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열 소년-53화 (53/174)

#53

오메가 기능을 하지 못해 오메가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데도 사람들은 쉽게 이겸에게 다가오고 또 쉽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 사장님도, 밤마다 담배를 사러 오던 단골도, 말도 몇 번 해 보지 않은 같은 반 누군가와 자꾸 체육 창고로 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던 체육 선생님까지 모두가 이겸에게 예쁘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같이 있고 싶다고.

그래서 이겸은 그 말들을 잘 믿지도 않고, 좋은 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았다. 저는 아무것도 느낀 것이 없을 때 닿아 온 말들은 이겸에게 아무런 따뜻함도 주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도 예쁘다는 말도 전부 기뻤다. 처음으로 마음이 가득 찬 게 느껴졌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일 수 있지만, 이겸에게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볍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한 권태정의 따뜻함을 봤고, 웃음을 마주했다. 몸에 밴 매너와 다정함, 그리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침없이 말하는 솔직함도 볼 수 있었다.

이겸은 분명히 그 모든 것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권태정의 말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 하지만 대답이 쉽지는 않았다.

“고민 안 해도 돼. 대답해 달라고 한 말 아니야. 난 지금 네가 너무 예쁘고, 좋아서 한 말이니까 내 말에 부담 가질 거 없어.”

“…….”

“이건 내 마음이잖아. 너한테 강요하면 안 되는 내 마음.”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가 있는 걸까. 어른이라 그런 걸까? 권태정의 나이가 되면 그의 마음처럼 단단해져 어른의 생각과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이겸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겨우 스무 살의 어른이 아니라 권태정처럼 따뜻하게 바라보고 좋아한다는 마음이 들 때 좋아한다고 바로 말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강요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그러니까 편하게 생각해. 이런 걸로 너랑 어색하게 시간 보내는 거 싫어.”

대답이 쉽지는 않아도 분명히 향하는 감정은 존재했다. 이겸은 제가 베고 있는 권태정의 팔 더 안쪽으로 들어가 양손으로 저를 보고 있는 얼굴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고백을 하는 것도 아닌데 겨우 얼굴을 잡은 것만으로도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권태정은 이겸의 기다란 속눈썹 위에 벚꽃 잎을 하나 올려 보고 싶었다. 간지러워 움츠리는 것도 보고 싶어 기다란 것 위에 얹혀 있을 예쁜 것도 보고 싶었다.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겸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통용하는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뭐든 그 예쁜 걸 가장 예쁜 이겸과 붙여 보고 싶었다.

가까이 다가와 입술을 댈 것처럼 굴면서 차마 대지 못하고 떨기만 하는 이겸을 보며 권태정이 먼저 쪽 소리가 나게 입술을 마주 대었다가 뗐다.

“키스해 줘. 이건 안 해 주면 강요할래.”

“…….”

“그냥 이런 말도 하지 말….”

그대로 용기를 내어 확 다가간 이겸의 입술이 권태정의 이어지는 말을 모두 입 안으로 머금었다. 입술을 마주 문 채 꾹 누르고만 있자 권태정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겸은 살짝 입술을 떼고 틈을 둔 채 권태정을 바라보았다.

“내가 해 준 거 그대로 해 봐.”

“…그대로….”

“응, 그대로. 입술 대고 다음에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봐.”

이겸은 다시 권태정의 입술에 제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천천히 권태정이 저에게 해 준 키스를 떠올렸다. 처음에 입술을 물었다가 다음에는 살짝 입술 사이를 혀로 핥았다. 그리고 그 틈이 벌어지면 그 사이로 파고들어 혀를 문질러 주었었다.

이겸은 그것을 떠올리며 권태정의 가볍게 다물린 입술 사이를 혀로 문질렀다. 그리고 살짝 벌어지는 사이로 어설프게 혀끝만 살짝 넣어 보았다.

“아…. 으응….”

겨우 혀끝만 들어갔는데 권태정이 그 끄트머리를 핥아 모든 게 녹아 버렸다. 집요하게 혀끝만 문지르는 권태정의 혀를 마주 문지르자 금세 숨이 달아오르는 소리가 났다.

이겸은 쉽게 헐떡이며 권태정에게 조금 더 바투 몸을 붙였다. 권태정의 팔이 제 몸을 휘감고 단단히 당기는 게 느껴졌다. 이겸은 거기서 안정감을 느꼈다.

위에 옷을 입지 않은 권태정의 몸은 더 따뜻했다. 이겸은 그 품에 안긴 채 정신없이 권태정과 키스했다. 점점 더 가까워져 완전히 몸이 마주 닿는 느낌도, 다리가 뒤엉키는 느낌도 너무 좋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아…. 하으, 아…! 실장님, 흣….”

속옷 안으로 한 번에 들어가 성기를 쥐는 손에 이겸이 몸을 바르작댔다. 커다란 손이 쥐고 만지는 느낌에 작게 입만 벌리고 겨우 숨만 내쉴 수 있었다.

권태정은 그 작게 벌어진 입술 안으로 혀를 넣어 혀와 이를 건드리며 중지를 뻗어 이겸의 고환과 회음부를 문질렀다. 낯선 곳이 문질리며 피는 감각에 놀란 이겸의 허리가 비틀렸다.

“아…. 흐읏, 응…. 아, 으응….”

집요하게 회음부를 손끝으로 문지르던 권태정이 그대로 몸을 세워 이겸의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두 손으로 한 번에 바지와 속옷을 발목 아래까지 확 내리자 저절로 발이 하나 빠져나갔다.

권태정은 오른쪽 발목에 이겸의 바지와 앞이 조금 젖은 하얀 속옷이 걸린 걸 보며 그대로 무릎을 잡아 벌렸다. 그리고 이겸이 성기를 가리려고 손을 내리기 전에 먼저 고개를 파묻었다.

“하으읏…!”

이겸의 흥분한 성기에 입 맞춘 권태정이 그대로 매끈한 귀두를 혀로 굴렸다. 성기도 이겸을 닮아 모양도 크기도 전부 예뻤다. 그대로 귀두를 입에 삼키고 깊게 머금자 이겸의 허벅지가 꽉 조여들며 권태정의 모든 것을 가두었다.

“아…! 으응…, 아…! 싫어, 응, 입에 넣으면… 안 되는데….”

흥분한 목소리만 들어도 딱 머리가 돌 것 같았다. 권태정은 안 된다는 이겸의 성기를 더욱 깊게 물었다가 빼내는 것을 반복했다. 할 수만 있다면 이겸 자체를 전부 제 목구멍 뒤로 넘기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다른 사람의 자지를 빨고 있는 게 기쁠 만큼.

“실, 실장님…. 음, 읏…. 하아, 할, 할 것… 으응, 같아요…. 그, 그만….”

사정감이 밀려드는 것에 고개를 저은 이겸은 그래도 성기를 입에서 빼지 않는 권태정을 보다가 다시 뒤로 고개를 젖혔다. 참아야 하는데, 입에 사정하지 않으려면 참아야만 하는데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겸은 제 몸에서 페로몬이 확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권태정의 입에 사정했다.

“아… 하으읏, 으응…!”

허리가 크게 비틀리며 들썩였다. 권태정은 제 입 안으로 터져 나온 이겸의 정액을 목 뒤로 삼켰다. 주위를 전부 짙게 물들이며 터져 나온 이겸의 페로몬에 숨이 다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머리가 확 돌고, 페로몬 향만으로도 사정할 수 있을 만큼 발기한 성기가 더 큰 자극을 부추겼다.

권태정은 이겸을 정말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 같은 눈으로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쉽게 가시지 않는 사정의 여운에 어쩔 줄 모르는 이겸의 귀두를 혀끝으로 집요하게 핥았다.

“하아…. 읏, 아…!”

그대로 이겸은 한 번 더 묽은 것을 흘리며 허리를 들썩였다. 부드러운 허벅지가 발발 떨리고, 납작하고 보들보들한 하얀 배가 오르내리는 게 보였다. 권태정은 제 입술에 묻은 정액을 혀로 핥으며 그대로 기절하듯 잠든 이겸을 내려다보았다.

“하….”

이겸은 끝났겠지만, 전 아니었다. 권태정은 잠이 든 이겸의 다리를 모아 들어 그 허벅지 사이에 제 성기를 끼우고 앞뒤로 움직였다.

“아…. 윽, 하….”

허벅지에 성기가 비벼지는 느낌과 성기끼리 문질리는 느낌이 좋아 잠든 이겸을 보며 허리를 움직이던 권태정이 다리를 놓고 아예 몸 위로 올라가 두 성기를 마주 누른 채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압박되며 문질리자 쾌감이 금세 머리끝까지 파고들었다.

“…읏, 씹….”

잠든 이겸의 배와 가슴 아래까지 올라간 티셔츠로 정액이 다시 튀었다. 권태정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근처에 놓인 둘둘 말린 휴지를 집어 대충 손에 감아 뜯어내 이겸의 몸과 제 성기를 닦았다.

그리고 이겸이 옷을 꺼냈던 서랍을 열어 다른 티셔츠를 꺼내 갈아입혔다. 완전히 늘어졌는지 옷을 입히는데도 이겸은 조금도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난 권태정이 불 끄는 스위치를 찾아 헤매다가 겨우 끄고 이겸의 옆으로 털썩 누웠다. 어쩌다가 이런 짓을 하고 싶을 만큼의 무언가가 생겨 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권태정의 감정은 꽤 명확했다. 흐릿하고 애매하지 않았다.

연이겸이 좋았다. 그냥 그게 전부였다. 왜 좋아졌는지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도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제 눈에 보이는 이겸이 사랑스럽고 예뻤다. 같이 있으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단순히 알파가 오메가를 가지고 싶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과는 달랐다.

권태정은 다시 이겸의 머리 아래로 제 팔을 넣어 주었다. 이겸이 작게 앓는 소리를 내며 따뜻한 쪽, 권태정의 품으로 몸을 움직였다. 권태정은 그대로 이겸의 몸을 팔 하나로 단단히 안았다.

얼굴만 보더라도 이렇게 예쁠 필요가 있나 싶게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권태정이 이겸을 보며 느끼는 예쁨은 조금 더 자세했다.

부끄러워 금세 숨더라도 올곧게 저를 바라보는 눈동자, 짧아서 더 애가 타는 봄처럼 이따금 입가에 머무는 웃음, 쉽게 발긋해지는 뺨과 귀, 키스하는 게 좋은지 가까이 다가가면 살포시 감는 눈, 그 끝에 매달린 속눈썹. 그 모든 게 예뻤다.

만약 이겸이 내 어디가 예쁘냐고 묻는다면 백 가지도 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정말 그만큼,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이겸이 예뻤다. 장난기는 조금도 묻어 있지 않았다. 이겸에게는 장난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겸의 마음만 편하다면.

“잘 자.”

이겸이 깨지 않을 정도로만 작게 인사한 권태정이 다시 보송보송한 뺨에 가볍게 입 맞췄다. 그에 이겸이 조금 더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소 지은 권태정이 이겸의 페로몬을 가득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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