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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교주를 애지중지 키웠다 (99)화 (99/257)

99화

한 번 물꼬가 트이자 여기까지 다다른 경위가 차근차근 떠올랐다. 주천오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괴리감을 통해 모용서는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돌아온 세계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과거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적시하고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자신을 이끌고 바깥으로 나온 건 주천오였다. 모용서는 그를 따라 맥없이 걸으며 생각했다. 네놈이 바뀌었든, 바뀌지 않았든 간에 죽여야만 한다……라고.

‘……어라.’

모용서의 입가가 설핏 굳었다. 하나하나 되짚어 보니 자신의 감정과 행동의 흐름에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모용서는 스스로도 어딘가 망가졌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앞뒤 가리지 않고 분노에 몸을 맡긴 채 막무가내로 덤벼든다는 뜻은 아니었고, 복수심에 불타며 이성적인 사고는 무조건 뒤로 제쳐 둔다는 뜻 역시 더더욱 아니었다.

모용서는 오히려 미쳐 날뛰는 와중에도 마지막 한 줌의 이지는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간이었다.

-짐승과 인간을 가리는 것은 오로지 사유하는 능력뿐입니다. 인간은 이 재주 하나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아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생각을 그만둬선 안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머리는 차갑게 식혀라, 꼬맹아. 눈이 뒤집혀도 계산적으로 뒤집혀야 하는 거야. 알았냐?

모용서가 동경한 사람들이 전부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지만 주천오를 맞닥뜨린 후 자신의 행동에선 이성이 보이지 않았다. 사고력도, 지성도 없었다. 모용서는 그저 맹목적으로 그를 죽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다짜고짜 칼부터 찔러 넣었다.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나서야 이유를 갖다 붙였다. 네가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다, 후환을 제거해야 한다 등등 이득보다 손해가 큰 소리를 지껄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왜 그렇게 굴었지?

차라리 그를 이리저리 구슬렸어야 하는데. 마교와 관련이 없다는 말이 사실인지, 그렇다면 누구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는지,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는지 알아냈어야 하는데. 유일하게 타고난 재주를 마음껏 살려 다가갔어야 하는데.

그를 죽이면 자신이 빼앗긴 것을 전부 보상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근원을 알 수 없는 불합리한 확신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건지.

아무리 고민해도 그럴듯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만큼 답답한 상황은 없었다. 모용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 기억 속의 과거와 실재하는 현재가 달라진 것만 해도 복잡해 죽겠는데 믿고 있던 스스로마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니 짜증이 치밀었다.

그때, 손에서 놓친 듯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자신의 검과 그 옆의 바닥에 그려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밀가루가 쌓인 바닥에 손끝으로 남긴 듯한 문자는 읽기 쉽도록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많은 것이 바뀌었으나 모든 것이 다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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