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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가이드로 살아남기 (58)화 (58/115)

58화

“퀘스트 내용은.”

팔짱을 낀 채 시스템을 노려보았다.

“S급들이 폭주하면 나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며. 근데 방금 네 설명대로라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자체가 소멸한다는 거 아니야.”

[넷이 다 폭주하게 될 시 국가 하나가 사라지는 건 맞아요……. 폭주가 아니라 사망한다면 핵이 없어지는 거니까 세, 세계 자체가 사라지는 거고요.]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시스템의 낯빛이 창백해진다.

“…….”

글쎄. 분명 노림수도 있는 것 같은데.

세계의 소멸보다는, 살고 있던 국가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비교적 현실성 있게 와닿을 테니 퀘스트 내용을 그렇게 구성한 건 아닐까.

[그러니까 차은수 님께서 핵들과 평생 함께해 주신다면…….]

뭔 주례 보듯이 말하고 있어.

저건 그냥 종신 퀘스트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충 예상하고 있던 나는 동요하지 않고 눈썹만 추켰다.

“S급들도 사람이잖아. 결국 언젠가는 죽을 텐데?”

[그건……. 다음 핵이 태어날 때까지만 존재해 주면 될 문제라서…….]

시스템이 웅얼거렸다.

그러고는 내 눈치를 또 살살 본다.

[차은수 님……. 호, 혹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굉장히 불안한 얼굴이었다.

형과 심태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표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차은수 님…….]

대답이 없으니 시스템의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저희에게는 차은수 님이 필요해요.]

“…….”

[아마 차은수 님께서도 아실 테지만……. 이제 네 명 다 차은수 님 없이는 견디지 못할 거예요.]

당연히 안다.

장희강의 반응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몸, 괜찮은 건가?

시스템에게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아…….”

눈앞이 핑 돌았다. 휘청하며 바닥을 짚었다.

시스템이 화들짝 놀랐다.

[차은수 님!]

앳된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려오고, 활자가 입력된 창 역시 몇 개로 늘어났다가 겹쳐지면서 흐릿하게 보였다.

뭐야, 시발.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여기 머무르고 계셔서 영혼에 부담이 가신 것 같아요……! 어, 얼른 돌려보내 드릴게요!]

허둥지둥하는 시스템의 말이 들렸다.

나는 입을 달싹였지만, 목소리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인지할 수 없었다.

몽롱해졌다가 맑아졌다가를 반복하던 정신은 곧…….

뚝, 끊겼다.

***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성난 숨소리였다.

“……!”

그다음은 내 안을 딱딱하고 육중한 무언가가 채워 올 때마다 울리는 질퍽한 소리.

아래에서 뜨겁고 끈적한 것이 사방으로 튀는 감각과, 안팎 할 것 없이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전신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온몸을 펄펄 달구는 열기에 한껏 붉어진 얼굴로 눈을 떴다.

“아, 아……!”

맛이 간 흑안과 시선이 충돌했다.

장희강이었다.

“아흐윽, 싫, 어엇!”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는 나를 다부진 손이 우악스레 붙든다. 나는 딱딱한 바닥에 짓눌린 채 장희강의 좆을 받아 내고 있었다.

이 새끼 물건도 사람 게 아닌 것 같다. 배 속의 장기를 다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경악에 휩싸인 채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희강은 무자비한 좆질을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머릿속에 오직 나를 범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퍽퍽퍽! 장희강의 사타구니에 부딪히는 엉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좆의 뿌리까지 억지로 삼킨 밑구멍이 홧홧했다.

이미 몇 번을 싸지른 건지, 내벽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정액이 육봉에 휘저어지며 불걱불걱 음란한 소리를 퍼뜨렸다. 그 야릇한 감각에 장희강의 뒤로 뻗어진 내 양다리가 저절로 허우적거렸다.

“헉, 허억, 큭.”

“우욱, 읏!”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지.

여긴 어디고.

눈동자만 움직여 겨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섬뜩할 정도로 텅 빈 무채색의 방이다. 존재하는 거라고는 커다랗고 튼튼해 보이는 까만 문뿐이었다.

기지에서 탈출로를 통해 당도할 수 있는 패닉 룸인가.

아니, 어쩌면 적들을 유인해 가둬 두고 처리하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선 근접전을 벌여야 하는 장희강에게는,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곳일수록 유리할 테니 말이다.

……장소를 이동해서 일을 치르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아아, 흐으윽……!”

우는 척 눈을 질끈 감아, 잠깐이나마 제3의 눈을 썼다.

아직 장희강의 집무실에 쓰러져 있는 형과 심태성의 모습이 보였다. 지하 기지의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구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 형조차 저곳에 도달하는 데에 하루 이상이 걸렸으니까.

물론 장희강의 조직이 패한다고 가정했을 때 말이다.

“응, 읍! 하윽!”

금방 다시 눈을 뜬 뒤, 속수무책으로 신음했다. 그 소리에는 익숙한 쾌감 역시 스며들어 있어, 나는 스스로의 손가락을 꽉 물어 신음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좆을 박아 넣는 것만 신경 쓰는 줄 알았던 장희강이 멈칫했다.

사나운 손길이 손목을 움켜쥐어 왔다.

“……! 아아악!”

콰드득, 팔찌가 산산조각이 났다. 파편 일부가 피부에 박혀 피가 흘렀다.

시발, 미쳤나……?

극심한 고통에 잠시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하으, 아……. 아파……아.”

눈을 부릅뜬 채 창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쏟았다.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

장희강은 여전히 본능에 물든 눈으로 손목을 들여다보았다. 그야말로 뚫어지게 관찰하더니만, 흰 피부를 타고 흐르는 선혈을 혀끝으로 핥는다.

소름이 돋았다.

이 새끼…….

키워드가 뭐였지?

띠링!

[각 에스퍼별 선호 섹스 키워드
.
.
.
장희강: 유혈, 저항, 실신
*공통 키워드: 다섯 시간 이상]

……뭐.

그냥 죽었다고 보면 되겠네.

욕과 헛웃음이 동시에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어떻게 하겠어.

“흐윽, 끕……!”

그래도 이 정도로 다치고 아픈 건 솔직히 무섭다.

선뜻 저항하지 못하고 마냥 질질 짜고만 있을 때였다.

장희강이 대뜸 허릿짓을 재개했다. 피를 보고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한 기색이었다. 거기서 더 동하는 것도 놀랍다.

“아흑! 욱, 윽, 그읏!”

육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내게 좆을 처박는다. 평소의 만들어진 여유가 사라진 완벽한 이목구비가, 욕정과 가학성에 물든 채 가까워졌다.

입술이 짓눌리며 강제로 열렸다. 일방적으로 넣고 넣어지는 아래처럼, 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굵은 혀가 밀려들어 구강을 파헤쳤다.

“흐읍!”

나는 장희강의 혀를 있는 힘껏 깨물었다. 아무리 에스퍼라도 혀는 물컹했기에 피가 조금 배어났다. 비릿한 맛이 입 안에 감돈다.

하지만 장희강은 고개를 물리기는커녕 더 격정적으로 혀를 놀렸다. 자기 피를 봐도 성욕이 커지는 듯했다. 배 속을 들락날락하는 남근이 확연히 커진 것이 느껴졌다.

이러다 구멍이 찢어지는 게 아닐까 약간 겁이 날 정도였다.

“음, 응……!”

포악한 좆질에 의해 몸이 마구 흔들려도 입술은 한 치의 틈도 없이 교접했다. 분명 코로 호흡할 수 있건만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시야까지 범하겠다는 양 장희강의 넋 나간 눈빛이 내 축축한 눈을 옭아맸다. 단 한 번의 깜빡임조차 없는 그의 눈은, 누가 보아도 미치광이의 것이었다.

퍼억, 퍽! 과격한 타격음이 절정에 올랐다. 나는 장기를 뚫어 오는 무도한 좆대가리에 끊어질 듯한 교성을 지르며 고개를 꺾었다. 입술이 풀려난 것도, 손목이 아픈 것도 잊을 만큼 지독한 자극이었다.

고통으로 잔뜩 부풀었던 내 좆이, 쾌락으로 인해 사출했다. 그 음액이 배꼽에 고이다 못해 주르르 흘렀다.

바로 그 직후, 장희강이 내 몸속에서 사정했다.

“크……!”

“흐읏, 아아!”

민감해져 있던 몸속에 씨물이 주입된다. 그러잖아도 안을 채우고 있던 액체가 그득하게 불어나면서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흐느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제발……. 빼, 흐끅, 빼 주, 세요…….”

그러자 놀랍게도, 뜨겁게 달아오른 숨결을 내뱉던 장희강이 허리를 뒤로 물렸다.

……내 말을 들은 거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다는 거지, 장희강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 왜 그렇게들 못 봐서 안달인지……. 엉덩이를 쪼갤 것처럼 잡아 벌리고는, 자기가 좆을 빼자마자 입구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백탁액을 구경한다.

나는 최대한 힘을 주어 발버둥을 쳤다. 그러고는 의외로 순순히 나를 놓아준 장희강을 뒤로한 채, 다급히 일어서서 문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다리 사이로 장희강의 정액이 진득하게 흘러내린다. 심장이 어찌나 쿵쾅거리는지 목, 아니, 입에서 박동하는 것만 같았다. 기운이 다 빠진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움직였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나와 장희강의 옷이 갈가리 찢긴 채로 흩뿌려져 있던 구간을 지나, 기어코 문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림자가 졌다.

“아, 악!”

이어 머리채가 억세게 잡혔다. 두피가 고통스럽게 당겨지는 감각에 반사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상태로 내 몸을 돌린 장희강이 손을 올렸다.

“……!”

뺨이라도 맞는 건가 싶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꽉 감았다. 묘한 기대감이 등골을 짜릿하게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머리를 틀어쥔 악력과는 상반되게 부드러운 손놀림이었다.

마치 아끼는 예술품을 만져 보듯 이마부터 눈가, 코끝, 입술을 매만진다. 내 얼굴의 생김새를, 감촉을 음미하는 그 손길에는 명백한 육욕 또한 묻어나 있었다.

……이성이 돌아왔나?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살며시 눈을 떴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장희강이 내 목을 옥죄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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