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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가이드로 살아남기 (33)화 (33/115)

33화

욕실은 혼자 쓰는 용도가 아닌 것처럼 널찍했다.

주청경은 차은수를 타일 위에 내려주었다.

“벗으세요.”

샤워기를 트느라 등을 보이며 말했다. 쏴아아. 너무 세지 않은 수압의 물이 쏟아졌다. 그 소리 속에서도 타인의 기척을 감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터라, 청년이 움직이지 않고 굳은 듯 서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수온을 맞춘 주청경이 뒤를 돌았다. 욕실에 들어오기 전 제가 한 말이 겁박처럼 느껴졌는지, 예쁜 얼굴에 핏기가 가신 모습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견디려고 그러나.

“제가 벗겨 드리면 됩니까?”

주청경이 본인의 옷을 벗어 던지며 물었다.

차은수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꾹 닫았다. 이어 안쓰럽게 떨리는 손길로, 마지못해 위쪽부터 탈의를 하기 시작했다.

하얀 목선과 어깨, 가슴, 허리. 점차 노출되는 부위들을 주청경이 뚫어지게 감상했다. 모든 살결이 놀라우리만치 고왔다.

잡티라면, 다른 에스퍼가 남긴 흔적들 정도일까.

불쑥 불쾌함이 치솟았다.

“…….”

그러나 마침내 나신이 된 청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식욕마저 들 만큼 탐스러워, 부정적인 기분 따위는 순식간에 잊을 수 있었다.

치욕스럽다는 듯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태도마저 음심을 자극했다.

“읏……!”

돌연 물줄기 속으로 휙 끌려 들어간 차은수가 놀라 신음했다.

그는 눈에 물이 들어올 것 같아 반사적으로 꼭 감았다가 겨우 다시 떴다. 동시에 짙은 육욕으로 물든 에스퍼의 손이 가는 허리를 지분거리며 스르르 내려갔다. 그러고는 이내 작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쥔 채 자신 쪽으로 더욱 끌어당겼다.

“우읍.”

두 입술이 일말의 틈도 없이 겹쳤다. 주청경은 차은수의 구강을 난폭하게 파고들었다. 두 번째 입맞춤인데도 오히려 더 갈급한 혀가 고른 치열과 연약한 점막을 마구 휘저으며 횡포를 부렸다.

위쪽에서 넓게 떨어지는 물이 두 사람의 몸을 적시고 흘러 내려갔다. 오랫동안 굶주린 에스퍼의 끔찍한 파장을 직면한 데다가, 입 안이 마구잡이로 범해지는 상황에 차은수가 주먹 쥔 손으로 주청경의 가슴팍을 밀어 댔다.

물론 밀릴 리는 없었다.

주청경은 가이드의 하찮은 반항에 성기가 꺼떡거리며 올라붙는 것을 느꼈다.

아…….

황홀감에 그득 차 눈을 내리떴다. 시야에 담긴 차은수가 속눈썹을 나풀거리며 버거워하고 있었다. 그 반응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극대화되어 있던 자신의 통각은 점점 정상치로 돌아왔다.

“후응……!”

이제 흉근을 세게 두드리던 손길에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점차 풀려 가는 동공의 상태를 본 주청경이 잠깐이나마 쉴 틈을 베풀었다. 고작 이것으로 지친다면 곤란했으니까.

입이 떨어지자마자 차은수는 호흡을 골랐다. 한껏 젖은 채 혈기가 도는 얼굴이 색스러웠다.

……차은혁과 심태성은 진작에 알고 있던 모습이겠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분노가 다시금 존재감을 나타낸다.

“……!”

차은수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이 푸욱 파고들었다. 척척하게 적셔진 것에 더하여, 계속해서 물줄기가 타고 흐르는 상태였던 터라 그리 뻑뻑하지 않게 진입했다.

주청경은 바짝 얼어붙은 차은수에게 상체를 기울여 속삭였다.

“왜 이렇게 놀라지.”

“하으, 아.”

“뭘 할지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귓속으로 들어오는 숨결은 뜨거웠지만, 목소리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중지가 빠르게 구멍을 들쑤셨다. 풀어 준답시고 넣었다 빼는 동작이 초반부터 결코 다정하지 않아, 차은수는 덜컥 겁을 먹은 기색으로 주청경의 팔을 붙들었다.

어찌나 사나운지 손바닥이 거듭 엉덩잇살에 닿을 때마다 착착 때리는 듯한 소리가 물소리를 뚫고 터져 나왔다.

“아읏……. 흐으……!”

“……하아.”

주청경은 손가락을 쫄깃하게 감아 오는 좁고 따뜻한 내부에, 자신의 숨이 뒤엉키는 것을 느꼈다. 소위 넣지도 않았는데 쌀 것 같은 기분이란 게 이건가 싶었다.

눈가가 달아오른 채 팔뚝에 매달려 오는 모습도 그랬다. 더할 나위 없이 상대를 안달 나도록 만들었다. 청순한 얼굴에서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물을 혀끝으로 훑었다.

그조차 가이딩의 일부로 와닿아 달콤하게 느껴진다.

……더는, 힘들다.

참을 수가 없었다.

주청경은 반대쪽 손을 뻗어 샤워기를 거칠게 껐다.

“아!”

가벼운 육체를 번쩍 들어 올려, 바로 근처에 위치한 벽으로 밀어붙였다. 원치 않아도 양다리로 주청경의 허리를 감게 된 차은수가 등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파르르 떨었다. 이어, 자신의 벌어진 엉덩이가 내리누르고 있는 흉악한 남근을 뒤늦게 눈치챘다.

안 그래도 하얗던 얼굴이 더욱 희게 질렸다.

주청경이 그런 차은수의 턱을 깨물었다가 놓아주었다.

“미안합니다. 아플 것 같네요.”

흥분이 들끓는 음성이 미리 사과했다.

“그래도 어차피 제 좆이 들어갈 구멍인데……. 길도 그걸로 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안 돼요. 안……!”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차은수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부의 말을 쏟는 입술을 주청경은 진득하게 삼켰다.

이윽고 빼꼼 드러나 있던 아랫구멍에 성난 귀두가 조준되었다. 그것은 꾸욱 힘을 주며, 습하고 안락한 내부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으읍!”

묵직하고 딱딱한 물건은, 흡사 과일을 파고드는 과도처럼 쉽게도 체내 침략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성관계를 갖기는 했어도, 금세 수축하는 구멍을 제대로 풀어 주지도 않고 박아 오는데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차은수의 안구에 생리적인 눈물이 잔뜩 차올라 일렁이다가 금세 후드득 떨어졌다.

“윽……!”

그러잖아도 잘라먹을 듯 조여 오는 나긋한 몸에, 뒷목이 뻐근해질 정도의 쾌감을 느끼던 차였다. 가이드의 우는 모습을 코앞에서 맞닥뜨리자, 주청경은 거의 좆이 빠져 버릴 듯한 열락에 사로잡혔다.

그는 기꺼이 본능에 휘둘리기로 작정했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허리를 거세게 쳐올렸다.

“……! 아아, 악!”

곧 섬세한 주인의 외모와 다르게 투박한 좆이 아랫구멍 속으로 모습을 전부 감추었다. 급작스럽게 뿌리까지 온전히 받아 낸 차은수가 사지를 튕기며 발작했다.

“하…….”

얼굴을 뒤로 꺾은 주청경도 신음을 뱉었다. 그의 턱 근육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급한 불을 끌 생각밖에는 없었던지라 서둘렀건만, 어째서 불이 꺼지기는커녕 갈증도 나란히 심해지는 것일까.

“끅……! 으흑!”

차은수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엉엉 울었다.

“아파……. 싫, 흐윽, 싫어요.”

“후우…….”

주청경은 벽을 짚은 채 제 장신을 더 들이밀었다. 남자와 벽 사이에 옴짝달싹 못하고 갇힌 청년이 계속해서 흐느꼈다. 그를 탐하는 상대에게는 무척 감미로운 소리였다.

모든 감각을 음미하던 주청경이 고개를 숙였다.

“더 울어 봐요.”

성욕에 달구어진 혀가 따뜻한 뺨을 핥았다.

“내 자지 받아먹으면서 질질 짜니까 더 꼴리네.”

“……!”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던 차은수가 흠칫했다. 커다랗게 키워진 눈이 머지않아 수치심으로 흐려지기 시작했다. 귀하게 자란 이 가이드는 상스러운 말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은 듯싶었다.

주청경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악, 아……!”

철퍽! 철퍽! 좆질을 개시한 그에 차은수의 몸이 상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에 흠뻑 젖은 피부가 치대어지며 음란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깊어, 요……! 아흑!”

차은수가 애처롭게 신음했다. 통증과 함께 극점을 긁히는 감각이 그를 괴롭혔다. 새로운 대물을 받아들인 여린 장기가 낯이라도 가리듯 간헐적으로 경련했다. 체내 깊숙한 부위가 주는 그 자극을 고스란히 받은 주청경이 차은수의 귓바퀴에 이를 세웠다.

“으읏!”

“하아……. 흐.”

주청경은 정욕이 뚝뚝 흐르는 눈빛으로 차은수를 핥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말로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다.

……돌아 버릴 만큼 좋았다.

아랫도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끊임없이 달려들던 고통이 파쇄되는 현상은, 겪어 본 자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구태여 미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를 그로서 있게 해 줄 사랑스러운 존재가 나타났으니까.

자신이 응당 누렸어야 할 안식을, 가이드를…….

비로소 찾았다.

“하으, 응, 히윽……!”

탐욕을 알게 된 울퉁불퉁한 남근이 작디작은 구멍을 미친 듯이 꿰뚫어 댔다. 뽀얗고 폭신한 엉덩이와, 그것을 사납게 가르며 들어가는 짙은 색의 딱딱한 기둥이 대조적이었다.

“흐앗! 응! 제, 욱, 제발……!”

우악스러운 허릿짓에 차은수는 마냥 스프링처럼 튕겨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원치 않게 음탕한 놀이기구를 타던 그가 천천히라도 움직여 달라는 의미로 애원을 해 대었으나, 도리어 주청경의 흥분감은 차은수가 간절히 빌면 빌수록 확대되기만 했다.

“웁, 흑.”

그 사실을 깨달은 차은수가 울음 섞인 소리를 흘렸다. 그러다가 문득 두 눈을 꽈악 감은 채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입술을 짓이기며 신음까지 참는 모습이었다.

아래를 가학적으로 박아 오던 주청경이 동작을 멈추었다.

“은수 씨.”

“…….”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한껏 긴장한 아래의 조임을 보면 분명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용케 버티려는 모양이었다.

심기가 거슬린 주청경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앞으로 그들 사이에선 어떤 종류의 단절이든, 결코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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