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말고사
경민이가 영어시험지를 구기면서 한숨을 푹 쉰다. 기말고사 셋째 날이었다. 방금 내 머릿속으로 지껄이던 말과 같아 쓴웃음이 났다. 공부를 안 한 건 아닌데 열심히 하지 않은 표가 났다. 그간 뭐에 홀려서 수업시간이건 학원에서건 과외를 받을 때 역시, 맥을 못 췄는지 모르겠다.
한숨을 뱉으면서 슬쩍 고갤 들었다. 눈동자만 굴려 기태오 자릴 넘봤다.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녀석은 자리에 없었다. 자동으로 임주한 책상으로 눈이 갔다. 역시 깨끗했다. 대체 둘은 매일 어딜 가는 걸까. 쉬는 시간이면 사라졌다가 종이 치기 직전에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이러다 등급 다 말아먹겠어.”
“아오, 기말은 좀 살살 하지.”
“끝나고 우리 집에서 공부할래?”
“내일 마지막 시험인데 같이 한다고 나아지겠냐?”
“규호 니는?”
갑자기 경민이가 내 볼을 잡아당겨 자신을 보도록 만들었다. 한눈팔고 있던 시선을 거두고 녀석 머리 위로 피어오른 활자를 쳐다봤다. 집에 데려가고 싶단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안 가면 수면제라도 먹여서 데려갈 기세로 녀석이 나를 쳐다봤다.
“형준이 넌?”
“너 가면 가고.”
“그럼 가자!”
경민이가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다.
“내가 진짜 사심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닌데 믿을 사람이 너밖에 없어. 알지?”
그래. 건성으로 대답하며 슬쩍 태오 자리를 쳐다봤다. 쓸쓸한 빈자리를 바라보면서 녀석을 떠올렸다. 태오를 보고 있다 보면 예전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녀석은 생각보다 자신의 곁을 쉽게 내주는 타입은 아니었다. 학교생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녀석은 반 아이들에겐 무관심했다. 그런 녀석이 임주한에게만은 달랐다.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임주한을 옆구리에 끼고 사라졌다가 종이 치기 전에 들어오곤 했다. 둘이 붙어 다니는 게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임주한이 기태오를 보고 히죽거리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기태오 나오는 뮤비 실검 떴더라.”
형준이가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기태오 이야기를 꺼냈다.
“그거 기태오 아빠가 돈 존나 쏟아부어서 찍은 거라며?”
“미친,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네.”
고작 뮤비 하나 찍었을 뿐인데. 이렇게 가까이 있는 친구 놈들도 기태오를 입방아에 올리고 쪼아댔다.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처럼 믿는 게 더 문제였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걔가 매일 대본이 너덜너덜 다 떨어져 나가도록 노력하는 거 본 적도 없으면서. 요행으로 얻어걸린 행운 정도로 치부하는 녀석들이 한심했다.
“기태오도 결국 스폰받겠지?”
“크큭 좆이 겁나게 큰데 당연히 하지 않겠냐?”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가 치미는 것 같았다. 이것들이 내 친구라는 것이 진심 부끄러웠다. 한숨을 쏟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
“좆까.”
뒷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기태오가 보였다. 그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임주한이 눈에 들어왔다. 둘이 함께 있는 걸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기분이 잡쳤다. 나는 일부러 기태오를 못 본 척 무시하고 복도를 걸었다.
“야, 싸인 좀 받아주면 안 되냐? 완전 팬인데.”
“몰라. 귀찮아.”
양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이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기태오가 무심하게 말했다. 임주한이 싸인을 받아주면 에로 사진집을 준다느니 빵 셔틀을 한 달간 해주겠다느니 공약을 걸면서 태오를 따라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앞으로 걸을 때마다 녀석과 가까워졌다. 기태오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는 게 보인다. 모른 척 반대편으로 고갤 돌렸다.
곧 있으면 종이 울리겠지. 영어시험에서 실수로 틀린 문제를 떠올렸다. 평소엔 잘 하지도 않던 실수였는데, 왜 틀렸을까. 다음 과목에선 절대 실수하지 말자. 하찮게 점수를 잃어 등급에 변수가 생긴다면, 정말 절망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야지. 미래를 생각해야지….
기태오 옆을 막 지나가려는 찰나, 팔꿈치에 녀석의 손가락이 스치듯이 닿아왔다. 가느다란 선을 긋고 내려온 다섯 개의 손가락이 내 손 안으로 미끄러지듯 겹쳐왔다. 반사적으로 시선이 녀석에게 향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녀석이 입꼬리를 슬쩍 당겼다. 녀석과 나만 아는 시선이 짧게 스치듯 지나갔다. 내 손을 잡았던 녀석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내 노예가 되면 생각해보고….”
임주한한테 하는 말인지, 기태오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생각보다 싱겁게 역사시험이 끝나버렸다. 종례를 끝으로 우르르 아이들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경민이 집에 가기 위해 나도 가방을 챙겨 들었다. 태오는 벌써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임주한 자리 역시 비어 있는 걸 보니 함께 나간 모양이었다. 운동장 밖으로 나오자 정수리가 익을 듯한 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금세 등줄기로 땀이 배어드는 것 같았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경민이 집에 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빡빡한 학업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다 보니 녀석들과 함께 보낸 적이 별로 없었다.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를 잔뜩 샀다.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종류별로 가져왔다. 더위를 식힐 겸 하드를 입에 물고 밖으로 나왔다. 한낮의 거리를 아무렇게 걸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경민이가 문 앞에서 도어 록을 풀었다. 경민이 부모님은 맞벌이라 집은 텅 비어 있었다. 후덥지근한 열기로 땀이 아무렇게 흘러내렸다. 리모컨을 든 경민이가 빠르게 에어컨부터 틀었다.
“후, 더워.”
“하드 더 먹을래?”
“난 됐어. 세수 좀 할게.”
“나도.”
경민이가 사 들고 온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으면서 수건 가져다줄게, 하고 대꾸했다. 형준이가 욕실 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웃통을 벗어젖혔다. 건장한 상체가 드러났다.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 세수를 하던 녀석이 내 쪽으로 물을 튕겼다.
“아, 씨 하지 마.”
“덥잖아. 너.”
“죽을래?”
킥킥 웃던 형준이가 세면대 수도꼭지를 반쯤 틀어막고 내 쪽으로 물을 쏘았다. 왈칵 쏟아진 물에 하복 상의가 흠뻑 젖어버렸다.
“하아, 진짜 하지 말라니까.”
형준이에게 달려들어 쏟아지는 물을 엉망으로 녀석에게 뿌렸다. 물을 뿌리고 맞는 동안 더워서 어떻게 될 것 같던 열기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
“이 초딩 새끼들.”
경민이에게 건네받은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걸칠 채 수건으로 머릴 말렸다. 잔뜩 젖은 교복은 세탁기 안에서 돌고 있었다. 교복이 다 마르려면 좀 걸릴 것 같았다. 형준이가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를 뜯어 식탁 위에 펼쳐놓자, 경민이가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가지고 왔다. 잔을 받아든 나는 얼른 한 모금 들이켰다. 과외 선생이 중요하다고 표시해준 프린트물을 녀석들에게 공유하면서 한두 시간쯤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제 와? 마중 갈까?]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나 먼저 가봐야겠다.”
“왜?”
“과외 쌤 온다고 연락 왔어.”
“아. 그럼 가봐야겠네.”
“이건 입고 갈게. 내일 교복 줘.”
경민이 집 현관을 나섰다.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태양 주위로 붉은 석양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금세 후덥지근한 공기가 반팔 아래로 달라붙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잠깐 걷는 동안에 흘렸던 땀을 식히면서 창밖을 쳐다봤다. 빛이 흘러내린 방향에 따라 건물들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불꽃처럼 제 몸을 태우고 있는 하늘이 머지않아 청회색으로 물들 터였다. 에어컨 밑에서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거리감이 좁혀질 때마다 의심 가득한 경계심과 불안이 나도 모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하차 벨을 누르고 뒷문으로 다가갔다. 덜컹거리는 버스가 정류장 앞에서 멈추었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버스에서 내렸다. 들고 있던 핸드폰이 지이잉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녀석의 목소리가 가깝게 들려왔다.
[형! 어디야?]
속눈썹을 깜박였다. 전화로 듣는 녀석의 목소린 평소보다 낮고 묘하게 차분했다.
[나 지금 버스정류장인데, 어?]
고갤 돌리는 순간, 핸드폰을 들고 있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발견한 녀석이 성큼성큼 걸어와 내 앞에 섰다. 나를 내려다보면서 의아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옷이 왜 그래?”
“별거 아냐. 많이 기다렸어?”
“별로.”
내 어깨에 멘 가방을 성큼 가져가 어깨에 걸친다.
“가자.”
앞서 걷는 녀석이 슬쩍 내 손목을 그러쥐었다. 그리곤 자신 쪽으로 당기면서 들릴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뒤처지지 말고.”
“…….”
“얼른 와.”
* * *
형은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지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문 앞으로 다가가 노크를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문을 열자 침대에 엎어져 있는 형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공부를 하다가 그대로 뻗었는지 책상엔 참고서와 풀다 만 문제집들이 아무렇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잠든 형을 내려다봤다. 깊게 잠든 모습이 좀 애 같았다. 리모컨을 들고 에어컨 온도를 조절했다. 너무 춥게 자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쪽에 아무렇게 뒹굴고 있는 얇은 여름용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형이 미간을 좁히며 낮게 앓는 소릴 내는 게 보였다.
“흐읏. 아으.”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사람처럼 입술을 벌리고 탁한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냉기가 감도는데, 형의 이마엔 땀이 흥건하게 차올랐다. 나는 손을 뻗어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었지만,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어들었다. 손바닥으로 땀을 닦아주는데, 형이 다시금 헐떡이기 시작했다.
“하읍, 으읏. 싫, 으으.”
힘겨운 듯 형이 고갤 젖혔다. 뭔가가 이상했다. 나는 형을 깨울 생각에 얼른 몸을 흔들었다. 어째선지 형은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밭은 숨을 헐떡이며 고갤 흔들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뺨과 목이 눈에 들어왔다. 거친 호흡과 함께 가슴이 다급하게 오르내렸다. 두 다릴 꽉 오므리고 뭔가를 지키려는 듯한 자세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서둘러 침대에 올랐다. 형의 꿈에 이상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침대에 누워 형을 쳐다봤다. 힘겨운 듯 헐떡거리는 형이 시트를 말아쥐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빠르게 형의 손을 당겨 잡았다. 이음새 없이 손가락을 하나씩 겹쳐 잡는 순간, 나는 형의 꿈 안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눈을 뜨자 주위가 캄캄했다. 시야가 흐려 여기가 어딘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 낡은 철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자 눈에 익은 풍경이 들어왔다.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새까만 어둠에 에워싸인 학교 옥상에 서 있었다. 익숙한 난간이 보였다. 저기에 서서 담배를 피운다는 명목으로 하교하는 형을 몰래 훔쳐보곤 했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드넓은 공간은 조용했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형이 있을 텐데. 나는 담벼락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읏, 으으 읍!”
미약한 신음이 새어 흘러나왔다. 서둘러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너편 옥상 바닥에 상의가 발가벗겨진 채 누워 있는 형이 보였다. 하얗고 매끈한 몸이 여기서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 위에 올라탄 누군가가 형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아 누르고 있었다. 금세 상체를 굽혀 형의 목덜미를 물고 빨기 시작했다. 싫다고 소릴 지르면서 반항하는 형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일순 눈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 단숨에 옥상 난간을 밟고 올라가 그대로 반대편 옥상으로 뛰어내렸다.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있는 힘껏 내달려 그대로 옆구리를 걷어찼다. 반대편 바닥에 나동그라진 그것이 이쪽을 노려봤다. 훅, 끼치는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언젠가 만난 적이 있던 냄새였다. 형을 덮치고 있는 것이 단순한 꿈속 이미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째서 그토록 형이 괴로워했는지 눈앞에 있는 그것을 본 순간 깨달았다.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방울뱀 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그것이 히죽였다.
“이 새끼, 따먹는 거 구경하러 왔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건 몽마였다. 꿈에 기생해 꿈꾸는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악마 새끼였다. 몸을 늘리더니 형의 위로 찰싹 달라붙었다. 흉측한 회색 피부가 형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신음하며 괴로워하는 형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떨어져, 이 몽마 새끼야!”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지만 몽마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기생충처럼 형의 몸에 들러붙어 혀를 날름거리며 목을 핥기 시작했다. 몽마의 꼬리를 잡아 힘껏 당겼다. 축축 늘어진 회색 가죽이 늘어났다가 금세 형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대로 뒀다간 모든 정기를 몽마에게 빨릴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을 쫘악 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힘을 모으면서 꿈의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꿈 안으로 형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형이 위험할지도 몰랐다. 새파랗게 질려가는 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는 순간 심장 끝이 조이는 것 같았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았다. 꿈 안으로 새로운 꿈을 연결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옥상 바닥을 뚫고 금박 장식이 달린 새하얀 문이 매끄럽게 올라왔다. 나는 손을 뻗어 형의 손을 잡았다. 차갑게 식은 손이 닿는 순간 가슴까지 시려왔다. 손가락으로 문을 튕겼다. 동시에 형과 나는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먹잇감을 놓치고 괴성을 질러대는 몽마의 절규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빠르게 문이 닫히자 시야가 캄캄해졌다. 나는 형의 손을 힘껏 당겨 그대로 품에 안았다. 의식을 잃은 형이 힘없이 내게 쓰러졌다.
천천히 나는 속눈썹을 들어 올렸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빽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기름진 땅을 딛고 기세 좋게 뻗쳐 있었다. 폭신폭신한 들풀들이 융단처럼 깔려 있고 달콤한 향을 풍기는 이름 모를 꽃들이 수줍게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형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커다란 떡갈나무 밑에 누군가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양손이 묶인 채 나뭇가지에 매달리듯 서 있는 형이 보였다. 찢어진 셔츠만 간신히 걸치고 있었다. 새하얀 두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짝 발기한 성기가 형의 배 위로 솟아올라 움찔거리고 있었다. 핑크색 귀두는 쿠퍼액이 흘러 반짝반짝 윤이 나고 있었다. 붉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형이 작게 헐떡이는 게 보였다.
“형!”
내 목소리에 형이 반응했다.
“태, 태오?”
작게 헐떡이면서 형이 나를 불렀다. 얼른 손을 가져가 형의 눈을 가리고 있는 붉은 천을 풀었다. 인상을 찡그리던 형이 천천히 눈을 떴다. 가느다랗게 호흡을 고르면서 빨리 풀어줘. 하고 묶인 손목을 흔들었다. 팔을 위로 뻗어 가죽끈의 매듭을 더듬었다. 단단하게 묶여 도무지 맨손으로 풀릴 것 같지 않았다.
“하으. 흣.”
형이 뜨거운 숨을 토하면서 고개를 젖혔다. 뭔가 참기 힘든 것처럼 몸을 움직였다. 한껏 휘어진 눈썹 아래로 괴로운 듯 감고 있는 눈꺼풀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손목을 꽉 조이고 있는 가죽끈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형이 숨을 뜨겁게 토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조금만 기다려, 풀어줄게.”
“아닛. 하으. 읏, 그보다….”
눈꺼풀을 느슨하게 내리깔고 바짝 타오르는 숨을 가까스로 뱉어내며 형이 헐떡였다. 묶인 손보다 더 다급한 게 있다는 듯이 형이 나를 애타게 쳐다봤다. 그 눈을 보는 순간 전류에 감전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어디가 아파?”
형이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가슴을 들썩거리며 애틋하게 몸을 흔들었다.
“하앗. 여, 여기가 이상해.”
“어디?”
형이 또다시 고갤 흔들면서 허벅지를 모으고 힘겹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단추가 모두 뜯겨나간 셔츠 사이로 젖꼭지가 오르내리는 게 보였다.
“으읏, 거기가 어떻게 될 거 같아, 아으.”
반쯤 감긴 눈동자로 형이 나를 내려다보는데, 한껏 접힌 눈썹이 야했다. 묶인 가죽끈을 놓고 형의 턱을 끌어당겼다.
“정확히 말해. 거기가 어딘데?”
“아, 아래가 이상해.”
시선을 내려뜨려 꼿꼿하게 선 형의 성기를 내려다봤다. 말갛게 올라온 쿠퍼액이 기둥을 타고 흐르는 게 보였다.
“하읏, 그, 그렇게 보지 마. 미친놈아!”
수치스러움에 잔뜩 달아오른 뺨으로 형이 나를 나무랐다.
“그럼 보지 마? 이대로 내버려둘까?”
“아니. 읏, 그게 아니고….”
나는 형 다리 사이에 자릴 잡고 앉아 빳빳하게 선 성기를 쳐다봤다. 요도구에 뭐가 있나 싶었지만 깨끗했다. 부풀어 오른 귀두나 빳빳해진 기둥 모양이 예뻐서 혀로 핥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무것도 없어. 형.”
“하으. 그럼 왜 이렇게 핫. 미칠 것같이….”
“혹시 이상한 벌레에 물린 거 아냐?”
“하으. 모, 몰라.”
“봐, 형. 여기 물렸잖아. 여기도.”
형의 허벅지 안쪽에 입술로 잔뜩 물고 빤 흔적이 보였다. 어떻게 봐도 이건 진한 키스 마크였지만, 형은 정말 벌레에 물린 자국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독이 몸에 퍼져서 그런 것 같은데….”
“으읏, 독?”
“어. 독 같아.”
“으으, 그걸 어떻게 빼?”
“가만히 있어, 알 거 같으니까.”
나는 형의 성기를 조심스레 잡아 입안 가득 머금었다. 형이 놀라서 버둥거렸지만, 목구멍 깊숙하게 성기를 빨아 삼키자 형이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흥분감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탓에 사정감이 잔뜩 차올랐을 것이다. 자극적으로 형의 성기를 빨아올렸다.
혀로 뿌리에서부터 핥아 올렸다. 귀두를 물고 혀끝으로 괴롭혔다. 형은 견디기 힘든 쾌락에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성기를 완전히 삼켰다가 뱉어놓으며 형을 올려다봤다. 바짝 선 젖꼭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다시금 깊게 형의 성기를 입안에 넣었다. 위아래로 몇 번이고 깊게 훑다가 예민해진 귀두 주변을 혀로 핥았다. 형이 못 참겠는지 고갤 숙이고 나를 내려다봤다. 거친 숨이 뜨겁게 정수리 위로 쏟아졌다.
“하읏, 하. 나, 나올 것, 같….”
형이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목구멍 깊게 성기가 박히는 게 느껴졌다. 들썩거리는 형의 엉덩이에 맞춰 나는 힘껏 박혀오는 성기를 조였다. 머지않아 입안에서 발기한 성기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정액이 달콤하게 나를 적셨다. 한 방울도 남김없이 형의 정액을 삼켰다. 막 사정한 성기를 천천히 뱉어냈다. 귀두 끝을 부드럽게 핥았다. 가쁘게 숨을 내쉬던 형이 호흡을 고르며 나를 내려다봤다. 내가 성기를 빨고 있는 걸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거 독이잖아….”
“뭐?”
“병신아, 그걸 먹으면 어떡해?”
“아. 이건.”
“얼른 이거 풀어.”
정액을 독으로 오해하고 있는 형 때문에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얼른 손을 뻗어 단단히 묶인 가죽끈을 잡아당겼다. 쉽게 풀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 꼬인 매듭이 서서히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형이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독을 빼라고 했지 내가 먹으라고 했어? 너도 전염되면 어쩌려고 그래? 하여간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사람을 걱정시켜, 어? 너 진짜 병신이지? 말해봐 이 새끼야.”
혼나고 있는데 기분이 좋다니. 이상했다. 가죽끈을 풀기가 무섭게 형이 달려들었다. 바닥에 눕는 순간, 숲이 우거진 하늘이 보였다.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셔 살짝 눈이 찌푸려졌다. 불쑥 형이 내 위로 올라왔다. 동그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 들어, 병신아.”
“…….”
“전염됐는지 지금부터 살펴볼 거니까 가만히 누워 있어.”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한숨을 쉬면서 내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벨트를 풀어 헤치는 게 보였다. 버클을 풀고 교복 바지의 지퍼를 조심스럽게 내렸다. 형이 한숨을 나직하게 뱉었다. 그러다가 나를 쳐다봤다.
“벗길 거니까 엉덩이 들어.”
형이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 내렸다. 벗기기 쉽도록 얼른 엉덩이를 들어주자, 허벅지 아래로 교복 바지와 팬티가 단번에 내려갔다. 발목에 걸린 걸 완전히 빼 아무렇게 던져두고 형이 나를 쳐다봤다. 어쩐지 비장한 표정이었다. 뭔가 큰일이라도 났다는 듯이. 형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기태오.”
“…….”
“놀라지 말고 들어.”
“왜.”
“독이 네 고추에 전염된 것 같아.”
“뭐?”
“네 꺼 섰어.”
나는 고갤 들고 내 다리 사이를 쳐다봤다. 커다랗게 커진 성기가 껄떡거리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게 보였다.
“네가 독을 처먹어서 전염됐잖아.”
“…….”
“존나 크게 부푼 거 보여, 안 보여?”
“어, 보여.”
한숨을 볕은 형이 나를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한 번 빼선 안 되겠어.”
“그럼, 몇 번 빼야 하는데?”
“열 번?”
“…하, 이걸 누가 빨아줘?”
내가 상심한 듯 얼굴을 찌푸리자, 형은 잠깐 고민하는 듯 보였다. 심각하게 미간을 좁히고 생각하는 얼굴을 보니 자꾸만 장난치고 싶어졌다. 나는 일부러 세상 다 산 사람인 듯 혼잣말을 했다.
“존나, 이렇게 어이없이 죽나 보네….”
“죽긴 네가 왜?”
“한 번도 아니고 열 번이나 빼야 한다면서.”
낙심한 얼굴로 형을 쳐다봤다. 이딴 걸로 기죽냐는 듯이 선규호가 내 어깨를 토닥이면서 입을 열었다.
“걱정 마, 형만 믿어.”
“…….”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형이 빼줄게.”
* * *
단숨에 기태오가 나를 끌어안았다. 입술이 겹쳐질 때마다 숨이 차올랐다. 저절로 눈꺼풀이 감겼다. 입안 가득하게 밀려오는 혀의 촉감 탓에 몸 어딘가가 야릇해지는 기분이었다. 입술이 부딪치고 혀가 오고 가는 과정이 해독하는 데 필요한 과정일까. 머릿속으론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내 입술을 빨면서 기태오가 자연스럽게 내 성기를 그러쥐었다. 독이 빠져 말랑말랑한 성기를 어루만지면서 깊게 혀를 감아왔다. 굳이 거길 만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집요하게 혀로 입안을 더듬으면서 위아래로 성기를 어루만졌다. 이상하게 독이 차오르는 것같이 아랫배가 당기는 게 느껴졌다.
“하아.”
입술이 떨어지자, 기태오가 내 뺨에 입을 맞추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 쪽하고 닿았던 입술이 귓불로 옮겨갔다. 혀로 귀를 핥으면서 입술을 열었다.
“형, 독 때문에, 미칠 것 같아….”
그게 얼마나 마약같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감각인지. 알고 있었다. 만약 기태오가 내 독을 빨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진즉에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녀석의 입술이 내 턱선을 핥으면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왔다. 목울대를 건들고 아래로 내려가 쇄골을 물고 잔뜩 빠는 게 느껴졌다. 살을 핥는 소리와 빠는 소리가 질척하게 들려왔다. 입술이 살을 더듬는 것뿐인데 몸이 야릇해졌다. 꼭, 독이 다시 퍼진 것처럼 숨이 차올랐다.
말랑했던 성기가 금세 달아올라 녀석의 손에서 완전히 부풀어 올랐다. 딱딱해진 성기가 녀석 손에 비벼지는 게 느껴졌다. 독이 다 빠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녀석의 손이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기태오가 나를 바닥에 눕혔다. 녀석이 고갤 숙여 내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천천히 입술을 떼고 내 턱을 그러쥐었다. 반사적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정말, 형만 믿으면 돼?”
“못 믿겠어?”
“내 거. 좀 크잖아. 형 입안에 안 들어갈 것 같은데?”
“너 자꾸 나를 띄엄띄엄 본다?”
그까짓 게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내 머리 양옆으로 다릴 벌려 무릎을 대고 커다랗게 발기한 성기를 위아래로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눈동자만 올려 녀석의 성기를 쳐다봤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천천히 성기를 내 입 쪽으로 가져왔다. 귀두 끝을 입술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입 벌려.”
명령조에 저절로 다물고 있던 입술이 벌어졌다. 커다란 귀두가 입안으로 밀어 넣어지는 게 느껴졌다. 붉게 충혈된 것이 뜨거워 조심스럽게 머금었다. 녀석이 신경질적으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입술을 벌리고 탁한 숨을 뱉어내면서, 귀두 끝을 물고 있는 나를 내려다봤다.
“후우.”
축축하게 젖은 숨소리가 야릇했다. 나는 조금 더 입을 벌려 단단하게 발기한 귀두를 살짝 빨았다. 더 깊게 삼키고 싶어도 작은 입으론 무리였다. 물고 있는 귀두를 조금 더 빨자 기태오가 잔뜩 미간을 좁혔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넘기면서 내 눈을 내려다봤다. 그저 몸속에 퍼진 독을 빼려는 것뿐인데, 녀석의 눈빛에 데일 것만 같았다.
나는 입을 벌려 성기를 혀로 건들다가 소리가 나게 빨았다. 갑작스레 기태오가 허리를 튕겼다. 뭐라 할 새도 없이 입속으로 큼지막한 성기가 쑤욱 하고 들어와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깊게 들어온 것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녀석이 신음하면서 나를 불렀다.
“하으. 조금만, 형.”
기태오가 숨을 헐떡였다. 아무래도 독이 몸속에 퍼져 괴로운 듯싶었다. 나는 좀 더 입을 벌렸다. 귀두를 혓바닥에 비벼대면서 녀석이 어금니를 물었다. 목 아래로 가슴 근육이 아무렇게 오르내렸다.
입술을 오므리고 피스톤 질을 하는 성기를 빨면서 빨리 독이 나오길 속으로 빌었다. 기태오가 미간을 잔뜩 구겼다. 당장이라도 내 입안에 독을 쏟을 것 같았다. 깊게 박혀오는 압박감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읏, 하아, 형!”
기태오가 신음을 흘리면서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리곤 깊게 목구멍 안으로 성기를 밀어 넣고 그대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숨이 콱 막히고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쿵쿵 울려왔다. 목구멍이 경련하는 게 느껴졌다. 뜨거운 독이 강렬하게 쏟아졌다. 어서 빼라고 주먹으로 사정없이 쳤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내 입속에 털어 넣고 나서야 성기를 쑤욱 빼냈다. 거센 기침이 쏟아졌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벌겋게 헐떡이는 나를 보고 놀란 녀석이 몸을 일으켜 그대로 나를 끌어당겼다. 내 등에 팔을 감아 다급하게 끌어안았다. 녀석의 어깨에 이를 박고 있는 동안 기침이 잦아들었다. 괴롭던 숨을 골랐다. 여전히 목 안이 얼얼했지만, 나를 가만히 끌어안고 있는 녀석 때문에 기분이 묘했다. 내 턱을 당겨 이목구비를 살피던 녀석이 혀로 눈가를 할짝거렸다.
“하지 마….”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뺨과 턱에 입을 맞추면서 목으로 내려와 깊게 빨기 시작했다. 연한 살이 녀석의 입속으로 잔뜩 빨리는 게 느껴졌다. 야릇한 감촉이 혈관을 타고 빠르게 감도는 것 같았다. 교복 셔츠를 벌려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혀로 핥으면서 꼭지를 빨았다. 녀석의 행동에 성기 끝이 당기는 것 같았다. 아마 녀석이 먹인 독이 원인인 것 같았다.
“읏, 기태오. 또 섰어.”
“…….”
“너 때문에, 흐읏.”
젖꼭지에서 입술을 뗀 녀석이 곧바로 내 입술에 입술을 부딪쳐왔다.
“걱정 마, 동시에 뺄 수 있어.”
녀석이 나를 바닥에 도로 눕혔다. 그리곤 몸을 일으켜 아직도 커다랗게 발기한 성기를 위아래로 주물럭거리면서 내 얼굴 위로 성기가 보이도록 자릴 잡고 엎어졌다. 덜렁거리는 성기가 내 얼굴 위로 쏟아질 것 같았다. 독을 뺐는데도 기세 좋게 부풀어 있었다. 누워 있는 내 위로 겹쳐 올라온 녀석이 내 성기를 만지는 게 느껴졌다.
나도 녀석의 것을 물었다. 눈을 감고 성기를 좀 더 입안 가득 머금었다. 녀석이 내 것을 목구멍 깊이 삼키는 게 느껴졌다. 발기한 성기가 녀석의 입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알았다.
목으로 꽉꽉 조여대는 강렬한 느낌에 허벅지가 잘게 떨렸다. 탁한 숨을 흘리면서 귀두를 혀로 핥았다. 그 순간 녀석이 물고 있던 걸 뱉어내고 기둥 밑 자리 잡은 음낭 한쪽을 머금었다. 혀로 굴리면서 성기를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그러는 동안 또 한 번의 절정이 나를 덮쳐왔다.
강렬한 섬광과도 같은 것이 몸 안에서 뜨겁게 터지는 듯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아마 나는 독을 쏟아낸 것 같았다. 전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예민하게 빨린 성기가 힘을 잃고 늘어졌다. 녀석이 독이 빠져 흐물거리는 내 것을 완전히 핥아 삼키는 게 느껴졌다. 오한이 치미는 것처럼 부들부들 몸이 떨렸다.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내 머릴 받쳐 들고 나를 내려다봤다. 힘없는 눈으로 녀석을 올려다봤다. 손가락이 내 얼굴 위로 떨어졌다. 뺨을 어루만지던 손이 내려와 내 입술을 조심스레 더듬거렸다. 그러다가 내 목덜미로 손을 가져갔다. 원을 그리듯 문지르자, 눈꺼풀이 서서히 감겼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지워지는 것 같았다.
< 2권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