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두가 그대를 증오할지라도-123화 (123/147)

#123

어찌나 처절한 비명이었는지 듣는 사람의 마음에 한이 서릴 정도였다. 실드라스 공작을 따라온 악시드 대공이 발작하는 그를 붙들며 흐느끼는 것이 들렸다.

가물가물한 시야 속에서 레사스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는 걸 목격했다. 실드라스 공작은 죽은 시온을 감싸며 성물을 지켰고, 악시드 대공과 브레드히트 공작이 뱀을 수세로 몰아갔다. 마침내 세이아드가 아스테르를 데리고 합류한 순간, 전세는 뒤집히는 듯 했다.

긴 전투를 끝내고 온 것인지 세이아드 또한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감기려는 눈을 어떻게든 뜨고 있는 레사스를 발견한 세이아드가 서둘러 그에게 달려왔다. 차갑게 식어 가던 몸에 따듯한 온기가 닿았다.

‘…레사스, 괜찮아. 내가 지켜줄 테니, 조금만, 조금만 버텨.’

시야가 흐릿해 세이아드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볼 수가 없었다. 그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제 예쁜 사람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다는 거였다. 바싹 말라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가 레사스의 상처를 지혈하려 하는데, 아스테르가 세이아드를 끌어당겼다.

‘지금은 악마를 죽이는 게 먼저다, 이드.’

‘알고 있습니다. 알지만, 제발 지혈이라도…!’

나는 괜찮아요. 형님의 말이 맞아요. 나는 신경쓰지 말고, 이드가 할 일을 해요…. 여긴 위험하니까, 어서….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입이 열리질 않았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졸음이 밀려들었다. 조금이라도 세이아드의 얼굴을 보고 싶은 간절함과 달리 몸이 무거워져, 결국 레사스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다간―.’

‘전하, 전하, 뒤를 보십시오! 피하셔야…!’

의식을 잃는 찰나 사방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눈을 감기 직전, 그가 있던 자리로 거대한 뱀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만 같았다. 점점 사라져 가는 의식 너머로 환청인지 모를 사람들의 외침이 울렸다.

‘아스테르는 안 돼! 아스테르는 살려야 한다. 어떻게든 산 채로 제압해!’

‘세레나, 왕세자를 죽이란 말이다! 네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일 거다. 내 아들이 죽어 가며 지켜 낸 기회를 저따위 명령으로 놓치지 말라고!’

서로를 힐난하는 고함 소리가 천장을 찌르다가, 정적이 내려앉았다. 침잠했던 의식이 떠오른 것은 머릿속에 울린 어떤 목소리로 인해서였다.

‘내가 늦었구나. 많이 늦었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