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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13화 (115/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13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차이겸과 키스를 한 시점? 아니면 이사님과 키스를 한 것? 그것도 아니면 회귀 시점부터?

이러다가는 멤버들과 돌아가며 일을 저지르겠다 싶어 앞날이 캄캄했다. 수겸은 당혹감에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이런 수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솔은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대감에 젖은 눈으로 수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일단 내가 모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내가 공공재는 아니야.”

수겸은 소심하게 자기주장을 해보았다. 나름 용기를 내서 한 말이었다. 별 소용은 없어 보였지만.

“형이 공공재라고 생각 안 해.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만 갖고 싶어. 나만 보고 싶고.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참고 있는걸. 그러니까 그런 생각 마.”

“안다고 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그러니까 키스해 줘. 응?”

“그게 왜 그렇게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는데…….”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한솔 때문에 수겸은 움찔움찔 엉덩이 걸음으로 물러서며 대꾸했다. 그러나 수겸이 뒤로 피하는 것보다 한솔이 가까이 오는 거리가 더 되었다.

어느 지점쯤 도달했을 때 수겸은 바로 여기, 이런 태도에서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솔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멤버들과 이사님이 다가오는 것에 비해 자신이 너무 소극적으로 피했던 게 문제였다. 기왕 피할 생각이었다면 더 완벽하게 철벽을 쳐야만 했다. 하지만 수겸은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렇게 싫지는 않아서였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멤버들을 좋아하고 있어서였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철벽을 치는 게 어불성설일 터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수겸은 뒤로 물러나는 걸 멈추고 한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순간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야릇하게 뒤엉켰다.

한솔은 그 눈빛에서 수겸의 허락을 읽어낸 듯, 다급하게 입술을 맞부딪쳐 왔다. 어찌나 강하게 들이박았는지, 입술이 아플 지경이었다.

한솔이 수겸의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열린 입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흐, 읍…….”

수겸은 거친 입맞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입안을 헤집는 키스는 난폭하게 이어졌다. 수겸의 모든 것을 앗아 가기라도 할 것처럼 사납게 들어오는 키스는 이제껏 해본 키스 중에 가장 강렬했다.

한솔은 수겸의 호흡 한 점, 타액 한 방울이 모두 아까운 듯 남김없이 취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키스 역시 집요했다.

“흐, 으, 읏…….”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수겸은 한솔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탄탄한 근육이 손안에 빈틈없이 들어찼다. 수겸은 이에 안정감을 느꼈고, 한솔은 흥분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달아오른 두 사람의 키스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솔이 입술을 떼었다. 수겸은 깊은 키스가 준 여운에, 몽롱함에 잠긴 채로 한솔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한솔이 수겸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기 때문이었다.

“흣…… 가, 간지러워…….”

수겸이 흠칫 몸을 떨었다. 한솔의 뜨끈한 입김이 수겸의 살갗을 살살 간지럽혔기 때문이었다.

수겸이 움찔거리자 한솔의 키스는 더 집요해졌다. 한솔은 매끄러운 피부를 이로 살살 깨물다가, 달콤한 사탕을 먹듯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자, 자국 나는데…….”

“괜찮아, 내가 책임질게.”

“그치만 차이겸도 책임진다고 하더니 안 졌는데!”

수겸이 억울한 듯 불평했다. 그러자 한솔이 멈칫했다. 왜 그러나 싶어 가만히 한솔의 말을 기다리는데 한솔이 돌연 아프게 수겸의 살갗을 깨물었다.

“아!”

“나랑 있으면서 이겸이 형 이야기하지 마. 질투 나.”

“흐, 읏, 알았어…….”

한솔이 조금 전까지 아프게 깨물었던 피부를 혀로 느른하게 핥으며 투정부리듯 말했다. 이어지는 진한 애무에 수겸은 아랫배가 간질간질하며 묵직해졌다.

밖에 이사님도 있고, 멤버들도 있는데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어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그러면서도 몸이 흥분된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형, 나 형이 너무 좋아.”

“……솔아.”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늘이 뒤집히는 것 같고, 온 세상이 반짝거리다가 어느 순간 무너져. 그러다가 다시 또 반짝거려. 미친놈이 된 것 같아…….”

한솔이 수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고백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다급하게 전해지는 마음에 수겸 역시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어찌 들으면 두서없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한솔의 진심이 잘 전해졌다.

수겸은 주춤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한솔을 힘주어 안았다. 그러자 한솔이 움찔하는가 싶더니 이내 강아지처럼 수겸에게 제 얼굴을 비벼대었다.

“정말 좋아……. 좋아해, 정말 좋아해. 형…….”

“……나, 나도 좋아해. 네가 날 좋아하는 만큼 나도 널 좋아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좋아해, 솔아.”

더듬더듬 솔직하게 제 감정을 고백한 수겸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길지 않은 말을 하는데도 심장이 콩닥거려서 목소리가 제멋대로 떨렸다.

수겸의 말을 들은 한솔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의 웃음이 수겸의 살갗을 간지럽혔다. 마냥 야릇하기만 했던 분위기가 일순간 달달해졌다.

수겸은 가슴을 간질이는 달콤한 기운에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나갈래? 아니면 이대로 잘래?”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잔다는 게 혹시 그 의미의 잔다는 거니?”

“아하하하, 슬립 말한 거야. 왜, 나랑 자고 싶어? 사양은 안 할게.”

“아, 아냐! 네, 네가 이제까지 하도 어?! 그,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호,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거지!”

한솔의 물음에 수겸이 시뻘게진 얼굴로 도리질을 쳤다. 그러자 한솔은 그런 수겸이 귀여워죽겠다는 듯 행복하게 웃었다.

한솔의 양쪽 뺨에 고운 볼우물이 파였다. 수겸은 해맑은 한솔의 웃음에 민망해하면서도, 그 미소가 예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 나가야겠지? 아무래도 인사 정도는 해야 하니까…….”

“알았어.”

한솔이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수겸은 그 손과 한솔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수겸은 나가기 전에 혹시나 싶어 거울 앞에 서서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 보았다. 다행히 목덜미의 자국은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안심한 수겸이 긴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네 쌍의 시선이 일시에 수겸을 향했다. 쏟아지는 시선에 수겸은 민망함을 느끼며 뒷덜미를 긁적거렸다.

“가, 갑작스럽게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 정말 저도 당황스럽고 죄송하지만…… 제가…… 아마 쓰레기 같아요……. 제가 여러 명을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이런 저를 쓰레기라고 욕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유피트를 위해서 저를 버리지는 말아주세요…….”

이율배반적이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었다. 수겸에게는 유피트가 너무도 소중하고 중요했으니까.

수겸이 제 할 말을 하고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는데, 선욱이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수겸은 왜 웃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비단 선욱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유피트 멤버들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웃으세요? 왜 웃는 거야……?”

“수겸이 너다워서.”

“……쓰레기 같은 게?”

태원의 대답에 수겸이 조심스럽게 되묻자, 태원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니 수겸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수겸이 뭐가 그리 우스운지, 다들 계속 웃음을 터뜨렸다. 얼른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수겸이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자,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던 유찬이 입을 열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너무 귀여워서요.”

“어……? 쓰레기가 아니라?”

생각지도 않은 말에 수겸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자, 유찬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겸은 여전히 얼떨떨했다. 자신만 빼놓고 모두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듯했다. 수겸은 뺨을 긁적거리며 커다란 눈을 끔뻑거렸다.

뭐, 비난받는 것보다야 나은 반응이니까 다행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겸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 * *

다음 날.

대기실에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수겸은 마른침을 삼키며 동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심지어 침 삼키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것 같아 조심조심 침을 나누어 삼켰다.

날카로운 시선이 수겸을 향했다. 수겸은 받아본 적 없는 싸늘한 눈빛에 어깨를 한껏 움츠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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