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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가이드로 살아남기 (40)화 (40/115)

40화

태산 같은 체격, 멀끔하게 넘긴 머리에 어둑한 눈을 지닌 사내가 연무장을 응시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인원의 에스퍼가 일사불란하게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다물려 있던 입에서 동굴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행방은.”

“……죄송합니다.”

사내의 뒤편에 서 있던 측근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쪽에서 움직인 흔적들을 전부 말소한 탓에 추적 속도가 계속 느려지고 있습니다.”

“녀석이라면 목격자의 기억을 지우는 것 역시 일도 아닐 테지.”

장희강은 느직하게 중얼거렸다.

거두어 준 은혜도 모르고 배신의 형태로 떠난 주청경은 장희강에게 있어 큰 오점이었다. 주청경이 저를 따르던 것들과 함께 사라진 날, 장희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주할 뻔했다.

“잘도 날뛰었어.”

주청경이 저지른 이번 호텔 급습 건은, 필시 그의 병력 증강 계획을 망치기 위함이었다.

영향력 있는 정재계 인사들이 저를 잡는 데에 혈안이 되도록 꽤 크게 판을 벌이지 않았나. 어쩌면 어딘가에 이 지하 기지의 위치를 밝혔을 가능성도 있고. 상대는 분탕질에 제법 소질이 있는 에스퍼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취할 태도는 둘 중 하나다.

적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계획을 앞당겨 이르게 출정하거나.

“…….”

눈을 내리뜬 장희강이 입가를 쓸었다.

곧 그는, 전자를 택하는 결정을 내렸다.

영역 내에서의 싸움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력을 추가 투입할까요?”

“아니. 주청경을 쫓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장희강이 걸음을 옮겼다.

“이제 신경은 손님들 맞이하는 데에 쏟아야지.”

복도를 지나던 이들이 멈추어 선 채 장희강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장희강은 측근에게 여러 사항을 지시하며 자신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고요한 실내에 혼자 남게 된 그가 의자에 앉았다.

툭, 툭. 검지 끝이 단조롭게 탁상을 두드렸다.

자신에게 대적할 이로 고려되는 인물은 차은혁이었다. 그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올 테니 이쪽에서도 성심성의껏 환영해 주어야 할 터.

겁도 없이 분노를 드러내며 능력을 각성했던 어린 시절의 차은혁이 떠오른다.

모를 수가 없었다. 어엿한 성인이 된 지 오래인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 있는 이유는, 자신을 잡기 위해서임을.

부친이 살해된 일에서 비롯된 복수심만으로 자신을 쫓는 게 아니었다.

“…….”

언젠가 동생을 해할 수도 있다는 제 경고 때문이겠지.

당시 천사 같았던 아기의 모습을 되짚어 보았다. 한 손에 거의 다 잡힐 정도로 조그맣고 따뜻한 몸이 고동치는 느낌은 신기할 정도였다.

차은수.

그 이름을 입 속으로 중얼거린 순간, 기묘한 감각이 찾아들었다. 장희강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누군가 뇌를 쥐어짜는 것만 같은, 끔찍한 두통의 시작이었다.

이는 간혹 보았던 환상의 전조이기도 했다.

캄캄한 밤. 한 건물의 옥상으로 보이는 곳에서, 호리호리한 체구의 남성이 자신을 돌아본다.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리며 이마를 스쳤다. 표정은 인식할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생김새는 보면서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남성이 의아하게 입을 열었다.

‘괜■■세요?’

노이즈가 낀 것처럼 말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괜찮냐는 질문인 것 같았다. 장희강은 시선을 내려 스스로의 손을 눈에 담았다.

잘게 떨리고 있었다.

‘옷을 ■■ 얇게 ■고 계신 것 ■■데…….’

이 겨울에.

중얼거리는 남성의 모습에 불쑥 강렬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콕 짚어 말할 수 없었다.

천천히 남성에게로 다가갔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읽었는지, 흠칫한 상대가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의 뒤로 난간이 가까워졌다.

‘……!’

장희강은 남성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놀란 몸이 품속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게 ■■ 짓……!’

남성은 곧바로 거부의 몸짓을 보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돌덩이처럼 끄떡도 하지 않는 장희강의 육체에 놀란 듯했다.

장희강이 고개를 내려 흰 목에 입술을 파묻었다. 그리고 허리를 두르지 않은 손으로, 남성이 보지 못하도록 단도를 꺼내 들었다.

떨림이 무색하게 망설임 없는 동선이 이어졌다.

무자비한 날이, 연약하기 짝이 없는 인체를 파고들었다.

‘아윽……!’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성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얼굴을 젖혔다. 커다랗게 벌어진 두 눈이 경악과 고통으로 물들어 있었다.

경직된 신체가 난간 너머로 넘어갔다.

그렇게 되지 않게끔 지탱해 줄 수 있음에도, 장희강은 상대방을 감싼 채 함께 추락했다.

……환상은 보통 여기서 끝이 나고는 했다.

“커으윽……!”

장희강은 괴로움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반복되는 이 현상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는다.

가이딩을 제대로 받지 못해 썩어 버린 파장 때문일 것이다. 어째서 똑같은 내용의 환상을 보는지 알 수 없지만…….

그도 스스로가 미쳐 가고 있다는 사실 정도야 진작 깨닫고 있었다.

이건, 광증의 일부였다.

***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복잡한 코드가 쉴 새 없이 유동 중인 창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백색 공간. 건조한 기계음이 주인에게 문제를 알렸다. 서둘러 그곳을 돌아본 시스템이 뜨악했다.

[또, 또야?]

앳된 목소리가 울먹였다.

[초기화를 해서 기억이 돌아올 리가 없는데.]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저러다가 다 되찾으면 어쩌지? 자기가 미쳐서 그런 거라고 알아서 오해하고는 있지만…….]
[에러가…….]
[알았어, 알았다고!]

시스템이 마구 손을 휘저어 창을 껐다.

[근데 방법이 없단 말이야……. 다시 초기화하는 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거야.]

어린아이의 몸이 바닥에서 웅크리고 앉은 채 무릎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안 그래도 저쪽 세계가 플레이어를 돌려받으려고 호시탐탐 노려 대서 골치 아픈 마당에.]
[…….]
[저번처럼 이쪽에 끼어들어서 퀘스트 포기를 권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그때를 대비해서 플레이어가 떠날 마음이 안 들게 편의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걸.

뭘 했더라. 쾌락을 더 잘 느끼게 해 주고, 멘탈 좀 다듬어 주고,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능력도 주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던 시스템이 고개를 들었다.

너무 권한을 행사하면 안 되지만, 필요하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절대 뺏겨서는 안 돼.]

이 세계의 유지를 위해서.

비인간적인 둥근 눈동자가 파랗게 빛났다.

***

한바탕 비가 쏟아질 듯이 하늘이 흐렸다. 어두운 바깥과 다르게 환하게 조명이 켜진 방 안.

넓고 폭신한 소파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 가운데에 자리 잡고 앉은 남자가 제 위에 주저앉은 청년의 허리를 잡고 좆을 쳐올려 댔기 때문이다. 마른 듯하지만 근육으로 다져진 그의 육신은 벌거벗은 상태였고, 늘씬한 체형의 청년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새하얀 허벅지 위로 늘어뜨려진 치맛자락이 여유 없이 팔락거렸다. 그 안쪽의 구멍을 퍽퍽 쑤셔 대는 거근의 기세에 어쩔 도리가 없어 보였다. 은밀히 가려진 채 왕복 운동을 펼치는 흉물스러운 살기둥은 몸체를 계속해서 부풀려 갔다.

“하아, 앗, 아아!”

차은수가 풀린 눈으로 달콤한 교성을 질렀다. 치욕감을 느끼기는커녕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주청경은 어깨끈이 내려가 훤히 드러난 부위를 와드득 물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단단한 이에 찔려 깊게 파였다.

“아악!”

밀려드는 고통에 밑구멍이 오므라들었다. 에스퍼는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좆질에 박차를 가했다. 그가 욕심껏 싸질러 둔 씨물로 잔뜩 채워진 내벽은, 변함없이 따뜻하고 쫄깃하게 육봉을 받아들였다.

차은수는 주청경의 얼굴을 꼭 끌어안으며 학학거렸다. 주청경은 그 도도록한 입술을 혀끝으로 할짝거리다가 틈을 벌리고 들어가 구강을 범했다. 촉촉한 점막이 기꺼이 혀를 받아 물며 쪼옵, 쫍 음탕한 소리를 냈다.

“응, 으응! 읍!”

“……흡!”

더 이상 빨라질 수도 없을 것처럼 추삽질의 속도가 극에 달했다. 주청경이 격정적으로 차은수의 몸속에 거대한 양물을 퍼억 꽂아 올린 어느 찰나. 차은수는 원피스 안에서, 주청경은 차은수의 체내에서 결장을 파고든 상태로 동시에 사정했다.

“히윽……!”

생경한 감각에 차은수의 눈이 휘꺼덕 넘어갔다. 주청경은 아슬아슬하게 뒤로 기우는 몸에 팔을 둘러 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차은수의 곤두선 유두를 빨아 대면서, 아랫도리를 은근하게 놀렸다.

후희조차도 자극적이었다. 충격에 가까운 절정을 겪어 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가이드는, 전신을 바르르 떨면서 끊어질 듯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하아…….”

더운 숨을 내쉬던 주청경이 차은수의 뒷목을 받친 채 귓가에 속살거렸다.

“아무리 해도 부족한데. 대체 몇 번이나 더 싸야 만족스러울까.”

“우, 으흑…….”

“그래도 이제 임신했을 수도 있으니 그만할까요?”

에스퍼는 가이드의 복부를 쓰다듬었다. 말랐던 배가 제 좆과 좆물로 가득 차 확연히 통통해져 있었다.

질문이 날아왔다는 점 정도만 겨우 인지한 차은수가 무턱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알면서도 주청경이 짐짓 아쉽다는 어조로 말했다.

“이런. 우리 은수 씨, 많이 힘든가 봅니다.”

“흐으으…….”

“하긴, 앞은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갔으니까……. 얼마나 느낀 거야.”

전혀 지치지 않은 주청경의 눈빛이, 차은수의 음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원피스 앞부분을 향했다.

시선의 온도가 뜨거워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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