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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56화 (57/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56화

당연한 말이지만 폐가 근처는 고요했다. 멤버들 각각 VJ가 동행하기는 했지만, 조명은 없었기에 사위가 캄캄했다. 세 사람은 겨우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바스락.

“으아아!”

“왜, 왜! 무슨 일이야?”

“형 괜찮아요?”

무언가를 밟은 수겸이 소리에 기겁해 비명을 지르자, 한솔과 유찬이 곧바로 수겸에게 괜찮은지 물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수겸은 조심스레 발밑을 보았다. 그제야 자신이 밟은 것이 뻥 뚫린 창문을 통해 들어온 낙엽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 낙엽이었네. 하하.”

수겸은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한솔은 안심이 되는지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일단 거실 쪽으로 가볼까요?”

유찬의 말에 수겸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겸은 여전히 붙들고 있는 두 사람의 팔짱을 간절하게 부여잡은 채 거실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으앗, 깜짝이야.”

“왜, 왜! 뭐 있…… 아, 안녕하세요?”

수겸은 한솔의 말에 한껏 겁을 먹었다가, 이내 창문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아까 촬영 전에 보았던 바쁘게 뛰어다니던 스태프였다.

그러자 스태프가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울이더니, 이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러고는 입이 찢어져라 환하게 웃으며 손등으로 박수를 쳤다.

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끼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끄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

“으아아아!”

귀를 찢는 괴기스러운 소리가 날카롭게 고막을 파고들었다. 놀란 수겸이 소리를 지르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수겸의 반응에서 이상함을 알아차린 유찬이 수겸의 앞을 막아섰다.

“아까 그 무속인분 불러와 주세요!”

한솔이 다급하게 외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VJ 한 명이 폐가 밖으로 내달렸다. 남은 VJ만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지 연신 ‘왜 그래요?’, ‘왜 그래요?’ 하고 물었다.

수겸은 유찬의 등 뒤에 숨어 두려움에 떨었다. 비록 유찬이 앞을 가려주고 있었으나, 조금 전 본 귀신은 여전히 코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귀신은 고개를 양옆으로 휙휙 까딱거리며 수겸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기괴한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다.

“이 사람은 너와 달라.”

한껏 겁을 먹은 수겸이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순간, 처음 듣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소리의 발원지를 향해 돌아보니 아까 보았던 무속인이 매서운 눈빛으로 귀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귀신이 참을 수 없는지 입을 쩍 벌렸다.

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끼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끼긱끽끄끼끽끄꺄깍꺄까끕끼끽끼끼끼긱끽끄끼끼

“달라. 이 사람은 지금은 살아 있잖아. 이유는 나도 몰라. 하지만 영영 죽어버린 너희와는 달라. 그러니까 이 사람을 건드려서는 안 돼.”

무속인의 말에 내내 두려움에 떨고 있던 수겸은 번뜩 정신이 들었다.

귀신이 무어라 했는지 듣지는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 그가 한 말의 뜻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듣자 하니 마치 수겸이 회귀한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역시 그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솔과 유찬이 당황한 표정으로 수겸을 바라보았다. 수겸은 두 사람의 시선을 느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네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까지는 말리지 않을게. 하지만 네가 산 사람을 건드리는 꼴은 못 봐. 널 성불시킬 거야. 그러니 내가 너를 쫓아내기 전에 얌전히 네가 있던 자리로 사라져.”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말에는 강한 힘이 있었다. 귀신이 스르륵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됐어요.”

“가, 감사합니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그의 말에 수겸은 힐끔 한솔과 유찬의 눈치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그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보통 일이 아니라 생각했는지, 그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할 뿐 수겸을 잡지 않았다.

그를 쫓아 폐가를 빠져나간 수겸은 사람과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이 말을 기분 나쁘게 들을 수도 있겠지만,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수겸 씨는 산 자의 영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죽은 자의 영혼이라고 할 수도 없죠. 몸이 살아 있으니까.”

“…….”

그의 말에 놀란 수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회귀 전,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수겸의 반응에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겸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맞군요.”

“그, 그게 사실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귀신들이 봤을 때 수겸 씨는 질투 나는 대상이라는 거예요. 자신처럼 죽었는데, 살아 있으면서 산 자의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방송은 하지 말아요.”

“네? 하지만…….”

“다시 얻은 삶마저 잃고 싶은 거라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기왕 얻은 삶, 오래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

수겸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그는 수겸에게 있던 일을 다 알고 있는 듯했으니까. 우물쭈물하던 수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비연이에요.”

“비연 씨,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저 진짜 성공해야 해요.”

“우선 살아 있어야 성공도 하든가 말든가 하죠.”

비연은 코웃음을 쳤다. 그 반응을 보니 정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겸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해요.”

“아니에요. 오늘 촬영은 제가 막아볼게요. 나머지는 수겸 씨가 해야 해요.”

“……네.”

비연은 수겸의 대답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이내 제작진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무어라 말을 하자, 제작진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겸아, 괜찮아? 무슨 일이야?”

태원이 제작진의 눈치를 살피더니 수겸에게로 달려왔다. 수겸은 무어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진짜 괜찮은 거야?”

“어? 어, 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차이겸 역시 그답지 않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수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솔직하게 회귀에 대해 말하는 게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서 멤버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줄지 의문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미쳤다고 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겸은 선뜻 회귀에 대해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유찬아,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

어느새 유찬이 밖으로 따라 나온 모양이었다. 태원은 수겸이 대답을 회피하자, 같은 공간에 있던 유찬으로 타깃을 바꾸었다.

“형이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유리창에 대고 인사를 하더니, 벌벌 떨고 소리를 질렀어요.”

“뭐?”

“뭐라고?”

유찬의 말에 태원과 수겸이 동시에 되물었다. 태원은 태원대로 유찬의 말이 충격적이었고, 수겸은 수겸대로 그의 말이 당황스러웠다.

제작진인 줄 알았던 그가 사실 귀신이었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긴 했다. 하지만 유찬에게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을 줄은 몰랐다. 허공에 대고 인사를 했다니, 보고 있던 입장이었던 유찬으로서도 무서웠을 터였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을 등 뒤에 숨겨주었던 그를 떠올리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상하네.”

태원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수겸은 조용히 멤버들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이러다 사람 죽으면 책임질 거예요? 제 말을 안 들을 거면 저는 왜 불렀어요? 위험한 상황이니까 경고를 하는 거죠.”

“그렇지만 촬영을…….”

“촬영이 그렇게 중요해요? 사람 목숨보다? 죽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기 약한 사람은 다 귀신에 홀려요. 그래도 좋아요?”

오늘 촬영을 막겠다던 비연의 말이 거짓은 아닌지, 그는 무섭게 언성을 높였다.

제현을 비롯한 제작진은 한참 더 비연과 실랑이를 하더니, 결국 지친 표정으로 유피트에게 다가왔다.

“미안하지만 오늘 촬영은 힘들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일정 잡아볼게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수겸은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양심이 쿡쿡 찔렸다. 게다가 비연의 말대로라면 이제 앞으로 이 방송은 포기해야 할 터였다. 선욱에게 가서 대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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