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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76화 (77/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76화

선욱의 가슴팍에 안긴 수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수겸은 커다란 눈만 깜빡거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이사님이 나를 안은 거야……? 왜……? 아니, 왜겠어, 나를 조, 좋, 그러니까, 좋아…… 하니까……? 하, 하지만 왜……? 아, 아니. 어째서, 어쩌다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사님이 뭐가 아쉬워서 나를 좋아하는 거지?

수없이 많은 질문이 떠올라 범람하는가 싶더니 이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정말 이사님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이제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해졌다.

소속사 대표님이 소속 가수를, 그것도 같은 성별을 좋아한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엄청난 파문이 일 터였다. 물론 같은 멤버들이 좋아하는 것 역시 보통 사안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안아보고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안으면 네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까.”

이런 수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욱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저, 저 지금, 그…… 제가 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서, 그 제가 어, 어떻게 해야…….”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선욱의 목소리가 고막에 달게 녹아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던가? 수겸은 새삼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는 사이 선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럽게 수겸을 놓아주었다. 수겸은 얼어붙은 몸을 삐끄덕거리며 뒤로 뺐다. 그러자 누군가 선욱에게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수겸의 팔을 잡아 뒤로 당겼다.

놀란 수겸이 누군가 하고 돌아보니, 유찬이 팔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수겸을 향하고 있지는 않았다. 유찬은 싸늘한 표정으로 선욱을 보고 있었다.

“유찬아……?”

유찬이 왜 저러는지는 아무리 눈치가 없는 수겸이라도 얼추 알 수 있었다.

비록 선욱이 이렇다 할 고백을 하지는 않았다지만, 유찬은 고백을 하고 수겸에게 아직 대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니 눈앞에서 수겸이 다른 사람에게 안기는 모습에 질투가 날 만도 했다.

유찬이 이렇다면…….

수겸은 힐끔 태원과 이겸, 한솔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세 사람에게서는 흉흉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으로도 지구를 따뜻하게 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럼…… 저는 마저 튀겠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수겸은 이번에야말로 튀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재빠르게 현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무도 수겸을 잡지 않았다.

* * *

“어우 씨, 추워……. 코 나와…….”

문제는 정말 아무도 잡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영하 10도나 되는 강추위에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나왔는데,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킁……. 옷이라도 입고 나가라고 말해주지.”

수겸은 동동거리며 건물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박혀 있었다. 수겸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추위에 덜덜 떨었다.

“이러다 얼어 죽는 거 아냐……?”

분명 조금 전까지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는데, 극한의 추위 앞에서는 생존 본능이 앞섰다.

“그냥 들어갈까……. 아, 아냐……. 튈 때 너무 야무지게 튀었어.”

추위에 동동거리며 발을 구르며 코만 훌쩍거리던 수겸은 티셔츠 소매를 쭉 끌어 내려 시린 손을 덮었다.

“……어, 눈 내린다.”

설상가상 눈이 내렸다. 그런데 눈이 어찌나 예쁘게 내리는지 얼어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뒷전이 되었다. 가로등 불빛에 눈이 금빛으로 환하게 빛났다.

“킁……. 차이겸 생각나네.”

언젠가 그와 함께 눈꽃을 잡겠다고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던 추억이 떠올랐다. 수겸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그러다가 이내 떠오른 생각에 표정이 굳었다.

“차이겸은…… 왜 날 조, 좋아하고 난리야…….”

듣는 이도 없는데, 수겸은 혼잣말을 더듬거렸다. 분명 전생대로라면 차이겸은 섹스 스캔들에 휩싸였다. 그렇다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인데, 어쩌다가 자신을 좋아하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우, 추워…….”

수겸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얼굴을 푹 숙였다. 할 것도 없어 발끝만 바라보는데, 시선 안에 누군가의 발이 같이 들어왔다.

“잘한다, 아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차이겸이 서 있었다. 그는 롱 패딩을 하나 들고 서 있었다. 얼핏 봐도 제 것이 분명한 외투에 수겸은 살았다는 생각부터 들어 저도 모르게 헤벌쭉 입을 벌렸다. 그러다 금새 입술을 불만스럽게 삐죽거렸다.

“왜 시비지?”

“그러게 옷을 왜 안 입고 나와? 날도 추운데.”

“그러는 너는 왜 안 입고 나왔냐?”

수겸을 타박하는 차이겸도 외투를 입고 있지 않았다. 차이겸은 정작 자기도 춥게 입고 있으면서, 가져온 롱 패딩을 수겸에게 내밀었다.

추위에 얼른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과 그는 괜찮을까 걱정이 교차되어, 수겸은 주춤거리며 선뜻 옷을 받지 못했다.

“입어, 감기 걸려.”

“그러는 너는?”

결국 코앞까지 들이밀어진 옷을 거부하지 못한 수겸이 롱 패딩을 받아 입었다. 추위에 손이 꽁꽁 얼어서 그런지 지퍼의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 손이 어그러져서 버벅거리고 있자, 차이겸이 수겸의 지퍼를 잡아 올려주었다.

“하여간, 송수겸. 손도 많이 가. 이 날씨에 외투도 없이 나가. 지퍼도 못 올려.”

“누가 따라오랬어? 네가 온 거잖아. 지퍼도 내가 올려달라 그랬냐? 웃겨, 진짜.”

“그래서 좋다고.”

“……어?”

예상치 못한 말에 수겸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러자 차이겸이 씩 웃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웃고 있는 그는 분하게도 끝내주게 잘생겼다.

수겸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얼굴로 열이 오르는 기분에 화들짝 놀라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시선 끝에 발갛게 언 그의 손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속도 상하고 걱정도 되었다.

“안 추워? 왜 옷을 안 입고 나와?”

“걱정되면 안아주든가.”

“……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수겸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차이겸은 왜 그러냐는 듯 뻔뻔하게 ‘왜?’ 하고 되물었다.

“꿈 깨시지.”

수겸은 차갑게 대꾸했지만, 그의 차갑게 언 손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수겸은 어떡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 결국 걱정을 거두지 못한 수겸은 슬쩍 이겸의 손을 잡았다. 역시나 발간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오, 오해하지 마.”

“싫어, 오해할 거야. 마음껏 오해하고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김칫국도 마시고 북 치고 장구도 칠 거야.”

“야……!”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뭐라고 타박이라도 하려던 수겸은 생각보다 진지한 이겸의 대답에 할 말을 잃고 입술만 달싹거렸다.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나 오늘 엄청난걸 봐버렸는데 어떡하지.......]

작성자 : 떡떡무슨떡

내가..... 술을 처먹긴 햇어 마자아 나 지금 취햇어

오타 나도 이해해줘.,... 어쩔 수 없어 지금 내가 많이 떨려 조금..

그런데 술 깼어

왜냐면 엄청난걸 봦버렷거든...... 내가 본 게 제대로 봉ㄴ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아니 내가 술 먹고 막차가 끊겨서 친구네 집에 갔다...?

근데 친구네 집이..... 울애들 숙소 건물인거야...

왜 티비에 몇 번 건물 외벽은 나온적있자나...

낯익어서 설마 거긴가 햇는데 진짜 거기인거야

어떻게 알았냐고...?

아니... 내가 걸어가는데

누가 청승맞게 그네에 앉아서 발을 동동구르는 거야

왜냐면 존나 추워보였어.......

외투를 안 입고 있었다..?

분홍색 머리였는데...... 얼굴이 진짜 작은거야...

그래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저 멀리 있는데도,,,.,....,, 내가 술을 처먹었는데도 심장이 뛰는거야...

내가 왜 이러지 알콜성 심계항진인가 싶어서 폰으로 검색해보는데

어둠속에서도 존ㄴㄴㄴㄴㄴㄴ나 잘생긴 사람이 날 스쳐지나가더라?

그때 느껴ᅟᅣᆻ어

이건 우리 애들이다.....

잘생긴 애는 이겨미엿서

이겨미가 지도 춥게 입어노코 수겨미 춥게 입으니가 옷 가져온 모양이더라고

근데 분위기가 되게... 묘한게...

아무래도 겸겨미들 부부싸움하고 수겨미가 가출해서 이겨미가 데리러 온 듯...

]물론 내 행복회로야.. 몰라 난 술먹엇으니가 좋을대로 생각할래

아무튼 그래서 둘이 뭐람뭐라 투닥거리더니

손잡고 가더라..?

손. 잡. 고. 갓다고...

둘이 손을 잡고....

손을 잡고.........../

손을 kq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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