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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교주를 애지중지 키웠다 (65)화 (65/257)

65화

“사실 최근에 매와 비슷한 영물을 구해서 교육하는 중이에요. 조금만 더 공을 들인다면 조만간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 특별한 향을 쫓아 도달할 수 있는 전서응(傳書鷹)을 얻게 될 것 같아요.”

“……영물에 가까운 매가 아니라, 매와 비슷한 영물입니까?”

“네. 확실히 일반적인 금수는 아니에요. 너무 견고하지 않은 진법이라면 파고들어 갈 수도 있는 녀석이거든요.”

진법을 통과할 줄 아는 매라고? 그걸 구해서 교육까지 하고 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두망산에 있는 요물들을 상당수 잡은 적 있는 초윤의 머릿속에 혼란이 몰아쳤다. 사람한테 반감을 갖지 않은 영물이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의문이 들었다.

‘이건 거의 봉황을 잡아다가 사육하고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닌가? 원작에서도 그런 건 본 적이 없는데?’

“그 향 중에 하나가 바로 이거예요. 교육이 잘된다면 광동성에서 진령 산맥까지 단 사흘 만에 주파할 수 있어요.”

“……상당한 영물을 손에 넣으셨습니다.”

“후후, 운이 좋았지요. 그리고 저는 이 전서응을 임 소저와 임 소협에게도 쓸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왕복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는 통신망 역시 함께 주겠다는 소리인가.

정말 당해 낼 수 없이 섬세하다. 초윤은 조금 얼떨떨한 얼굴로 향낭을 받았다. 은혜를 입혀 주기는커녕 엄청 신경 쓴 배려만 왕창 받은 기분이었다.

희는 열쇠와 모란패도 함께 모아 넘겨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 말했다.

“소중한 제자를 맡겨 주시는데, 조금이라도 더 안심하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어서요. 부디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네요.”

“……마음에 듭니다. 후려(厚慮)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초윤은 희의 상냥한 말을 들으며 받은 물건들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숨을 한 번 고른 뒤 입을 열었다.

“늦어도 모레에는 천오와 함께 사천을 떠날 예정입니다. 문주님께서 그보다 더 일찍 아이들을 데리고 광동성에 돌아가신다면 오늘 저녁에라도 가겠습니다.”

“아, 괜찮아요. 모레라니 딱 좋네요. 저는 이번 주까진 이곳에서 녹림왕과 관련된 일을 해결하고 갈 생각이라서요.”

그러고 보니 백호철은 처음부터 이 저택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도시를 떠나진 않은 것 같아 기감을 펼친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미 손을 떠난 일을 굳이 더 알고 싶진 않았다.

초윤은 간단한 마무리 인사를 건넨 뒤 희를 뒤로하고 방을 나왔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 무사 여와가 기다렸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문살의 장지문이 닫히며 두 사람의 목소리를 가렸다. 초윤은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 모두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관심을 거두고 걸음을 빨리했다.

“비녀와 방울은 잊지 않고 지니거라. 알려 준 사용법은 잘 기억하고 있겠지.”

“예, 스승님. 기억하고 있어요.”

“구명단(救命丹)은 만들어지는 대로 보낼 테니 이 또한 항시 품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 가진 것을 남에게 쉽게 보여 주지 말고, 사람을 쉽게 믿지도 말고.”

“예, 예. 스승님.”

“아무리 열의가 넘쳐도 잘 시간과 먹을 시간까지 줄여 가며 몰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가 막심한 일이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임하라고 했지?”

“자신의 역량을 잘 헤아리고 적당히 독하게 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건강을 망치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 특히나 사영, 너는 툭하면 고생을 사서 하려 하니 주의하거라.”

또…… 또 해 줄 말이 너무 많은데 어떡하지.

저택을 나가는 대문을 앞에 두고 벌써 일각이 흘렀다. 배웅을 하기 위해 함께 나온 남매를 붙잡고 끊임없이 주의할 것을 일러 주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지난 이틀 내내 아이들에게 같은 말을 계속하고, 그거로도 모자라 아예 글로 써서 쥐여 준 것 따위는 이미 잊어버렸다. 초윤은 아예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남매와 손을 하나씩 잡고 눈을 마주쳤다.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다. 기를 쓰고 버틸 필요는 없고, 반드시 어떤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너희들은 아직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단계이니 지금 배우는 것을 꼭 평생의 일로 삼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지 마려무나.”

“예, 스승님. 많은 것을 배우는 데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저…… 저도요.”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텐데, 사람을 대할 때 명심하라 말한 것도 기억하느냐?”

“전부 숙지하고 있습니다. 타인을 유난히 헐뜯는 자는 스스로의 마음이 삭막할 뿐이니 주의 깊게 듣지 말고, 남이 하는 평가에 의존하지 말 것이며, 언제나 귀는 열되 입은 다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이는 사현, 네가 특히 깊게 새겨들어야 하는 말이다. 너를 두고 누가 뭐라 한들 신경 쓰지 말고 그저 가엾게 여기거라.”

“네, 네…… 스승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초윤은 남매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잡은 손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한 팔에 하나씩 아이를 안았다. 얼마 전에 포옹을 튼 덕분인지 이전만큼 몸이 뻣뻣해지진 않았다.

정말 그새 많이 컸구나. 4년이 한달음에 사라진 것 같았는데, 너희들은 이미 내 품에서 넘치는구나.

안긴 아이들이 꼬물꼬물 움직여 초윤의 옷자락을 잡았다. 입술을 꾹 닫고 간신히 눈물을 참던 사현이가 코를 훌쩍였다. 초윤은 아이들의 등을 쓸어내리며 나직하게 말했다.

“……편지하렴. 사소한 것이라도 소식을 듣는다면 안심할 것 같구나.”

“……네, 스승님.”

초윤은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꽉 안아 준 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천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송별을 지켜보던 천오는 꾸벅 허리를 숙였다.

“사저, 사형,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영달을 바라고 있겠습니다.”

“…….”

그런 천오를 물끄러미 보던 사영이 불쑥 손을 뻗어 천오의 손목을 잡아 올렸다.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꿋꿋한 얼굴로 천오와 5초가량 눈을 마주친 뒤 팩 손을 놓았다. 다녀올게, 무뚝뚝하지만 나름의 인사도 남겼다.

둘 사이에 오가는 내력이 눈에 훤히 보였지만 초윤은 못 본 척하기로 했다. 저택에서 지낸 시간 동안 초윤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마다 아이들이 빈번히 대화를 나눈 것도, 사영이가 이전만큼 천오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영은 곧 초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느 때와 같은 똘똘한 얼굴에 또박또박 정확한 목소리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오거라.”

순간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초윤’의 몸 덕분이었다.

초윤은 마지막 미련을 애써 정리하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몸을 돌렸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정말 발을 떼지 못할 것 같았다.

죽립을 쓴 뒤 대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자 천오가 조르르 따라와 옆에 붙었다. 습관적으로 올려다보는 천오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닫히는 문을 허겁지겁 잡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게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은 전부 스승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꼭…… 아니, 잘 해내겠습니다!”

“…….”

초윤은 잠시 멈추어 섰다가, 다시 걸어갔다. 아이들을 돌아보지도 않았고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뒤를 본 천오가 엉거주춤 따라오며 스승을 올려다보았다.

초윤은 그런 천오도 보지 않고 성큼성큼 걷다가 저택과 멀리 떨어진 뒤에야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이를 꾹 악문 채 천오를 답삭 안아 들었다. 당문은 초윤의 일행이 이미 사천을 떠난 줄 알고 있으니 괜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개척되지 않은 산길을 통해 섬서성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초윤이 아이를 안고 경공을 전개해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 떠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아니고 제 발로 아이를 놓고 가야 한다니 발이 가벼울 리 없었다. 이건 좋은 일이라고, 아이들이 평생 초등학교에 있을 순 없다고 몇 번씩 되뇌어도 가슴이 아팠다.

산을 앞에 두고 다시 한숨을 삼키고 있을 때, 초윤에게 얌전히 안겨 있던 천오가 문득 양팔을 뻗었다. 꼿꼿하게 서 있는 초윤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푹 묻었다. 초윤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고, 아이는 곧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스승님, 슬퍼하지 마십시오. 저는 스승님을 절대 떠나지 않겠습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분은 오로지 스승님뿐입니다. 사저만큼, 사형만큼 몸이 자라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겠습니다.”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네 선생님이자 가족이 되고 싶어. 그리고 정말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너를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구속해선 안 돼.

하지만 이 서툰 위로가 위안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초윤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의 등을 쓸어내리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하얀 무명옷을 입고 약함을 짊어진 뒷모습은 나뭇잎 그림자에 덮여 금세 자취를 감췄다.

얻은 것보다도 잃은 것이 컸던 초윤의 첫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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