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간과 요정이 평화롭게 어울리며 살던 세계, 비센티아.
삼백 년 전 어느 날, 마물과의 전쟁이 시작되며 비센티아의 평화가 깨졌다.
처음에는 인간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마물은 끝없이 밀려 들어오는 반면 인간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비센티아에 패색의 기운이 짙어지고, 사람들이 절망과 비탄에 빠질 때쯤 탈리 제국에 한 영웅이 등장했다.
역사상 최연소로 대마법사에 오른 그의 이름은 헤베 뮨.
그는 어린 나이에 참전하여 다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사령관의 지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헤베 뮨을 보며 승리에 대한 작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한 명의 힘으로 끝없이 몰려오는 마물을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십여 년이 지나 다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비센티아의 창조신 헤게르미가 신탁을 내린다. 한 영웅이 마물의 왕을 죽이고 평화를 가져오리라는 것. 신탁의 주인공은 테이든 엔더웨이라는 이름의 열세 살 소년이었다. 헤베 뮨은 테이든을 자신의 휘하에 들였다.
그로부터 칠 년 후, 드디어 긴 전쟁이 막을 내렸다.
끝없이 몰려들던 마물의 수가 어느 순간 급감해 인간은 승전을 거듭했고, 청년이 된 영웅 테이든이 여덟 번째 마물왕의 머리를 베어 죽이며 종전을 선언했다. 마물을 피해 숨어있던 이들이 모두 거리로 나와 영웅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다만 그 외침 속에 헤베 뮨은 없었다.
헤베 뮨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종전 전, 마계의 힘을 사용하는 흑마법사가 되었다. 사람들은 마물의 편에 붙었다며 크게 실망했고 그를 향해 ‘타락자’라고 불렀다. 그에게 품은 희망이 컸던 만큼 비난도 거셌다.
마법사로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오만해지고 탐욕스러워져서 흑마법에까지 손을 댄 타락한 배신자. 처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으나 신탁의 영웅 테이든의 강력한 보호로 인해 그는 종전 후에도 황성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다.
마계는 적이다. 어째서 배신자를 처단하지 않는가.
그러한 사람들의 분노에 하늘이 응답한 걸까.
‘타락자’는 전쟁이 끝나고 일 년 반 후에 죽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멸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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