승현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자신의 팔이 휘감고 있는 수환의 허리에 시선을 주었고, 곧 자신의 것이 아직도 그의 안에 박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이제 빼 줘.”

“…….”

“승현아?”

민망한 걸 꾹 참으며 수환이 말했다. 그러나 승현은 그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의아함을 느낀 수환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였다.

“싫어요.”

“응? 뭐?”

“싫다고요.”

“어…….”

수환이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승현에게서 다시금 진한 페로몬이 확 하고 풍겨왔다.

“읏.”

“하아, 형.”

승현이 혀를 내밀어 수환의 목 뒤를 길게 핥았다. 자신이 남긴 붉은 울혈을 빨면서 느릿하게 혀를 움직였다.

오메가의 히트는 길다. 게다가 승현은 우성 오메가였다. 벌써 날이 저물었고, 몸 상태를 보니 한두 번 한 게 아닌 것 같은데도 승현의 페로몬은 전혀 안정되지 않았다.

“앗, 승현아.”

“빼고 싶지 않아요.”

“아.”

승현은 아직 졸린 건지 잠투정을 부리듯이 수환의 목 뒤에 코끝을 부볐다. 수환도 그냥 별일이 없으면 이대로 다시 자자고 할 텐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요의를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방광을 꽉 채운 소변이 요도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대로 침대에 실례해 버리는 건 절대로 안 된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망설이던 수환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나, 화장실 가고 싶어.”

“화장실이요?”

“응.”

수환의 말에 승현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수환은 너무 민망해서 목 뒤까지 새빨개져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응시하던 승현이 입을 열었다.

“가요, 그럼.”

“그니까, 이거 풀어 주고…….”

“이대로 가요.”

“어?”

승현의 나른한 목소리를 듣고 수환은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화장실이 침실에 딸려 있어 가깝다곤 해도, 이런 상태로 어떻게 가라는 말인가. 이해하지 못한 수환은 그저 눈을 깜박였다.

“어떻게?”

그러자 승현이 수환의 허리에 손을 두른 채로 몸을 일으켰다. 무방비하게 있던 수환은 그대로 승현을 따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읏!”

승현과 아래가 연결된 채 엉거주춤 침대 아래에 발을 내디뎠다. 놀란 수환이 아랫구멍을 꽉 조이자, 뒤에서 한숨 같은 신음이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하아.”

“승현아, 읏.”

기우뚱거리는 몸을 승현이 뒤에서 단단하게 붙잡았다. 여전히 수환의 안에서 페니스를 빼지 않은 채 승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걸어요.”

“아, 어떻게…….”

“빨리요. 싸고 싶다면서요.”

“흣.”

수환은 허공을 허우적거리던 손을 내려 여전히 허리를 감싸고 있는 승현의 팔을 잡았다. 깨어난 승현에게서 다시금 거부할 수 없는 페로몬이 흘러나와 수환을 꼼짝도 못 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화장실이 급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꾹 참으며 수환이 덜덜 떨며 발을 뗐다.

“흐읏.”

겨우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둔중한 통증이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결국 몇 걸음 가지 못한 수환이 울먹이며 애원했다.

“더 못 가겠어.”

“…….”

“승현아, 나 더는… 아앗!”

수환이 제자리에 멈춰 서자, 그 모습을 빤히 응시하고 있던 승현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수환도 따라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걸을 때마다 이어져 있는 부분에서 페니스가 찌걱거리며 나갔다가 다시 박히는 것을 반복했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수환은 어떻게 화장실까지 들어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깨닫고 보니 새하얀 변기 위에 엎드려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하악.”

“다 왔네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 승현이 고개를 숙였다. 땀으로 젖은 목덜미를 또다시 혀로 핥으며 한쪽 손을 밑으로 뻗었다.

“어서 싸요.”

“흣!”

승현이 제 손으로 수환의 페니스를 대신 잡고 변기 쪽으로 위치를 잡아 줬다. 뒤늦게 수치심이 밀려온 수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흐윽, 싫…….”

“싸고 싶다 그랬잖아.”

“시러어.”

“왜 또 울고 그래. 응?”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승현이 수환의 뺨에 입을 쪽쪽 맞췄다. 투명한 물방울마저 달게 느껴졌다. 훌쩍이는 수환의 눈가에 입술을 콕콕 찍으며 승현이 말했다.

“자, 착하지.”

“아읏.”

“쉬 하자, 응?”

“하으으.”

간신히 요의를 참고 있던 수환은 귓가에서 속삭이는 말에 몸을 흠칫 떨었다. 정말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수환은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었다. 탁, 하고 힘이 풀린 페니스에서 노란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쪼르륵.

“흑, 흐읏.”

끔찍하게 좋은 해방감에 수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순간만큼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줌을 다 쌀 즈음에는 쾌감보다는 수치심이 더 밀려왔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민망함과 부끄러움도 함께했다. 이대로 그냥 혀를 콱 깨물어 죽고만 싶었다.

쪼륵, 하고 승현이 쥐고 있는 수환의 페니스에서 마지막 오줌이 찔끔하고 뱉어졌다. 그리고 더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며 끝났다는 걸 확인한 승현이 입술 끝을 올렸다.

“잘했어요.”

“흑.”

자신을 아이처럼 대하는 말에 수환은 또 왈칵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보이고 싶지 않은 면이 있는 법이다. 그동안 승현에게 수도 없이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오줌을 싸는 것까지 보여 주고 싶지는 않았다.

“미워, 너 미워어.”

아이 취급을 받으니까 정말 퇴행이라도 해 버린 건지, 유치한 말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만큼 수환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승현은 아래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는 히트 사이클 때문에 반쯤은, 아니,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이성이 머릿속에 한주먹도 남아 있지 않은 승현은 욕망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미워요?”

“미워, 앗.”

훌쩍이던 수환은 아래쪽에 박혀 있는 승현의 페니스가 아까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흠칫 놀라며 등줄기를 떨자, 승현의 다른 손이 변기 위에 엎드려 있는 수환의 등을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아, 어쩌지.”

왜인지 모를 탄식이 승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짐짓 안타깝다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하는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허리를 뒤로 쭉 빼며 승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더 미운 짓 하게 될 것 같은데.”

“하윽!”

그리고 동시에 허리를 다시 앞으로 밀었다. 굵은 페니스가 수환의 안에 박혀 들어갔다. 수환의 눈이 커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떨렸다.

방금 오줌을 싼 곳에서 섹스를 한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자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 들어왔다.

“싫어, 여기선 싫…, 흐읏!”

“미안, 침대까지 못 참아요.”

“아응, 앗, 너 정말…….”

어쩔 수 없이 수환은 화장실에서, 그것도 변기 위에서 승현의 페니스를 받아들였다. 한순간도 빠지지 않았던 페니스가 주인의 성격처럼 집요하게 안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으읏……!”

변기를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가운 질감과 다르게 몸은 뜨거웠다. 수환은 배 속을 꽉 채우는 성기에 신음하며 헐떡였다.

“흐으, 읏, 아앗……!”

“하… 선배…, 형…, 읏, 자기야…….”

히트가 온 승현은 수환을 부르는 호칭도 오락가락했다. 허리를 계속 쳐올리면서 수환의 등을 핥고 깨물었다. 잇자국이 수도 없이 난 등허리를 따라가며 입을 쪽쪽 맞췄다. 페로몬이 흘러나오는 목덜미에 이를 콱 박자 수환이 몸을 떨며 먼저 사정했다.

“흐윽, 아……!”

오줌이 떨어졌던 변기에 이번에는 하얀 정액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걸 본 수환에 눈에서도 눈물이 후득 떨어져 내렸다.

마치 끝나지 않는 악몽 같았다. 비현실적인 풍경과 현실에 수환은 그저 몸을 덜덜 떨기만 했다. 사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는 없었다.

수환은 그렇게 화장실에서 힘겹게 승현을 상대했다.

***

화장실에서의 일은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수환이 그걸 깨달은 건,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고 난 뒤였다.

“하아.”

전날의 격한 섹스로 인해 몸 여기저기가 비명을 내질렀다. 승현은 정말 끈질기게 수환을 탐했다. 히트 사이클을 겪는 오메가라면 다른 쪽으로 흥분해야 정상인데, 왜인지 승현은 그런 쪽으로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수환의 애널만 집요하게 쑤셔댔다.

왜지? 자신들의 관계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히트가 와도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일까.

이유를 잠시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답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수환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은 승현에게 안기는 게 좋았고, 그를 상처 입히지 않았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지금의 상황은 수환이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윽.”

하지만 하루 종일 섹스만 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아무리 페로몬에 휘둘려 미친 듯이 몸을 겹쳐도 먹을 건 먹으면서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수환은 잠든 승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승현아.”

“…….”

피곤하긴 피곤한지, 승현은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눈을 떴을 때 승현의 것이 안에 박혀 있지 않아서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끼진 않았다. 자신의 부름에도 두 눈을 꼭 감은 채 누워 있는 승현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휴…….”

수환은 통증을 호소하는 몸을 일으켜 겨우 침실에서 빠져나왔다. 벽걸이 시계를 확인하니, 지금은 아침이 아니라 늦은 오후였다. 거의 밤새도록 섹스하고 지금까지 쓰러져 잤던 것이다.

몸을 대충 닦고 거실을 지나 부엌에 갔다. 하지만 밀키트 요리 이후로 변변찮은 걸 해 먹은 적이 없어서 그런지 집에 먹을 만한 게 없었다. 난감해하던 수환은 일단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피자를 앱으로 시키고 냉장고와 선반을 뒤졌다.

“아, 식빵 있다.”

냉장고 한구석에 있던 식빵과 잼을 찾았다. 이걸로 대충은 요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환은 얼른 식빵 두 개를 토스터 안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접시에 빵을 담고 식탁에 내려놓았을 때였다.

“형.”

“아, 승현아.”

뒤를 돌자 한층 농염해진 시트러스 향이 훅 풍겨왔다. 수환은 순간 당황했으나, 애써 아무렇지 않게 승현을 쳐다봤다.

“일어났어?”

“…….”

승현은 아무 말 없이 수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손을 뻗어 수환이 입고 있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승현아, 읏, 밥부터…… 먹어야지.”

“나중에요.”

“하지만.”

부드러운 살결이 손에 감겼다. 그 감촉을 즐기던 승현이 고개를 숙여 티셔츠 끝을 물고 위로 쭉 당겼다. 맨가슴이 차가운 공기에 닿자 수환은 흠칫 몸을 떨었다.

“아앗, 안 돼.”

“하아.”

승현은 한 손으로 셔츠 끝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잇자국이 남은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다른 쪽 가슴의 유두를 쪽쪽 빨았다.

“하으읏.”

저릿한 느낌에 수환이 신음하며 몸을 움찔했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극을 받으니 수환의 몸도 금세 흥분하고 말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일어나자마자 이런 짓을 하면 정말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수환이 입술을 깨물다가 승현의 얼굴을 밀어내며 말했다.

“밥, 밥부터 좀 먹자……. 응?”

“…….”

“나 배고프단 말야.”

울먹거리면서 말하자 승현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집요하게 젖꼭지를 빨던 입술을 떼고 짐짓 선심 쓰듯이 말했다.

“알았어요. 먹게 해 줄게요.”

“정말?”

“네, 대신.”

수환의 몸을 빙글 돌리고 식탁 위에 엎드리게 했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을 때는, 이미 승현이 그의 뒤에서 자세를 잡은 다음이었다.

“저는 형을 먹을게요.”

“아……!”

순식간에 입고 있던 바지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가고, 속옷까지 전부 한꺼번에 벗겨졌다. 뽀얀 엉덩이 살을 가르며 굵고 긴 손가락이 거침없이 구멍을 벌렸다.

“흐읏, 자, 잠깐.”

몸을 대충 닦아서 그런지 아직 안에 남아 있는 정액이 승현의 손길에 주륵 흘러나왔다. 구멍을 벌린 손가락이 흘러나온 정액을 펴 바르듯이 문지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배 속부터 다시 뜨거운 열기가 확 퍼져나갔다.

밤새 시달렸던 애널 안은 여전히 뜨겁고, 그리고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승현의 손가락을 한꺼번에 몇 개나 삼켜도 거뜬했다. 꾸물거리며 달라붙어 오는 내벽이 피스톤 질을 하는 손가락을 조였다.

“아, 안…, 돼, 안…, 아아……!”

“하아. 지금 바로 넣어도 되겠어요.”

승현이 보란 듯이 안쪽에서 손가락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붉은 속살을 내비치는 구멍이 찌걱,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진득한 정액이 흘러나왔다. 미치도록 야한 풍경이었다.

더는 참지 못한 승현이 손가락을 빼고 벌어진 구멍에 귀두를 댔다. 그걸 반기듯 아랫구멍이 두툼한 귀두를 꽉 물었다. 주름진 구멍 주변에 젤처럼 발라진 정액이 번들거렸다. 곧바로 흥분한 페니스가 애널 입구를 꾹 누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앗!”

“하아…….”

밤새 시달려서 조금 부어오른 애널은, 그러나 아무 문제 없이 수월하게 승현의 것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의 것을 환영하듯 감싸며 촘촘히 조이기까지 했다. 만족스러운 느낌에 승현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앗.”

절로 발가락 끝이 곱아들었다. 차가운 식탁에 기댄 몸이 자꾸만 덜덜 떨렸다. 낯선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또 승현의 히트 사이클에 영향을 받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서, 먹어요.”

“아읏.”

격하게 허리를 움직이는 주제에, 승현은 뻔뻔하게도 빵을 먹으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눈앞에 접시에 담긴 빵이 보여도 차마 집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몸을 파고드는 성기가 계속해서 몸을 뒤흔드는데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수환은 까마득한 기분을 느끼며 허리를 흔들었다.

“하읏, 아, 아앗, 안 돼, 앗……!”

“하아, 먹으라니까.”

“아, 못 먹겠…, 아앗……!”

승현의 것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거실 식탁 위에서 섹스를 하는데, 부끄러움을 느끼긴커녕 침대 위에서보다 더 느끼고 있으니 미칠 것 같았다.

“흣, 거기, 아, 안 돼, 하읏!”

“여기가, 윽, 좋아요?”

“아…, 좋아, 좋…….”

어느새 흥분한 수환은 식탁 위에 반쯤 누운 채 허리를 흔들었다. 굵은 귀두가 전립선 부근을 스치며 지나가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미 아플 정도로 선 페니스에서 금방이라도 정액을 쌀 것 같았다.

거실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수환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언뜻 했을 때였다.

띵동.

“……!”

거실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두 사람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수환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승현은 불쾌한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방해받은 게 기분 나쁘다는 듯 승현이 물었다.

“이거 뭐예요?”

“아.”

수환은 그제야 빵을 데우기 전에 피자를 시켰었던 걸 떠올렸다. 앱으로 결제해서 돈은 따로 주지 않아도 되지만, 주소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폰으로 대화 정도는 해야 할 터였다. 수환이 난감한 어조로 대답했다.

“피자 시켰어.”

“피자요?”

“응. 인터폰으로 대답 안 하면 안 갈 텐데.”

조금 전까지의 열기가 마치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수환은 아무 말 없는 승현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대로 승현이 자신의 것을 빼내고 물러나 줬으면 좋겠지만, 당연하게도 승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가야죠. 기다리니까.”

“앗, 잠깐.”

밤중 화장실에 갔을 때처럼, 수환은 이번에도 승현의 걸 안에 넣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화장실보다 인터폰까지 가는 길이 짧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읏.”

배 속을 꽉 채운 페니스에 힘겨워하며 걸어가자, 눈앞에 진한 색의 인터폰 화면이 보였다. 그곳에서 계속 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수환이 손가락을 덜덜 떨며 전화기 모양의 버튼을 눌렀다.

“네…….”

―피자 시키셨죠?

“네, 맞…….”

배달원의 물음에 맞다고 대답하려던 수환은 황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가만히 있던 승현이 갑자기 허리를 쳐올렸기 때문이었다. 인터폰 옆에 한쪽 손을 짚은 수환이 신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흣.”

―저기요?

“아.”

눈물이 핑 돌았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빨리 돌려보내려면 문 앞에 놓고 가라고 말해야 하는데, 안에 박힌 페니스를 퍽퍽 쳐대는 승현 때문에 신음을 참는 게 고작이었다.

“흐읏, 문, 앞에…….”

―문 앞에 놔두라구요?

“네, 네에.”

―알겠습니다.

다행히 배달원은 이런 부탁이 많았는지, 단어 하나만 겨우 들어도 바로 알아들었다. 인터폰이 뚝 끊기자 수환이 눈을 흘기며 뒤를 돌아보았다.

“너, 진짜…, 앗.”

“나 두고, 다른 남자랑, 하, 말하지 마요.”

“그냥, 배달원이잖아, 아읏.”

수환의 말에 심술을 부리듯 승현이 그의 귀를 깨물었다. 눈살을 찌푸린 수환이 다시 입술을 열자, 이번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벌린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응, 으응.”

승현은 끈질기게 입술을 탐했다. 히트가 와서 한층 더 뜨거운 혀가 입안을 휩쓰는 바람에 머릿속이 또다시 하얗게 날아갔다. 농축된 향을 머금은 달콤한 체액이 목구멍 안으로 끊임없이 넘어갔다.

“하아, 아응.”

그리고 여전히 격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승현의 것이 수환의 안을 파고들었다. 벽에 몸을 기댄 수환은 그레이 톤의 차가운 벽지에 페니스를 비비며 하얀 프리컴을 질질 쌌다.

이제 화장실을 가도, 심지어 인터폰을 받을 때도 수치스러웠던 일들이 떠오를 것 같았다. 수환은 흐릿한 머릿속으로 언뜻 생각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한참이 지나 식은 피자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

“승현아, 흑, 나 이제… 진짜 더 못하겠어.”

대충 피자를 먹고 다시 침실에 끌려온 수환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침실에 다시 오니 켜켜이 쌓인 두 사람의 페로몬이 확 하고 풍겨왔다.

아직 고작 이틀째인데, 수환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그런 수환의 가슴을 핥으며 승현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왜요?”

“너무 힘들고… 그, 거기도 너무 아파.”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민망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히트 사이클이 온 승현의 페로몬 때문인지 알파인 자신의 몸도 제법 흥분하긴 했지만, 이틀 내내 잠자는 시간 빼고 해대는 건 아무래도 한계였다.

“많이 아파요?”

“응, 많이 아파.”

짐짓 수환의 몸이 걱정된다는 듯이 묻는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승현은 어제까지만 해도 말도 못 붙일 정도로 흥분한 기색이었지만, 오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깨어나자마자 아침부터…… 쉬지 않고 계속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조금은 제정신을 차렸을 수도 있었다. 일말의 기대를 가지며 수환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프면 안 되는데.”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하고.”

“핥아 줄 테니까 여기 앉아 봐요.”

“뭐?”

수환의 가슴에서 입술을 뗀 승현이 씩 웃었다. 입꼬리만 끌어 올린 미소를 보니까 왜인지 소름이 돋았다.

“어?”

휙, 하고 수환의 몸이 위로 들렸다. 수환이 휘청거리다가 침대 헤드를 두 손으로 짚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수환은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자, 잠깐!”

그러자 승현의 손가락이 수환의 엉덩이 살을 잡아 벌렸다. 수환은 놀란 얼굴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자신은 승현의 얼굴 위에 앉아 있었다. 반듯하게 누워 있는 승현은 퉁퉁 부어 있는 애널에 곧장 입술을 댔다.

“힉!”

벗어나고 싶지만 다리에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놀라서 그런지 몸이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침대 헤드를 겨우 부여잡은 채, 수환은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아, 그만, 힛, 아……!”

츕, 츄웁, 게걸스러운 소리가 엉덩이에 달라붙은 입술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수환은 차마 아래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제발, 흣, 흐으읏……!”

애원하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현은 계속해서 애널을 빨았다. 과연 그곳은 수환의 말대로였다. 쉴 틈도 없이 괴롭혀진 애널은 평소보다 퉁퉁 부어 있었고, 안쓰러울 정도로 아파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만둘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두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도 승현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기만 할 뿐이었다.

“아으응, 승, 승현아… 흐읏.”

채 밖으로 빼내지 못한 정액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조금씩 흘러내렸다. 수환은 그게 밖으로 흐르지 않도록 저도 모르게 힘을 줬지만, 집요하게 빨고 핥아대는 입술과 혀 때문에 흐물흐물하게 힘이 풀리고 말았다.

“흐으, 나온단 말야… 안 돼, 안… 흐윽.”

결국 속에 든 정액이 주륵,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승현은 그것마저 모조리 빨아서 삼켜버렸다. 놀란 수환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흐으윽, 시러, 시러엇.”

아프지는 않았다. 이 행위가 수환에게 아픔을 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이 부끄럽고 민망했다. 기분이 좋으면 좋을수록,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에 몸부림쳤다. 온몸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수환은 엉엉 울었다. 수환이 그렇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자, 승현은 그제야 애널 안을 핥고 있던 혀를 빼냈다.

“아직도 아파요?”

“이제… 흑, 이제 그만해애.”

아무리 핥고 빨아도 계속 갈증이 났다. 자신의 것이지만, 수환의 안에 있었던 거라서 그런지 제 정액에서도 단맛이 느껴졌다. 승현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제 얼굴 위에 앉혔던 수환을 다시 끌어 내렸다.

“안 아픈 거 맞죠?”

“흑…, 으응.”

고개를 끄덕인 수환이 뒤늦게 민망함을 느끼며 눈물로 젖은 얼굴을 가렸다. 승현의 앞에서 울었던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도 부끄러웠다. 커다란 손으로 제 얼굴은 가렸지만, 새빨갛게 물든 귀는 가리지 못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승현이 몸을 일으켰다.

“응… 으음….”

“하아, 형.”

얼굴을 가린 손을 치워내고 입을 맞췄다. 작은 입속에 혀를 집어넣어 휘젓자, 다시금 입안에 단맛이 느껴졌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몸만 겹치는 데도 훌륭한 식사 못지않은 만족감을 주었다.

반면 수환은 죽을 것 같았다. 아래를 집요하게 핥아댔던 승현은 자신의 입도 집요하게 빨아댔다. 거칠게 비벼지는 입술이 쓸려서 아플 정도였다.

이젠 정말 손끝까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승현의 입술을 피해 겨우 고개를 돌린 수환은 어느새 바뀌어 있는 자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흣, 또, 또…… 할 거야?”

수환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승현이 지그시 그를 내려다보았다. 잔뜩 겁에 질린 눈을 바라보던 승현이 수환의 두 다리를 모아서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허벅지에 힘 좀 줄래요?”

승현은 발기한 자지를 수환의 허벅지에 문질렀다. 그렇게나 욕망을 분출해 냈는데도 승현의 것은 전혀 수그러들지를 않았다. 수환이 질린 눈으로 승현의 자지를 바라보다가, 승현이 그걸 다리 사이로 집어넣자 저도 모르게 히익, 소리를 내며 허벅지에 힘을 잔뜩 줬다.

“아… 읏.”

뜨겁고 딱딱한 것이 땀에 젖어 미끈거리는 허벅지를 문질렀다. 그동안 승현이 허벅지도 한껏 깨물어댔기 때문에 상처가 난 곳에서 미약한 통증도 느껴졌다. 그래도 아프게 부어오른 애널 안에 넣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마치 행위를 하는 것처럼 수환의 몸이 들썩거렸다. 구멍 안에 넣지 않는 것뿐이지, 섹스하는 자세와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흐읏, 읏, 아!”

게다가 승현의 자지가 허벅지에 마찰하면서 자꾸만 수환의 고환을 스치며 자극했다. 탁, 탁, 살갗이 부딪치는 소리가 침실 안을 울렸다.

“흣, 잠깐, 잠… 앗!”

교묘하게 방향을 틀어 민감한 부분을 스치며 건드릴 듯 건드리지 않는다. 점점 애매하게 자극받은 부분이 간지러워지는데, 정작 그곳은 문지르지 않고 지나가니 애가 탔다.

“앗, 스, 승현아, 더 아래…, 흐읏.”

“안 돼요.”

“왜, 왜… 흐읏.”

“아프다면서요.”

“하지만, 하지만… 흣.”

수환의 눈에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렇게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으면서, 또 아쉽다고 생각하다니. 파렴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뭐요?”

“하지마안… 앗……!”

안절부절못하는 수환을 내려다보며 승현이 거세게 허리를 움직였다. 허벅지 사이를 가르는 페니스가 애널 위를 아슬아슬하게 문지르며 스쳐 지나가자 수환의 허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흣, 승현아, 그냥, 그냥…….”

“그냥?”

허벅지를 꽉 잡은 채로 승현이 느릿하게 물었다. 새하얀 허벅지에는 승현의 손가락 자국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었다. 그걸 보는 승현의 두 눈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냥, 넣어 줘, 흐앗……!”

“윽……!”

기다렸다는 듯이 잔뜩 성난 성기가 애널 안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내벽이 꽉 조이며 페니스를 감싸자, 승현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자신의 체액으로 젖은 안쪽이 그를 더욱더 깊숙한 곳으로 이끌었다.

“흣, 으응, 아앙, 좋아, 앙……!”

두 다리가 높이 들린 채, 수환은 계속해서 몸이 흔들렸다. 딱딱한 성기가 내벽 안쪽을 짓누를 때마다 등이 파드득 떨렸다. 승현이 집착하며 핥았던 구멍이 한껏 부드러워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히트 사이클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는 탓일까. 머릿속이 쾌감으로 꽉 차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승현, 아, 아앙……!”

“하아, 수환이… 형, 수환아.”

얼마 가지 않아 승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환이 먼저 묽은 정액을 토해내자, 그 역시 수환의 안에 또다시 체액을 쏟아부었다. 오메가의 정액으로 수환의 아랫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흐읏, 너무… 뜨거워.”

“하…….”

승현은 사정이 끝난 후에도 계속 자지를 넣은 채로 수환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빵빵한 배 속이 오메가의 정액으로 꽉 차 있었다. 몇 번이나 퍼부었는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정액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수환이 몸을 덜덜 떨며 애원했다.

“나, 씻고 싶어.”

“응, 나중에 핥아 줄게요.”

“…….”

그에 수환은 입을 다물었다. 이젠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리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승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수환의 볼록한 배를 쓰다듬었다. 자신이 만약 알파였다면 노팅을 해서 더 많은 양을 퍼부어 줬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건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이틀 내내 자신의 정액을 안에 쏟아 내서 제법 부른 배를 보니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예쁘다, 형. 임신한 것 같네요.”

“임신……?”

“더 하면 진짜 임신하려나.”

“흣……!”

승현이 허리를 뒤로 물리자, 쿨쩍거리며 하얀 정액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그리고 그걸 막듯이 곧바로 허리를 쳐올렸다.

“아읏, 잠깐.”

“응? 임신할래요?”

“그게, 무슨…, 하읏.”

“임신시켜 줄게요, 형. 더 예쁘게 울어 봐요.”

“스, 승현아.”

수환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스쳤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흥분해도 승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자신은 알파라서 당연히 임신은 할 수 없었다. 승현은 지금 히트 사이클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난감한 기분과는 달리 수환의 몸은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승현이 다시금 허릿짓을 시작하자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이대로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자세를 바꿔 엎드린 상태로 승현의 자지를 받아내며, 수환이 다시 쉰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

이대로는 정말 안 될 것 같다고, 수환은 사 일째 되는 날 생각했다.

어제도 어떻게든 겨우 밥을 먹은 다음, 환기를 시키려고 테라스 문을 열자마자 또 승현이 덮쳤다. 심지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맡으려고 나간 테라스에서 말이다.

이곳이 고층 타워팰리스인 데다가 거의 한 층을 다 써서 이웃이 없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수환도 처음에는 싫어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야외에서 섹스하는 듯한 충격은 아직도 수환의 새가슴을 벌렁거리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이대로 계속 히트를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다른 건 다 몰라도, 모럴이 없어진 승현은 계속해서 온갖 장소에서 해댈 것 같았다. 수환은 그것만이라도 잠시 피하고 싶었다.

게다가 거의 쉼 없이 계속 박아대는 통에, 말로 하지 못할 그곳이 퉁퉁 붓고 아팠다. 정말 잠시 동안만이라도 휴식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현을 놔두고 집을 나갈 생각까지는 할 수 없었기에, 수환이 한 짓은 고작 다른 방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하아.”

드레스 룸의 옷장 안에 들어와 자신의 옷가지에 파묻힌 채로, 수환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얼떨결에 들어온 곳이 바로 드레스 룸이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온 것치고는 꽤 잘한 선택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미약하게나마 자신의 페로몬이 묻은 옷가지 사이에 있다면, 승현이 조금은 찾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승현이 우성인 데다 히트가 와서 평소보다 예민해져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옷가지 사이에서 자신의 페로몬 향을 맡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읏.”

계속 딱딱한 옷장 안에 앉아 있기가 힘들어서 엉덩이를 꾸물꾸물 뒤로 물리자 찌릿한 고통이 아래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동시에 내벽을 타고 흐르는 정액이 울컥, 하고 밖으로 흘러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힘을 줘 참았다.

속에 든 것을 씻어내야 하는데, 승현이 눈만 뜨면 덮쳐오는 통에 욕실에도 갈 수가 없었다.

원래 오메가의 히트가 이런 걸까. 자신이 알던 것과 너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물론 자신과 승현의 관계가 남들과는 다르니까, 승현의 행동도 다른 오메가들과 다른 게 당연하긴 할 텐데. 그래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트 사이클 기간이 보통 얼마나 된다고 하더라. 육 일? 칠 일?

적어도 육 일 정도라고 해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수환이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최대한 몸을 더 구석 쪽으로 구겼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체감상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기분이 든 뒤에,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

“……!”

승현의 목소리였다. 수환은 저도 모르게 흡, 하고 숨을 삼켰다. 그러다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동그란 눈이 어두운 옷장 안에서 도르륵 굴러갔다.

“여기 있어요?”

드레스 룸 제일 구석에 있는 옷장 안에 있기 때문인지, 승현의 목소리가 조금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조마조마한 가슴을 다른 손으로 꾹 누르면서, 수환은 잔뜩 숨을 죽였다.

사박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작게 들렸다. 승현이 자신을 찾으려고 드레스 룸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작게 들리던 발걸음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리자, 수환은 작게 쉬던 숨마저 흡 하고 참았다.

“…여기도 없나?”

중얼거리는 목소리에서 의아한 기색이 느껴졌다. 절제하지 못하는 오메가의 페로몬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아직 히트 사이클이 안정되지 못한 탓이었다.

혼자서는 역시 괴로울 텐데. 그냥 모르는 척 나갈까.

아니야. 얼마나 힘들었는데.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벌자.

그런 생각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하니까 배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방금 참았던 정액이 툭, 하고 옷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흣.”

저도 모르게 흘린 신음에 놀란 수환이 황급히 입을 더 틀어막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이 귓가에서 시끄럽게 들렸다. 혹시 들었으려나? 들킨 건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벌벌 떨었다.

“…….”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조용하기만 했다. 아무래도 승현은 드레스 룸에서 나간 모양이었다. 긴장이 풀린 수환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그리고 그 순간, 수환이 있던 옷장 문이 활짝 열렸다.

벌컥.

“……!”

“여기 있었구나.”

“스, 승현.”

너무 놀란 나머지 수환은 몸이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밖에 나간 줄 알았던 승현이 옷장 문을 연 채 구석에 앉아 있는 수환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체를 향한 승현의 시선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다리를 집요하게 훑었다.

수환이 간과한 건, 그에게서는 지금 승현이 진득하게 묻혀 놓은 오메가의 페로몬이 사방으로 진동하고 있다는 거였다. 옷장 바닥에 뚝뚝 떨어진 자신의 정액을 보니, 승현은 또다시 페로몬이 들끓는 걸 느꼈다.

“왜 이런 데에 있었어요?”

“그게, 저기.”

“내가 보기도 싫어서 도망친 거예요?”

“아, 아니야.”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긴 했지만, 누가 봐도 도망쳐서 숨어 있는 모양새였다. 이렇게 들킨 시점에서 이미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라면 어서 일어나요.”

“응… 앗.”

황급히 일어나려던 수환의 몸이 비틀거렸다. 그런 수환의 몸을 두 손으로 붙잡은 승현이 그를 옷장 안에서 확 끌어 내렸다.

“아……!”

열려 있던 옷장 문이 닫히고, 수환의 등이 닫힌 옷장 문에 부딪혔다. 등이 저릿한 느낌에 수환이 눈살을 찌푸렸다.

“승현…, 읏.”

옷장 문에 수환을 밀어붙인 승현이 한 손으로 수환의 얼굴을 붙잡고 짐승 같은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입안에 들이차는 혀를 받아내며 수환이 몸을 비틀었다.

“하아, 흣.”

승현은 남은 한 손으로 수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몸을 밀어붙이며 흥분해서 발기한 페니스를 수환의 중심에 비비적거렸다.

“하… 한참 찾았잖아요. 자기야.”

“흣.”

수환의 귀를 깨물며 승현이 속삭였다. 농밀한 페로몬 향을 숨기지도 않으며 여린 귓불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나랑 숨바꼭질하고 싶었구나. 응?”

“흐읏.”

“그럼, 하… 더 잘 숨었어야지. 내 냄새 풀풀 풍기기나 하고.”

“흐앗!”

승현은 수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두 손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긴 손가락 사이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체액이 진득하게 엉키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아직 히트가 가라앉지 않은 승현의 눈이 다시 위험하게 빛났다.

“승현아, 여기선.”

“뭐 어때서요.”

“차라리 침대로, 가서… 아!”

승현은 수환의 말에 아랑곳하지도 않으며 애무를 이어 갔다. 이미 부드럽게 풀려 있는 애널 안에 굵은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못 참겠어요.”

“여기서 하면, 허리 아픈데.”

작게 칭얼거리는 목소리에 승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수환의 말에 짜증이 나서는 아니고, 머리 한구석에 있는 무언가가 승현에게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승현의 안에서는 두 자아가 맹렬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히트 사이클로 본능만 남은 인격과 조금이나마 이성이 남아 있어 평소처럼 수환을 보살피고 싶어 하는 인격이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싸운 결과 도출된 합의점은 계속해서 수환을 곤란하게 만들기만 했었다.

“내 목에 팔 둘러 봐요.”

“응?”

“어서요.”

“으, 응.”

수환이 당황하며 승현의 목을 두 손으로 끌어안았다. 그러자 승현이 힘을 줘 수환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으앗!”

깜짝 놀란 수환이 승현의 목을 더 힘주어 안았다. 두 다리가 공중에 붕 떴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에 수환은 그저 당황하기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알파고, 승현은 오메가인데…….

그런데 승현은 의외로 힘이 센 편이긴 했다. 평소에도 그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력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덩치 큰 자신의 몸을 어린애 들듯이 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들고 난 다음 하는 행동에 더욱 기겁했다.

“자, 잠깐만!”

“가만히 있어요.”

“하윽……!”

가뜩이나 자신을 무섭게 찌르던 발기한 페니스가 공중에 떠 있는 수환의 애널을 쿡 쑤셨다. 마치 야한 동영상에서나 나올 법한 자세로 수환은 안쪽에 박히는 페니스를 받아들였다.

“아, 말도 안…, 아앗……!”

“하…….”

평소보다 깊숙한 곳까지 페니스가 쑤시며 들어왔다. 수환의 체중이 실린 데다 자세가 자세인지라 승현의 페니스를 뿌리 끝까지 삼켜버린 것이다. 그동안 들어가지 못한 곳까지 밀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싫어, 싫…, 흣……!”

“엄청, 후, 조이네요. 좋, 아요?”

“흐, 내려 줘, 내려, 아앗……!”

잔뜩 성이 난 좆을 박자마자 승현은 곧바로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퍽퍽, 하는 리드미컬한 소리와 함께 공중에 들린 수환의 다리가 달랑거리며 온몸이 흔들렸다. 억지로 반쯤 접힌 몸이 위아래로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페니스가 거세게 안을 들쑤실 때마다 등 뒤에 기대고 있는 딱딱한 옷장과 부딪히기도 했다.

“이건, 이건, 안… 이상, 햇, 앗……!”

얼마 박지도 않았는데 수환의 성기도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프리컴을 질질 흘렸다. 아래에서 쑤시는 성기가 전립선을 미친 듯이 짓이기며 건드렸다. 수환이 신음하며 더더욱 승현에게 매달렸다.

“흣, 무서, 무서웟, 아, 승현, 승현앗!”

“후우.”

어딘가에 발을 디디지도 못하고, 승현의 목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는 채 박히는 게 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떨어질까 봐 무서운데, 승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환의 다리를 어깨에 올리고 허리를 퍽퍽 쳐올렸다.

그러나 무섭다고 울면서도 수환의 페니스 역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질퍽한 프리컴을 줄줄 흘리며 승현의 배와 마찰했다. 그렇게 삼 일 내내 해댔는데도 흥분하며 정액을 질질 싸는 알파의 몸도 만만치가 않았다.

“흐, 아, 아……!”

“윽……!”

수환의 몸이 옷장 문으로 더욱 밀어붙여졌다. 그와 동시에 승현이 수환의 안에 사정했다. 승현과 옷장 문 사이에 끼인 채 수환은 순간 숨을 멈췄다. 더 이상 무언가 들어올 공간도 없이 빠듯한 그곳이 또다시 뜨거운 정액으로 가득 찼다.

“하아.”

승현이 긴 한숨을 내쉬며 가늘게 떠는 수환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그의 목과 어깨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허리 안 아프죠?”

“…….”

느릿하게 묻는 말에 수환은 침묵했다. 그 이유 때문에 이렇게 들어 올려져서 박힌 거였다. 바닥에서 하면 허리가 아프다고 했으니까.

또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히트가 온 승현은 머릿속 나사가 어딘가 하나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섣불리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더 꽉 잡아요.”

“어?”

승현이 다시 힘을 줘 수환을 들어 올렸다. 옷장 문에 기대지 못하고 공중에 뜨니 또 떨어질까 무서워서 승현의 목을 바짝 끌어당겨 안았다.

그 상태로 승현이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수환의 안에는 승현의 성기가 박혀 있는 상태였다. 침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딛자, 수환이 놀라며 몸에 힘을 줬다.

“흣, 아, 잠깐, 아……!”

걸을 때마다 승현의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박혀 들어왔다. 놀라서 수축한 내벽이 꽉 조이자, 승현의 이마에도 굵은 혈관이 불쑥 솟아올랐다.

“후우.”

“흐앗!”

그대로 침실에 다다라 침대 위에 쓰러지듯이 누운 수환이 순간 멀어진 승현의 허리를 두 다리로 휘감았다. 승현의 자지가 빠질 것 같아 저도 모르게 한 행동에 스스로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얼굴과 몸 전체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형도 빼기 싫구나.”

“그런… 게, 아니라…, 흣.”

“하… 나도 영원히 안 빼고 싶어.”

“흐으읏.”

안 빼면 나 진짜 죽어…….

수환은 뒷말을 삼킨 채 키스하며 허리를 움직이는 승현의 목에 다시 팔을 둘렀다. 며칠 동안 안에 든 정액을 빼지 못해서 그런지 배 속이 싸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사선으로 틀어 성기를 쑤시는 승현의 행동에 수환이 참지 못하고 그를 밀어냈다.

“흐, 잠깐, 진짜, 진짜…, 이상해, 승현아, 흣.”

“하아, 하.”

“흐으, 놔줘, 잠깐만…, 하읏!”

승현의 것이 어딘가를 찌르자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배 속의 어딘가가 요동치는 느낌이 들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자꾸만 홧홧한 기운이 올라왔다.

“승, 승현, 아, 제발, 제…, 흐아앗!”

애원하던 수환의 목이 뒤로 확 꺾였다. 배 속이 찌르르한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수환의 페니스가 투명한 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몸을 흥건하게 적시는 액체를 내려다보며 승현도 이를 악물었다.

“윽…….”

“하악…….”

이제는 서로 더 나올 것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승현 역시 흥분이 절정에 달했기 때문일까. 그의 페니스에서도 정액이 아닌 다른 것이 쏟아져 나왔다. 진한 정액과는 달리 물로 된 것이 안에 쏟아지자 수환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하… 미안, 윽, 해요.”

“흐으… 배, 배 아파…….”

배 속이 액체로 가득 차자, 마치 관장을 한 것처럼 배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하지만 그렇게 배가 부른 수환을 내려다보는 승현의 얼굴은 여전히 흥분한 기색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잔혹한 상상이 펼쳐졌다. 울면서 싫어하는 수환을 잡아 누르고 계속해서 억지로 범한다. 정액과 물이 섞인 액체가 사방으로 튀고, 수환은 아픈 배를 잡고 엉엉 운다. 그런데도 승현은 그를 놔주지 않는다.

결국에는 실신할 때까지 밀어붙이고 함께 기절하듯 잠이 든다. 승현은 단지 히트로 흥분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는 다시 흥분한 성기를 싫어하는 수환의 안에 박아 넣고 있었다.

“아파, 아파아, 흐윽.”

승현은 고개를 숙여 울고 있는 수환의 눈가를 핥았다. 미친 듯이 달았다. 수환의 볼록해진 배를 누르며 승현이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사랑해요, 형.”

“흐읏.”

승현이 히트 사이클을 겪은 사 일째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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