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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07화 (109/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07화

* * *

“안약 매일 넣으시고, 3일 후에 다시 보도록 하죠.”

“넵…….”

앞으로 영영 보지 못하면 어떡하냐며 운 게 쪽팔리게도 병원 진료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물론 통증이 심하고, 혹시 모를 염증에 대비하여 2주 정도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기는 했지만 일어난 사고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었다.

한동안은 안대를 착용하는 것을 추천 받았기에 안대를 하고 응급실 진료실을 나선 수겸은 민망함에 뒷덜미를 긁적거렸다.

“헤헤…… 별일도 아닌데 너무 오바했나 봐요.”

멤버들은 물론 이사님에 스태프까지 죄다 모인 앞에서 수겸이 멋쩍게 웃었다.

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종우는 수겸의 머리를 마구 헤집으며 쓰다듬었다.

“아휴, 다행이다! 놀랐잖아, 자식아!”

“죄송해요…….”

“십년감수했네.”

종우의 말에 수겸은 헤헤 웃으며 뺨을 긁적거렸다. 힐끔 멤버들을 보니, 멤버들도 안도한 것 같…….

“야, 차이겸 너 울어……?”

“아니야, 안 울어.”

“울잖아, 너 지금!”

“조용히 해, 아니라니까.”

차이겸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고집스럽게 대꾸했다. 그러나 녀석의 눈가에 고인 것은 틀림없는 눈물이었다. 콧물이 눈에 맺혔을 리는 없으니까.

한솔이 울었다면 이해하겠다. 유찬이 울었다고 해도 그럴 수 있다. 태원이 울었다면 의외라고 생각하고 꽤 놀라기는 하겠지만 역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차이겸이 우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다.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것도 다른 이유도 아닌 수겸 자신 때문에 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야아, 울지 마.”

“우는 거 아니라니까.”

“그럼 그게 웃는 거냐?”

“세상에 감정이 울거나 웃는 거 두 개뿐이야? 왜 그렇게 극단적이야?”

“말이나 못하면…….”

코맹맹이가 되어서도 제 할 말을 하는 이겸 때문에 수겸은 투덜거렸지만, 여전히 놀란 가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겸 때문에 놀란 것은 놀란 것이고, 자신 때문에 놀란 이들은 따로 있기에 수겸은 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해요, 별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다들 저 때문에 괜히 놀라셨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인 거지.”

“맞아, 잘못하면 정말 큰일 날 뻔한 거잖아.”

“이만하길 천만다행인 거죠.”

태원에 이어 한솔과 유찬까지 모두 수겸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런 멤버들의 반응 덕분에 내내 쌓였던 미안함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여기서 별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그저 수겸이 네가 크게 다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이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 말아.”

마지막으로 선욱까지 못을 박듯 단호하게 말하자, 수겸은 그제야 미소를 되찾았다. 여전히 민망하기는 했지만,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며 씩 웃자 선욱과 멤버들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어렸다. 차이겸만 빼고 말이다.

“야, 그만 울어.”

“안 운다니까.”

차이겸은 고집스레 안 운다고 했지만, 이제는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수겸이 슬그머니 옆에 다가가자 이겸은 홱 돌아서 앞장서 가버렸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수겸이 놀란 눈을 끔뻑거렸다.

“어휴, 저 새끼, 저거. 안 그렇게 생겨 가지고 맘 여린 거 봐라. 많이 놀랐나 보다. 이따 숙소 가서 좀 달래줘. 아까 오는 길에도 내내 울더라.”

“정말요?”

민성의 말에 수겸이 고리눈을 떴다. 그러자 종우까지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니까. 나는 쟤가 저렇게 우는 거 처음 봤잖아. 유피트가 1위를 하더라도 그만큼은 안 울 것 같더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수겸은 이미 저 멀리 멀어진 이겸의 뒷모습을 보며 싱숭생숭해졌다.

자신 걱정에 저렇게 서럽게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차이겸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차이겸이라는 점도 좋았다.

“알았어요. 제가 잘 달래줄게요.”

수겸은 민성에게 자신만 믿으라며 가슴을 탁탁 치며 말했다.

“피곤할 텐데, 들어가자. 밥은 맛있는 거 시켜 먹어. 밖에서 사 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얼른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그래. 기자들도 신경 쓰일 거고.”

“넵.”

선욱의 다정한 말에 수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멤버들 역시 군말 없이 알았다고 했다.

이어서 수겸은 선욱의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가는 내내 선욱은 아무 말도 없었다. 딱히 화가 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닌지라 수겸은 저도 모르게 그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이사님, 혹시…….”

“응.”

“화나셨어요?”

“응.”

“정말요?”

“응. 화났어.”

수겸이 아는 선욱은 아니라고 답했을 터였다. 왜 그런 걸 묻느냐며 다정하게 대꾸했을 선욱인데, 이번만은 수겸의 예상이 빗나갔다. 수겸은 놀란 눈으로 선욱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운전을 하느라 정면만 응시하는 것일 테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도 기가 막히게 수겸의 시선을 알아차린 선욱이 물었다. 수겸은 괜스레 작아지는 느낌이라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요, 그게요…… 왜 화가 나셨나 해서요…….”

“화가 나지, 그럼 안 나?”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오바했죠…….”

끼익!

수겸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던 차였다. 인도에서 갑자기 전동 킥보드가 끼어들었다.

선욱은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오른손을 수겸 앞으로 뻗어, 수겸의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막아주었다. 안전벨트를 착실히 하고 있던 수겸이었기에 굳이 선욱이 그러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테지만, 그가 배려해 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나 선욱이 화가 나서 풀이 죽은 와중에 신경 써준 거라 더욱 그랬다.

“어우, 미쳤나 봐요. 목숨이 두 개인가?”

수겸은 유유히 멀어져 가는 전동 킥보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평소의 선욱이었다면 맞장구라도 쳐주었을 텐데, 이번에는 조용하기만 했다.

선욱은 대답 대신 다시금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어색한 침묵이 차 안에 감돌았다. 수겸은 여린 볼살을 씹으며 눈치를 살폈다.

“……오바한 거 없어. 그리고 그걸 오바라고 말할 것도 아니야. 다들 네 걱정만 했어, 수겸아.”

“아…….”

“설령 네 눈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들 어떻게 해서든 네가 상처받지 않게 해줄 생각뿐이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이사님…….”

“다행히 큰일이 아니기는 했지만, 그러니 다행이라는 말을 하는 거야. 정말 큰일 날 뻔한 것 맞고, 네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충분히 이해해.”

“…….”

“네 걱정 하는 게 당연한 거야, 우리한테는. 가만히 있어도 걱정이 되는데, 그런 네가 아프다고 하면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

담담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선욱 때문에 수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감정이 여실히 전해져서였다.

정확히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말하는 이는 선욱 한 명이었지만, 태원과 이겸, 한솔과 유찬까지 멤버 한 명 한 명의 마음이 모두 다 전해지는 것 같았다.

“네가 걱정을 끼쳐서 화가 난 것도 아니고, 그게 별일이 아니라서 화가 난 것도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화가 난 거야.”

“죄송해요…….”

“우리한테 수겸이 너에 관련해서는 모든 게 다 큰일이야. 너를 좋아하니까.”

아까보다 훨씬 더 부드러워진 선욱의 목소리에 수겸은 눈가가 시큰거렸다. 이토록 다정하고 상냥하게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다른 놈들 감정까지 헤아려 줘서 편들어주고 싶지는 않은데, 이번 한 번만 해준 거야.”

선욱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말만은 백 퍼센트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모두의 마음이 같았다는 것일 터였다. 수겸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들어가.”

“넵! 감사합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숙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수겸은 선욱에게 밝게 인사를 건넸다. 선욱은 다정하게 웃으며 수겸을 배웅해 주었다.

때마침 멤버들을 태운 밴 또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멤버들이 수겸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아프지는 않아?”

“조금 아픈데, 견딜 만해.”

수겸은 엄지와 검지로 ‘조금’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자 태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행이다. 거기서 더 아파지면 말해. 혹시 모르니까. 알았지?”

“응!”

“다들 걱정해 줘서 고마워!”

수겸은 멤버들을 향해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이겸은 무슨 생각에선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앞서 걸어가 버렸다.

일순간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눈물로 엉망이 된 것을 보았기에 수겸은 섭섭한 마음보다 저놈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그 걱정이 더 앞섰다.

숙소에 들어온 수겸은 소파에 벌렁 누워 있다가 태원에게 가서 휴대폰을 빌렸다. 그러고는 다친 눈이 있는 쪽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 셀카를 찍었다. 아무래도 오늘 사고가 생방송이었다 보니, 걱정하는 팬들이 한두 명이 아닐 것 같아서였다.

팬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수겸은 얼른 SNS를 켜서 제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고는, 사진을 첨부하고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썼다.

[사진]

안녕하세요~ 아수라백작이 된 수겸이에요!

우리 올빗분들 많이 놀랐죠 ㅠ.ㅠ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저 괜찮으니까 걱정 뚝! 그만하기!

약속이에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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