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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 교주를 애지중지 키웠다-256화 (256/257)

256화.

얼떨떨하게 주위를 둘러보자, 나라연천금강의 두 눈을 들여다보기 전에 보았던 광경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깨에는 천오의 손이 툭 올라와 있었고, 사현이는 멀뚱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초윤은 천오의 손등 위를 도닥이며 까끌까끌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도사 앞에서 요령 좀 흔들었을 뿐인데 뭐 조언까지야. 조심히 살펴 가고, 약 잘 먹고, 싹 나아서 다음번엔 비무라도 어울려 주시오. 섬서성 한복판에서 우리 둘이 붙으면 고루한 중원 놈들이 아주 좋아 죽다 못해 거품을 물고 기절할 테니까.”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하긴, 오랜만에 중원으로 향하는 곤륜파의 체면을 세워 주려면 수준 높은 대련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다. 무림에서 깨어난 뒤 처음으로 겪는 비무에, 상대는 다름 아닌 나라연천금강이란 이야기를 듣고도 그다지 걱정이 되거나 겁이 나진 않았다. ‘초윤’의 백을 받은 덕분인지, 내공에 걸린 제약만 푼다면 도리어 즐거울 것 같다는 지극히 무림인다운 생각까지 들었다.

초윤은 마지막으로 나라연에게 포권을 취하며 깊숙이 허리 숙여 인사를 남기고, 사현이의 두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환영해 준 운궁의 문도들을 향해 조용히 묵례했다. 낯이 익은 장수흥법이나 길상다길, 차인 형제는 제자리에서 붕붕 손을 흔들다가 급히 포권을 하거나 함박웃음을 지었고, 아내를 따라 나온 장령은 비딱하게 고개만 까딱여 인사한 뒤 시선을 돌렸다. 초윤은 속으로 피식 웃고 몸을 돌렸다.

등으로 날아와 박히는 수많은 시선을 가슴에 담으며 운궁의 정문을 넘었다. 몇몇 이들이 쌓인 눈을 밟으며 뒤따라 걸어 나왔다. 초윤의 곁에 있던 천오가 몸을 낮추어 초윤의 오금에 팔을 걸었고, 초윤은 조금 생경한 기분으로 사저와 설린처럼 등에 업는 게 낫지 않겠느냐 물었다. 하지만 천오는 등 뒤에 멘 짐을 이유로 들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초윤이 대신 지고 가겠다 말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자신 때문에 먼 길을 또 고생할 애한테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본인이 편하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초윤은 얌전히 몸을 맡겼고, 천오는 가볍게 스승을 안아 올렸다. 탄탄한 팔로 초윤의 등과 무릎 아래를 받친 뒤 두어 번 추켜올려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았다. 초윤은 아무런 기억도 없지만, 이렇게 안은 채 사막을 건넌 덕분에 몸은 이미 익숙했다.

성인 남성의 무게 정도는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듯, 힘겨운 추임새나 심호흡도 하나 없이 가볍게 버티고 선 천오가 준비됐다는 듯 초윤을 올려다보았다. 초윤은 천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뒤에 선 일행을 돌아보았다. 영 미련이 남아 입을 여는데, 나라연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선수를 쳤다.

“다시 보지, 약선 대협. 그땐 당신도 내게 말을 놓아 주시오.”

“다, 다녀오세요! 아니, 안녕히 가세요? 아니지. 조심히 살펴 가세요! 아, 이 말은 아까 한 것 같은데.”

“…….”

초윤은 조금 웃어 버렸다. 정말이지 아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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