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14화
수겸은 송화가 준 옷을 받고 얼어붙었다. 오늘따라 준비한 의상의 노출이 심하기 때문이었다. 셔츠를 입지 않고 겉에 바로 슈트를 입어야 했다.
“이, 이게 다예요?”
“응, 그게 다야.”
“아, 안에 뭐 안 입어요?”
“에이, 요즘에 누가 안에 뭘 받쳐 입니? 굳이 입는다면 하네스? 정도? 근데 그거는 태원이랑 이겸이가 할 거야. 수겸이 너는 아니고.”
“…….”
송화의 쾌활한 대답에 수겸은 할 말을 잃었다.
수겸은 멀뚱히 제 옷을 바라보다가 다른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한솔과 이겸은 이미 옷을 갈아입은 후였다. 슈트 재킷의 단추를 잠근 차림새였지만, 그 안이 맨살이라 보고 있는 제가 괜스레 민망해졌다.
“뭐 해? 얼른 갈아입어. 시간 없어.”
“넵…….”
“아, 맞다. 수겸이 너는 하나 더 있어. 옷은 아니고 액세서리니까 옷 입고 나오면 해줄게.”
“넵.”
수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거기에는 이미 태원과 유찬이 먼저 와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수겸은 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수겸은 어제 한솔이 자신에게 남긴 키스마스에 대해 잊고 있었다.
그런데 훌렁 웃옷을 벗고 나니까 뒷덜미가 선뜩한 것이 잊고 있었던 상황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수겸은 최대한 몸을 옹송그리고, 재빠르게 슈트를 걸쳤다. 평소 움직임이 굼뜬 편인 수겸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였다.
재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다행히 울혈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가슴팍이 훤히 드러나서 민망할 뿐이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수겸은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하의도 마저 갈아입었다.
수겸이 옷을 다 갈아입고 고개를 드니 유찬과 태원이 물끄러미 수겸을 보고 있었다.
“나 기다렸어?”
“응. 가자.”
“네. 들어가요.”
태원과 유찬이 동시에 답했다. 수겸은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드러난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탄탄해 보이는 가슴과 얼핏 드러나는 복근의 일부가 매력적이었다. 수겸은 다소 시무룩해진 얼굴로 제 몸을 보았다.
“……없네.”
“뭐가요?”
“그냥……. 아무튼 없어.”
가슴과 복근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유찬의 물음에 에둘러 대답한 수겸은 두 사람과 함께 다른 멤버들과 스태프가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캬. 옷이 사네. 너무 예쁘다. 얘들아, 정말 내가 어? 진하게 사랑한다. 이런 걸 두고 직업 만족도 최상이라고 하나 봐.”
송화는 박수까지 치며 기뻐했다. 그러다가 무언가 문득 생각난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색 천을 꺼냈다.
“수겸아, 이거. 액세서리.”
“……이게 액세서리라고요?”
“어, 너 눈이 부었잖아. 이거 나름대로 귀엽긴 한데, 아무래도 가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에? 가려요? 그럼 어떻게 봐요?”
“그래서 내가 어제 원단 시장을 세 번이나 돌았잖아. 이거 찾으려고.”
송화가 마치 수겸이 그렇게 물어보길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제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곤 싱긋 웃더니 검은 천을 수겸의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어때? 잘 보이지?”
“오……. 네! 진짜 잘 보여요.”
그저 새카만 천인 줄만 알았던 천은 얇고 촘촘한 망사였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처럼 어둡게 보이기는 했지만, 보는 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은 잘 보이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천 안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신기했다.
거울 앞에 서서 제 모습을 확인해 보니 꼭 안대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단순한 천이 아니라, 송화가 밑단에 검은색 레이스를 붙이고 큐빅으로 장식을 해서 이 자체만으로도 멋스러웠다.
“이게 끝이 아니지.”
“네?”
“안대를 해놨는데, 목줄도 해야지.”
“네?!”
목줄이라는 소리에 기겁한 수겸을 향해 송화가 음흉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마침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을 때, 송화가 투명한 큐빅이 달린 빨간색 초커 목걸이를 수겸의 목에 감아주었다.
초커를 목줄이라고 표현한 송화의 장난기에 원망이 불쑥 솟아오르다가도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통일된 코디에 빨간색 포인트가 예뻐서 잠시 솟았던 불만도 금세 사그라들었다.
“수겸아, 너 이거 뭐니?”
“뭐가…… 아, 그, 그게…….”
초커 목걸이를 해주고 수겸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던 송화가 멈칫했다.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수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송화의 시선이 향한 곳이 자신의 목덜미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어제 한솔이 내내 물고 빨았던 그 위치 말이다.
“너 여자 생겼어?!?!”
“헉, 아니에요, 아니에요!”
송화가 수겸의 등짝을 후려 갈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겸은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여자라니, 당치도 않았다. 물론 떳떳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오해를 풀어야만 했다.
“그럼 이게 뭔데!”
“무, 물렸어요, ……모, 모기한테!”
“뭔 소리야, 모기가 왜 벌써부터 있어! 그걸 믿으라는 거야?!”
“지, 진짜예요. 그, 그치 솔아, 너, 너도 봤잖아!”
다급해진 수겸이 한솔을 불렀다. 이 일을 저지른 한솔에게 도움을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겸은 안대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간절한 눈으로 한솔을 바라보았다.
“아…… 그거 모기 맞아요. 이겸이 형도 물렸어요.”
“뭐?”
“숙소가 따뜻해서 그런가, 모기가 많더라고요.”
한솔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수겸은 물론 한솔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저 정도로 뻔뻔하게 대꾸할 줄은 몰랐기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겸아, 진짜야?”
송화는 한솔의 태도에 반신반의하는 듯한 얼굴로 이겸을 바라보았다. 이제 화살은 이겸을 향하고 있었다. 수겸은 이겸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제발, 제발’ 하며 벙긋거렸다.
“네. 진짜예요.”
“……뭐야, 너네 숙소를 얼마나 따뜻하게 하고 사는 거야? 이 날씨에 모기가 있다니.”
“요즘 모기는 예전 모기랑 다르잖아요. 우리 어릴 때랑 달라요. 진화했나 봐. 추울 때도 잘 날아다녀요.”
“……하긴. 뭐, 그건 그렇지.”
뻔뻔한 한솔의 말에 송화는 설득되었는지 금세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그제야 수겸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우, 미안하다. 때려서 미안. 난 또 네가 여자 만나고 다니는 줄 알았지.”
“아니에요!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긴, 우리 수겸이가 그럴 리가 없지.”
송화가 미안해 죽겠다는 듯 사과를 했다.
물론 남자는 만나고 있지만, 어찌 되었든 여자를 만나는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반만 떳떳한 수겸이 억울한 척 대꾸했다.
“미안해, 수겸아. 사랑해.”
“괜찮아요.”
머리 위로 크게 하트를 그리는 송화의 모습에 수겸은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 앉았다.
수겸이 잘 넘겼다고 생각하는데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놀라서 쳐다보니, 대기실 곳곳에 있는 멤버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수겸을 보고 있었다.
수겸은 안대 속에 가려진 눈을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멤버들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숙소에 모기 따위가 없다는 것은 멤버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수겸이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마른침을 삼키는데, 다행히 때맞춰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유피트가 무대에 설 시간이라는 걸 알리는 스태프가 등장했다.
반가운 마음에 수겸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누구보다 빠르게 대기실을 나섰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재빠르게 수겸의 옆에 따라붙었다. 놀란 수겸이 옆을 돌아보자, 상기된 얼굴의 유찬이 있었다.
“다음은 제 차례예요.”
“어?”
“더는 못 기다려요.”
유찬은 제 할 말만 하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앞서 걸었다.
놀란 수겸이 멍하니 유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누군가 수겸의 귀에 속삭였다.
“안 돼. 내 차례야.”
그 말을 한 사람은 태원이었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수겸은 당황하여 입술을 달싹거렸다. 복도에 다른 사람도 있는데 안 된다느니, 된다느니 하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두 사람 다 한껏 흥분한 것 같았기에 걱정이 되었다. 수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밀려드는 걱정에 입술을 씹으며 앞으로 향했다.
“유피트, 올라갈게요!”
“네!”
스태프의 말에 유피트는 제각기 대답했다. 이어서 바로 태원이 인사말을 선창했고, 멤버들은 후창을 한 후 무대에 올랐다.
수겸은 심란한 마음과 달리 무대를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 물론 수겸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날 공식 팬카페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는 폭발했다.
[뭐야 나 뭐 본거야]
작성자: 수겸아군만두좋아하니
안대에 초커....?
맨살에 재킷...?
이거 실화야??? 꿈이지???
내 망상이 기어코 현실 분간을 못하게 만든거지?
이게 진짜일리 업는거지...?
└자기야 우리 잭팟 터졌어.....
└미쳤어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된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된다......
[송수궴 내 방으로]
작성자 : 이선욱내방으로
송수궴,,, 너 내 방으로,,,,
└님 방에 송수궴이랑 이사님이 같이 들어가잖아요,,,,, 정신차려,,,,
└작성자 : 더.조.아.
└zzzzzzzzzz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사람 광기 봐ㅠㅠㅠㅠ
[차이겸 맨살 하네스 누구 아이디어야?]
작성자 : 비누향
뽀나스 더 줘라,,,,,,,,
내 연말 상여금까지 이 사람한테 얹어줘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작성자 : 블랙A천년가자
나 주것다,,,,,,,,,,,,
방금 나온 애들 돌았다 진심....
└님 블랙A 두고 왜 그러세요...
└작성자 : 걔네들 어차피 내가 바람펴도 몰라...,, 개눔들,,,,,,,,,
[더 큰 대한민국 세상 만세다!!!!!!!!!!!! 시발!!!!!!]
작성자 : 김부장존나싫어
와,,,, 남자 아이돌이 무대에서 안대하고 목줄찬걸 다 보네,,,,
진짜 너무 좋다,,,,!!!!!!!!!!!!!!!!!
꺄호!!!!!!!!!!!!!!!!!!!!!!!!!!!!!!
인생 더 살 것 같아!!!!!!!!!!!!!!!!!!
수명 쭉쭉 늘어!!!!!!!!!!!!!!!!!!!!!!!!!!!!!
[나 허리 디스큰데 다 나음]
작성자 : 김덕팔
무대 보고 벌떡 일어나서 춤ㅊ췄다ㅠㅠㅠㅠ
수겨미 지쟈스 아니냐,,,
병든 자를 일으켜,,.....
└지랄 말고 누워 얼른
└작성자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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