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주청경은 차은수가 쓸데없이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심태성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을 때나, 자신의 수하를 이용해 도주하고자 시도했을 때. 낯선 곳에서 방치된 채로도 도통 의지를 꺾고 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을 때.
돌이켜 보면 다소 이상했다. 현실이 아니라고 여겼을 텐데 어째서 그리도 애를 썼는지.
어차피 매번 떠날 예정이었으면서.
“아흐읏!”
철컹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은수는 창살을 힘껏 움켜잡은 채 거세게 흔들렸다. 뒤에서 박아 오는 힘이 너무 강해서 부딪히는 피부가 얼얼했다. 배 속을 채운 정액이 묵직한 좆에 질컥질컥 들이쑤셔지며 구멍 밖으로 삐져나왔다.
“흐, 큭.”
주청경은 힘줄이 불거진 손으로 차은수의 얇은 허리를 움켜쥐고서 퍽퍽 물건을 처박았다. 잔뜩 열이 오르고 흠뻑 젖은 내부가 꾸물거리며 기둥을 물어 댔다. 자제력을 완벽히 끊어 주겠다는 듯 구는 몸에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그는 제 잇자국으로 그득한 차은수의 등을 푹 덮었다.
“씨발, 이해가 안 돼.”
붉어진 귓가에 대고 내뱉었다. 나긋했던 말투는 집어치운, 으르렁거림에 가까운 소리였다. 차은수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
“어떻게 계속, 박아 대도, 이렇게 조여요?”
“으읏, 흐아……!”
“얼마나 싸질러 줘야 만족할 거냐고.”
만족은, 시발, 네가 해야 끝나지. 난 이미 뒈지겠거든? 차은수는 소리 없이 항의하며 힘겹게 할딱거렸다.
한참 전에 시작된 섹스였다. 전희를 스스로 즐기느라 심력을 소모한 데다가, 주청경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달려들어서 안쪽은 좆물로 절여진 지 오래였다. 구멍이야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웠고.
달아오른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청경은 고개를 숙여 차은수의 목을 물었다. 차은수가 얼굴을 젖히며 신음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금방이라도 무릎이 꺾일 것 같았지만, 이대로 쓰러져도 주청경은 무리 없이 저를 든 채 박아 댈 것 같았다.
문득 차은수의 시야에 철창 밖에 여전히 쓰러져 있는 인물이 들어왔다. 저 상태로 정신을 차리면 그들이 정사를 치르는 모습을 직면할 터였다. 심장이 초조함으로 더욱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우습지만, 너무 격렬하게 밀어붙여져 다른 곳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 저……! 으응!”
이러다 저 사람 깨면 어떻게 하느냐고, 고작 한마디를 하려고 해도 자꾸만 짓쳐 오는 좆이 그를 막았다.
“…….”
차은수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주청경이 허릿짓의 속력을 높였다. 하얗게 젖은 성기가 진퇴를 거듭하면서, 작고 통통한 둔부가 사타구니에 철썩거리며 때려 맞았다. 차은수는 교성을 질렀다.
“악! 아, 아!”
“분명히……. 질투 난다고, 흐, 했던 것 같은데.”
“흐윽! 끕, 하으……!”
“지금 누구한테 관심을 줍니까.”
이젠 내가 쓰고 있는 몸도 아니잖아요. 주청경이 화가 난 척 훈계하고는 차은수의 볼을 따끔하게 깨물었다. 체위상 차은수로서는 바깥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는 억지였다. 사실상 좆질에 박차를 가할 명분으로 써먹기 위한 노골적인 억지.
“제발, 아흑!”
몸서리를 친 차은수가 잘못했다는 듯이 울먹였다. 정액에 살짝 부푼 복부 안쪽이 마구잡이로 쑤셔지면서 과도한 자극이 밀려왔다. 발기한 좆이 빠지고 들어올 때마다 입구에서 난잡하게 튀는 점액이, 그리고 그것에 척척하게 적셔진 주청경의 음모 역시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잔인할 정도로 쏟아지는 성감에 정신이 아찔해졌던 차은수는 결국 창살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주청경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마른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
허공에 들린 채 성기 위로 내리꽂힌 차은수가 헉, 숨을 들이켜며 얼어붙었다. 주청경이 제 어깨에 기대어진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한껏 달떠 촉촉한 두 눈이 한계치까지 벌어져 있었다. 진작 거쳐 본 자세이건만 민감하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주청경은 눈물과 땀으로 엉망이 되었음에도 사랑스러운 낯에 입을 맞추고는, 허리를 강하게 쳐올렸다. 눈에 띄게 경련한 차은수가 주청경의 팔뚝을 붙들었다. 질척한 접합부가 연달아 쩍쩍거리며 부닥쳤다.
“하읍! 흐앗, 아!”
토막 난 신음이 소담스러운 입술 사이로 다급하게 튀어나왔다. 주청경의 시선이 희고 고른 치아와 발간 혀가 얼핏 보이는 차은수의 입을 유린했다. 이내 그 밑의 갸름한 턱도, 쭉 뻗은 목선과 도드라진 쇄골, 쾌감에 톡 튀어나와 있는 동그란 유두, 자신의 씨물을 그득 품고서 성난 좆을 받아들일 때마다 불룩대며 튀어나오는 하복부까지도 느리게 훑어 내렸다.
“후으, 큿.”
“그읏……! 끅……!”
양껏 싸서 힘없이 달랑거리는 성기가 말간 액체를 간간이 떨어뜨린다. 우악스럽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저를 받는 차은수의 몸이 상하 운동에 맞추어 들썩였다.
“은수 씨.”
쾌락에 물든 목소리가 차은수를 불렀다. 차은수는 휩쓸리기만 하는데도 숨이 모자라 상기된 얼굴로 주청경을 쳐다보았다. 주청경이 가까이 다가왔다. 조금 올라간 눈꼬리와 날카로운 콧날이 차은수의 시야를 채웠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와 정성스레 빚어진 듯한 이목구비는 상대를 홀리게 하고도 남았다.
몇 번이고 여린 입 안을 희롱했던 혀가 다시금 차은수의 입술을 핥았다. 차은수는 쾌락에 찬 신음을 터뜨리느라 벌어진 입으로 주청경의 혀를 받아 물었다. 최대한 능동적인 태도로 빨아들이면서 행동으로 이야기했다. 여기까지만 하자고. 타인의 존재도 신경이 쓰일뿐더러, 이러다간 내벽이 다 닳아서 사라질 것 같다고. 더는 배 속에 좆물을 받을 공간도 없다고.
좋아서 몸부림치는 것과는 별개로…… 머릿속까지 정액으로 차 버릴 것만 같았다.
이러한 차은수의 반응을 주청경은 매우 만족스럽게 즐겼다. 그러고는 오히려 약하게 굴지 말라는 듯, 가차 없이 거근을 퍼억 처넣었다.
“으흐읍!”
“흡……!”
허리를 둥글게 휜 차은수가 사출하는 것 없이 부르르 떨었다. 절정을 겪으면서 주청경의 혀를 본의 아니게 깨물었지만, 신체 강도가 남다른 S급 에스퍼에게는 일말의 통증조차 안길 수 없었다. 다만 요동치며 좆대를 꽉꽉 씹어 사정을 유도한 아래만큼은 승리를 거두었다.
울컥울컥 안쪽에서 치솟는 씨물의 느낌에 차은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전신을 움찔거렸다. 주청경은 여태 단단히 잡고 있던 차은수의 허벅지를 당겨 내려 교합이 더욱 깊어지도록 만들었다. 허벅지 근육은 터질 것처럼 팽창했고, 악문 잇새로 열기 어린 숨결이 흘러나왔다.
역시 같은 타이밍에 가는 게 가장 기분 좋았다. 주청경은 차은수의 입 안을 마음껏 헤집으며 타액을 앗아 갔다. 차은수는 축 늘어진 채 흥분한 남자의 혀 놀림을 순종적으로 받아 냈다.
“응…….”
“…….”
주청경은 야하게 풀린 얼굴에서 사정 직후의 나른함과 체념, 그리고 미약한 기대심을 엿보았다. 헛웃음을 삼키며 도톰한 입술을 쪽, 빨고 놓아주었다.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속삭였다.
“설마 끝난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저에게 의지하고 있던 차은수가 흠칫 굳었다. 주청경은 유감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내가 왜 쉴 시간을 줬겠어요. 가이딩하고서 회복하는 동안에도 기다린 마당에.”
차은수는 멍한 표정으로 주청경을 올려다보았다.
한계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섹스가 취향이기는 하지만, 주청경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좆이나 받아먹을 생각 하라더니…… 말을 지나치게 잘 지킨다.
앞으로 며칠 더 이곳에 있을 텐데. 어쩌면 이곳에서 가루조차 안 남기고 잡아먹혀서 심태성에게 가지도 못하는 건 아닐까.
“흐으……!”
주청경이 차은수를 들어 올리며 하체를 뒤로 물렸다. 스스로의 씨물로 번들거리는 물건이 녹진녹진한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내부에서 밑으로 쏠린 정액을 막고 있던 좆이 사라지자 이후 일어날 일이 눈에 훤해, 차은수는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주어도 거근을 오랜 시간 물고 있었던 탓에 넓혀진 구멍은 빠르게 닫히지 않았다.
뻐끔거리는 입구의 붉은 속살을 전부 가린 하얀 좆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차은수의 체내에서 따뜻하게 보존되고 있던 제 흔적이 울컥울컥 바닥으로 쏟아지는 모습은 다시 좆대가리를 들게 만들고도 남았다. 짙어진 눈동자가 물끄러미 그 흡족한 광경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돌연, 맥없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차은수를 돌아보았다. 녹초가 된 와중에도 수치스러운 모양이었다.
“제발요……. 아읏, 내려 주세요…….”
가려지지 않은 귀와 목, 하얗던 나신 전체가 홧홧하게 타오르는 모습이 입맛을 돋웠다. 주청경은 부드럽게 웃으며 차은수의 귓불을 앙 물었다.
“지금 규칙 어긴 거 압니까?”
“……!”
화들짝 놀란 차은수가 황급히 손을 떼었다. 그러나 주청경은 늦었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이건 쑥스러워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은수 씨가 원피스 속에서 이걸 세우고, 내 자지 받아먹었을 때요.”
허벅다리를 감싸고 있던 길쭉한 손가락 중 하나가 차은수의 축 처진 성기를 톡톡 건드렸다.
“그때를 떠올리면서 자위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거 협박하는 거지.
차은수의 낯이 백지장처럼 질렸다가 도로 붉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당시가 싫었느냐고 묻는다면…… 인정하기 좀 그렇지만 신선한 재미를 느끼기는 했다. 하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계속 공존해서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은수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주청경의 어깨에 매달렸다.
“방금 거부한 거 아니에요. 그냥, 이 모습이 너무…….”
“너무?”
“…….”
“부끄러웠어요?”
차은수가 시선을 피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주청경은 귀엽다는 눈빛으로 그의 코끝에 가볍게 키스했다.
“우리 사이에 뭐 하러.”
그들이 무슨 사이인지 정의 내릴 수 있는 단어들이 차은수의 머릿속을 스쳤다. 대개 좋지 않은 의미였다. 철창 속에서 자기 좆물을 질질 흘리는 이를 안고서 곱게 웃는 남자가 들으면 정색할 법한……. 아니, 이 새끼도 정상은 아니니까 웃으려나. 차은수는 스스로의 추측에 조용히 긍정했다.
“난 우리 은수 씨가 솔직해서 좋아요. 행동도 몸도 다 솔직해서.”
주청경이 차은수의 물건을 조금 더 은근하게 쓰다듬었다. 그 말이 옳다는 듯 예민한 나체가 가늘게 떨렸다.
“아!”
차은수는 저를 가볍게 돌려 안는 주청경의 행동에 놀라, 반사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매달렸다. 상대에게선 자신을 바닥에 내려 줄 기색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볼기 쪽의 피붓결을 쿡쿡 찔러 오는 좆대가리만 보아도 앞일이 빤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쳤다. 깊은 입맞춤이 끝 모를 행위의 재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