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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가이드로 살아남기 (37)화 (37/115)

37화

난폭한 허릿짓에 엉덩이가 점점 더 봉긋하게 솟았다. 뒤에서부터 배려 없이 몸속을 파고드는 남근에, 차은수는 매트를 팔로 짚지도 못하고 허물어지듯 엎드렸다. 그러나 커다란 손에 잡힌 얼굴은 강제로 세워진 채였다.

그를 뒤덮은 주청경이 고통과 쾌락으로 일그러진 낯에 나란히 뺨을 붙여 왔다. 옴찔옴찔 조여 대는 아랫구멍이 주는 감각이란……. 과도하게 황홀했다. 그는 가이드 역시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독 반응이 거센 지점을 향해 좆을 쑤셔 박아 댔다.

“아흑……!”

한껏 치떠진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굴러떨어졌다. 자지러지며 수축한 안쪽이 육봉을 압박해, 주청경이 낮게 목을 울렸다.

“이렇게 좋아하면서…….”

그가 달아오른 귀의 연골을 씹어 먹을 듯 잘근거리며 속삭였다.

“왜 전부 다 포기하려고 했습니까.”

“하윽, 욱.”

“멋대로 죽으, 면, 안 되지.”

벌을 내리듯 말까지 끊어 가며 푹푹 찔러 올리자 가이드가 경련했다. 동그랗게 벌어진 입은 잠시 동안 소리도 내지 못했다.

발간 입술을 내려다보던 주청경이 손에 힘을 주어 청년의 고개를 제 쪽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가까워진 입술을 잇자국이 날 정도로 콱 깨물었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감각에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 차은수가 하체를 떨었다.

“…….”

주청경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표정으로 위태롭게 절벽 위에 서 있던 차은수의 모습을 떠올렸다. 두려움과 절망을 끌어모은 듯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멈칫했더랬다.

많이 보던 것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모습은. 당시 차은수의 경우에는 몸과 정신이 모두 그러했고, 폭발적으로 솟구친 스트레스에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린 듯이 보였다.

하지만 세상에서 사라져도 상관없는 이들과, 주청경 그의 세상을 지탱해 주게 된 가이드가 어떻게 동일한 선상에 있을 수 있을까.

가이드는 자신의 파트너였다. 함부로 그런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코앞에서 저를 도운 놈을 죽였으니, 물렁해 보이는 이 청년은 더는 다른 희생이 없도록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터다. 어차피 이쪽에 깔려 있는 이들은 전부 자신을 납치한 자의 세력인데도.

그러니 이제는, 스스로 죽음에 몸을 던지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하게끔 방지할 차례다. 제 처지를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우쳐 줘야지.

“아아아!”

한참 전부터 이어졌던 거친 허릿짓이 뜨거운 체내에서 결실을 맺었다. 은밀한 곳에 퍼지는 정액의 느낌에 차은수가 이불을 구겨 쥐며 흐느꼈다.

“싫어……. 흐윽……. 싫, 아앗……!”

거부의 말을 뱉으며 우는 입술을 혀끝으로 핥은 주청경이 눈물에 젖은 얼굴을 놔주었다. 이어 하얀 등줄기 위로 입을 맞추며 내려가다가 상체를 세웠다.

충분히 깊게 넣은 채 사정하고 있는 좆을 다시 퍽 처박았다. 내벽이 바짝 긴장하며 좆대를 꽈악 물어 왔다. 지독한 만족감과 그에 비례하는 욕구가 밀려듦과 동시에, 주청경은 원치 않아도 가라앉는 분노를 느꼈다.

제가 갑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뛰던 파장이 가이딩으로 순하게 진정된다. 주청경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그 현상이 다소 우스웠다.

“윽……. 하.”

에스퍼가 느른해진 얼굴을 살짝 젖히며 당장 주어지는 감각을 만끽했다. 이만한 쾌락을 느껴 본 적은, 차은수와의 섹스를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했다.

힘없이 쓰러져 있는 청년의 안에서 거대한 살기둥이 빠져나왔다. 그것이 연약한 장기를 배려 없이 긁어내리며 빠져나가느라 발생한 통증 섞인 성감에 차은수가 가늘게 신음했다.

에스퍼의 손길이 그를 간단히 뒤집었다. 차은수는 침실 천장을 가리며 저를 내려다보는 주청경과 시선이 마주쳤다. 수치심과 좌절감에 물든 낯을 옆으로 돌리려고 하는데, 미리 눈치챈 상대가 그의 턱을 잡고 막았다.

“피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

“우리 은수 씨, 진짜 말 안 듣는다.”

무언가를 고민하듯 눈을 내리깐 주청경이 잠시 후 팔을 뻗었다. 그리고 침대 옆 협탁의 서랍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곧바로 열린 내부에는 알약 하나가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몸부터 길들이면 될 일이니까. 주청경은 그것을 집어 들며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떨리는 눈길로 그것을 보고 있던 가이드가 불길함이라도 느낀 양, 자신의 턱을 잡은 손을 떼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놔주, 놔주세요……!”

하찮은 반항을 가만히 감상하던 주청경이 약을 머금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차은수에게 입을 겹쳤다. 턱에 멍이 들 것처럼 들어간 악력 탓에 차은수의 입이 작게 벌어졌다.

기다란 혀가 알약을 운반했다. 차은수는 그것을 어떻게든 삼키지 않기 위해 애를 썼으나, 제 구강을 점령한 채로 놀리는 상대의 거센 혀를 피할 방도는 없었다.

“음……! 우읍!”

결국 꿀꺽,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차은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주청경은 입술을 떼고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설마 당신에게 위험한 걸 먹였겠습니까.”

강력한 흥분제일 뿐이다.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그는 잠깐 머금느라 약간 녹아 본인의 입 안에도 맴돌던 알약의 흔적을 혀끝으로 쓸다가 삼켰다.

멀쩡한 정신으로 관계하고 싶지만, 지금의 가이드는 자신에게 어느 정도 함락될 필요가 있었다. 기억이나 의식이 끊기는 것도 아니었기에 쓸 만하다고 판단되는 약이기도 했고.

“아……. 위험할 수는 있겠구나.”

주청경이 차은수의 코끝을 물었다.

“당신 구멍이.”

“……!”

“제발 박아 달라고 빌면서, 내 좆 밑으로 엉금엉금 기어 올 텐데……. 그럼 난 안 참고 박을 거거든.”

“그게 무슨…….”

모욕감에 청년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다시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모습이 육욕을 돋운다. 주청경은 한쪽 손을 내려 차은수의 엉덩이 사이를 중지로 쑤셨다. 정액으로 푹 젖어 있던 밀지가 음란하게 손가락을 감아 왔다.

“이게 잔뜩 헐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오물거리는 제 아랫구멍을 느낀 차은수가 어깨를 움칠 떨었다.

갑자기 온몸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 그의 얼굴뿐만 아니라 눈처럼 하얀 나신 전체가 발긋해지고 있었다.

“효과가 빠르네.”

주청경이 입꼬리를 올리며 차은수의 반응을 주시했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면서 가슴팍이 불규칙하게 들썩인다. 발개진 뺨으로 할딱거리는 얼굴이 가히 절경이었다.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한 눈동자가 제정신을 유지하려는 주인의 의지에 따라, 잠깐 또렷해졌다가 풀리기를 거듭 반복했다.

“우읏!”

돌연 손가락을 빼낸 주청경이 차은수의 구멍에 제 귀두를 집어넣었다. 그 부위만 걸치듯 살짝씩 넣었다 빼자, 생경한 자극에 차은수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감질이 나는지, 엉덩이에 힘이 꽉 들어가 구멍 역시도 고집스럽게 앙다물린다. 하지만 발기한 대물은 어렵지 않게 이음매를 벌리고 들어가 농락했다.

푹, 푸욱. 점점 깊게 들어오는 육봉에 차은수의 눈빛이 아득해져만 갔다.

“하지……. 안, 으응, 안 돼…….”

늘씬한 종아리가 파들파들 떨린다. 주청경은 침대에 늘어지려는 그 두 다리를 들어 제 어깨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물건을 과격하게 처박았다. 끝까지 들어간 물건에 차은수가 도리질을 쳤다.

“흐아아아!”

열감에 그득 찬 고음의 교성이 감미롭게 실내를 채웠다. 안 그래도 예민하던 육체가 난생 처음 겪는 미약의 작용에 마구 전율했다.

“큭……. 하아…….”

발작하듯 기둥을 씹어 대는 아랫구멍에, 주청경이 눈썹을 찌푸리며 달구어진 숨을 내쉬었다. 웬만한 약은 듣지 않는 몸이건만, 꼭 약에 취한 쪽은 가이드가 아닌 그 자신 같았다.

“아아! 앗!”

“후우, 흐.”

육봉이 장기를 만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구멍 밖으로 빠져나간다. 재차 삽입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성이 건재했더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상황인데, 당장의 차은수는 저가 경험해 보았던 맹렬한 성감을 떠올리며 그것을 바라고 말았다.

“하으으…….”

분홍빛으로 물든 발뒤꿈치가 주청경의 어깻죽지를 지그시 눌렀다.

무의식적인 신호를 알아챈 주청경이 미소를 띠었다.

“뭘, 읏, 원합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묻는 모습에 차은수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다물었다. 약 기운에 졸아붙은 머릿속에서 미세하게나마 남은 사고력이, 후회할 만한 말을 뱉는 걸 힘겹게 막은 것이다.

쉬이 응하지 않는 태도에 주청경이 눈을 가늘게 떴다.

“……! 히잇……!”

그는 광포하게 박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좆질의 속도마저 늦추었다. 차은수는 주르르 빠져나가는 흉악한 남근에 딸려 나갔다가, 다시 느리게 들어설 때에는 열심히 달라붙는 제 육벽의 음란함을 고스란히 느꼈다.

찌걱. 찌걱. 습한 피부와 피부가 느직하게 달라붙는 질퍽한 소리가 침실을 울렸다. 이제는 극점을 교묘하게 스치며 움직이는 육봉에 청년이 주먹을 꼭 쥐며 자신의 눈을 가렸다. 물론 머지않아 주청경이 그 팔을 잡아 올려 달뜬 눈동자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주청경은 차은수의 허리선을 야릇하게 훑었다.

“흐응……. 하읏……!”

무력하게 결박된 차은수가 비음을 흘렸다. 점점 더 견딜 수가 없는지 엉덩이를 들썽대며 구멍을 옴쭉거린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이 도르르 굴러, 자신의 안을 유린하고 있는 남자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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