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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40화 (41/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40화

뭐……?

수겸은 제 귀를 의심했다. 지금 저 동생이 뭐라고 한 거지, 쓰리피……? 셋이서 플레이하는 거? 무슨 플레이? 게임 플레이는 아닌 게 분명하고…….

“아아아악, 미쳤냐아악!”

수겸은 질색팔색 소리를 지르며 한솔의 팔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그러자, 한솔이 맞은 팔을 문지르며 억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왜 때리는데!”

“아니, 그럼 안 때리게 생겼어? 넌 어린놈의 쉬키가 생각하는 게 어떻게 그렇게 불순해?!”

“불순하게 생각하게끔 말하는 사람이 누군데!”

“네 머리가 음란마귀가 낀 거지, 나는 정상적으로 말했어!”

“그게 어떻게 정상적으로 말한 거야?!”

평소였다면 물러서서 형 말이 다 맞다고 해주었을 한솔이건만, 이번만은 정말로 억울한지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덕분에 두 사람의 언성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형, 왜 그래요?”

차이겸과 유찬마저 놀란 눈으로 달려온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겸은 이때다 싶어 얼른 이겸의 옆에 붙어 고자질이라도 하듯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야, 차이겸. 내 말 좀 들어봐. 아니, 글쎄 정한솔이 나더러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쓰리피를 하자고 하잖아!”

“뭐?”

“아니, 글쎄 이게 말이 되냐?! 둘이서 하자는 것도 기가 막힌데 뭐? 뭔 피? 쓰리?!”

수겸은 아이고 데이고 통곡하듯 울먹거렸지만, 차이겸은 수겸의 뒷말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솔과 수겸을 번갈아 바라보느라 바빴으니까.

“한솔이 형, 이게 무슨 말이에요?”

한편 유찬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 유찬답지 않게 냉기가 감돌았다.

이어지는 말들에 한솔은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팡팡 쳤다.

“아니, 내가 하자고 한 게 아니라 형이 하자고 했어!”

“네……?”

“송수겸 너 또 무슨 소리를 한 거야, 대체.”

“아,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너도 얼른 끼라고 했을 뿐이야!”

억울하다 못해 미치고 팔짝 뛰기 직전인 한솔의 반응에 유찬과 이겸은 혼돈의 카오스에 빠졌다.

도대체 두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며, 누구의 말이 맞는단 말인가.

“형이 훌렁 벗고 있었잖아!”

“아니, 훌렁 벗기는 누가 훌렁 벗어! 반만 벗고 있었는데!”

“아, 그거나 그거나! 반만 훌렁 벗고 있었지!”

“그래, 반만! 다 벗은 게 아니었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

한솔과 수겸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붙었다. 그리고 얘기가 깊어질수록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있는 이겸과 유찬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한솔의 말이 맞기는 한 모양이었다. 반이 됐든 전신이 됐든 훌렁 벗고 있던 것은 맞는 모양이니까. 게다가 너도 얼른 와서 끼라고 한 것까지도 맞는 듯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겸이 너무도 억울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얼른 와서 끼라는 말이 정말 그 뜻으로 한 게 맞다면 수겸이 이토록 억울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았을 때 도출해 볼 수 있는 결론은, 두 사람 사이에 크나큰 오해가 생겼다는 걸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대체 어쩌다가 저런 오해가 생겼는지까지는 도저히 상상도 안 가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송수겸 너는 반라의 상태로 한솔이한테 얼른 와서 끼라고 했다는 거 아냐, 지금……?”

“그게, 그렇긴 한데 그 뜻은 아니었다니까?!”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건데?”

이겸의 똑 부러진 정리에 수겸은 억울한 나머지 가슴을 주먹으로 팡팡 두드렸다. 그 모습을 본 이겸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태원이 형이 수겸이 형을 이렇게 들쳐 안고 있었다고!”

“……뭐?”

한솔의 발 빠른 설명에 이겸의 미간이 좁아졌다.

반라의 상태로 태원에게 안겨 있던 송수겸이 한솔에게 얼른 끼라고 말했다. 지금 들은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런 문장이 완성되었다.

“……송수겸. 그러니까 네가 태원이 형한테 반라로 안겨 있다가 한솔이한테 너도 얼른 끼라고 했다는 거잖아, 지금.”

“아니, 그게 그러고 있던 건 맞는데…… 아악! 태원이 형은 어디 갔어?! 억울해, 억울하다고! 빨리 태원이 형 데려와!”

궁지에 몰린 수겸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외쳤다.

지금 이 상황의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당사자의 부재로 모든 화살이 자신을 향하는 게 못내 억울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 진짜 억울해, 유찬아. 너는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 알지?”

“……모르겠어요, 전혀.”

“왜 몰라, 왜!”

유찬의 말에 수겸이 억울함에 절규했다. 수겸은 가슴을 때리며 ‘태원이 혀엉! 태원이 형! 어디 갔어?!’를 외쳐대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송수겸 네가 잘못했어, 이건.”

“아니,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나이도 어린 솔이한테 셋이서 하게 끼라고 했겠냐고!”

수겸은 억울함에 방방 뛰었지만, 억울함의 포인트가 약간 어긋났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하도 억울함이 깊다 보니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포인트를 잘못 잡은 쪽은 수겸만이 아니었다.

“어린 게 뭐가 어때서요?”

유찬의 말에 분위기는 또 묘해졌다. 예상치 못한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유찬에게로 향하는데, 정작 유찬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런데 잠시 후, 한솔 역시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나이 어린 게 뭐가 어때서? 미성년자도 아닌데.”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딱히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내 안의 양심이…… 양심이 아무래도 그렇대. 내 개인적인 양심의 문제야, 이건…….”

수겸은 더듬더듬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왜 이런 변명을 해야 하는가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한 명도 아닌 두 명이 몰아세워 대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겸은 아까 길길이 뛰던 것도 잊고 저자세가 되어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 모두 각자 자신의 양심이라는 게 있잖아……? 지켜야 할 선이라든가……각자 만들어둔 그런 가이드라인이 있잖아. 내게는 그게 나이랄까……?”

“겨우 한 살이잖아.”

“맞아요, 겨우 두 살이라고요.”

나름대로 변명을 했는데, 두 사람은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그러자, 수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져서 슬그머니 동갑인 이겸에게로 붙었다.

“야,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왜 나한테 말을 하래?”

“나이 때문에 이 대 일로 당하고 있잖아, 내가. 너는 나랑 동갑이고, 그러니까 좀 도와줘.”

“싫은데.”

“싫으면 꺼우져! 왜 여기 있는 거야?!”

도움 요청을 거절당한 수겸이 버럭 성을 냈다.

생각해 보니 이 방의 주인은 태원과 한솔, 수겸 세 사람으로 이겸과 유찬은 방에 멋대로 들어올 권리가 없었다.

“방 주인 아닌 사람은 다 나가!”

굉장히 치사하고 유치한 발언인 걸 알면서도 수겸에게는 지금은 이 방법이 가장 좋았다. 이겸과 유찬을 보내면 그나마 한솔 한 명만 상대할 수 있으니까.

마음을 다진 수겸은 두 사람의 등짝을 밀며 문 쪽으로 향했다.

“나가, 나가! 둘은 나가!”

마음 같아서야 한솔도 내보내고 싶지만, 방 주인인 그를 내보낼 권리는 없었다. 수겸은 아쉬운 대로 두 사람만 쫓아내기로 했다.

이겸과 유찬, 모두 수겸보다 덩치도 좋고 힘도 좋기에 만약 두 사람이 완력으로 버텼다면 수겸이 둘을 내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두 사람은 순순히 밀려나 주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둘을 내보낸 수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우, 진작 이럴걸. 이제 좀 낫네.”

“형, 나는 아직 있어.”

“알아, 너도 쫓아내고 싶은데 명분이 없어서 못 쫓아내고 있는 거야. 그리고 다시 말해두지만, 아까 그건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냥 둘이 합심해서 태원이 형을 상대하자고 하려던 말이었다고.”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되잖아. 왜 핵심은 빼고 말을 해?”

“아니,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으니까! 아, 아냐. 그만 성내자. 골 아파.”

수겸은 또다시 언성을 높이다가 이내 흥분한 가슴을 가라앉혔다.

이미 쓸 수 있는 기력이란 기력은 다 소진한 상태였다. 수겸은 반쯤 넋이 나간 채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그 모습을 본 한솔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이불을 끌어 올려서 수겸에게 덮어주었다.

방금 전까지 수겸을 상대로 악을 쓰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행동에, 수겸은 얄밉게 눈을 흘기다가 결국 한솔을 따라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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