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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교주를 애지중지 키웠다 (56)화 (56/257)

56화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하오문(下汚門)은 그저 비천한 이들의 집합이었다. 소매치기, 도둑, 도박꾼, 기녀, 점소이 등 맞아 죽어도 불평하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어떻게든 제 살 권리를 챙기기 위해 뭉쳤을 뿐 문파라는 이름도 과분한 무뢰배의 무리에 불과했다. 그저 어딘가에서 훔쳐 온 비급서 몇 권과 한 푼 한 푼 모아 마련한 황금 반의반 관, 그리고 악에 받친 동지 의식이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하지만 십여 년 전, 그가 나타난 뒤로 하오문의 상황은 정반대로 달라졌다. 자신을 성도 뭣도 없는 그저 희(羲) 아무개라고 칭한 남자는 단 오 년 만에 하오문을 감히 손댈 수 없는 어둠의 영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을 품은 기녀들은 입술에 담은 술 몇 잔으로 온갖 기밀을 빼돌렸고, 무공을 배운 도둑들은 금고에 담긴 치부를 모조리 털었다. 도박꾼들은 조직을 만들어 대어를 족족 낚아 댔으며 점소이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변화를 끌어낸 것은 오로지 희의 역량이었다. 그는 어디에서 샘솟는지 모를 자본과 간교한 계책이 가득한 머리로 중원을 차곡차곡 삼켰다. 10년이 지나자 무림에 오가는 황금과 넓은 땅에 흩어진 정보는 전부 그의 것이 되었다.
희는 그에 멈추지 않고 점조직 형태이던 하오문의 본거지를 광동으로 옮겨 무역을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이 더 지나자 해동, 동영, 천축, 대막, 북해의 살계에서도 희를 모르는 이는 없게 되었다.
그를 만나 본 극소수의 무림인들은 저마다 같은 말을 하며 두려워했다. ‘희는 문장 몇 줄을 듣는 것만으로도 책의 모든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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