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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23화 (125/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23화

얇디얇은 습자지를 본 수겸은 제 눈을 의심했다. 대개 입으로 종이 옮기기 게임은 두꺼운 종이로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수겸은 제작진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다가 오래지 않아 반쯤 체념했다. 그래, 습자지든 골판지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입으로 옮기는 건 같은 것을.

“누구부터 하지?”

“…….”

수겸의 물음에 고요한 침묵이 돌아왔다. 선뜻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수겸은 자신이 나서기로 했다.

“그럼 내가 첫 번…….”

“내가 다음 할게.”

수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솔이 끼어들었다. 그러더니 한솔은 수겸의 팔을 잡고 제 앞에 세워 줄을 섰다. 당황한 수겸은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면서도 일단 얌전히 줄을 섰다.

“빨리 줄 서.”

한솔이 거들먹거리듯 말하자, 다른 멤버들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수겸은 카메라도 있는데 다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멤버들에게 눈짓하며 입모양으로 ‘얼른 줄 서!’라고 말했다.

그제야 멤버들은 느릿느릿 움직여 줄을 섰다.

유찬이 제일 발 빠르게 마지막 순서에 줄을 섰고, 이겸과 태원이 차례로 빈자리를 채웠다.

“그럼 시작할게요.”

제작진의 말에 수겸이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메인 PD가 호루라기를 입에 무는 걸 본 수겸은 얼른 종이가 담긴 접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삐이이익!

호루라기 소리가 나자마자 수겸은 종이를 있는 힘껏 빨아들였다. 워낙 얇은 종이라 그런지 두 장이 한 번에 달라붙었다.

수겸은 그대로 몸을 돌려 한솔 쪽으로 향했다. 한솔은 수겸의 키에 맞춰주기 위해 고개를 낮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겸은 그런 한솔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얇은 종이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두 장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얇은 습자지인지라 종이 너머로 서로의 호흡이 느껴졌다. 게임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수겸은 한솔을 밀어내며 얼른 이겸에게 종이를 넘기게끔 했다.

그러자 한솔은 천천히 입술을 떼더니 종이를 가지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두 장의 종이는 채 이겸에게 옮겨 가기 전에 후드득 떨어지고 말았다.

“어어!”

그 모습을 본 수겸은 발을 동동 구르곤 곧바로 몸을 돌려 다시금 종이를 빨아들였다. 이번에는 한 장이었다.

한솔이 종이를 옮겨 받기 위해 다가왔다. 이번에도 얇은 종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입술이 닿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한솔의 온기가 느껴졌다. 수겸은 얼른 한솔을 뒤로 보냈다.

100초 동안 10장의 종이를 옮겨야 했기에 수겸은 계속해서 접시에서 종이를 꺼내 옮겨야 하는 포지션이었다. 앞서 보낸 종이가 무사히 도착하든 말든, 수겸은 쉴 새 없이 곧바로 종이 접시로 다가갔다.

“으아아아, 닿아, 닿는다, 야야, 닿는다고!”

저 뒤에서 태원이 칠색팔색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사히 한솔 차례를 넘겨 태원에게 가기는 한 모양이었다.

수겸은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종이를 빨아들였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을 때쯤, 수겸은 종이의 끄트머리를 겨우 빨아들였다.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조심 움직이는데 한솔이 거침없이 다가왔다.

“흡!”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 사이에 종이가 없었다. 이미 종이는 떨어지고 없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

수겸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뗐다. 놀란 눈으로 한솔을 보는데, 한솔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 역시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황한 수겸의 얼굴이 시뻘겋게 익었다. 한솔과 입맞춤을 한 게 처음도 아닌데 보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물론 사람들은 수겸과 한솔이 이전에 키스를 한 적 있다는 것을 알 리 없지만 수겸은 찔려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 와중에도 수겸은 다시 종이를 옮기기 위해 얼른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미 한 번 입술이 맞닿아서 그런지 이제는 종이를 옮기기가 무서웠다. 그렇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가고 있었고,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었다. 촬영 중이니 멈출 수는 없었다.

수겸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종이를 다시금 빨아들였다. 그런데 이미 당황한 뒤여서 그런지 한솔에게 넘겨주기도 전에 허무하게 종이가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그러기를 몇 차례. 수겸은 당혹감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자 한솔이 수겸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형, 괜찮아. 침착해.”

다정한 한솔의 말에 수겸은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달랬다. 다행히 쿵쿵 뛰던 심장이 오래지 않아 진정되었다.

수겸은 차분하게 종이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한솔에게 종이가 넘어갔다. 수겸은 이어서 다음 종이를 넘길 준비를 했다.

“으아, 으아아아아!”

“아!”

그때 등 뒤에서 태원과 유찬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태원이야 그렇다 친다지만 좀처럼 리액션이 없는 유찬마저 저렇게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무슨 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수겸은 제 할 일을 해야만 했다. 수겸이 다시금 몸을 틀어 종이를 옮기려던 찰나였다.

“10초 남았습니다!”

메인 PD의 말에 겨우 안정시켰던 수겸의 마음이 다시금 쿵쾅거렸다. 수겸은 얼른 종이를 빨아들였다. 어서 종이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 수겸은 얼른 한솔의 멱살을 잡아 그를 제 앞까지 잡아당겼다.

놀란 듯한 한솔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종이가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수겸은 한솔의 입술을 덮친 후였다.

수겸은 당혹감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물론 아까 전에도 입술이 맞부딪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한솔을 끌어당겨 입술을 맞부딪친 거라 더욱 민망했다.

-삐이이익!

“시간 다 되었습니다.”

때마침 메인 PD의 호루라기 소리에 이어 시간이 다 되었다는 말이 들렸다. 수겸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수겸이 당혹감에 붉어진 얼굴로 한솔을 바라보니, 한솔 역시 민망한 듯 귓불이 발갛게 익었다.

제작진은 재밌다는 듯 하하하 웃고 있었지만, 수겸은 차마 웃지 못했다.

결국 방송 내내 이어진 퀴즈와 미션을 내리 실패한 유피트는 칼퇴에 실패하고 말았다. 덕분에 방송 분량은 빈틈없이 꽉꽉 채워졌다.

그 노고 덕분일까, 일주일 후 방송의 반응은 뜨거웠다.

* * *

[키스를 몇 번을 하는거야 대체...]

작성자 : 시헙합격하게해주세요

아니 나는 진짜 방송에서 우리애들 입맞추는걸 볼 줄 몰랐어,,,,,

우리나라가 이렇게 편견 없는 나라인줄 미처 몰랐지 뭐야...

너무,,, 너무 벅차고 현실감이 없어서 넋 놓고 봣자나,,,,,,,,,,

이러다가 정말 배 맞추는 장면까지 나오겠어....

└배 맞추는 게 뭐에요??

└작성자 : 섹. 스요.

└아하.

└ㅈㄴㄱㄷzzzzzzzzzzzzzzzzzzzzzzzzzzㅁㅣ친 노빠꾸로 말하는 것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성자 : 아니 그럼 세ㄱ.스를 섹.스라고 하지 뭐라 그래?

[짤 쪄옴]

작성자 : 솔겸키스함뇌절아니고진짜

수궴이가 한숄이 멱살 잡고 키갈하는 짤 쪄옴,..

연상의 박력 도라버렸다

[대한민국도 산유국이었네...]

작성자 : 자돰치킨팡인

터졌네... 터졌어......

유전이 다 무슨 소용이고....

솔겸이 터졌는데

└뭔 소리야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궴이랑 허그한건 왜 아무도 언급 안 해줘ㅏ?]

작성자 : 쿡쿠하새요

왜!!!!!!!

키스만 중요하니?!?!!?!?

너네 언제부터 그렇게 ㅁ사치스러워졌니?1?

포옹 하나에 기뻐하던 과거는 기억나지 않니???

아무리 개구리 올챙이적 기억 못한다지만... 너무한 거 아니니????????

겸겸이들이 제일이라고!!!!!!!! 잊엇니?!?!!?

공식이라고!!!!!!!!!!

수겨미가 이겨미 키도 맞히고 가서 애교도 부리고 어?!?!? ㅠㅠㅠㅠㅠㅠ

변했어...,,, 다들...

└옳다 옳아!!!!!!!!!1

└맞는 말ㅠㅠㅠㅠㅠ따지고 보면 이미 겸겸이들은 벌써 지난 연말에 무대에서 키스햇그든요ㅠㅠㅠㅠㅠㅠㅠ

└겸겸러들 일어나라!!!

[키스햇을 때 한숄이 반응이 ㄹㅇ임]

작성자 : 아이리슈

둘이 입맞췄을 때 한숄이 반응이 찐임.......

진짜 당황한 듯,,,,, 이래도 되나,,,, 이러다가 우리 사이 들키는게 아닌가 싶고,,,

그런데 너무 좋고 아찔하고 감동적이고 야릇하고,,,, 밤에 아주 그냥 카메라 있어서 못다한 거 마저 다 해야지 하는 듯한 그 ㅣ표정............

└제목 보고 끄덕이며 들어왔다가 기겁하면서 나간다,,,,정신채려....

└작성자 : 왜 뭐 왜

└1절만 해...

└작성자 : 애국가도 4절인데 더쿠가 2절 3절 4절 뇌절할수도 있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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