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형제 놀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연기학원에 갔다. 엄마가 어떻게든 대학에 집어넣으려는 속셈으로 부린 꼼수가 연기학원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자마자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붙이고… 아저씨 돈을 물 쓰듯이 쓰면서 투자를 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애초에 머리 쓰는 일은 나와 맞지 않았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림 또한 젬병이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기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학원은 전철로 다섯 정거장 거리에 있었다. 3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바로 보이는 9층짜리 빌딩이 있는데 맨 꼭대기 층을 전부 사용하고 있었다. 고작 학원 하나 등록하는데도 절차가 까다로웠다. 입회서에 성형한 부위와 고친 횟수를 적는 곳도 있었다. 부모님 직업은 물론 연봉까지 상세하게 기록해야 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엄마는 아저씨의 인맥이 아니었다면 감히 꿈도 못 꿀 곳이라고 했다. 학원이며 과외며, 그간 들어갔던 돈과는 쨉도 안 될 금액이 매달 들어간다고도 했다. 그러니 절대 빼먹으면 안 된다고 누누이 당부했다.
작년 여름 방학부터 다니기 시작했으니, 곧 있으면 1년이 될 터였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각 과목별로 트레이닝 하게 될 커리큘럼들이 착실하게 짜여 있었다. 강사진들 또한 이력이 어마어마했다. 멋모르고 다닐 땐 하나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아주는 기획사 팀장급들은 컨택하기 위해 수시로 학원에 드나들었다. 눈에 띄는 수강생들은 운 좋게 연습생이 되거나 바로 데뷔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무엇보다 대학 합격률이 현저히 높았다. 작년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의 학생은 어렵지 않게 연극영화학과나 방송미디어과에 합격을 했다. 엄마가 하는 말들이 다 거짓은 아니었다.
중학교 땐 대학에 대한 어떤 환상도 꿈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알바나 전전하는 인생을 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엄마가 재혼하기 전까진 집에서 돈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급식비도 제때 내지 못해 담임한테 불려가기 일쑤였다. 사는 게 구질구질했다. 워낙 등치가 있고 싸움엔 밀린 적이 없어,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진 못했지만. 약하고 돈 좀 있는 새끼들 삥을 뜯을 땐 자신이 참 쓸모없는 인간같이 여겨졌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더니, 궁핍하던 생활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학교 옥상에서 임주한과 담배를 한 대씩 피우고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 얼굴에 먹칠은 또 하기 싫어 학원만큼은 꼬박꼬박 다녔다. 좀 더 빨리 가려고 별관을 지나쳐 후문 쪽으로 걸어갔다. 대부분 정문으로 아이들이 우르르 나가버리기 때문에 후문 쪽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막 문을 빠져나오는데, 후문 입구에 선규호가 서 있는 게 보였다. 평소라면 학원 차에 올랐을 시간이었다.
“어디 가?”
뾰족하게 눈을 세우고 나를 쳐다봤다. 내가 어딜 가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게 학교가 끝나면 형은 학원 차를 타고 부리나케 내빼기 바빴다. 입시 준비로 하드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형이 그걸 포기하고 여기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 같았다. 혹시 엄마가 선규호에겐 일부러 말을 안 했나? 생각해보면 나도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엄마 성격에 과외보다 비싼 돈을 처들이고 있으니 쉬쉬했을 게 뻔했다.
“영어학원 쨌냐?”
선규호는 슬쩍 눈을 내리깔고 모호한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봤다. 아름다운 얼굴이 햇살 아래서 무방비하게 빛났다. 녀석 뒤로 새하얀 구름이 아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결 좋은 머리카락이 같은 방향으로 휘날렸다. 잠깐 나는 넋을 놓고 단정한 얼굴을 쳐다봤다. 이상하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집에 가고 싶어.”
운동화로 바닥을 툭툭 치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형이 입을 열었다.
“집?”
무슨 의도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되묻자, 선규호가 작게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병신아, 같이 가고 싶다고….”
“…….”
“싫으면, 말든가.”
형이 홱 몸을 돌렸다. 삐진 걸 온몸으로 드러낸 채 빠르게 나를 등지고 걸어갔다. 아마 바로 답을 하지 않아 무안한가 싶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형.”
“…….”
“야, 선규호!”
형이 고갤 돌려 이쪽을 쳐다봤다. 뾰족하게 날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병신아, 네 형이라며. 또 선규호냐?”
입가에 미소가 고였다. 고작 두 달 먼저 태어난 게 다면서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상대도 안 해줬다. 습관처럼 형, 형 하다 보니 이젠 입에 붙었지만. 어째선지 평소랑 다른 선규호 때문에 얼떨떨했다. 거릴 좁혀 빠르게 형 옆으로 다가갔다.
“혀엉. 같이 가.”
우리가 함께 하굣길을 빠져나온 건 처음이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이상하게 몸 안 가득 달짝지근한 공기가 가득 찬 것 같았다. 기분이 멋대로 둥둥 떠올랐다. 언제부터 나를 기다렸을까. 학원도 째고. 어떤 마음으로. 너는.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은 그냥, 선규호와 이 길을 함께 걷는 게 좋았다.
“어, 버스 온다!”
서둘러 뛰어 멈춰 선 버스 앞에 섰다. 숨이 약간 차올랐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차례로 올랐다. 형이 먼저 버스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나 역시 형의 옆에 자릴 잡고 앉았다. 창가에 앉은 형이 손을 뻗어 에어컨부터 조절했다. 형은 더위에 약했다. 매일 에어컨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얼른 팔을 뻗어 에어컨을 대신 손봐줬다. 형 쪽으로 방향을 옮겨 바람세기를 조절했다. 하루가 다르게 더위가 무르익고 있었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오는 동안 소금에 절인 것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냉기 서린 바람이 시원하게 쏟아졌다. 그제야 형의 미간이 곱게 펴졌다. 슬쩍 눈을 감고 작게 심호흡을 하는 게 눈에 들어온다. 살 것 같아. 한숨과도 같은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나는 또 넋을 놓고 형을 쳐다봤다. 천천히 눈을 뜬 형이 나를 쳐다봤다. 조금 놀란 눈동자가 마주치는가 싶더니 도로 창가 쪽으로 고갤 돌려버렸다. 그리곤 손바닥으로 내 턱을 밀어냈다.
“왜 그렇게 봐. 병신아.”
“에어컨 덕후 같아서.”
형의 입술이 미세하게 올라가는 게 보였다. 여전히 시선은 차창 밖으로 던져둔 채였다. 나는 가만히 형의 어깨에 머릴 기댔다. 한 소리 할 줄 알았는데, 가만히 있었다. 이번엔 내 입꼬리가 당겨졌다. 교복 셔츠의 촉감과 숨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가슴, 말캉한 체온이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가만히 있어도 선규호 냄새가 맡아졌다. 과일 향과 같은 달콤한 향이 호흡할 때마다 나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기태오.”
“응?”
형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둔 채 말을 이었다.
“미안.”
나는 눈을 깜박였다.
“뭐가?”
“그냥. 다.”
심장이 얼떨떨했다.
“제대로 형 노릇 할게.”
선규호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가만히 형을 쳐다봤다. 창밖을 바라보는 형의 귓불이 조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가슴 밑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
선규호는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평범하게 나를 대했다.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더는 나를 노려보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살갑게 군 건 아니었지만,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나 역시 낮엔 얌전한 동생의 얼굴로 선규호를 대했다. 지금껏 퇴치해야 할 해충으로만 여기던 형이 이제야 나를 동생으로 인지한 것 같았다. 살결에 살짝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 경계를 해오던 형이 맞나 싶게 요즘은 가벼운 스킨십 정도는 넘어가 줬다. 마치 남동생이라도 생긴 것처럼 굴고 있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기분이 묘했다.
꿈속에선 온갖 짓을 저지르고 있으면서, 현실에선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생이라니. 아이러니였다. 기말시험이 다가오자 형은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부한답시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 새벽 두 시나 세 시쯤 돼야 곯아떨어지곤 했다. 나는 그때까지 형이 잠들길 기다리면서 대본을 악착같이 외웠다.
선규호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뜬구름 같은 대학을 종종 생각하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형은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고 있었다. 전문 코디가 따라붙어 철저하게 커리큘럼에 맞게 케어받고 있었고 조목조목 짜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대학에 가기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을 모두 누리고 있다고는 해도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을 거였다. 선규호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건 아마 아저씨 때문일 것이다.
순딩순딩하게 생겨서, 아저씨는 형에게 유독 혹독했다. 나에겐 한없이 다정했지만, 그건 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선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저씨에게 있어 잘돼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었다. 어차피 딸려 들어온 군식구에 지나지 않았을 거였다.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친자식에게만 통용되는 관심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그래서 형은 아저씨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기대치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는 무게를 짊어지고. 형은 대학을 목표로 발바닥이 다 까지도록 뛰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형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대학을 꿈꿀 수 있을까. 엄마가 부린 꼼수로 대학 문턱을 넘을 수 있나. 연기학원에 갈 때마다 이상한 희망이 심장 밑에서 욱신거렸다. 선규호와 같은 대학에 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 이상한 희망은 어떤 주문처럼 나를 흔들었다.
출석체크에 의미를 두던 학원에 진심이 된 게 언제부터였더라. 발성 연습,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트레이닝. 손에 쥔 대본을 놓지 못하고 애쓰던 날들. 제본된 대본 모서리가 닳고 닳도록 감정을 익히고 대사를 익히고…. 좋아하는 일은 살면서 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낡아 빠진 대본을 보고 있으면 묘한 희망이 꿈틀거렸다.
대본을 내려놓고 시계를 보자 새벽 세 시가 막 넘어서던 참이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 꿈에 들어가고 싶었다. 달아오른 성기 탓에 팬티 끝이 젖고 있었다. 의무적인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책상에 엎어져 잠든 형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부드럽게 머릴 쓸어 넘겼다. 사라락 쏟아지는 결 좋은 머리카락이 손끝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나는 학습용 의자를 뒤로 빼 쓰러지듯 잠에 빠진 선규호를 안아 들었다. 몸을 번쩍 들어 침대에 조심스레 눕혔다. 깊게 감긴 속눈썹이 짙었다. 평화로운 형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웬만해선 깰 것 같지 않았다. 나는 형 옆에 누워 잠든 형을 내려다봤다. 천천히 형의 손가락을 당겨 잡았다. 형의 체온이 손가락에 감길 때마다 맥박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위험했다.
* * *
“형, 특별훈련 시간이야.”
천천히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갤 돌렸다. 기태오가 내 쪽으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이 다가왔다. 숨을 멈췄다. 뜨거운 눈동자가 나를 달구듯이 내려다봤다. 눈동자만 보고 있어도 가슴 언저리가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입가에 담긴 미소는 내가 잘 아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 때 태오가 한 손으로 내 목을 감싸더니 꾸욱 누르는 게 느껴졌다.
“오늘은 조금 빠르게 최면….”
기태오가 하는 말이 점점 들리지 않았다. 금세 몸에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스르륵 눈이 감겨왔다. 몸 안에 감도는 미열이 빠르게 혈관을 타고 도는 게 느껴졌다. 중력이 순간 사라진 듯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았다. 생각하고 있던 모든 것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오감이 솜털처럼 살아나는 것 같으면서도 아득하게 멀어지는 것 같았다. 태오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목에서 떨어졌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밤하늘 아래로 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서 있었다. 엉덩이를 다 드러내고 바짝 발기한 성기를 드러낸 채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학교 옥상에 있는 모양이었다. 텅 빈 운동장은 조용했다. 담을 타고 넘어 들어온 가로등 불빛만이 운동장 어귀를 은은하게 비출 뿐이었다. 조용한 운동장이 한없이 넓게 보였다. 나는 가만히 그것들을 관찰하듯 내려다봤다.
기태오가 내 뒤에서 뽀얗게 드러내고 있는 엉덩이를 만지는 게 느껴졌다. 큼지막한 손바닥이 말랑한 엉덩이를 야릇하게 쓸어 올렸다.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지만 어떤 거부감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태오가 내 등에 가슴을 잔뜩 밀착하고 뒤에서 끌어안았다. 잔뜩 성이 난 성기를 엉덩이에 비벼대면서 입술을 열고 속삭였다.
“형, 우리가 일찍 왔나 봐?”
나는 무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있으면 수능 대비 특별훈련을 신청한 아이들이 옥상으로 올라올 것이다. 태오가 작게 웃으면서 단단해진 성기를 엉덩이골 아래로 밀어 넣었다. 다리 사이로 쑤욱 하고 들어온 성기가 내 고환을 느리게 문질렀다. 야릇한 촉감에 호흡이 조금씩 빨라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이건 특별훈련을 하기 위한 스트레칭일 뿐이었다. 원래 운동을 하면 숨이 가빠지니까. 입술을 열고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사이 학생들이 옥상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고개 돌려 입구를 바라봤다. 옥상으로 올라온 아이들은 나와 기태오처럼 교복 셔츠에 넥타이만 매고 바지와 속옷은 모두 벗은 채였다. 걸어들어오는 녀석들의 덜렁거리는 고간이 다 보였다. 시커먼 음모에 감싸진 성기들을 보면서 나는 어떠한 이상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 그 때 옥상 안으로 형준이와 경민이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나를 발견한 경민이가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난간을 붙잡고 있던 나를 태오가 돌려세웠다. 단추가 풀어 헤쳐진 교복 셔츠를 벌리고 젖꼭지를 입술로 머금었다. 혀로 야릇하게 젖꼭지를 문지르면서 발기한 내 성기를 보란 듯이 위아래로 쓸어 올렸다. 가까이 다가온 경민이가 나와 태오를 바라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스트레칭 하는 거?”
“응, 하으. 지난번 거 연습….”
“역시 범생이는 다르구만.”
경민이가 부럽다는 듯이 한마디 하곤 끝나고 수능특강 문제집 좀 빌려달라고 했다. 태오가 반대쪽 젖꼭지를 강하게 빨면서 붉게 달아오른 귀두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자극하고 있어 나는 고개만 겨우 끄덕였다.
“야, 갑자기 그렇게 스트레칭 하면 어떡해?”
“네가 나한테 집중 안 하잖아.”
이럴 때 보면 속이 상당히 좁은 것 같다. 머릴 쥐어박아 주려는데 녀석이 강렬하게 젖꼭지를 빨았다. 짜릿한 흥분감이 아무렇게 나를 달궜다. 호흡이 조금 더 가빠져서 나는 녀석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아읏, 새끼야. 가, 갑자기. 하읏.”
근엄이라고 쓰인 모자를 눌러쓴 체육 선생이 옥상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체육을 보고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떠들던 아이들이 서둘러 정해진 자리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기태오는 움직이지 않고 좀 더 내 성기 끝을 엄지로 비벼대며 괴롭혔다.
“자, 모두 각자 짝이랑 줄 맞춰서 앉도록.”
체육은 호루라기를 훅 불고 나서 한마디 했다. 수능 대비 특별훈련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프로그램을 신청한 아이들은 심신 체력을 위해 명상과 몸풀기 체조를 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하는데 정신 건강에 좋은 영상과 공부하다가 한 번씩 하면 좋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을 알려주고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시작했나 봐, 형.”
태오가 물고 있던 젖꼭지를 떼고 아쉽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봤다. 벌써 아이들은 줄을 맞춰 이인 일조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성기에서 손을 뗀 태오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린 두 번째 줄 맨 뒷자리로 가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을 향해 매트가 깔린 바닥에 앉았다. 스트레칭을 너무 많이 했는지 빳빳한 성기가 껄떡거리며 배에 닿는 게 느껴졌다.
“오늘 영상은 둘이 하면 좋은 스트레칭에 관한 거다.”
체육이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리모컨을 들고 허공에 대고 누르자, 옥상 벽면에 대형 화면이 드러났다. 여기저기서 잡담 소리가 아무렇게 들렸다. 흠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체육이 입을 열었다.
“영상을 감상하고 실전에 들어갈 테니까….”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 뭐라고 말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잔뜩 달아올라 팽팽해진 성기 탓에 숨이 조금씩 가빠지고 있었다. 태오가 내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그러면서 귀에 입술을 대고 나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형, 힘들면 주물러줄까?”
“……”
“스트레칭 중간에 멈춰서 여기 괴롭잖아.”
끝까지 발기해 움찔대는 성기를 밑에서부터 느리게 검지로 쓸어 올리며 말했다. 나는 작게 몸을 떨었다. 계속 공부만 해서 잔뜩 뭉친 근육 탓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명상시간이고 체육은 딴짓하는 걸 봐줄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속으론 만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기태오는 스트레칭에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체육이 플레이를 눌렀는지 동영상이 재생됐다.
‘아읏, 하응. 응읏….’
야릇한 신음과 함께 남자 둘이 마주 서서 잔뜩 선 성기를 비벼대는 게 보였다. 끈적하게 밀착된 두 개의 성기가 야릇한 소릴 내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생생한 음질이 아무렇게 학교 밖까지 퍼져 나갔다.
“저렇게 서로 맞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면 뭉친 근육이 조금씩 이완돼서….”
체육이 스트레칭의 방법과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했다. 태오가 내 어깨에 기대 얼굴을 비비면서 하, 네 꺼 빨고 싶어. 하고 속삭였다. 아마 아까 젖꼭지를 빨다가 선생님 때문에 그만두게 된 탓에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마지못해 교복 셔츠 한쪽을 벌려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꼭지를 태오에게 보여주면서 작게 말했다.
“체육한테 들키면 혼나니까. 안 들키게 빨…아읏.”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오가 젖꼭지를 덥석 머금었다. 할짝거리며 혀로 핥아대면서 입안 가득 물고 야릇하게 쪽쪽거렸다. 녀석이 힘껏 꼭지를 빨 때마다 야릇한 촉감이 강해져 괴로웠다.
“으아, 읏. 응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이 점점 커졌다. 나는 시선을 올려 화면을 쳐다봤다. 장면이 바뀌면서 남자 둘은 69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정성껏 빨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는 옥상에 모인 아이들 대부분은 성기가 발기해 있었다. 형준이나 경민이 성기도 하늘을 향해 껄떡거리고 있었다. 그 때 태오가 내 성기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젖꼭지를 꽈악 물었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다고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보다 체육 몰래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멈추려고 태오를 내려다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에서 입술을 떼고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곤 곧바로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뜨겁게 열이 오른 혀가 부드럽게 입안을 가르고 들어왔다. 원래 스트레칭이 이런 거였나. 혀가 얽힐 때마다 얼굴이 붉어졌다. 물고 빨던 입술을 겨우 떼어내자, 태오가 나를 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내 입술을 부드럽게 엄지로 쓸어주면서 눈을 맞추었다. 그러는 사이 10분 남짓한 동영상이 끝나버렸다.
“그럼 좀 전에 봤듯이 서로 마주 보고 스트레칭을 시작하도록 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체육이 호루라기를 훅 불었다.
* * *
“빨리, 체육이 우리 보고 있잖아.”
선규호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형의 허리를 바짝 당겼다. 완전히 발기한 형의 성기가 내 것에 어떤 저항도 없이 달라붙었다. 나는 아까 봤던 영상처럼 형의 것과 내 것을 함께 쥐었다. 성기를 감싸고 있는 표피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쫀득하게 딸려왔다. 위아래로 자극하면서 두 개의 성기를 비벼대자 형이 힘겨운 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눈앞에 두 개의 성기가 자극적으로 찰싹 달라붙어 비벼지는 걸 보면서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옅게 물든 뺨과 귓불을 본 순간 심장이 멋대로 뛰는 걸 느꼈다.
“형, 싫어? 그만할까?”
“으응. 으읏. 하으.”
“말해봐, 힘들면 멈출게.”
느릿하게 만지작거리던 두 개의 성기를 조금 더 강하게 위아래로 문질러댔다. 형이 밭은 숨을 참지 못하고 내 어깨를 잡았다. 붉게 달아오른 눈가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흥분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얼굴이 너무 야해서 성기 끝이 자꾸만 저릿저릿했다. 어느 틈에 쿠퍼액이 흘러 손가락을 축축하게 적셨다. 나는 다른 손으로 형의 허릴 좀 더 끌어당겨 내 어깨에 머릴 기대게 했다. 맥없이 어깨에 고갤 떨군 형이 작게 헐떡였다.
“하읏, 태, 태오야.”
형이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가까스로 나를 불렀다.
“말해, 형.”
“기분이 이상해애… 하읏.”
“원래 스트레칭은 이런 거잖아.”
“그치만… 자꾸 뭔가가 나올 것 같아.”
나는 손아귀로 꽈악 잡아 두 개의 성기를 급하게 문질렀다. 사정감이 임박해왔다는 걸 알았을 때, 잡고 있던 성기를 그냥 놓아버렸다. 조금만 더 만지면 사정이 코앞인데,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은 기분이 멈추자 발정 난 것처럼 야릇한 파동을 타고 몸 전체가 움찔거렸다. 꼿꼿하게 선 형의 성기가 파들파들 떠는 게 보였다.
쾌락에 젖어 손가락만으로 강렬한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요도 구멍에서 뜨끈한 정액이 파팟, 하고 치솟았다. 포물선을 긋고 떨어진 정액이 내 배와 형의 배를 짜릿하게 적셨다. 형은 아직도 헐떡거렸다. 심장이 재빠르게 뛰는 게 다 느껴졌다. 내 어깨에서 머릴 일으켜 세우더니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하아. 하. 키, 키스해줘.”
나는 다급하게 형의 뒤통수를 끌어당겨 입술을 부딪쳤다. 사정 후엔 무조건 키스를 갈구하도록 최면을 걸어놓았던 것뿐인데, 막상 형이 키스해달라고 하자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완전히 형을 끌어안고 크게 입술을 벌려 형을 삼켰다. 앞니로 입술을 자극적으로 물어뜯었다. 벌려진 입안에 혀를 밀어 넣고 사정없이 휘저었다. 만져지는 형의 혀를 빨았다. 형이 눈썹을 한껏 찌푸리고 내게 매달려 허벅지에 성기를 비벼대는 게 느껴졌다. 그 촉감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입술을 떼자 형이 힘없이 내 어깨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아. 하. 태오야….”
“…….”
“이제 69자세로 좆 빠는 거 해야 하는데. 하아. 하.”
벌써 아이들은 아무렇게 바닥에 누워 서로의 성기를 물고 빨고 체육이 시키는 대로 몸을 놀리고 있었다. 나는 형의 턱을 들어 올려 축축하게 젖은 눈가를 혀로 핥으며 물었다.
“할 수 있겠어?”
“응. 열심히 빨아서 심신 건강에 기여를 해야지…. 읏.”
심신 건강이라. 쪽 하고 눈가에 입을 맞추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안달하듯 내게 밀착해오는 형의 촉감에 사정감이 다시금 치솟는 게 느껴졌다. 입술이 떨어지자, 열락에 잠긴 눈동자가 나를 애타게 쳐다봤다.
“…태오야 어서 누워.”
앞으로 하게 될 게 뭔지도 모르면서 형이 재촉했다. 나는 얼른 매트가 깔린 바닥에 누웠다. 아직 사정하지 못한 성기가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 게 느껴졌다. 형이 내 얼굴 위로 아무런 저항 없이 엉덩이를 보이고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곧이어 뜨거운 입안으로 내 성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혀로 귀두를 비비면서 부드럽게 입술로 쪽쪽 빨았다. 손가락으론 핏대가 선 기둥을 오르락내리락 자극하면서 목구멍 깊게 성기를 물었다가 뱉어냈다. 나는 한 번 사정으로 말랑해진 형의 성기를 끝까지 물었다.
혀로 부드럽게 애무하다가 형의 엉덩이 사이를 쳐다봤다. 꽉 닫힌 연약한 입구가 옅은 선홍빛으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빨고 있던 성기를 빼고 잔뜩 젖은 입술을 입구로 가져갔다. 혀로 농밀하게 핥으면서 입구를 자극했다. 축축하게 젖어 윤이 나는 입구에 조심스레 손가락을 넣었다. 꽈악 조여드는 통증을 느끼며 천천히 구멍을 넓혔다. 왔다 갔다 닫힌 입구를 부드럽게 늘리면서 안쪽의 열기를 더듬거렸다. 그러다가 쑤욱 하고 긴 손가락을 넣어 은밀하게 감춰진 전립선을 건드렸다.
“힛!”
형이 놀라 허릴 움찔했다. 나는 조금 빠르게 그 끝을 야릇하게 비벼댔다. 형이 잔뜩 물고 있던 내 성기를 뱉고선 움직이지도 못하고 덜덜 떨어댔다.
“하읏. 하, 하지… 마.”
지금껏 얌전하던 형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전립선만 교묘하게 건들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형은 내 위에서 강렬한 쾌락을 견디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다.
“왜 그래, 형?”
일부러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거, 거긴, 섹스하는 곳이잖아.”
의외의 답에 좀 더 형을 놀려주고 싶었다. 입구 깊게 박혔던 손가락을 빼고 잔뜩 발기해 빳빳해진 형의 성기를 잡았다. 형이 느끼는 곳만 골라 야릇하게 위아래로 흔들면서 물었다.
“그럼 여긴?”
“당연히, 하으. 스트레칭 하는 곳이지.”
형의 성기를 위아래로 훑으면서 구멍에 손가락을 깊게 넣었다, 형이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경련하듯 떨어대기 시작했다. 형의 음란하게 벌어진 입구와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를 동시에 애무하면서 입을 열었다.
“나랑, 스트레칭 하고 싶어? 아니면 섹스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