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32화
“그…… 그렇지만…….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수겸은 믿기지 않는 상황에 말까지 더듬거렸다. 그러자 태원이 약간은 쓴웃음을 지으며 수겸을 바라보았다.
“맞아.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절대 쉽게 생각해서 내린 결정 아니야. 그동안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만 있다면 나만 좋아해 달라고 말하고 싶어.”
가만히 듣고 있던 한솔이 자연스럽게 다음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형이 그럴 수 없다잖아. 다 좋아하고, 모두가 소중하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어떡해, 이렇게라도 형의 사랑을 받아야지.”
간단히 말하면, 이들은 반쯤 포기한 셈이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수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겸을 포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수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여전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입술만 한참을 달싹거렸다.
“여기서 끝난 거 아니야.”
“어?”
이겸의 말에 수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인가. 영문을 몰라 눈을 끔뻑거리고 있으려니, 유찬이 상냥하게 웃었다.
“가장 중요한 순서가 남았잖아요.”
“순서……?”
수겸은 여전히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자기들끼리는 대화가 되는 모양이긴 한데, 정작 중요한 수겸은 그들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도와달라는 의미로 선욱을 바라보자, 선욱이 낮게 웃음을 터뜨리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스킨십 순서.”
“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의미를 알고 나니 더 당황스러워지고 말았다.
스킨십 순서라니, 그런 걸 어떻게 정할 수 있겠는가.
“그, 그걸 어떻게 정해…….”
“지금 당장 정하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너무 늦지는 말아줘. 몸에서 사리 나오겠으니까.”
태원이 장난스럽게 덧붙였지만, 마냥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그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했다.
수겸은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수겸은 왕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밤에 거사를 치르기 위해 방문할 처소를 골라야만 하는 왕 말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 다섯 명이 후궁이 되는 셈이니, 미안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수겸의 상황이 딱 그랬다.
“……잠깐.”
불현듯 무언가를 깨달은 수겸이 자못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다섯 쌍의 시선이 일시에 수겸에게로 쏠렸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으려니, 수겸은 마치 사냥감 앞에 있는 먹잇감이 된 것 같아서 뒷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먹잇감 말이다. 먹잇감.
“순서야 그렇다 치고…… 그, 그건 어떻게 돼?”
“그거라니?”
대표로 물어본 이는 이겸이었지만, 남은 네 사람 모두가 의아한 듯 수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수겸은 그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끼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포, 포지션이랄까, 그 왜, 그거 있잖아.”
“어……?”
늘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치던 선욱이 그답지 않게 당황했다. 물론 다른 네 명도 마찬가지였다.
수겸은 역시나 난감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며 뒷덜미를 긁적거렸다. 그러면서도 이 질문을 빼놓을 수는 없는 게, 수겸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이 그간 팬들이 미는 커플링의 ‘오른쪽’ 역할을 자처하며, 공식 ‘수’ 노릇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이미지에서의 ‘수’였다.
그런데 스킨십을 하다 보면, 그 왜…… 섹으로 시작해서 스로 끝나는 단어까지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한 명도 아니고, 무려 다섯 명을 상대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수겸은 더럭 겁이 나는 한편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얼레벌레 ‘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형은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유찬의 질문에 수겸은 최대한 단호하게 답하고자 했다.
물론, 생각과 현실이 늘 똑같이 가지는 않는 법이기에 말투가 흐물텅하게 물러터진 홍시처럼 물러지고 말았지만.
“그, 그게…… 아무래도 번갈아가면서 하는 게 공평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나만 위에서 하면 좀, 그럴 수 있으니까……. 아, 그, 물론……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면 미안, 내가 너무 김칫국을 마신 거라면 사과할게. 죄송합니다.”
수겸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없어 보일 정도로 구구절절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중요한 것을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걸. 분위기에 휩쓸려 대충 넘어갔다가 나중에 정말 그 상황이 왔을 때 혼선이 생기면 서로 민망하게 될 테니까.
“오…….”
태원이 당황한 듯 의미 모를 감탄사를 내뱉었다. 수겸은 왜 그러냐는 듯 태원을 바라보았다.
태원은 뺨을 긁적거렸다.
“그래, 뭐. 수겸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당황한 듯 보이긴 하지만, 일단은 자신의 의견에 공감해 주는 태원의 태도에 수겸은 한시름 놓았다.
“일단 형 생각은 잘 알았어. 형이 밑에서 한 번, 위에서 한 번 이런 식으로 하고 싶다는 거잖아?”
“어, 어……. 그렇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알았어.”
거기에 더해 한솔은 아예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라며 수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수겸은 생각 외로 쉽게 정리가 된 것 같아 얼떨떨해졌다.
하지만 수겸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밑에서 한 번, 위에서 한 번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솔뿐만 아니라 다른 네 사람 모두 포지션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자세를 바꿀 의향이야 얼마든지 있었지만.
나름대로 머리를 쓰기야 했지만, 거기까지는 차마 생각하지 못한 것이 훗날 수겸에게는 두고두고 후회로 남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 * *
“으어……. 아직도 안 믿겨.”
수겸은 침대에 축 늘어져서 중얼거렸다.
한 명도 아닌 다섯 명과 사귀게 되었다. 그에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게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결국 수겸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섯 명을 쫓아내듯 내보냈다.
물론 유찬의 열애설을 해명해야 하기 때문에, 넋이 빠진 와중에도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유찬이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얼굴과 옷차림이 잘 보이는 사진을 SNS와 팬카페에 업로드했다.
* * *
<사진>
안녕하세요~ 올빗 여러분! 저 어제 유찬이랑 데이트했어요~
밥도 먹고 영화관도 가고, 카페도 가고!
우리 올빗이들도 밥 잘 챙겨 먹어요!
* * *
글을 올리자마자 반응이 뜨거웠다.
유찬의 열애설이라며 나온 기사 속 사진의 옷차림과 수겸이 찍어 올린 사진 속 모습이 똑같았기 때문에, 당연히 열애설은 특별한 절차 없이도 자연스럽게 해명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커뮤니티 몇 군데를 돌아보니 다들 오해를 풀고 시원하게 웃고 있었다.
수겸 입장에서야 졸지에 미모의 여성으로 오해를 받았다는 게 더 확실해진 셈이니 민망하기야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열애설이 해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 * *
[결국 수궤미가 수궴했다....]
작성자 : 김덕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차니랑 같이 있던게 수궤미였냐곸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미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 열애설에 길이 남을 역사다 진짜,,,,
[나 좀 이해시켜줄 천사 구함]
작성자 : 뽀얀서리태
핑프ㅈㅅ
그러니까 지금 유피트란 아이돌이 있고
열애설 터져서 개난리가 났는데
알고 보니 그 열애설 상대가 ㄱᅟᅡᇀ은 그룹 멤버라는 거여 지금,,,?
└완벽하게 이해함 100점 만점에 105점 드려요
└작성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모른척해줘]
작성자 : 찬겸에인생베팅
찬겸이들 찐 열애설 나서 지금 들켯다고 생각하고 풍차국으로 튈라 그럼 어쩔 ㅠ
└맞아....우리 애들 들켰어 지금 큰일이야...
└풍차국이 ㅇㄷ?
└ㅈㄴㄱㄷ 네덜란드 동성애 합법이라 그럼
[나 진짜 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성자 : 수겨미토끼해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황당하고 웃겨서 일이 안 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ㄴㄷㄴㄷ
└님 일 안 하는 건 늘 그랬잔하..;; 왜 찬겸이들 탓을 하니
└작성자 : 들켰군. 죽어줘야겠어
[이게 다 송숙겸이가 너무 예쁜 탓이다]
작성자 : 요정이아이돌을해
보통 이렇게 잘못 열애설 나면 목격자한테 눈깔 삐엇냐고 묻는데
이건 뭐...그럴만해서 뭐라 할 수도 업다.,,... 그냥 수겨미가 세상 존예인 걸로 하자,,,
미모 터지는 건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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