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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가이드로 살아남기 (73)화 (73/115)

73화

장희강이 내 얼굴로 고개를 내렸다. 집어삼킬 듯 입을 맞춰 오며 좆질 하던 그가, 한참이 지나 사정했다.

“히잇……!”

안쪽에서 솟구치는 씨물이 느껴졌다. 본능적인 거부감과 기이한 쾌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온몸을 파르르 떠는 나를 단단히 붙든 채, 장희강은 헝클어진 호흡을 내쉬었다. 사정감을 해소하는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큿…….”

사출을 끝낸 그는 내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이 체위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대로 다시금 허릿짓을 하기 시작했다. 사정 직후라 부피와 딱딱함이 줄었지만 애당초 굵고 긴 거근이 질펀해진 육벽을 탐하며 재차 힘을 얻는다.

나는 밑구멍을 뜨겁게 뚫고 들어오는 성기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신음했다.

문득, 장희강의 완벽한 파장이 느껴졌다.

……가이드의 의무는 무슨.

그냥 나를 자기 좆집으로 쓸 예정인 거잖아.

“아직인가.”

커다란 손이 내 복부를 만지작거렸다.

“멀었구나. 그렇지?”

“흐읏, 읍.”

열기에 지글거리며 녹은 머릿속이 장희강의 말을 뒤늦게 이해했다.

제 정액을 입으로도 먹이고 아래로도 먹였지만, 내 배가 부르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거다.

응, 멀었어. 더 해 봐.

속마음과는 다르게 고개를 저으며 서럽게 울었다. 아직 현실을 부정하는 고집이 꺾이지 않았다는 것처럼. 이 순간의 쾌락조차 외면하고 싶다는 듯이.

그에 장희강은 더욱 거칠게 좆을 쳐올리며, 땀으로 촉촉해진 내 목을 베어 물었다.

나는 밀어닥치는 통증과 쾌감에 허덕이며 비명을 질렀다.

시야가 뒤집힐 듯이 들썩거렸다.

***

누군가 본다면 사육당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내 일과는 단순했다.

씻기, 밥 먹기, 섹스하기.

장희강은 발정기가 찾아온 짐승처럼 나를 계속해서 범했다. 어쩌면 그간의 한을 푸는 것일지도 몰랐다. 침대는 말라 있을 때보다 젖어 있을 때가 더 많았고, 나는 시간을 알 수가 없어도 우리가 밤낮없이 섹스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내 모든 것을 통제했다. 식사와 샤워, 수면마저도 그의 허락 아래,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더해 손바닥 뒤집듯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니……. 나로서는 실제로 차고 있는 목줄이 없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매번 강제로 자극당하는 성감에 육체가 함락되면서, 정신적으로도 피식자 같은 스스로의 상황에 서서히 물들어 가는 기색을 비쳤다.

장희강이 손을 들면 뺨을 맞는 줄 알고 움찔한다거나, 얌전히 입을 열고 음식을 받아먹는다거나 하며 장희강이 원한 행동거지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흐윽……!”

“큿!”

장희강이 사정 직전의 양물을 내 몸속으로 들이박았다. 쿵. 위로 밀려난 내 머리가 침대 헤드에 부딪혔다. 이윽고 나는 장기를 흠뻑 적셔 오는 좆물의 감각에 히끅 숨을 멈추었다.

이미 안쪽을 채우고 있던 정액의 양이 그득하게 불어났다. 복부가 통통해진 기분은 아마 착각이 아닐 것이었다.

장희강은 만족스럽게 내 배를 쓰다듬었다. 안쪽을 차지하고서 부르르 떨리던 성기 역시 만족한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헐떡거리는 내 입술을 장희강이 삼켰다. 나는 밭은 숨을 고를 여유가 부족하여 힘겹게 어깨를 들썩이면서도, 장희강의 혀를 받아 물었다.

거부하는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든 건지, 기분 좋은 듯 나직하게 목을 울린 장희강이 내 입 안을 탐하고 빠져나왔다. 이어 턱을 깨물고 내 안에서 좆을 뺐다.

오랫동안 물고 있던 거근이 빠져나가자, 빠르게 닫히지 못한 구멍에서 좆물이 마구 흘러내렸다.

충분히 체액과 울혈투성이인 몸을 장희강이 진득하게 물고 빨았다. 나는 희미하게 앓는 소리를 내면서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모든 감각이 둔해진다. 장희강과의 정사는 매번 격정적이었기 때문에 끝이 날 때쯤이면 이렇게 기절하듯 잠들었다.

물론 장희강이 내버려 둔다면 말이다.

“…….”

언제 눈을 감았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체감상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숙면을 취하는데, 도중에 시끄러운 무언가가 나를 방해했다.

하지만 눈을 떠 보니 쥐 죽은 듯 고요한 거울방이 나를 반겼다.

뭐지.

게다가 또 다른 의외의 사실은, 곁에 장희강이 없다는 점이었다. 잘 때도 나를 끼고 잘 줄 알았는데. 다른 곳에서 자는 것인지, 무언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순간이었다.

띠링!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가 들리고, 창 하나가 시야를 가렸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

어둠 속에서 빛나는 창을 굳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띠링!

[수락 시 영혼이 이동되며, 현세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게 됩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시발. 웃기지도 않네.

또 무슨 수작인데.

지들 멋대로 나를 데려갔다, 데려왔다, 기억과 감정까지 건드려 가며 우롱하더니……. 아직도 뭘 할 게 남은 건가 싶어 넌더리가 났다.

그 무엇도 알고 싶지 않았다.

둥둥 떠 있는 창을 한동안 노려보던 나는, 다시 몸을 눕혔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듯이.

띠링!

[불응 시 지속적인 알림이 발생합니다.]

띠링!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

띠링!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띠링!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나는 눈마저 닫아 버리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알림음을 무시했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예고 없이 잘도 내 영혼을 빼 가더니만, 이번에는 왜 굳이 내 의사를 묻는 걸까.

띠링!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손등이 하얘질 정도로 이불을 강하게 그러쥐었다.

잠을 청하려고 해도 이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장희강 앞에서도 계속 시각과 청각이 자극당하는 것을 숨겨야 할 텐데, 안 그래도 정신을 놓는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었다. 거기다 휴식까지 방해한다고?

주먹이 잘게 떨렸다.

……그래.

좋아. 좋다고, 시발.

이참에 시원하게 욕도 갈기고 분통도 터뜨려 보자. 더는 건드리지 말라고 으름장도 놓고.

빌어먹을 상위 존재한테 개길 생각을 하니까 심장이 다 두근거리네.

이를 가는 내 머릿속을 시스템이 읽었는지, 머지않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 윽!”

안구가 뻐근해질 만큼 눈이 부셨다.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더불어 느껴 본 적 있던, 몸이 쑥 꺼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 아찔한 느낌이 끝났을 때.

반사적으로 꽈악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폐쇄적이고 공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군데군데 검게 물든 백색 공간.

원래 이렇게 얼룩진 곳이 아니었는데?

심지어 끊임없이 춤추듯 움직였던 코드들도 보이지 않는다. 나를 인도한 창도, 그 무엇도 없었다.

어쩐지 소름이 끼치는 분위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는 내 곁으로 누군가가 자박자박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

고개를 휙 돌렸다. 여전히 어린아이의 형상을 취한 시스템이 걸어오고 있었다. 흰 피부와 검은 머리를 지닌 시스템이 보호색처럼 하얀 옷까지 입고 있었던 탓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나는 미간을 좁히면서 입술을 뗐다.

“너…….”

가까이에서 멈춘 시스템의 모습을 본 순간.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설이 턱 멈추었다.

시스템의 몸에는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수어질 것처럼.

[와 주셔서 감사해요, 차은수 님.]

시스템이 앳된 목소리로 말하자, 그 내용이 예전처럼 창으로 함께 생성되었다.

[귀찮게 굴어서 정말 죄송해요. 차은수 님의 수락이, 즉 의지가 있어야만 모셔 올 수 있었거든요.]
[보시다시피 권능이 약해져서…….]

나는 침묵을 지키며 시스템을 바라보았다.

형형하던 파란 눈 또한 하얀색에 가까워져 있었다.

[저는 곧 소멸할 거예요, 차은수 님. 그 전에 꼭……, 사죄드리고 싶어서 모셨어요.]

“…….”

시스템이 소멸한다는 것은 세계의 소멸과 같은 게 아니었던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시스템을 불신에 찬 눈빛으로 응시했다.

“소멸을 막기 위해서 나를 다시 부른 걸 텐데.”

장희강은 내게 이곳이 어느 세계인지 궁금할 테지만 알려 주지 않겠다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다시금 시스템과 손을 잡고 날 자기 세계로 데려온 것이리라 여기고 있었다.

한 번 해 본 걸 두 번 못 하겠나.

그렇게 금기를 또 어겼으니 지금 같은 꼴로 변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 아뇨.]

그런데 시스템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차은수 님을 제 세계로 다시 모셔 온 게 아니에요.]
[차은수 님께서 이은수 님으로 살고 계셨던 세계와, 제 세계를 융합했어요.]

시발, 뭐…….

……두 세계를 합쳤다고?

[많은 힘을 써야 했지만, 핵들이 온전히 차은수 님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어요…….]

시스템이 말꼬리를 흐렸다.

이러나저러나 이 시스템에게 소멸밖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그걸 앞당기더라도, 이쪽 세계와 섞이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거고.

“…….”

말문이 막혔다.

온몸의 피가 싹 식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었던 나라도, 이건…….

[각 세계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사라졌어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불안정해진 시공간이에요.]

시스템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이야기했다.

[융합이 되면서 이 세계에는 취약점이 생겼어요.]
[차원의 틈새를 떠도는 괴물들이 파고들기 좋은, 균열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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